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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무속인이었던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 같은 능력, 아니 더 강한 능력을 갖게 된 박소향.
그런데.. 알고보니 엄마는 무속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꾸 강해지는 능력을 어떻게 컨트롤 하라고?
날 지키러 천계신장이 내려오고, 같이 일하기 위해 저승신장이 올라왔다?
대체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오방신장 (五方神將) - 염라대왕 (閻羅大王)
작성일 : 19-10-05 01:5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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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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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너무 한껏 먹었나.. 슬금슬금 잠이 오기 시작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서야 정신이 좀 드는 듯, 무복을 벗고 신당에 있는 한복으로 갈아입으려고 막 준비를 하려 했다. 문이 열리는데 웬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들어왔다. 뭐지?

 

 "거, 여기 점 봐주고 하는데 맞소?"

 

 이게 무슨 조선시대 말투야?? 당황스러워서 그 남자의 행색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털썩- 남자가 손가락으로 경상을 툭툭 치고 있었다. 벗으려던 무복을 그대로 입고

 맞은편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 봤다. 살아온 인생자체가 업(業)이다.

 이틀상간에 대체 이런 사람들을 몇명을 보는건지. 후.. 대체 이게 무슨 조화속인지.

 

 "..네, 뭐때문에.."

 "말 안해도 알아야하는거 아니요?"

 "그렇게 말씀하실거면 다른곳에 가보세요"

 

 내가 아니라 천존님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 남자는 잠깐 고민하더니

 금방 태도를 바꿨다.

 

 "아..아니, 미안합니다. 후.. 내가 운영하는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요즘 안좋은일이

 자꾸 일어나서 신경이 좀 많이 쓰여야 말이지요. 무슨 해결책이라도 없을까 싶어서.."

 

 그 가게가 나이트에요? 이 무슨 뭐 참? 기가 꽉 막혀 말이 안나온다.

 안좋은일이라는게 구역싸움 아닌가 싶었다. 하다하다 이제 이런일까지 일어나나요?

 헛웃음이 나오는걸 겨우 참았다. 사람을 비웃는 건 아니지만.

 

 "그 가게가 무슨 가게인가요?"

 

 알면서도 물었다. 사실대로 대답하면 도와줄 요량이었다. 물론 거짓말 하겠지만..

 

 "그냥.. 술집입니다"

 "나이트가 아니구요?"

 

 내 말에 그 남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얼어있다. 우리엄마가 한번씩 역정낼때 이해를

 못했는데 그 심정을 이제 이해할 것 같다. 왜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을 하는지.

 

 "어.. 음.. 맞습니다.. 남들한테 당당하게 말하기는 좀 부끄럽더군요"

 

 주눅이 드는걸로 봐선 여타 같은 업종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다. 나도 태도가 좀 많이

 누그러졌다. 제멋대로 지할말만 하고 그러지는 않겠군.

 

 "그런데..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안좋은일이 일어난건 그 가게에서

 죽어... 나간 사람이 많기 때문인데.."

 

 말한 나도, 듣고있는 그도 서로 고개를 숙인채 말을 더 잇지를 못했다. 나는 그가

 하는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있고, 그도 분명 알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지를. 구역싸움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이 꽤 있는듯 했다.

 이런사람까지 도와줘야 하지는 않지 않나. 사람을 가리지 말라고는 하셨었지만..

 그래도,잘못 휘말렸다간 진짜 내가 힘들어지지 싶었다. 단칼에 자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겁니다"

 

 "그런데.. 전 이제 이틀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알고..?"

 

 근본적인 궁금증이었다. 첫날부터 찾아왔던 이상한 사람들, 보통은 지나가다 신당이

 보이면 그냥 궁금한 걸 묻는게 정상적이지 않나? 어째 영가를 달고 들어오질 않나,

 빙의된 애에 이제는 조직..에 있는 사람까지?!

 

 "천신장군..이라는 분 소개로 왔습니다"

 

 아....! 천신장군이라면 대무님이다. 왜? 그럼 앞에 왔던 사람들도 그런셈인가?

 휴, 이 사람 가고 나면 전화 해봐야겠어. 당장 내일부터 아침에 제를 올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대무님 소개라하니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할 이유가 생겨버린거다.

 

 ".. 그렇군요. 어떻게 아시는.."

 "가끔..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이번엔 여기로 가서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셔서.."

 

 갑자기 밀려오는 짜증에 미간이 찌그러졌다. 아니, 얼굴 근육자체가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졌다. 웃는것도 짜증내는것도 화내는것도 아닌 정말 이상한 얼굴표정.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그렇다고 내가 저사람 가게까지 가야하는건가? 나 미성년잔데?

