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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3화-백제의 수도 사비성
작성일 : 19-09-21 12:21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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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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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내 엉덩이야! 아저씨, 아직도 멀었어요?”

 

  “어허, 거참 시끄러운 처자일세. 이제 조금 더 가면 당도하니 그 입 좀 다물고 조용히 하게나.”

 

  “아까도 조금 더 가면 도착한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 거짓말하면 죽어서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거 알아요, 몰라요?”

 

  내 앙칼진 목소리에 내 앞의 남자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 저리 흑수부의 야생마보다 거친지 원. 주인님은 대체 저런 여자를 왜 데려가는 것일까 당최 알 수가 없구먼.”

 

  그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에 난 그의 허리를 잡은 손을 살짝 풀어 그의 뱃가죽을 꼬집었다.

 

  어디서 사람을 앞에 두고 뒷담화를 해?

 

  내 손가락이 야들야들한 남자의 뱃가죽을 사정없이 쥐어뜯자 그는 요란하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고고! 이러다 내 낙마하기라도 어쩌려고…!”

 

  “먼저 욕한 게 누군데 그래요? 그리고 진짜 제대로 가는 거 맞아요? 수도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할 리가 없잖아요!”

 

  내 말에 남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말에 태워준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줄 모르고 거참!”

 

  그 말에 난 불평의 말을 궁시렁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난 죽을 지경이었다.

 

  말이라곤 타본 적 없는 내가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을 말을 타고 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맛이었다.

 

  안장이 있긴 했지만 고대의 것이다 보니 현대의 것처럼 견고하지 않아 말굽이 땅에 닿을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깨질 것 같았다.

 

  허리는 또 어찌나 덜렁거리는지 남자의 허리를 꼭 붙잡고 있어도 제멋대로 요동쳐서 곧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이러니 내 입에서 험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요란한 나와는 달리 우리 앞에서 말을 달리는 사밀은 평온하다 못해 말 위에서 잠도 잘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보였다.

 

  말 옆구리에 붙인 다리는 적당히 힘 있어 안정감 있었고 살짝 들어 올린 엉덩이는 움직이는 말의 일정한 리듬에 맡긴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온몸에 전해질 충격을 상쇄시켰다.

 

  그러다 보니 허리 위쪽은 나처럼 볼품없이 덜렁거리지 않았고 달리는 말 위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곧게 편 허리는 기풍이 넘쳐 말에 탄 것이 아니라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내 모습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기마술을 보니 그가 백제의 귀족임을 실감했다.

 

  하지만 넋 놓고 남의 기마술이나 감상할 만큼 나는 여유롭지 못했다.

 

  또다시 꼬리뼈를 통해 전해지는 얼얼한 느낌에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여 남자의 허리를 붙잡은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으며 기약 없이 이어지는 고통을 이 악물고 감내하던 나는 말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푹 숙였던 고개를 조금 들었다.

 

  “이제 곧 사비성에 당도할 것이네.”

 

  앞에서 들리는 사밀의 목소리에 나는 죽었다 살아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말의 속도는 사람 걷는 속도만큼이나 줄었다.

 

  몸이 덜 흔들리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여유가 생긴 난 허리를 곧게 펴고 주변 풍경을 관찰했다.

 

  밭이나 논으로 보이는 경작지가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현대의 잘 정돈된 것과 달리 그 토질이 거칠어 보이는 농경지 몇 군데를 지나 나를 태운 말은 드디어 사비에 당도했다.

 

  “우와….”

 

  성문을 통과하면서 내가 엄청난 그 규모에 고개를 뒤로 젖혀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자 내 앞에서 말을 끌던 남자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감탄하는 날 슬쩍 곁눈질했다.

