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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9화 잃어버리다(9)
작성일 : 19-10-11 16:55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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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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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저녁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저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에녹스는 허기를 느낄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허무와 공허가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터질듯이 아팠다.

 

 시야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 피에 젖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는 벨킨이었다. 흰 시트로 몸을 덮은 그의 모습은 저승의 사자와도 같았다. 창백한 피부가 그것을 더욱 부각시켰다.

 

 방안에는 에녹스와 시자크, 그리고 지티스와 엘, 줄리가 있었다. 줄리의 눈가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피부도 벨킨 비슷하게 창백했다. 죽은 벨킨을 가장 먼저 발견했으니 그럴만 했다. 그곳에서 당장에 쓰러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방안은 조용했다. 흐느껴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다지 큰 소리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문을 먼저 열 수 있는 사람은 시자크와 에녹스뿐이었다. 뭐가 되었든 간에 나머지 세 명은 가문의 종이다. 먼저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자크와 에녹스는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사실 여기있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방금전까지 함께 있던 자가 죽었고 눈앞에 쓰러져있다. 시자크와 에녹스 입장에서는 그를 단지 한 명의 종으로 여길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귀족 가문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수 있겠지만 프라이넨스 가문에 있는 종들은 다섯이 전부였다. 때문에 같이 보내온 시간도 길었고, 때문에 정도 쌓였다. 다른 귀족들처럼 종이 하나 죽었다고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자크와 에녹스에게는, 그들에게는 전부 가족과 같았다.

 

 기나긴 침묵끝에, 시자크가 입을 열었다.

 

 "이곳을 떠나라."

 

 에녹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시자크에게로 향했다. 그 뒤의 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자크가 이어서 말했다.

 

 "어차피 내일 떠나려했으니 하루 빨라도 상관없겠지. 너희들도 에녹스를 따라가도록 해라."

 

 그가 앞의 세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에녹스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직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었다.

 

 "...난 이곳에 남도록 하겠다."

 "아버지."

 

 에녹스가 말했다.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작은 동요가 섞여있었다.

 

 벨킨이 죽었다. 원인도 모르고 범인도 몰랐다. 영지는 더 이상 평온하지 않았다. 계속 있다간 사망자가 또 나올 수 있었다. 영지를 떠나는 것은 분명 현명한 판단이리라. 그러나 그런 위험한 곳에 아버지를 남겨놓고, 아버지를 남겨놓고 도망갈 에녹스가 아니었다. 하다못해 그는 시자크와 함께 영지에 남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를 두고 가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저도 남겠어요. 뭣때문에 벨킨이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아버지만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네 아비로서."

 

 그는 단호했다.

 

 "가주로서의 명령이다. 난 여기 남겠다."

 

 에녹스는 침묵했다. 더 이상 말은 없었다. 에녹스는 일어섰다. 방문으로 향했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생각 좀 정리하겠습니다."

 

 그는 나갔다. 그토록 어두운 얼굴의 에녹스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엘이 조용히 말했다.

 

 "저렇게 어두우신 도련님은 처음 봤어요..."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지금껏 봐오던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까."

 

 시자크가 말했다.

 

 지티스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벨킨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불쑥 말했다.

 

 "주인님."

 

 시자크가 그를 보았다. 지티스가 이어 말했다.

 

 "혹시 어젯밤 괴물에 대해서 뭔가 더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용병 시절의 눈이었다. 시자크는 그가 뭔가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입을 열었다.

 

 "역시 전에 용병일을 해 감이 날카롭구나. 그래. 말하지 않은 것이 있지. 그 괴물, 슈뮤즈는 어제 저택에 방문했던 자와 연관이 있다."

 

 지티스가 벨킨의 상처를 가리켰다. 복부쪽이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헤집어있었다.

 

 "여길 보십시오. 그냥 보면 평범한 상처겠지만, 자세히 보면 어떻게 난 상처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칼로 베어진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가 물어뜯은 상처입니다."

 "물어뜯어?"

 "예. 그리고 제가 알기론 이 영지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은 토끼나 다람쥐같은 작은 동물들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처를 낼 수 있는 동물은 없다는 뜻이지요."

 "잠깐, 그렇다면..."

 

 갑작스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물어뜯어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육식을 하는 동물밖에 없다. 그러나 프라이넨스 가문의 영지에는 그런 육식 동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제 그런 비슷한 존재가 있었다. 비록 에녹스의 손에 사라졌지만.

 

 그렇지만 그것이 또 나타났다면. 그렇다면 벨킨이 죽은 이유가 설명되었다.

 

 "슈뮤즈가 더 있는건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지티스, 영지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 엘도, 줄리도. 마구간의 말들을 골라 월계수 나무 앞으로 나와라. 난 에녹스를 찾으러 가겠다."

 "어디로 떠나는 겁니까?"

 

 시자크가 뒤돌아봤다.

 

 "에그누스 독립지역, 소피뉴아 기사단이다."

 

 그러곤 밖으로 나갔다.

 

 *

 

 켈른은 어둠속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밤때문에 어둡게 물들여진 무언가에 몸을 파묻고있었다. 검붉은 털이 있었고, 숨을 쉬고 있는지 몸체가 위아래로 부풀렸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옆에 비늘을 가진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거대했다. 켈른은 손을 대 그것을 진정시켰다. 그는 앞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바라보았다. 날쌘 것이 튀어나왔다. 예상한 것이었다.

 

 "이렇게 세 마리씩은 필요가 없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앞에 튀어나온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날쎈 늑대의 형상을 한 슈뮤즈였다. 곁에 있는 두 마리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빛을 띄고 있었다. 이것 역시 죽음의 마나로 이루어진 것인가. 그는 그리 생각했다.

 

 어둠때문에 한눈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것의 입가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켈른은 그것에게 다가가 입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뭐야. 벌써 한바탕한 거야? 설마 에녹스 프라이넨스를 죽인 것은 아니겠지?"

 

 슈뮤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켈른이 그럼 됐다는 투로 말했다. 어차피 목적은 이 영지와 에녹스였다. 다른 누가 죽든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 아니, 잠깐. 한 사람 더 있었다.

 

 "시자크 프라이넨스도 아니겠지?"

 

 슈뮤즈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시자크를 죽여선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명령받은 것은 순전히 에녹스와 이 영지뿐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의 개인적인 목적에는 한 가지가 더 포함되어있었다.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상관은 없었지만 이루어지는 쪽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야 더 재미있다.

 

 그는 웃었다. 미소지었다. 그가 명령받은 일을 처리할 생각을 했기때문에. 그의 목적을 이룰 수 있기때문에.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다 모였으니, 가자."

 

 가자. 시자크 프라이넨스의 목을 베러.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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