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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5. 나쁜 기억 지우개.
작성일 : 19-10-07 19:43     조회 : 165     추천 : 0     분량 : 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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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5. 나쁜 기억 지우개.

 

 새벽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 마치 자신의 머리에 마구 울려 대는 핸드폰 여러 대를 둘러놓은 기분이었다.

 

 새벽은 겨우 고개를 들어 눈을 떴다.

 

 익숙한 풍경의 자신의 집이었다.

 

 분명 자신이 생각하기에 술집에서 민아를 만난 것이 마지막 기억인데 다행히도 집에 와서 잠든 것 같다.

 

 새벽은 자신이 또 민아를 엄청 고생시켰을 거란 생각을 했다.

 

 새벽은 핸드폰을 확인하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았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기어 나온 새벽은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컵에 물을 따를 생각도 못 한 채, 물병을 입에 물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차가운 물이 목 안쪽을 스치는 그 느낌으로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새벽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가에 묻은 물을 닦으며 습관적으로 시계를 봤다.

 

 오전 11시를 넘기는 시간.

 

 새벽은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칫솔에 치약을 짜서 미친 듯이 양치질을 시작했다.

 

 순간, 새벽은 칫솔질을 멈추고 거울을 바라봤다.

 

 더 이상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자꾸만 까먹는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조금씩 원망스럽다.

 

 양치를 대충 끝내고 새벽은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버렸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보는데 민아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카톡을 확인하니 민아에게서 온갖 욕과 잔소리들이 가득했다.

 

 - 넌 한 번만 더 술 마시면 내 친구도 아니야.

 

 - 내가 어제 너 때문에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 진짜 넌 앞으로 이새벽이 아니고 개새벽이야 개새벽.

 

 새벽은 민아의 이런 반응이 한두 번도 아니었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민아는 새벽에게 말했다.

 

 “이제 좀 정신이 드시나요 개새벽씨?”

 

 “야.. 하지 마.. 술 좀 마신 거 가지고 왜 그래..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데..”

 

 “한두 번? 너 어제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왜.. 아무 일 없이 집에 잘 들어와서 잘 잤으면 됐지 뭐.. 아 속 쓰려.. 해장할까?”

 

 “어휴.. 또 필름 끊겼지.. 너 진짜 어제 일 생각 안 나? 아니면 쪽팔려서 안 나는 척하는 거야?”

 

 “내가 뭘~~ ... 아 진짜 기억 안 나.. 별일 없었겠지..”

 

 새벽의 말을 들은 민아는 황당해하며 새벽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야... 후우... 네가 어제...”

 

 어젯밤.

 

 새벽은 성원의 품으로 돌격했고, 그 둘은 그렇게 뒤로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성원은 새벽을 밀쳐내려 했지만 새벽은 성원의 목을 끓어 안고 놔주지 않았다.

 

 민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새벽에게 가려고 했지만 민아가 타고 있는 휠체어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걸려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순신은 새벽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워낙 성원을 꼭 껴안고 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성원은 새벽과 함께 일어나서 새벽을 의자에 앉혔다.

 

 새벽은 그런 와중에서 성원의 허리를 껴안고는 성원의 배에 기대 킁킁거리고 있었다.

 

 민아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성원과 순신에게 다가갔다.

 

 “진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은데.. 이분 왜 이러시는 거죠..?”

 

 “술에 좀 많이 취해서.. 원래 이런 애는 아닌데 얘가 왜 이러지...”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집으로 가셔야 할 것 같네요. 부를 사람 있어요?”

 

 민아는 난처해하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통화 목록을 살펴봤다.

 

 이 시간에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

 

 민아는 희형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무슨 일인지 급하게 갔던 희형에게 차마 전화를 못 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지금 이 시간에는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우선 어떻게든 해볼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순신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 어떻게 못하시는 상황 아니에요?”

 

 “네.. 그렇죠.. 술 깰 때까지 기다려 봐야죠..”

 

 “제가 볼 때 내일 해 떠도 이분은 이 상태일거예요. 시체네 시체..”

 순신은 젓가락을 이용해 새벽의 어깨를 쿡쿡 찔러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민아는 왜 부끄러움은 자신의 몫인지 생각했다.

 

 “그러지 말고, 이분 댁이 어디예요? 가까워요?”

 

 “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있는 오피스텔이긴 한데..”

 

 “아. 그럼 저희가 모셔다드릴게요. 머 가까우면 그게 좋을 듯하네요.”

 

 “아니에요.. 어떻게 그래요..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순신은 그렇게 말하는 민아에게 다 갔다.

 

 갑자기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는 순신의 얼굴.

 

 그에게서는 아이들이 먹는 롤리팝 캔디같이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리고 약간은 미세한 담배 향이 느껴졌다.

 

 분명 담배 향이 더 짓게 나야 했는데 순신에게서는 달콤한 향이 더 크게 느껴졌다.

 

 민아는 너무 놀라 숨까지 참으며 휠체어 등 받침으로 최대한 등을 붙였다.

