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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7)
작성일 : 19-09-08 04:15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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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7)

 

 

 갑자기 눈 앞에서 빛이 번쩍했다.

 

 마치 섬광탄이라도 터진 듯 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던 효령이 다시 눈을 떴다.

 

 아무 것도 없던 검은 구멍 앞쪽에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투명하게 보이다가 점점 선명해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명의 인간이었다.

 

 정확히는 인간은 한 명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인간과 매우 유사한 형체를 가진 어떤 무엇이었다.

 

 인간 쪽은 누구인지 알고 있다.

 

 파투가 알고 있고, 따라서 효령도 알고 있는 자.

 

 건축가.

 

 그녀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허공에 뜬 채로, 검붉은 빛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었다.

 

 마치 수조 안에 갇혀 있는 열대어처럼.

 

 “파투…”

 

 그녀가 효령을 바라보며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다.

 

 어쨌거나 말은 할 수 있는 상태인 모양이다.

 

 “미안해…네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미안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허공에 떠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의 상태로 보아, 그녀가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상태가 아님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를 그렇게 가둔 것이 그녀 옆에 선 ‘그 무엇’이라는 것도.

 

 검붉은 빛에 갇힌 건축가.

 

 입고 있는 복장만이 다를 뿐, 효령이 이미 알고 있는 다른 한 여인과 완전히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효령이 그 사실을 지금 눈으로 보고서야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이 퀘스트가 시작되었을 때, 파투에 빙의하던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파투는 건축가를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그래서 그 사실 자체가 지금 새삼 놀라울 것은 없다.

 

 단지 눈으로 지금 직접 확인하였을 뿐.

 

 그러나 건축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 목표였고, 만나게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해도, 이런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효령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효령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급히 외쳤다.

 

 “일단!”

 

 그리고 효령은 곧바로 눈 앞의 여인이, 자신이 알고 있는 2019년의 일단이 아니라 고대의 건축가임을 떠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일단’이 아니다.

 

 파투에 빙의함으로써 알게 된 건축가의 이름은, ‘이브’.

 

 열어서는 안 될 차원게이트를 열어버린 여인.

 

 효령은 곧바로 시선을 돌려 여인의 옆에 선 존재를 향하여 외쳤다.

 

 “일단! 니가 누군지부터 밝혀라!”

 

 후우…좋은 말돌림이었다…

 

 효령은 그렇게 생각하며 민망함을 속으로 숨겼다.

 

 사실 상대의 정체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대강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었다.

 

 검붉은 빛이 일렁거리며 인간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형태였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 불쾌감.

 

 정신이 오염되고 뒤틀리는 느낌.

 

 익숙하다.

 

 바로 이 자일 것이다.

 

 아니, 틀림없이 이 자다.

 

 이 이야기 속이 아니라 실제 현존하는 바벨탑 1층 중앙에 커다랗게 위치하고 있는 검붉은 색의 거대한 구.

 

 이 자가 그것의 근원이거나, 혹은 그 자체거나.

 

 효령이 약 0.5초 정도에 걸쳐 여기까지 사고하였을 때, 다시 그의 머리 속으로 언어가 전달되었다.

 

 [나는 27차원에서 왔다]

 

 “그럼 왔던 곳으로 조용히 돌아가시죠, 나으리? 여기 3차원에 민폐 끼치지 마시고.”

 

 검붉은 형체는 잠시 말이 없이 서 있었다.

 

 눈코입은 전혀 없이 머리 부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만 있는 형태의 검붉은 빛덩어리였지만, 효령은 어쩐히 그것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효령의 외양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무의식까지 투시하여 들여다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더 나빠지는군.

 

 [너 역시 이 곳에 속한 존재가 아니구나]

 

 응? 뭐라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효령은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이상하군]

 

 이상해? 뭐가?

 

 [너는 좀 달라]

 

 “다르다?”

 

 [3차원의 존재인 것은 맞는데, 이 곳에 속해 있진 않군. 그래서 나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군]

 

 이게 대체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이여?

 

 3차원의 존재인데 이 곳에 속해 있진 않다니?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의 고대 버전인가?

 

 아아, 이 위대한 모략가 효령님께서 파투에게 빙의한 것을 저 자도 간파한 건가?

 

 “눈썰미가 대단하군, 27차원의 존재님.”

 

 효령이 그렇게 말하며 박수를 치려다가 균형을 잃고 잠시 비틀거렸다.

 

 그는 한 팔이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다시금 인지하였다.

 

 잘린 단면에서 펌프질하듯 격하게 뿜어져 나오던 피는 이제 천천히 배어나오며 땅에 뚝뚝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흘릴 피도 없는 모양이다.

 

 효령이 어지러운 정신을 애써 붙잡을 때 다시 상대가 말을 건네왔다.

 

 [너는 미래에서 왔구나]

 

 아니, 다른 세상에서 왔지.

 

 하긴 뭐, 어차피 여기가 허구의 세상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래에서 왔다’는 표현이 딱히 틀린 건 아니지.

 

 그렇다고 하지, 뭐.

 

 난 관대하니까.

 

 “맞아.”

 

 [나와 함께 하자]

 

 갑자기?

 

 “함께 하자는 게 무슨 말?”

 

 [나와 함께 이 곳을 멸망시키자]

 

 망할, 하필 왜 저런 놈이 건너왔어?!

 

 27차원에도 싸이코패스는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주는 건가?!

 

 “그럴까 말까?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는데.”

 

 [무슨 말이지]

 

 “어차피 니가 뭐 안 해도, 여기는 없어져. 가짜 세상이니까. 아, 겁나 어지럽네.”

 

 효령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허공에 갇혀 있는 건축가를 향하여 말하였다.

 

 “이제 어차피 정체가 들통났으니 말하는데, 그래, 난 파투가 아니야. 아, 이 몸은 파투가 맞는데, 정신은 파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현재 지배하고 있어. 말하다 보니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몸 안에 있는 정신은 파투가 아니라는 거야.”

 

 “파투가…아니라고?”

 

 “그리고 난 다른 세상에서 왔어. 너희는 너희가 진짜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3차원이든 27차원이든 뭐든 어차피 여기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바벨탑에서 튕겨나온 ‘글자’가 만든 허구의 세상이고, 너희들도 모두 허구의 존재들이야.”

 

 [우리가 허구다?]

 

 “그래, 이 싸이코패스야! 뭐 남의 집에 오자마자 손님 주제에 집을 부수겠대? 이거 완전 도라이 아니야?! 난 나한테 주어진 미션을 성공시켰어. 이렇게 내가 빙의한 파투를 건축가하고 만나게 했으니까. 어차피 이제 시간도 다 됐고. 시간이 다 되면 난 자동으로 실제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 너희는 어차피 사라지고.”

 

 효령의 말을 들은 건축가의 표정이 변했다.

 

 “방금, ‘글자’라고 했어, 당신?”

 

 “음? 아, 그랬지. 이 세상은 글자가 만든 거야.”

 

 “그렇다면 당신은 어서 돌아가야 돼!”

 

 “아, 사람 말을 안 듣네, 건축가님? 보채지 않아도 돌아간다니까?”

 

 효령은 유들유들한 태도로 건축가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건축가, 이브는 효령을 보며 절박한 표정으로 외쳤다.

 

 “’글자’는 이 세상을 가짜로 만든 게 아냐! '글자'에는 그런 능력이 없어! 당신은 정말로 ‘미래에서 온’ 거야! 그게 당신이 말한 ‘글자’들의 능력이야!”

 

 뭐라고?!

 

 지금 여기가, 허구로 만든 가짜 과거가 아니라 진짜 실존했던 과거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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