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2화 잃어버리다(2)
작성일 : 19-09-25 01:07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9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택에 돌아온 그들은 아직 아침식사가 다 되지 않은 사실에 각자 일을 보았다. 시자크는 자신의 일을 보겠다며 식사가 다 되면 불러달라 하고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에녹스는 엘을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프라이넨스 가문의 저택은 크진 않지만 다락방까지 포함된 삼 층 저택이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은 아담한 형태의 그 저택안에서 들판을 바라보면 탁 트인 전망속의 월계수 나무와 그랜들리만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택안에는 시자크와 에녹스, 그리고 집사와 하인 넷만이 살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상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작은 귀족 가문이라도 한 가문의 저택에 하인이 네 명밖에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마치 그냥 부유한 서민이 저택에서 사는 것과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못했다. 부유층에게 하인들의 유무는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고 그 수 또한 굉장히 많을 것이다. 이곳에는 집사 한 명과 하인 넷이 전부였으니 제대로 된 귀족 가문도, 부유층도 아닌 애매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외부 사람도 잘 오지 않았다. 전에 밖에 나갔을 때 소문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문의 영지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말이 퍼진 모양이었다.

 

 에녹스는 그 사실들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분명 아버지인 시자크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으리라. 뭔가 좋지 않은 일임은 확실하겠지. 하지만 에녹스는 자신이 가주가 되면 아버지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어째서 프라이넨스 가문에는 하인이 별로 없는지, 어째서 가문의 영지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소문이 퍼져있는 것인지, 어째서 다른 친척들을 만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 친척이 있긴 한 것인지.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서도.

 

 에녹스는 주방으로 갔다. 여러 주방 도구들과 음식 재료들, 그리고 화덕이 보였고 목재로 만들어진 오븐이 보였다. 그 중심에 보이는 것은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하인 두 명과 집사 에르젠이었다. 집사인 에르젠이 왜 하인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지 않고 이곳에서 같이 요리를 하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에녹스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에르젠이 하는 일들 중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은 아마 요리일 것이라고. 적어도 에녹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렸을 때 몇 번 영지 밖으로 나갔을 때, 그는 평범한 여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주위에서 잘하는 집이라고 소문은 나있었지만 정작 맛은 평범했다. 에르젠의 음식에 비해서 말이다. 그의 요리 솜씨는 최고였다. 따뜻하기도 하고, 맛있기도 한 그의 요리를 에녹스는 정말 좋아했다. 에녹스가 요리를 배우게 된 계기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자신도 그런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물론 그 옆에서 고기를 썰고 있는 벨킨과 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줄리의 요리 솜씨도 훌륭했다. 하지만 에르젠과 비교할 순 없었다.

 

 에녹스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에르젠, 도와드릴까요?"

 

 그가 돌아봤다.

 

 "아, 도련님이시군요. 아침 연습은 끝나셨습니까?"

 

 벨킨과 줄리도 한 마디씩 했다.

 

 "어떻게 되셨어요? 이번에도 주인님의 승리?"

 "도련님도 이제 한 번쯤은 이기실 때가 되지 않으셨나요? 후후."

 "이것 참. 아쉽게도 그 말에는 보답해드리지 못할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네요. 그런데 음, 오늘 아침은 콘소메네요?"

 "이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에르젠이 말했다.

 

 그러나 에녹스는 팔을 걷고 물이 담긴 양동이에 손을 담가 씻었다. 그리고 말했다.

 

 "수프는 제가 마무리할테니, 다들 이제 좀 쉬세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것 저것 준비하셨죠? 에르젠은 밖에 나갔다온 것이 분명하고."