 

  “이것이 바로 대백제국의 사비성이라네.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니 이런 큰 도시는 처음 와보는 촌뜨기인 모양인데, 놀라기엔 아직 이르이. 백제국엔 이런 말이 있지. 불심을 닦으려면 금마저의 미륵사에, 불학을 연마하려면 바다건너 당나라에, 견문을 넓히려면 당항성을 통해 서역으로, 그 모든 것을 경험하려면 백제의 사비성으로. 그만큼 사비성은 온갖 것들이 모이는 곳이지.”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같은 남자의 말을 들으며 난 신기한 눈으로 쉴 새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조선의 사대문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성문을 통과한 우리는 복잡한 사비성의 시가지에 들어섰다.

 

  “엄청 난데요? 백제하면 작은 나라인줄 알았더니만….”

 

  “어허, 무엄하도다! 속국이라니 원. 어디 가서 그런 말 지껄였다간 몰매를 맞을 것이야. 국력은 고구려와 견줄만하고 문화는 대당나라만큼 찬란하고 불학은 저 서역의 아유타국만큼 융성하니 백제를 섬기는 속국만 해도 저 바다건너 왜국과 탐라국말고도 수십 곳이라네. 어허, 거참. 속국이라니!”

 

  “아, 네네. 대-백제국을 제가 몰라 봤네요.”

 

  흥분해서 백제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에 대해 떠들어대는 남자의 목소리를 대충 흘겨들으며 난 주변을 좀 더 자세히 구경했다.

 

  온갖 것이 모인 곳이란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조금만 있어도 백제인이 아닌 것 같은 행색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중엔 마치 아라비아 상인을 연상하는 매부리코에 터번을 두른 사람도 보였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시장처럼 보이는 곳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구경하는 광경에 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런 대단한 나라에서 관직을 하는 사밀은 엄청난 귀족인가 봐요?”

 

  “감히 친구 부르듯 그분을 부르지 말게!”

 

  또다시 발끈하는 남자의 말을 막은 것은 사밀이었다.

 

  “괜찮네. 그저 나라의 녹을 받는 관리 중 하나일 뿐이라네. 오늘은 내 집에서 여독을 풀고 내일 나와 함께 백제궁에 가세.”

 

  궁이란 소리에 난 입을 다물었다.

 

  생소한 풍경에 잠시 잊고 있던 나의 임무를 떠올렸다.

 

  궁에 갈 생각을 하니 덜컥 겁이 나면서도 이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나의 목숨이 달린 곳임을 떠올렸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밀이 내 안위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과연 난 안전할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동안 어느새 사밀의 집에 도착했는지 내리라는 소리가 날 다시 현실로 돌려놓았다.

 

  “익숙하지 않은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네. 자, 이리로 오게나.”

 

  내가 어기적거리며 말에서 내리자 사밀이 공손하게 말하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난 잠시 머뭇거리다 사밀의 뒤를 따라갔다.

 

  그의 집은 미륵사만큼이나 규모가 컸고 웅장했다.

 

  눈에 보이는 건물만 여러 채가 됐고, 작은 정원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사밀은 그저 그런 귀족인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과 수많은 하인들을 거닐고 있을 리가 없었다.

 

  “나리. 이제 오십니까.”

 

  하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사밀에게 허리를 숙였다.

 

  나도 허리를 숙여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것으로 나 자신과 타협했다.

 

  “그래, 그동안 집 안엔 별 일 없었느냐.”

 

  “손님이 찾아와 계십니다.”

 

  “손님이라?”

 

  “모달달솔께서 와 계십니다. 변방의 집안일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아, 내 곧 그리로 가보지. 이 여인에게 방을 내주게.”

 

  하녀가 고개를 숙이자 사밀은 어딘가로 가고 나와 하녀 둘이 덩그러니 남았다.

 

  “따라오게나.”

 

  쭈뼛거리는 내게 하녀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난 여인을 따라 정원을 지나 작은 문 몇 개를 통과해 기와지붕의 작은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가 어디에요?”

 

  “주인어른께서 자네에게 묵으라 하신 곳이네.”

 

  “사밀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으리으리한 귀족인건 알겠는데, 영 수상해서 말이죠.”