 

 "죄송하지만.. 거기에 드나들 나이가 아니에요. 무속인이 아니라는건 아니지만-

 나이트를 드나들 나이는 아니라구요. 열일곱밖에 안되서요. 못도와드리겠네요.."

 

 가장 이상적인 거절이었다. 나이가 안된다는데 뭐 어쩌겠어? 차라리 그냥 빙의 퇴치

 이런게 훨씬 낫다 싶었다. 만약 엄마아빠가 아는 사람이라도 보면 뭐라하겠어.

 그 남자가 말을 듣고 있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냥 좀 빨리 나가줬으면.

 말로는 못하겠고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서서 뭐라고 한참 속삭이다

 다시 내게 와선 전화를 건넸다. 뭐냐고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대무님이겠지

 

 "여보세요?"

 "향아, 그 사람 도와줄 수 없겠니?"

 "아뇨 대무님 그게 아니라.."

 "내가 같이 가주마, 저번에 한번 내가 갔다온 곳인데 나 혼자로썬 안되겠더구나"

 

 으아.. 대무님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다니. 이렇게 직접 부탁하실 줄 몰랐다.

 

 "그게.. 그래도 전 좀.. 괜한 소문날까 신경이 좀 쓰여요. 아시잖아요.."

 

 "알다마다. 부모님 때문인걸.. 가게를 비우고 사람이 뜸한 시간에 가면 되지 않겠니?

 새벽녘이면 영가들이 활동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사람들도 왔다갔다 하지 않을거

 같구나"

 

 "그런데- 하루로 될일이 아닌거 같은데요.. 그냥 느껴지는걸로도 한달은 족히 걸려요

 대무님, 봉인부로 해결 안되서 그러시는거죠? 그게 아니면 이런 부탁을.."

 

 "그래.. 천존님이 바로 보고 계시구나, 혼자 보내지 않으마. 오래 걸리더라도 꼭

 도와야만 하는 사람이라 그렇단다. 혹 그런것들은 보이지 않니?"

 

 ".. 알겠어요. 보이는대로 할게요. 이분 가시면 다시 전화 드릴게요"

 

 천천히 다시 이 남자를 훑어내렸다. 왜 이 사람을 도와야만 한다고 하셨던 걸까.

 인상이나 풍기는 기운으로는 전혀 이런쪽으로 일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에게 억지로 발을 들이게 됐다? 빠져나올 수 없다? 협박받고 있다?

 왜 마침표로 끝나는게 아니라 물음표로 끝나는걸까. 아리송한 느낌에 섣불리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사이길래.. '후우..'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적어도 미연씨의

 가족들의 제를 지내는 기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루종일 빌어도

 달래지 못할 영들의 한을 건성으로 절 몇번 하고 끝낼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으니.. 일단 돌아가세요. 대무님께 전화 드려볼게요"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앉아서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좋은 방법을 찾아볼테니

 돌아가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멀뚱멀뚱 앉아만 있다. 뭐야?

 

 "음..."

 

 낮은 신음소리. 할말이라도 있는건지. 나도 모르게 팔을 괴고 쳐다보고 있었다.

 무복은 무겁고 덥고, 옷은 갈아입고 싶고. 지금 이 인간은 나갈 생각이 없고.

 총체적으로 짜증이 치솟고 있었다. 쓰잘데 없는 말하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건들건들 왔을때와는 다르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가는 남자. 좀 황당했지만

 그 남자가 나가자 마자 연한 에메랄드 치마에 하얀 저고리를 입고 자리에 앉았다.

 좀 평범한 사람은 안와요? 나 진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몇번을 심호흡하고서야

 대무님의 단축번호를 누를 수 있었다.

 

 "그래 향아, 그 사람은 갔니?"

 

 '그사람' 대체 진짜 어떻게 알고 지냈던 사이인걸까?

 

 "대무님, 그 사람하고 어떻게 알고 지내던 사이세요?"

 "어..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잠깐 머뭇거리신다. 뭐지.. 혹시 뭐 숨겨둔 애인이라도 되시나.

 

 "곤란하시면 여쭙지 않을게요"

 "음... 그러니까.. 하 이거 참.."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시는지. 다그쳐 묻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순 없으니..

 

 "괜찮아요, 대답 안하셔도 되요. 잘 아는 분이겠죠 뭐"

 "내 아들 친구란다"

 

 응?? 아니 아들이면 아들이지 아들 친구는 또 뭐야. 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뭐지?