 "허허, 나이는 많지만 아직 팔팔하답니다. 밖에 잠깐 나갔다 온 것 정도로는 지치지 않지요. 그래도 도련님의 성의를 거절할 수는 없으니, 수프는 도련님께서 마무리지어 주십시오. 전 이것까지만 하고 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에르젠은 마늘빵처럼 생긴 것에 버터를 바르고 파슬리 가루를 뿌렸다. 어차피 그것도 마무리 단계였다. 그는 버터와 파슬리 가루를 버무린 마늘빵을 목재 오븐에 넣고 장작을 떼 구웠다. 빵이 익는 동안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들을 접시에 담고 준비했다. 에녹스는 냄비에 물을 붓고 줄리가 미리 준비해둔 볶은 양파와 부케가르니를 냄비에 넣었다. 냄비를 화덕위에 올려놓고 불을 떼어 끓이기를 기다렸다. 그는 그 앞을 지켰다.

 

 에녹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요즘 바깥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는 에르젠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종종 영지 밖의 상황을 알려달라 했다.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그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했다. 에르젠은 시자크의 심부름이나 음식 재료를 영지 밖에서 구해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그런 것에 꽤나 박식했다. 종종 다른 하인들과 함께 밖에 나가기도 하는데, 정보를 가장 많고 쉽게 얻는 사람은 항상 에르젠이었다.

 

 에르젠은 음식들을 접시에 모두 담고 손을 씻으며 말했다.

 

 "서쪽 영지의 데이안 가문이 저번달 중순에 몰락했습니다. 꽤나 번성하던 귀족 가문이신건 알고 계셨지요? 그런데 이웃 영지의 캄본슨 가문과 전부터 불화가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결국 그 불화가 터져 영지전까지 이어졌었더군요. 겉으로 보기에 더 번성한 데이안 가문이 승리할 줄 알았는데 군사적으로 더 뛰어난 캄본슨 가문의 일방적 승리였다고 합니다."

 

 이런 영지전은 일 년전부터 자주 발생했었다. 한데 요즘은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또다시 일어났다니.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영지전은 일 년전 그 사건이 일어나기전까진 그렇게 잦지는 않았었죠."

 "네. 그렇습니다. 그 사건이 원인이라면 원인이겠군요."

 

 둘 사이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콘소메가 담긴 냄비를 바라보는 에녹스가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페데네스킨 왕조의 멸망..."

 "...꼭 페데네스킨 왕가가 멸망했다고 할 순 없지요. 선왕이신 드라그즈 님의 여동생분이 현재 왕비시니까요. 단지 현 국왕 폐하의 가문이 달라 사실상 왕조의 이름만 바뀐 것 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 국왕 폐하께서는 국호를 바꾸지 않았으니까요."

 

 에녹스의 혼잣말에 에르젠이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 게 예시중 하나죠. 국호가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나라가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국호만이 레이나히베이지죠. 나라는 일 년전과는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드물게 일어나던 영지전도 그 이후로는 잦아졌고요."

 

 끓고 있는 콘소메 수프에 고형물이 떠올랐다. 에녹스는 고형물의 가운데를 뚫어주고 불을 약하게 해서 끓였다. 그러면서 이어 말했다.

 

 "우리들의 나라인 레이나히베이지는 이미 일 년전에 페데네스킨 왕조와 함께 멸망했습니다. 지금의 나라는 국호만 같은, 전과는 아예 다른 나랍니다."

 

 국물이 맑아지자 에녹스는 고형물을 면보에 거르고 수프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췄다. 다 된 수프를 국자로 세 그릇에 담았다.

 

 페데네스킨 왕가의 멸망은 온 대륙에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대국을 쭉 유지시켜온 왕가가 멸망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왕과 왕비는 죽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너무 불분명했다. 암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왕실 하인들의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있단 점을 보면 누군가가 단순히 학살을 했다는 가능성도 그렇게 적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분명 누군가가 궁정에 침입했을 것이었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이라면 태자와 공주가 실종상태라는 것이다. 그들의 생사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사건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왕실에 한 명 뿐인 궁정 마법사 엘디브 바렘 렌덴시스와 몇몇 궁정 신하들뿐이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행방이 묘연하거나 모두 죽은 시체들로 변해있었다는 것이 목격자의 증언이었다.