 

  내 말에 하녀는 화들짝 놀라며 내 입을 손으로 막고 날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말조심 하시게나. 그분은 자네가 그리 쉽게 입에 올릴 분이 아니야. 보아하니 연고도 갈 곳도 없는 여인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어요?”

 

  아무리 행색이 특이하다고 하나 단박에 내 처지를 간파한 그녀를 난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주인어른께서 넓은 아량으로 자네와 같이 갈 곳 없는 여인들을 종종 거두셨기에 이번에도 으레 그런가보다 했네.”

  백제의 귀족이 갈 곳 없는 여자들을 거두었다?

 

  “정말요? 그럼 그 여자들은 다 어디 있는데요? 당신처럼 이곳에서 일하나요?”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정확한 건 모두 이곳에 없다는 것이네. 누군가는 주인어른께서 좋은 짝을 찾아주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다른 귀족 나리의 집으로 보내졌다고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여인의 가솔들을 찾아주었다고도 하나 자세히 그 여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네. 단지 이곳에서 며칠 묵다 어딘가로 갔다는 것만 아네.”

 

  더더욱 사밀의 행동이 수상했다.

 

  귀족이 단순히 자선사업으로 이런 일을 할리는 난무하고….

 

  사밀이 나처럼 갈 곳 잃은 사람을 데려와 어디론가 보냈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여자였다?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혹시 그 여자들을 궁으로 보냈다는 말은 없었나요?”

 

  “그런 말은 듣지 못했네만? 그리고 궁은 아무나 들어가는 줄 아는가? 고마인조차도 귀족가문에 연줄이 있거나 하다못해 번듯한 집안의 자제나 가능한 일이지 자네 같은 자는 꿈도 못 꿀 일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사밀이 말한 궁이란 게 그 궁이 아닌가?

 

  아니다.

 

  분명 내가 왕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그러하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여기서 잠자코 쉬게나. 쓸데없이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하녀가 나가자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안을 서성거렸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은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의 내 오래된 습관이었다.

 

  침착하자, 한미리.

 

  분명 살아남을 방법은 있을 거야.

 

  “그래, 일단… 궁에 들어가자.”

 

  오랜 시간 고민하던 내린 나의 결정이었다.

 

  수중에 돈도, 게다가 현대로 돌아갈 뾰족한 수도 세워놓지 않고 탈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으로 뛰어드는 꼴이었다.

 

  일단 사밀을 돕는 척하면서 그의 원조를 받고 궁에서 내 나름대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

 

 

 

  “이걸 감히 빨래라고 해왔단 말이야?! 내 속곳도 이것보단 깨끗하겠다!”

 

  얼굴이 벌게진 내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킥킥. 빨래하는 법도 모르나 보지?”

 

  “아이고, 그래도 열심히는 했나보네? 저 이마에 번들거리는 땀 좀 봐.”

 

  난 입술을 깨문 채 내가 2시간 넘게 고생고생하며 빨아온 빨랫감을 비웃는 여자를 노려봤다.

 

  여자는 내가 정성껏 한 빨랫감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보더니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어쭈? 이게 노려봐?! 어디서 잘했다고 노려봐?!”

 

  그 여자가 내 앞에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툭툭 쳤다.

 

  주먹을 쥔 채 부들거리던 난 참지 못하고 매섭게 그 여자의 손을 탁하고 쳐냈다.

 

  “말로 할 것이지 기분 나쁘게 사람 머리는 왜 치는데?!”

 

  “허! 이년이, 뭐?! 너 지금 뭐라 했어?!”

 

  “좋게 말로 씨부리라고 했다. 이 X년아.”

 

  “이게 미쳤나. 오호라, 오늘이 네년 제삿날인 줄 알아라.”

 

  “그래, 내가 이 구역의 미친년이다! 너 오늘 이 미친년한테 뒈져봐라!”

 

  내가 온갖 욕설을 퍼붓던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뜯자 그 여자도 내 머리를 쥐어뜯었다.