 

 "..네?! 아니 근데 왜.. 꼭 도와줘야한다고..."

 

 "그게 말이다, 제 부모가 노름에 미쳐가지고.. 집도 팔고 땅도 팔더니 자식도 팔아서

 끝끝내 인생 바닥까지 떨어지고 말더구나. 깡패들한테 팔려간셈이지. 내가 자식같아서

 돈도 안받고 몇번이고 굿을 해줬건만.. 미쳐버리니 답이 없더구나. 그래도 자식까지

 팔아먹을줄이야.. 이제 스물다섯밖에 안됐는데.. 부모 빚 갚느라 아직도 일하고 있다

 하더구나. 원래 착하고 조용한 아이였어. 공부도 곧잘하고 우리집에도 자주 왔었지.

 나도 참 많이 좋아했었단다. 예의바르고 싹싹하고, 제 부모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아주 바른집안에서 큰 줄만 알았어. 대체 그런 부모밑에서 어찌 그런 애가 나왔는지..

 영가들때문에 많이 힘들어 해서 내가 도와주려 했는데 내 선에서 어찌 될게 아니더구나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내가 이런 일을 네게 부탁하게 되버렸구나.. 미안하다"

 

 그나저나 사연은 엄청나게 기구하긴 하네.. 난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두번째

 부모님도 저렇게 보살같은 분들을 만났으니.. 감상에 젖어있을때는 아니지.

 

 "아니에요, 저 근데 당장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이번주는 그렇고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부모님께도 말씀 드려야 하고.."

 

 "그래, 알았다. 충분히 말씀 잘 드려주고.. 고맙구나. 어려운 부탁인데.."

 

 "대무님이 저 도와주실 일도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러니 맘 쓰지 마세요"

 

 전화기를 길게 붙잡고 있다간 대무님께서 얼마나 멋쩍어 하실지 몰라 들어가시라-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휴우-' 하긴.. 대무님이 처리하실 수 있었다면

 굳이 나한테 보내는 수고를 하지 않으셨어도 됐을테지. 하지만 잠시 이 고민은 접어

 두기로 했다. 나한테는 당장 내일 처리할 일이 있기 때문에, 연신 향을 피워가며

 어지러운 맘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향냄새를 맡으며

 차분해지고 있는데 이번엔 20대인지 30대인지 모를 여자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당연히 아니겠지만, 설마 또? 대무님이? 하는 생각이 솟아올랐다. 아까 놀래서 그런가.

 여튼 굉장히 깐깐해보이는 학주같은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짧고 무뚝뚝한 말투다. 아직 어린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x가지가 없어보인다.

 

 "네"

 

 그에 나도 똑같이 응수했다. 그 여자는 핸드백을 뒤적거리더니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용물을 엎어버렸다. 저게 뭐하는짓이지? 내 참.. 하루에 속으로 혀를 몇번이나 차는지.

 

 "이 사람, 다음달에 결혼한다고 하는데 잘살 수 있겠어요?"

 

 헤어진 여자친군가? 사진을 들여다 보는데 약간은 고개가 갸웃했다.

 다음달에 결혼한다고? 수명은 다음주가 끝인데?

 

 "음.. 근데 왜 그러시는지 얘기라도 해주셔야.."

 

 "하, 내 뒤통수 멋지게 후려치고 돈많은 집 딸년 잡아 한달만에 장가간다고 설치네요.

 그래서 잘사는지 그거라도 알고 싶어서 물어보러 왔어요"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하지, 이 여자 입장에선 이 남자 죽는다고 하면 통쾌하려나

 

 "동갑이죠? 오래도 만나셨네요. 7년이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분은 길어야 다음주면 이승사람이 아니게 될건데요..?"

 

 듣고 보이는게 있으면 지어내지말고 거짓말 하지 말라했다. 있는대로 말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하필이면 음주운전차에 치여서 죽을게 뭐야. 보이는 걸 말하지

 않는건 혼나지 않겠지.. 차마 그 남자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차에 깔려

 죽을거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너무 끔찍했다. 그래도 7년을 만났다면.. 정은 있지

 않을까? 뭐 내가 제대로 연애라는걸 해본적이 없어 짐작만 할 뿐이지만..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근데 이승사람이 아니라뇨? 죽기라도 해요?"

 

 "네, 사고로 죽어요"

 

 약간은 빈정거리듯 말하던 여자는 입을 벌린채 다물지 못한다. 믿고싶지 않은걸까,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대로 되서 통쾌한걸까.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앞에 두고 피곤해지는 몸을 느꼈다. 자꾸 늘어진다고 해야하나. 집에가서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 그.. 그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잘살기만 해봐라, 결혼식장에서 깽판이라도 쳐줄테다'라는 기세로

 묻더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조화냐..