 

 순신은 민아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뒤에 사람들 봐요...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민아는 살짝 뒤를 돌아봤고 그곳에는 온통 자기들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해서인지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민아는 한숨을 쉬며 새벽을 봤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떼어 내려 하는 성원을 붙잡고 킁킁거리고 있었다.

 

 순신은 민아에게서 멀어지면서 말했다.

 

 “저희가 모셔다드릴게요. 그게 좋겠네요. 저희 못 믿으실 테니까 같이 가시면 될 거 같고요.”

 

 그러면서 순신은 민아의 뒤에 자리를 잡는다.

 

 성원은 그런 순신을 빤히 쳐다본다.

 

 “야. 나는 허리가 안 좋잖아.. 그러니까 네가 업어야지.. 이분 지금 떼어 낸다고 때 지지도 않을 것 같고..”

 

 성원은 한숨을 쉬면서 새벽을 내려다봤다.

 

 묶은 머리에서 삐져나온 머리들이 얼굴에 붙어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미모를 조금 가릴 뿐이라고 생각했다.

 

 성원은 어쩔 수 없이 새벽을 들쳐 업었다.

 

 민아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순신은 그런 민아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호프집 밖으로 향했다.

 

 순신은 호프집 앞에서 민아를 조심스럽게 안아서 호프집 아래로 내려놓았다.

 

 마치 금방 검색해서 배운 사람처럼 정확하게 내려놓는 모습에 민아는 조금 놀랐다.

 

 그렇게 네 명은 새벽의 집으로 걸었다.

 

 새벽의 집에 도착한 네 사람은 민아가 휠체어로 올라가기 힘든 상황이라 성원이 새벽을 방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순신은 당연히 민아 옆에 있었다.

 

 “밖이 더 위험해.. 그러니까 너 혼자 갔다 와. 군대 다녀왔는데 3층은 껌이지..”

 

 성원은 순신에게 다녀오면 죽인다는 표정으로 새벽을 들쳐 업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순신은 민아와 둘이 남자 오히려 조금 할 말이 없어졌다.

 

 멀뚱멀뚱 서로 다른 곳만 보던 민아는 순신에게 말했다.

 

 “오늘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뭐한 게 있나요. 저 녀석이 힘든 거죠..”

 

 “그래도요. 정말 감사합니다.”

 

 순신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담배를 꺼내려다가 그만둔다.

 

 3층까지 올라와 민아에게 받은 카드 키로 새벽의 집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심할 정도로 강한 향기들이 소용돌이쳤다.

 

 성원은 코끝이 찡할 정도의 향수 향에 인상을 찌푸렸다.

 

 성원은 새벽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새벽의 방을 살짝 둘러봤다.

 

 정리가 안 되고 잔뜩 어지럽혀져 있는 새벽의 방은 각종 디퓨져들로 가득했다.

 

 성원은 코끝을 매만졌다.

 

 성원은 새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새벽이 누워있는 위로 침대의 이불을 들어 그녀를 덮어주었다.

 

 성원이 급하게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다.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아는 땀을 흘리며 나온 성원에게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너무 감사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그래도 성함하고 번호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정말.”

 

 “그래도 저는 그래도 저 친구는 깨고 나면 많이 미안할 거예요. 감사의 인사는 하게 해주세요.”

 

 “정말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계속해서 거절하는 순신은 성원의 어깨를 탁 치면서 말했다.

 

 “야.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남자가 매너가 없냐.. 원래 이 녀석이 좀 무뚝뚝해요. 핸드폰도 잘 안 보고요. 저한테 번호를 주시면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민아를 보며 웃으면서 말하는 순신을 보면서 성원은 피식 웃었다.

 

 민아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순신에게 자신의 번호를 찍어줬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 친구는 이새벽이에요.. 아까 호프집에서 다 들으셨겠지만..”

 

 “아니요. 친구분 말고 그쪽 성함이요. 그래도 번호를 저장하려면 이름은 알아야죠.”

 

 “아.. 저는 손민아에요..”

 

 “저는 이순신입니다. 그쵸? 이름이 너무 거창하죠? 본명입니다..”

 

 민아는 성원을 살짝 돌아본다.

 

 성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순신은 급하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보여준다.

 

 “맞죠? 이순신? 한자도 똑 같은 거 보이시죠?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민아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민아는 순신의 신분증 아래에 촘촘히 보이는 분홍색 하트도 어렴풋이 보였다.

 

 민아는 그렇게 핸드폰이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저장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다.

 

 민아는 어플로 택시를 불렀고 두 사람은 민아와 함께 기다리다가 그녀가 택시를 타는 것을 확인했다.

 

 “...했다니까.. 야.. 듣고 있어? 이새벽!?”

 

 새벽은 민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행동들이 전부 생각이 났다.

 

 자신이 어제 호프집에서 했던 모든 만행들이 생각나 버린 거다.