 

  순식간에 나와 그 여자로 인한 싸움판이 벌어졌다.

 

  나와 그 여자는 마치 한 마리의 황소처럼 서로에게 온갖 상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머리털을 모두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서로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우리가 격렬한 몸싸움으로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할 때마다 주변에 서 있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저들을 향해 돌진하는 우리를 피하기 급급했다.

 

  도대체 왜 내가 이곳에서 백제 여자의 머리칼이나 뜯으며 있는 걸까?

 

  이것을 설명하려면 조금 더 시간을 되돌려야 했다.

 

  사밀이 날 백제궁으로 데려가던 그때로 말이다.

 

 

 

 ***

 

 

 

  사밀은 날이 밝자 바로 날 데리고 왕이 산다는 백제궁으로 갔다.

 

  사밀의 집마저 으리으리한데 왕이 사는 궁은 더욱 으리으리했다.

 

  으리으리하다 못해 요샛말로 삐까번쩍하였다.

 

  왕에게 데려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사밀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곳으로 날 데려갔다.

 

  난 단박에 이곳이 왕과 거리가 먼 곳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내 촉은 정확했다.

 

  “사밀좌평 아니신지요.”

 

  푸른색의 겉옷과 붉은 색의 허리띠를 두른 중년 여인이 나와 사밀을 맞이했다.

 

  “내 일전에 미륵사에서 딱한 사정의 여인을 거두게 되었네. 수소문 해봤지만 여인의 가족은커녕 연고조차 알길 없으니 내 무리인 줄 아나 이 여인을 제 고마인에게 부탁할 겸 이리 왔네.”

 

  허리를 굽힌 채 그 말을 듣고 있던 난 소리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웃기고 있네!

 

  아, 정말이지 정치인의 거짓말은 예나 지금이나 도가 텄구나!

 

  어찌 저리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을 말하는지 듣던 내가 다 감탄할 노릇이었다.

 

  “사밀좌평의 부탁이니 어찌 거절 할 수 있겠습니까? 마침 내경부 소속 아이가 몸져누워 일손이 부족하니 잘 되었습니다. 그래, 네 이름이 어찌 되느냐?”

 

  중년 여자의 물음에 난 허리를 숙이며 최대한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한 미리라 하옵니다.”

 

  간드러진 목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오글거렸으나 백제궁에 오면서 사밀이 내게 단단히 이른 것이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궁에 가면 얌전하게 행동할 것. 그리고 욕설은 자제하고 부드러운 말만 쓸 것.

 

  고등학교 때 별명이 욕쟁이 할미리인 만큼 내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말과 행동을 조심해서 내 한 목숨 부지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얌전 떨 자신이 있었다.

 

  중년 여성이 내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목조목 뜯어봤다.

 

  “몸집이 크니 건강해 보이는 군요. 그럼, 이제부터 이 아이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뭣 하느냐. 네 은인께 인사 올리지 않고.”

 

  여자의 엄한 목소리에 난 사밀을 향해 절을 했다.

 

  “소녀를 거두어주어 감사합니다.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일해 보겠나이다.”

 

  “허허. 그래, 내 여식을 떠나보내는 것 같이 마음이 헛헛하구나. 이제는 어엿한 궁녀로 만나보겠구나. 제 고마인이 잘 보살펴 줄 것이다.”

 

  헛헛하긴 개뿔!

 

  에라이 몹쓸 영감아, 내가 언제 네 딸이었더냐!

 

  내 이 궁을 나서면 반드시 네놈부터 요절을 내주겠다.

 

  지금 실컷 웃어 놔라.

 

  카악! 이 망할 귀족 놈아!

 

  감히 날 궁녀로 팔아 넘겨?!

 

  그랬다.

 

  난 백제궁의 궁녀가 되었다.

 

  그리고 조신하게 행동하겠다던 내 다짐은 정확히 3일 만에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던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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