 

 "... 그런건 없어요.. 사람 수명을 사람이 어떻게 정하겠어요"

 

 믿을 수 없어 하는 눈치다. 믿는건 자기 자유다. 어릴때부터 쭉 그래왔지만 한번쯤은

 내가 틀리고, 빗나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맞다는 대답들 뿐이었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그냥 단순한 능력- 이라고 생각했던 모든게 빗나가고 있었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영을 보는 눈이 발달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미래를 본다

 생각했다. 아니, 남다르다고 생각하기가 싫었을런지도 모르지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견딜 수 있었을 거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나도 미쳐버렸을지 모르지.

 

 ".... 수고하세요"

 

 지갑에서 5만원짜리 한장을 경상위에 올려두고는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저..저기요!"

 

 음.. 돈 받을 생각 없는데.. 충격이 꽤나 컸는지 내가 몇번이고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물론 죽기를 바란건 아니었겠지만.. 자기말대로 배신까지 했다면서?

 에휴, 그래도 처음으로 뭔가를 묻고만 간 손님이네. 그건 다행이다 싶다.

 좌식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여섯시가 넘어 일곱시, 여덟시가 될때까지

 무슨 정신으로 앉아있었는 질 모르겠다. 그냥 정리되지 않는 잡생각들이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틀밖에 안됐는데 왜 내가 이 길을 걸어야 하나 하는 후회까지도 들었다.

 학교도 그만둬 가면서.. 평범하게 지낼 수는 없었을까. 이러다 날벼락 맞겠다.

 무복을 챙겨들고 신당을 나섰다. 저녁에 전화하라던 기태오빠 말을 떠올렸던건 신당을

 나와 한참을 걷다가 생각이 났다.

 

 [뚜르르르-]

 

 "응~ 막내 무슨일이야?"

 

 "기태오빠가 마치면 오빠한테 전화하라고 해서요~"

 

 "아? 어쩌지, 오빠 지금 긴급환자때매 데리러 못가는데.."

 

 "아.. 알겠어요~"

 

 "미안미안~ 기태한테 얼른 전화해봐 알았지?"

 

 그래, 이게 정상적인 의사아니야? 기명오빤 아무리봐도 영.. 신빙성이 안간단 말이지

 바로 기태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꽤 길게가는데.. 안받으려나?

 

 "어! 마쳤어??"

 

 "뭐한다고 이렇게 늦게 받아요. 거의 반쯤은 걸어나왔구만"

 

 내가 깜빡하고 걸어나온 건 쏙 뺐다. 좀 미안하라고? 속으로 큭큭- 웃고있었다

 

 "그래? 어디쯤인데, 안그래도 그 근처에서 친구들하고 얘기중이었는데 거기 기다려

 지금 갈테니까"

 

 걷다가 근처 버스정류장에 잠시 앉았다. 어차피 집으로 가는 길은 한방향이라 오다보면

 내가 보이겠지 싶어 무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피곤해-

 

 빵빵-

 

 "어디 정신팔고 있냐! 얼른타"

 

 아? 언제왔지.. 엄청 빨리도 왔네, 뒷좌석에 타려했는데 조수석에 타라고 했다.

 왜냐고 물어보며 차에 탔는데 친구들도 같이 있었다. 음.. 뭔가 어색하네 좀.

 

 "어, 그 기태 막내동생! 맞죠? 반가워요"

 

 "아~ 늘그막에 생겼다던 여동생이.. 안녕하세요~"

 

 무슨 남자들 목소리가 이렇게 하이톤이지? 내 얘기를 어떻게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나라 인사법인지는 모르겠다. 여튼 인사는 정중하게 했다.

 

 "미친놈들아 조용히 해, 니들 얼굴보고 경기할라"

 

 기태오빠가 룸미러로 자지러지게 비웃었다. 다들 거기서 거기에요 별 다를거 없어-

 집으로 가는 길에 내내 뒤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막 물어댔다.

 하이고야.. 설마 집에 놀러오는 길은 아니겠지?

 

 젠장.. 아니긴 왜 아니야.. 나는 나를 의심하는 버릇부터 버려야겠다.

 뭔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여튼 뒷좌석에서부터 시끄러웠던 목소리를 집안에서까지

 이어듣기를 하게 됐다. 일단 씻고 오겠다며 쏟아지는 질문공세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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