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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6화)
작성일 : 19-10-02 21:42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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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연일 언론에서는 정균호의 사건을 보도했지만 더 이상 진전된 수사 속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청자의 욕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언론으로서는 몇 칠 동안 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내 보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뉴스를 중심으로 전문화되어 있는 종편 TV방송사들의 보도 본부장들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사건을 덮을 만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별다른 사건이 없었던 터라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른 이슈로 돌릴 수도 없었다.

  자연히 언론의 방향은 수사 속보보다는 검찰과 경찰의 무능함을 집중적으로 질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한 종편 TV방송사가 전문가 패널들을 초빙해 사건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집어가며 분석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서는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신랄한 지적과 나름대로의 전문가적인 분석과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상 현실의 수사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원론적인 말들뿐이다. 그렇지만 지지부진한 수사에 싫증이 났던 시청자들에게는 사건 외적인 재미와 얼마간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효과가 있어 시청률을 높여주었다.

  그러자 종편 방송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초동 수사의 실패를 지적하기도 하고, 외화에서나 나올법한 과학적인 기법을 들먹이며 우리나라에 수사기관에서도 구태의연한 감에 의한 주먹구구식 수사 방식을 버리고 하루 속히 과학 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수사본부만 다그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사건 자체가 워낙 완전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해 아무런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던 터라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에 빠져 버린 상태였다.

  이런 언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사에 대한 진전이 없자 언론의 초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건에 대한 보도는 뒤로하고 죽은 정 의장에 대한 가십 같은 변두리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심지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정치권내에서의 역학관계나 숨은 이야기 같은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으로 세간의 관심이 흘러가자 검찰과 경찰에서는 뜻하지 않는 곤혹을 치르게 됐다.

  자신들의 비화가 드러나길 원치 않는 외부기관 권력자들의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가득이나 부족한 수사 인력들이 권력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보니 수사는 점점 더 힘들어가고 있었다.

 

  국제신문 김수빈 기자는 자기 데스크에 앉아 여러 신문사의 조간 판을 뒤적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명색이 전직 국회의장이 피살당한 사건인데 이렇게 아무런 단서조차 찾아내질 못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인거야? 이런 상황이라면 누군가가 나서 지랄을 떨 만도 한데 너무 조용한 것도 이상하구......’

  사실이 그랬다. 매일 정례적으로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검찰의 수사 상황 브리핑이나 심지어 경찰청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알맹이가 없었다. 외형적으로는 모든 수사 기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건의 실체에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조간신문 1면에는 정균호의 국회장(國會葬)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오늘 오전11시에 국회 광장에서 영결식과 노제를 지낸 뒤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수빈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10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데스크 위의 신문들을 대충 접어 한 쪽으로 밀쳐낸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맞은편 책상에 앉아 있던 동료 여기자가 수빈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김 선배! 또 그냥 나간다!...... 빨리 행선지 적어 두고 나가요?!”

  수빈이 거수경례를 하듯 오른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후배 여기자도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사무실을 나온 김 기자는 곧장 주차장으로 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기 전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일단 정 의장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는 국회의사당에 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혹시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단서를 발견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희망 섞인 생각이었다. 범인은 반드시 사건 현장에 한 번은 꼭 온다는 속설처럼……. 사실 중견 기자인 김 기자도 이번 사건에서만은 아직까지 특종은 고사하고 그럴듯한 기사거리 한 꼭지조차 건지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에 들어 선 김 기자는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공식적으로 초청된 조문객만으로도 그 넓은 국회 의사당 잔디광장을 꽉 메웠다. 거기에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영결식장을 찾은 일반 시민들로 국회의사당은 정문부터 본관 앞 영결식장까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그런 곳에서 누구를 찾고 무슨 단서를 찾을 것인가. 설령 범인이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다. 김 기자는 의사당 앞에 마련된 식단을 바라보았다. 중앙에 정 의장의 대형 영정액자가 걸려 있었다.

  김 기자는 정 의장의 영정 사진을 보자 마음이 이상했다. 천년을 살 것처럼 생전에 많은 행보를 보였던 정 의장이 이제는 자기가 누워있는 관조차 자기 힘으로 들지 못한다는 것을 생전에 알았을까.

