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무협물
천명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천명 더보기

스낵북
https://snackbook.net/snack/35...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남정기…, 그대는 중원에 들어섰으면서도 아무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중원의 풍파는 그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를 휩쓸 것이다.
당세의 국면은 은인자중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3 화
작성일 : 16-07-12 10:50     조회 : 121     추천 : 0     분량 : 55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커다란 고민거리가 있는 듯 자신의 입을 주먹으로 치며 한숨을 푹푹 쉬던 사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뜯으며 중얼거렸다.

 “하필 그때 곡포교가 앞에 나타나서는..... 우라졌다 자빠질 놈의!”

 사내의 이름은 아구였다.

 그는 지난 밤 우연찮게 얻어들은 이야기를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는 난주부의 곡만호에게 말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들은 것이 있지 않느냐고 다그치던 화영(花榮)의 서릿발처럼 차가웠던 눈빛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입을 열지 않았을 터인데, 곡포교에게 최근 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에 화영의 눈빛을 잠시 잊었었다.

 아구는 난주부의 뒷골목에서 알아주는 주먹패였지만 화화원의 특급기녀인 화영의 심사를 거스를 담량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화화원의 특급기녀들은 열 명밖에 되지 않았고 화영은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기녀였다.

 화화원의 총관 엄익은 화영의 부탁이라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아구를 쫓아낼 터였다.

 어제밤 그를 다그치던 화영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녀와 손님이 나누던 대화를 그가 들었다는 것을 화영이 알게 되었을 때 그가 이 무릉도원같은 화화원에서 쫓겨나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이 놈의 주둥이를!”

 아구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어 자신의 입을 쳤다.

 그때였다.

 “네가 아구라는 자냐?"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온 음산한 음성에 아구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펄쩍 뛰어 마당으로 내려선 그는 평소의 두 배는 될 속도로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복도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온통 검은 빛 일색인 사내와 눈이 마주친 아구는 소름이 경련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사람의 눈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누..누구요?”

 아구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뒷골목에서 구르며 키운 배짱을 있는 대로 끌어내 말을 하긴 했지만 그 음성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의 등뒤에 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난 흑의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무엇인가가 그의 심신을 공제하고 있었다.

 흑의인은 아구의 반응에서 그가 제대로 사람을 찾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젯밤 곡포교라는 자에게 한 말을 어디에서 들었느냐?”

 검은 귀신의 말을 들으며 아구는 지금 나타난 자가 자신의 입이 불러들인 재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처럼 후회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도 더불어서.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기 마련이다.

 “무...무슨 소리요? 그리고 다....당신...대체 누구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아구의 눈동자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을 보던 흑의 사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잔머리를 굴리는 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구는 자신과 사내와의 거리를 재보았다. 일장이 약간 넘는 거리였다.

 눈앞의 사내의 기세는 그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고, 아구와 사내 사이의 거리 일장은 저 사내에게 큰 장애가 되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구는 어린 시절 지나가던 도인에게 며칠 몸놀리는 법을 가르침 받은 이후로 평소 몸이 빠른 것을 자랑으로 삼을 만큼 경신에 자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싸움에서 진 적은 있어도 몸을 빼지 못한 경우는 없는 그였다.

 정신없이 돌아가던 아구의 눈동자가 멈췄다.

 그와 함께 그의 신형이 바람처럼 숙소의 정문으로 내달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막 다리를 움직이던 아구는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눈꼬리가 찢어질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커진 그의 두 눈에 흑의 복면인의 신형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이 들어왔다.

 사내의 키가 일장이 넘게 길어졌다 싶은 순간 아구의 목울대는 사내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었다.

 흑의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아구였다. 피할 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 아구의 사타구니 사이가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오줌을 지린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의 두 눈은 시종일관 무심했다.

 아구는 평생을 뒷골목에서 구르며 큰 자다.

 그는 이런 눈을 가진 사내들이 필요할 때 얼마나 잔인해지는 지 알고 있었다.

 흑의인이 결심을 하는 순간 그의 목뼈는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갈 것이다.

 아구의 목을 잡은 흑의인의 신형이 담밑의 그늘로 숨어들었다. 그가 있던 자리에서 담까지는 근 삼장의 거리였는데 그 거리가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촌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찰나지간의 움직임이어서 아구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자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하다니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시도할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 들었나?”

 “화...영...”

 기어 들어가는 듯한 음성이 아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귀를 가까이 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흑의인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아구가 뒷골목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자라해도 흑의인의 살기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흑의인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가진 자인 것이다.

 흑의인의 눈에 잠시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신분으로 이런 파락호를 직접 죽인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갈등은 잠시였다.

 그가 난주에 온 것은 극비였다.

 비밀은 아는 자가 적을수록 잘 지켜진다.

 아구의 눈을 응시하며 그의 목울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려던 흑의인의 움직임이 멈칫하며 정지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반대편의 담을 향했다.

 “천하의 고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길래 긴가민가했는데 사실이었구려. 섬서성에서 손꼽히는 고수 중의 한 명이라는 마조(魔爪) 기무위가 어둠속에 박쥐처럼 숨어 일개 파락호의 목뼈를 부러뜨리려 하고 있다니 말이요.”

 들려온 음성은 담담했지만 그 내용은 지독한 비웃음이었다.

