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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12화 대가 없는 도움(1)
작성일 : 19-10-18 00:55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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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볕이 잘 드는 날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푹신한 풀밭은 역시나 기분 좋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이 날이, 이 일상이.

 

 멀리서 누군가 다가왔다. 수염이 조금 난 얼굴이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왜지.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걸까. 서로 이질적인 것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이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 얼굴이 깨졌다. 세상이 무너진다.

 

 다시는 그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

 

 눈을 떴다. 뜨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심각한 통증이었다. 그러나 신음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신음할 기운도 없었다. 눈만 뜰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눈뜨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눈꺼풀은 무거웠고 계속 감길 듯 했다. 시야도 흐릿했다.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예서 처음엔 정말 안개가 낀 줄 알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몇 번 감았다 뜨니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저절로 눈이 감기려하는 것은 도통 나아지지 않았다.

 

 작은 등이었다. 좁은 어깨와 두건이 보였다. 자신보다도 한없이 체구가 작은 자였다. 어렴풋이 지금 비스듬히 앉은 채로 이동중이란 것을 알았다. 시야가 아까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말 위에 타고 있는 것인가. 상태가 좋아진 청각덕분에 뚜벅 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만 알 뿐, 이곳이 어딘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도 지금 상태로는 알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되뇌인다. 그래, 가장 중요한 그것, 그것은...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

 

 간신히 입주위의 근육을 움직여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도련님!"

 

 간신히 말한 첫마디가 가로 막혔다. 곧바로 뚜벅 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시야가 흔들리는 것도 멈추었다. 대신 새로운 풍경이 들어왔다. 연분홍색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아는 얼굴이었다.

 

 "도련님..."

 

 그 얼굴은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지쳐 쓰러질 듯한 자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서 서글프게 울었다. 지친 자는, 에녹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을 파묻은 자는 누구인가. 천천히 생각하고 이내 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평소의 그녀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였다. 조금 쉰 것 같았다.

 

 또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깨어나셨습니까."

 

 시야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남빛이 감도는 머리에 마찬가지로 검게 빛나는 눈... 에논스는 기억의 파편속에서 그가 지티스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의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붉게 충혈된 눈 언저리는 검었고 머리에는 먼지가 엉겨붙어있었다. 얼굴은 초췌했다. 평소의 깔끔한 그가 아니었다.

 

 에녹스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리의 통증이 잇달아 메달려왔지만 꾹 참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지티스의 얼굴은 침울했다. 보고 있는 에녹스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지티스가 손을 들어 엘의 어깨를 짚었다. 곧 그녀는 울음을 멈췄다. 그가 에녹스에게 물었다.

 

 "도련님께선... 아무 것도 생각나시지 않으십니까?"

 

 눈을 감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지. 언제나와같이 월계수 나무 아래에서 아버지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 풍경은 곧 어두워졌다. 자신은 다른 자와 싸우고 있었다. 분명 그 자의 이름은 켈른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렇다면 지금 느껴지는 통증은 그때 입은 상처인 건가. 더 떠올리려 했지만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뭔가 더 기억해야만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자와... 켈른과 싸웠었지... 쓰러졌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지?"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엘은 입을 꾹 다문 모습이었고 지티스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주인님께서 먼저 도망치라 하셨습니다. 그... 에그누스 독립 지역으로요. 주인님은 곧 뒤따르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엘이 그를 한번 보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에녹스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몸은 피로했고 상처도 다 낫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지티스가 이어말했다.

 

 "일단은 좀 쉬십시오. 나머지는 나중에 말하도록 하지요. 조금 있으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오니 의사를 수소문하겠습니다."

 

 에녹스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지티스는 그 말을 정중히 거절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또한 환자처럼 보인 까닭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 가장 심한 상처를 입은 환자는 에녹스였다. 그는 말에 잘 앉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뒤에 있는 짐이 받쳐줘서 그렇지, 그것마저도 없었다면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에녹스가 앉아있는 말을 끄는 사람은 엘이었다. 그 앞에서 말을 몰고있었다. 뒤돌아봤던 그녀가 한마디 툭 던지고 다시 말을 몰았다.

 

 "조금만 참으세요, 도련님."