 

 “꺄아아아아악”

 

 새벽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특히 성원을 껴안고 자신이 했던 행동들과 말들이 더욱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모든 일들이 꿈이기를 바랐지만 현실이었다.

 

 “야. 그러니까.. 내가 어제 네가 껴안았던 사람 말고 그 친구 번호를 받았으니까 연락해서 사과하고 감사하다고 해. 어제 너 업고 올라갔어..”

 

 “안돼. 못해. 내가 어떻게 해!!! 안 해. 안 해. 몰라. 몰라. 다시 안 볼 사람들이야 몰라...”

 

 “야.. 그래도 기본은 하고 살자.. 진짜 어제 그 사람들 아니었으면 나 너랑 지금 연락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나 진료 들어가야 하니까 문자로 남겨 놓을게. 꼭 연락해서 사과해라!!”

 

 민아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민아에게서 이순신이라는 이름과 번호 하나가 전송되었다.

 

 새벽은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민아가 그렇게까지 말했고, 자신의 진상 짓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새벽은 침대에서 자리를 고쳐 잡고 민아가 보내준 순신의 핸드폰을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음... 안녕하세요.. 저는 이새벽이라고 하는데요..”

 

 “아! 술은 좀 깼어요? 하하.. 오후는 되어야지 깨어나실 줄 알았는데..”

 

 “아.. 어제는 제가 정말 실수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아주 즐거웠어요.”

 

 “네? 아.. 저 제가 어떻게 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

 

 “저는 뭐 아무것도 한 게 없고요, 제 친구 놈이 고생했죠. 그쪽을 업고 집까지 배달했으니까요..”

 

 갑자기 자신의 몸무게를 생각해보는 새벽이다.

 

 더 미안해진 새벽은 순신에게 말했다.

 

 “저 죄송한데 혹시 어제 그 친구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근데 핸드폰을 그렇게 관심 두지 않는 친구라서요. 우선 제가 이 번호로 보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 아니면 그 녀석 일하는 카페가 새벽 씨 집 주변이에요. 바로 골목 안쪽이라서. 전화보다는 직접 가시는 게 빠를 거예요.”

 

 “아.. 제가 직접 가기에는..”

 

 “그쵸.. 쪽팔리시죠? 그래도 아마 그게 빠를 거예요. 어제 엄청 고생했어요. 그 녀석이.”

 

 “아.. 죄송합니다..”

 

 “저한테는 죄송할 필요는 없으시고요.. 저는 제가 오히려 감사하거든요.”

 

 “네? 그게 무슨..”

 

 “아니에요. 우선 제가 번호랑 그 녀석 일하는 카페 주소도 같이 보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은 새벽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막상 어제의 당사자와 통화하자 어제의 기억이 더욱 또렷하게 생각났다.

 

 새벽은 순신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최성원 010-%&*$-@#$%

 $^구 $&#$번지 1층 카페 ‘café de sua’]

 

 새벽은 문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보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새벽은 조금씩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죄를 지은 사람이 더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새벽은 다시 용기를 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한참 이어지지만 전화를 받지는 않는다.

 

 새벽은 전화도 문자도 반응하지 않자 그냥 될대로 되라 하고 핸드폰을 침대로 던졌다.

 

 그리고 던진 핸드폰의 시선을 따라가던 새벽은 자신의 침대 옆에 탁상에 놓인 컵을 본다.

 

 그리고 그 컵 안에는 물과 아주 작은 더치커피 캡슐도 함께 놓여 있다.

 

 새벽은 어젯밤 성원이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배려가 나쁘지 않았다.

 작은 캡슐에 들어있는 커피를 보니 새벽은 어제 자신이 그 남자에게 돌격했던 이유가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바로 자신이 그 남자에게서 뭔가 향기를 느껴서였던 것 같았다.

 새벽은 자신의 침대 위에 있는 디퓨져를 가지고 와 코로 크게 숨을 쉬었다.

 그 독한 디퓨져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은 자신이 술에 취해 착각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 자신이 정말 원하던 것이 이뤄졌다고 착각하기도 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어제의 망상에서 벗어나려는 새벽은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메시지는 읽지 않고 있었다.

 

 새벽은 결심한 듯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그리고 지갑을 들고나가려는 순간 거울의 자신의 모습을 봤다.

 

 4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친척 언니의 모습이 딱 그랬다.

 

 그때 새벽은 그런 언니의 모습을 보며 여자가 이게 뭐냐면 타박했던 기억이 있었다.

 

 새벽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아직도 술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마구마구 마사지하며 머리를 감았다.

 

 마치 손이 나쁜 기억 지우개라도 되는 양 강하게 마사지했다.

 

 이렇게라도 나쁜 기억이 지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새벽은 샤워를 끝내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예쁘게 옷을 입었다.

 

 거울 속에 새벽은 예전 그 당당하던 모습으로 조금은 돌아와 있었다.

 

 새벽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온몸에 뿌리고 집을 나섰다.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새벽에게 향수는 전쟁을 나가기 전에 챙겨야 하는 무기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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