  김 기자는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차를 되돌리기도 뭐했다. 젠장. 미리 확인이나 하고 올걸. 후회가 됐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차량들 때문에 미적거리고 멈춰 서 있을 수만도 없었다. 그 시간까지도 조문객들의 차가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주차장은 이미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었다. 김 기자는 주차장을 서너 바퀴 돌다 간신히 한쪽 구석의 자투리 공간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다른 차의 앞을 가로막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라도 주차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주차장만 돌다 끝날 것 같았다.

  주차장을 나와 영결식장으로 걸어가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주머니를 뒤적이던 김 기자는 차에 라이터를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다시 차로 돌아가자니 만만찮은 거리였다. 은근히 짜증이 솟았다.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담뱃갑에 넣으려던 김 기자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마치 철망을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두 손으로 철망을 붙잡고 있었다. 얼핏 보아 남자는 자신과 비슷한 연배처럼 보였다.

  남자가 눈에 띈 것은 아마도 그의 옷차림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높으신 양반들을 수행하는 까닭에 말끔한 정장 차림인 주변의 다른 운전기사들과는 달리 남자는 점퍼 차림에 다소 후줄근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입에는 불을 붙이지 않은 빈 담배를 물고 있었다. 김 기자가 남자에게 다가갔다.

 

  “실례하지만 라이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남자가 힐끗 김 기자를 쳐다본 뒤 말없이 바지 주머니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건넸다. 담배에 불을 붙인 김 기자가 라이터를 돌려주면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도대체 우리나라 경찰들은 뭣들을 하고 있는 거죠?”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김 기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다소 거칠어 보였다. 김 기자는 그런 남자의 눈빛을 보면서 왠지 이 남자도 어떤 연유로라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잖습니까? 명색이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총에 맞아 피살되었는데도 범인은 고사하고 단서조차 찾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겁니까?”

  김 기자의 도발적인 말에 남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한 숨을 삭히는 것이 보였다. 김 기자는 직감적으로 남자가 경찰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경찰을 비웃는 말에 화는 났지만 틀리지도 않는 말이라 반박을 못하고 한숨만 내쉰 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 행사에서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배치된 사복 경찰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기에는 남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 보였다. 김 기자는 남자를 더 찔러 보기로 했다.

  “근데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총기가 이렇게 나돌아 다니게 된 겁니까? 예전에는 기껏해야 생선회 칼이 최고였는데……. 그것도 신사동 양은이파 같은 조폭들이나 휘둘렀지 일반인들이 어딜…….”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더 이상 대꾸하기 싫은지 자리를 떴다. 김 기자가 남자를 따라 걸으며 슬쩍 물었다.

  “어느 서에 계십니까?”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돌아섰다. 김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웠다.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같았다.

  “기자요?”

  이번에는 남자가 김 기자에게 물었다. 김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자증을 보여 주었다.

  “국제신문 김수빈 기잡니다.”

  “댁이 김수빈 기자요?”

  김 기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자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다.

  “우리 구면인가요?”

  “경찰들에게는 전설적인 기자 아닙니까? 기피 대상 1호…….”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조롱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김 기자는 그제야 남자의 말뜻을 알아채고 따라 피식 웃었다. 그리고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인가 김 기자가 사회부 기자로 일할 때였다.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희대의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전국의 경찰들이 총동원이 되어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범인은 그런 경찰을 비웃듯이 계속 범죄를 저지르고 유유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사라졌다.

  그때 김 기자가 경찰의 수사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여러 가지 정황과 경찰에서 제공한 정보,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추적보도를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발칵 뒤집혀졌지만 결과적으로 김 기자의 그 보도는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행히 사건은 해결 되었지만 그 바람에 경찰의 위신은 아주 바닥에 떨어져 버린 사건이 있었다.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니…….”

  “잘 기억하고 있죠. 우리 서에서 일어났던 일이니까요……. 강남서 강력반 민태용 입니다.”

  이번에는 김 기자가 놀랐다. 남자가 자기가 만나고자 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경찰 내에서 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손꼽히는 유능한 강력계 형사로 소문난 민 반장이 마치 동네 아저씨 같은 차림일 줄은 예상 밖이었다.

  사건이 발생할 때는 언제나 그의 이름이 편집회의라든가 기획회의에서 심심찮게 거론되곤 했었다. 기사 말미에 그의 의견을 따기 위해 담당 기자가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었다.

  김 기자가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민 반장과 마주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민 반장을 만나기에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렇게 우연히 민 반장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민 반장이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김 기자는 악수를 나누면서 오늘은 일진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괜찮으면 식이 끝나는 대로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김 기자가 민 반장에게 물었다. 민 반장은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비추고 있는 해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어차피 점심때가 다 된 것 같은데…….”