 

 주변은 황야였다. 가끔씩 풀이 듬성듬성 나있는 그런 황야였다. 지티스는 옆에 있었다. 그는 엘과 다르게 두건을 눌러쓰지 않고 있었다. 조금 생각해보니 알았다. 다들 두건만 쓰고 있다면 되려 의심을 살 수 있었다. 한 명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터였다.

 

 조금 더 가니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오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자였으며 마차같은 것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있어도 한 두대였고, 그들은 금방 이 근방을 빠져나갔다. 저런 자들은 당연히 작은 마을에 들르지 않을 것이다. 마차는 그들의 부유함을 뜻하는 상징과 같았다.

 

 곧 마을이 보였다. 작은 마을이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여행을 하며 거치는 곳이었고 그렇기때문에 아마 이 낮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눌러앉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있을 시간은 여관을 많이 찾는 밤시간대였다. 그 마저도 사람이 없었다면 저 마을은 아마 이곳에 남지도 않았을테지. 용병일을 했던 지티스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훤히 보였다.

 

 작은 마을인지라 대문앞에 경비도 없었다. 누군가의 사유지가 아닌 것인가. 영지에 속해있지 않은 땅은 경비도 없고 안에 있는 주민들도 적기마련이다. 지티스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제대로 된 의사가 있기나할까.

 

 그래도 그들은 마을에 들어섰다. 지티스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여관을 찾는 것이었다. 주변에 있는 상점에서 길을 물어 여관으로 향했다. 도착하게 된 여관은 허름하고 넓지도 않은 곳이었다. 방이 열 개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은 지티스는 마구간에 말을 들려놓고 내려섰다.

 

 에녹스가 좀 문제였다. 앉아있기도 버거운 그를 부축하려니 힘이 빠졌다. 그들은 여관에 들어갔고 엘은 미리 세어둔 은화를 주인장에게 건네주며 급히 방을 달라 요청했다. 약간 험악한 인상의 주인은 지티스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에녹스를 보더니 무덤덤하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지티스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다보았다. 그는 몇몇 시선이 그들을 의식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개중에는 주로 덩치가 큰 작자들이 많았다. 작게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저 녀석들, 뭔가 부티나 보이는데."

 "저 옆 두건쓴 녀석 좀 자세히 봐. 여잔가?"

 "뭘 그리 남을 보고 있어. 신경쓰지 말자고."

 

 지티스는 그들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신경껐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경계했다. 주인이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이층에 있었다,

 

 지티스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에녹스를 눕히고 창문을 열었다. 자신의 허리께에서 에녹스의 검인 세화를 꺼내 침대 옆에 두었다. 지금까지 그가 맡고 있었다. 그러고는 엘에게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와 젖은 수건으로 에녹스의 상처를 소독해달라 했다. 물론 엘은 거절하지 않았다.

 

 "난 의사를 찾아보고 올게."

 

 그 말을 하고 지티스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엘은 지티스가 말한 대로 행동했다. 에녹스의 웃옷을 조심스럽게 벗겨 허리의 상처를 드러나게 했다. 붕대로 감겨있었지만 급히 대처한 것이라 주변이 붉게 물들여져있었다. 그녀는 붕대를 천천히 풀었다.

 

 "크윽..."

 

 에녹스가 신음을 흘렸다. 손길만 닿아도 상처가 쑤셨다. 엘이 붕대를 다 풀었을 때 보인 것은 길게 찢어진 상처였다. 에녹스도 눈을 낮게 떠 그것을 보았다. 그 상처가 자신의 상처라는 것을 확인하니 왠지 묘한 괴리감이 들었다. 자신의 상처가 아닌 것처럼.

 

 엘은 젖은 수건을 짜서 그의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에녹스에게는 긴 시간이 흐른 것과 같았다. 극심한 고통이 따랐지만 입 다물고 꾹 참아냈다. 식은땀이 흐르고 열이 조금 났다. 엘은 수건을 몇 번 짜내고 그의 땀을 닦아주었다.

 

 에녹스가 입을 열었다.

 

 "엘... 줄리는 어디갔어?"

 

 땀을 닦아주던 엘의 손길이 뚝 멈췄다.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에녹스는 눈을 감았다. 사정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엘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었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 괜찮으니까..."

 

 멈췄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은 말없이 에녹스의 땀을 닦았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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