 

 국가, 레이나히베이지는 푸른 나비의 나라라는 호칭을 지녔었다. 온화한 정치와 성품을 지닌 국왕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기도 했는데 일 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나고 국왕이 바뀐 시점에서 그런 나라는 이미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현 국왕, 엘디브 드라그즈 바렘 렌덴시스.

 

 궁정 마법사였던 그 자는 전 선왕이 가장 신임하던 현신(賢臣)이었다. 때문에 실종된 태자나 공주 외의 직계 후손이 없던 선왕의 죽음은 결국 그를 왕위에 올려놓고 말았다. 다른 신하들과의 친분도 두터웠고 어질다고 알려져 있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선왕의 여동생을 여왕으로 추대하자는 지지파들도 있었지만 현명함과 판단력 등의 임금이 될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의견들은 자연스럽게 무마되었다. 대신, 그녀는 엘디브 국왕의 자비로 왕비가 되어 현 국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모두 그것으로 안심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일시적인 평화는 금방 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 누가 엘디브 국왕이 폭정을 할 것을 알았단 말인가. 잘못된 정치로 인해 요즘 들어 몰락 귀족이 늘고 있는 추세였다. 하물며 평민으로 계급이 떨어진 귀족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신하들이나 왕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마치 엘디브 국왕에게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같이.

 

 잠시 오가는 말이 없었다. 정적을 깨는 것은 에르젠이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소리였다. 노릇노릇 구워진 마늘빵은 누가보아도 맛있어 보였다. 그는 묵묵히 빵을 접시에 얹어놓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지라 주방에까지도 다 들렸다.

 

 에녹스가 누구지, 하고 중얼거렸다. 프라이넨스 가문의 영지에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에 조금은 이상한 일이었다. 벨킨과 줄리가 나머지는 알아서 할테니 나가보라고 했다.

 

 에녹스와 에르젠은 주방을 나가 저택의 문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하인들 중 한 명인 지티스가 문을 열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보이는 것은 어두운 사람이었다. 에녹스가 지티스의 곁에 가 말했다.

 

 "누구지, 지티스?"

 "잘 모르겠습니다. 신분을 대라고 해도 묵묵부답이고. 주인님을 뵙게 해달라는데요."

 

 대체로 어두운 복장에 두건까지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을 주는 자였다. 늙은 집사가 그를 주시하더니 말을 뱉었다.

 

 "당신은..."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화 바람에 놓치다(3) 2019 / 11 / 3 199 0 2791   
17 17화 바람에 놓치다(2) 2019 / 10 / 31 210 0 4303   
16 16화 바람에 놓치다(1) 2019 / 10 / 28 204 0 5288   
15 15화 대가 없는 도움(4) 2019 / 10 / 25 194 0 2883   
14 14화 대가 없는 도움(3) 2019 / 10 / 23 188 0 5390   
13 13화 대가 없는 도움(2) 2019 / 10 / 21 206 0 6211   
12 12화 대가 없는 도움(1) 2019 / 10 / 18 213 0 4269   
11 11화 잃어버리다(11) 2019 / 10 / 16 209 0 8136   
10 10화 잃어버리다(10) 2019 / 10 / 15 198 0 3486   
9 9화 잃어버리다(9) 2019 / 10 / 11 216 0 3296   
8 8화 잃어버리다(8) 2019 / 10 / 9 225 0 3078   
7 7화 잃어버리다(7) 2019 / 10 / 6 223 0 4253   
6 6화 잃어버리다(6) 2019 / 10 / 4 199 0 4191   
5 5화 잃어버리다(5) 2019 / 10 / 2 238 0 4029   
4 4화 잃어버리다(4) 2019 / 9 / 30 206 0 5652   
3 3화 잃어버리다(3) 2019 / 9 / 28 191 0 4871   
2 2화 잃어버리다(2) 2019 / 9 / 25 200 0 4924   
1 1화 잃어버리다(1) 2019 / 9 / 23 347 0 643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