 마조 기무위라 불린 흑의인의 두 눈이 살기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삼십이 넘은 이후 남에게 비웃음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내였다. 하지만 기무위의 드러난 두 눈은 치솟는 살기와는 달리 여전히 안정되어 있었다.

 비록 주활동무대인 섬서를 떠나 타지인 감숙에 와 있긴 하지만 그를 알면서도 비웃을 자는 흔치 않았다.

 그는 천하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세력에 속해 있지는 않으나 낭인으로 떠도는 자들 중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일류고수 중 한 명이었다.

 능력이 없는 자는 말도 없다.

 강호에 내려오는 격언 중의 하나다.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곳이 강호다.

 그 격언을 반대로 해석하면 말을 함부로 하는 자는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했다.

 그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비웃는 자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구냐?”

 기무위의 음성은 나직했다. 말을 한 자도 기무위도 음성을 높이지 않았다.

 이곳은 사람의 인기척이 없긴 했지만 숙소였다. 언제 사람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장소를 옮기는 것이 어떤가?”

 상대의 제안을 들은 기무위의 신형이 말없이 어둠을 벗어났다.

 비조처럼 날아오른 그의 신형이 사장 높이의 이층과 삼층 숙소 처마를 밟는 듯 싶더니 빨려드는 것처럼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기무위의 뒤를 따라 반대편 담밑에서 흐릿한 형상의 신형이 솟아오른 것도 찰나간이었다.

 다시 어둠에 잠긴 화화원의 마당엔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 아구의 시신만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었다.

 

 

 혀를 빼문 아구의 시신은 꿈에 볼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느틈엔가 정적이 깔린 마당에 나타난 50대의 화복 중년인은 별다른 표정없이 아구의 부릅뜬 눈을 감겨 주었다.

 보통의 키에 배가 적당하게 나왔고 얼굴에 두툼한 살집이 잡혀 있는 데다가 둥그스름한 눈매가 살짝 아래로 쳐져 있어서 호감을 주는 초로의 중년인이었다.

 허리를 굽혀 아구의 눈을 감겨주고 일어서는 중년인의 뒤에서 조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구의 입이 가벼운 것을 우려했는데 결국 일이 일어났군요. 제가 경솔했어요. 아구를 다른 곳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중년인의 뒤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화사한 궁장차림의 아름다운 이십 대의 여인이 서 있었다.

 미인도에서 금방 걸어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다.

 죽은 아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 분노와 착잡함이 복잡하게 어루러져 있었다.

 아구가 파락호라 불리는 날건달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화화원의 기녀들 중 아구를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었다.

 그는 정이 많았고, 기녀들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던 사내였다.

 “둘째 아가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묻는다면 용담호혈로 변한 난주의 분위기를 간과한 제 책임입니다. 마조나 일월겸 같은 고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원을 월담할 지경이라니, 그 물건의 유혹이 크긴 큽니다. 허허허”

 사람좋은 인상을 한 초로의 중년인, 화화원의 총관 엄익의 조금은 허탈한 빛이 어린 말을 들은 화영의 눈가에 서릿발처럼 차가운 기운이 맺혔다.

 “이곳이 어디인지 몰랐다고는 하나 이곳을 무인지경처럼 다니며 사람을 죽인 자를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아가씨의 기분을 알지만 지금은 마조를 징치할 때가 아닙니다. 마조가 비록 섬서에서 명성높은 자라 하나 이곳이 어디에 속한 곳인 줄 알았다면 감히 이런 짓을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가씨, 난주로 들어온 자들 중 고수 아닌 자가 없습니다. 잘못 나선다면 언제 어느 곳에서 시신이 되어 나뒹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직 물건의 행방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데 공연히 마조와 같은 일류고수와 부딪쳐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엄총관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요. 지금은 참아야할 때라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 빚은 반드시 갚겠어요. 식솔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간판을 내려야지요. 비록 그 식솔이 파락호라 할지라도.”

 “물론입니다. 아가씨. 후일 마조는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빚은 이자까지 쳐서 받아내는 것이 고리대금의 정석입니다.”

 엄익은 온화한 얼굴로 화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냥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만 생각되던 그녀였지만 오늘 그는 자신이 너무 예전 의 기억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둘째 아가씨는 처음 이곳에 오던 이년 전의 철부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년 여의 세월 동안 화화원에서 사람을 겪으며 남모르는 사이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구의 시신을 내려다보던 화영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주변 이십여 장 이내에서는 특별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숙소에서 움직이는 기녀들과 하인들의 평범한 기척뿐이었다.

 그녀의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사방을 훑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자신을 지켜보던 시선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사방을 훑어나가는 그녀의 표정이 여러 차례 변하자 엄익도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럴리가....”

 엄익은 믿기 어렵다는 눈빛을 흘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어서 그의 이목을 속이는 것은 어지간한 재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마조와 일월겸 같은 고수들도 그의 이목을 속이지는 못할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엄익은 화영을 믿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 3 화 2016 / 7 / 12 122 0 5565   
2 2 화 2016 / 7 / 12 136 0 5137   
1 1 화 2016 / 7 / 12 611 0 540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21세기 무인
임준후
철산대공
임준후
철혈무정로
임준후
천마검엽전
임준후
켈베로스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