  “해시계를 보는가봅니다?”

  “뭐…… 대충 해를 보면 시각을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중천에 떴으면 점심때 일 것이고, 서산에 걸리면 저녁때가 됐겠죠.”

  “부럽네요. 우리 신문사에서 그랬다간 아마 마감 시간 놓치는 기자들 때문에 신문이 못 나오기 태반일겁니다.”

  “하하하하하…….”

  민 반장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주변의 엄숙한 분위기를 완전히 흩트려 놓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민 반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두 사람은 의사당을 빠져나와 길 건너에 있는 빌딩가로 갔다.

  의사당내에도 구내식당이 있었지만 김 기자나 민 반장 모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었던 터였고, 이런 민감한 시기에 사건 취재 기자와 담당 강력반 반장의 만남은 곧 그 자체로도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 소지를 남길 필요는 없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이 바닥의 생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그랜드호텔 뒤쪽에 있는 작은 복어집을 찾았다. 여의도의 즐비한 고층빌딩 사이에 아직도 이런 작고 허름한 건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가게는 어느 고급 음식점 못지않게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면서도 곳곳에서 오랜 전통의 흔적이 느껴졌다.

  아직 점심을 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가게 안에는 별로 손님이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은 2층에 있는 조용한 방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 안은 한산했고 늦가을의 밝고 청아한 햇살만이 골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여종업원이 상차림 준비를 한 뒤 기본 반찬을 내왔다. 아직 주문한 식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민 반장이 김 기자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김 기자도 술병을 건네받아 민 반장의 잔에 가득 따랐다.

  민 반장은 잔을 가볍게 부딪친 뒤 단숨에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김 기자도 뒤지지 않고 잔을 비웠다. 소주의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금세 입안에서부터 식도를 타고 위까지 번졌다. 그렇게 석 잔을 내리 마신 뒤에야 민 반장의 얼굴에서 굳은 표정이 누그러졌다.

  “역시 소주가 한 잔 들어가야 마음이 넉넉해진다 말이야……. 안 그래요? 김 기자?”

  “참 묘한 게…… 소주라야 그런 감칠맛이 나는 것 같단 말이죠.”

  동감한다는 듯 민 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나 양주는 아무래도 그런 맛이 덜 하죠. 양주는 비싸서 자주 마시지도 못하지만…….”

  민 반장이 다시 김 기자의 빈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자기 잔에도 가득 채웠다. 김 기자가 얼른 술병을 건네받으려 했지만 민 반장이 손사래를 쳤다.

  “됐어요. 우린 원래 첫잔만 권하지 그 다음부터는 각자 알아서 따라 마시는 버릇이라……. 그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안 되고, 나도 먹고 싶은 만큼 마실 수 있는 것 같아 편해요.”

  하긴 술자리에 앉으면 무조건 술을 따라주고, 따라준 술은 억지로라도 마셔야 하는 음주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억지로 술을 권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음주 문화에 익숙했던 민 반장은 처음에는 각자 따라 마시는 것이 다소 어색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우리 기자들도 그래요……. 오히려 술 좀 권하면 아직도 저런 미개인이 있나 하는 눈초리를 받는다니까요. 특히나 요즘 갓 들어 온 친구들은 아주 자기 고집이 강해서 오히려 술 권한 사람이 더 무안해지는 경우도 있다니까.”

  김 기자의 표정에도 세월이 묻어 있었다. 민 반장은 그런 김 기자에게서 소주를 그냥 두꺼비라고 부르던 세대들의 공감대가 느껴졌다. 빨간 두꺼비 한 마리……. 민 반장은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김 기자……. 난 올해 마흔 다섯이요. 내가 보기에 김 기자도 얼핏 내 나이 또래인데 나이나 알고 지냅시다.”

  “그래요? 나랑 동갑이네!”

  “잘 됐네. 그럼 이제 우리 말 놓고 지냅시다. 친구 사이는 아니지만…….”

  “참내. 개도 안 물어갈 자존심하고는……. 기자 친구 알아두면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되진 않을 거야.”

  “그렇긴 하지. 뭐……. 경찰하고 알고 지내도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잘됐네. 그럼 우리 친구하지 뭐. 어이 잘 생긴 경찰 친구.”

  김 기자가 민 반장의 잔에 술을 채우며 말을 놓았다. 민 반장이 피식 웃으며 따라준 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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