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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8. 인장(3)
작성일 : 19-01-30 23:03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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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테레아, 왕궁 재상 집무실 -

 

 

 그레이트홀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알마지오는 한숨을 내쉬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도시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 성채들의 성벽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하아...... 요즘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서 정신없군요. 알레트란 대공님.”

 

 알마지오의 비서가 깊은 그의 한숨을 듣고 걱정되는 말투로 말을 했다. 그러자 알마지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걱정 하지 말게나. 이것도 예상 범위 내에 있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저번에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었지?”

 

 “아, 그건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되었습니다. 대신 새로운 가신단을 뽑아야 된다고 생각됩니다만....... 다들 눈치만 보는 자들이라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에테레아 내부의 정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알마지오는 미리 싹을 자르기 위해 대처를 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깊숙이, 알마지오의 옆에 까지 있었을 정도로 위협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그였다.

 

 “연합 정부에서처럼 단행하기도 힘들고..... 역시 신관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나?”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근데 지금 신관은 출장을 나갔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참. 나도 이제 슬슬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워서야 원. 끌끌.”

 

 알마지오는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에 낀 구름들이 해를 가리고 있다. 어둠이 살짝 드리우는 것을 보면서 잠시 하늘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10년만 젊었더라도 자신이 직접 움직일 수 있었을 텐데.’

 

 그는 빛바랜 석조 건물과 자신의 손에 남아있는 주름들을 보며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흐음...... 역시 욕심을 부리면 그만큼 주름이 생긴다고 했는데....... 자네는 나처럼 되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비서는 천천히 서류를 한쪽에 낀 채로 방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알마지오는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왜 이리 깊은 한숨을 자주 내쉬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알마지오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천을 둘둘 감은 남자가 서있었다. 처음 그를 보는 사람이라면 즉시 경비병을 불렀겠지만, 그는 그가 오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글쎄.......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으니 그런 거겠죠.”

 

 차갑고 흙먼지가 잔뜩 묻은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는 따뜻한 손은 한차례 움직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남자는 그런 그의 모습에 감동한지, 눈물을 그렁거리며 말했다.

 

 “역시 알마지오야. 다른 사람들은 왜 왔냐고 구박이던데.”

 

 “은인인 당신한테 구박을 준다면 그건 가문의 수치나 다름없죠. 아니, 가문을 세울 수 있게 만든 장본인한테 그건 아니니까요.”

 

 “뭐, 덕분에 나도 군단장이 될 수 있었는데. 같은 거지 뭐. 그나저나, 3군단장은 괜찮데?”

 

 “네. 오히려 그 망할 녀석들을 맨손으로 두들겨 패셨다고 하셨다니 무사하겠죠. 단지, 이 일로 도엘라와 아미테리아에 비상이 걸려버린지라 병력을 차출 할 수 없게 되었을 겁니다.”

 

 “흐음... 역시 여기부터 신경 썼어야 했나...... 연합정부 쪽은 정리 했는데, 오아시스 왕국은 이제 시작이고......”

 

 천을 둘둘 감은 남자는 작은 지도를 꺼내들고 그것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지도에 표시한 X자 표시가 무수히 많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 표시는 괴수들과 괴한들에 의해 공격받은 지점, 그리고 공격당할 예정인 지점들이라는 것을 알마지오는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곳이 녀석들의 활동 범위였습니까? 정말 무시무시하군요.”

 

 “그래. 그 망할 년 면상에다 단검을 꽂아버리고 싶었다니까. 이렇게 넓은 곳을 일일이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그녀를 떠올리며 질린다는 듯 고개를 마구 가로젓는 그를 보며 알마지오는 그저 웃기만 했다. X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니, 밑줄이 안 그어진 곳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 그가 모두 찾아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만들어놓은 모든 것을 완전히 뒤틀어 꼬아 완전히 엉켜 붙게 만들어 놨음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수백 년을 걸쳐서 만들어놓은 계획을 말이다.

 

 “뭐, 그래도 여기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모두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서 협조조차도 안 해주는 데, 당신은 오직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까.”

 

 “하하하, 오히려 당신같이 이 땅을 수천 년이나 지킨 분에게 들으니 감회가 새롭군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알마지오는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말을 했다.

 

 그도 그럴게 그는 아델을 제외하고 리즌의 정체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델을 제외하고, 그리고 남은 ‘그들’을 제외하고 그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또 그를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리즌의 몸에서 작은 빛 방울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며 따뜻한 빛을 발산하며 점차 그의 몸이 점점 옅게 변하기 시작했다. 알마지오는 그런 그를 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응, 네 시간을 계속 뺏는 것도 그렇고. 내 비전도 슬슬 한계가 왔으니까.”

 

 마치 수많은 반딧불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그의 몸의 형체도 흩어져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마지오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힘든 길을 가시는 것입니까........”

 

 ‘글쎄? 아마 날 만든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저지른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지도......’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집무실에는 알마지오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란스럽던 밖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해를 가리고 있던 구름 역시 흩어져 사라졌다. 환한 태양 빛이 땅을 향해 따스하게 내려왔다.

 

 “흐음.... 그럼 남은 일들은 그들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디.......”

 

 

 

 - 알 포트 메인, 토벌 부대 연무장 -

 

 

 콰앙! 쾅!

 

 격렬한 충돌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처음에 다들 무슨 폭발이나 사고가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 난 뒤.

 

 “오늘은 견딜 수 있으려나?”

 

 “견디겠지! 누가 뭐래도 스티네아는 최고의 방패니까.”

 

 연무장에 옹기종기 모여 스티네아의 지옥 훈련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놀라운 광경과 더불어 어떤 녀석이 시작한지 모를 내기 때문에 참관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아악!”

 

 “히익!!!”

 

 “또 내기야?! 이 자식들! 훈련도 농땡이 부리고! 전원 나를 따라와라! 오늘은 전용체조 45번을 할거니까!”

 

 “살려주세요!”

 

 “어딜 도망가려고! 빼는 놈은 따로 잡아 두 배로 시킬 거니까 알아서들 해! 모두 따라와!”

 

 군기반장인 아냐가 결국 그들의 귀를 한차례 끌며 연무장 한쪽 구석으로 그들을 끌고 갔다. 한쪽 구석에서 비명소리가 났지만 남은 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일에 집중했다.

 

 “하압!”

 

 콰아앙!

 

 “크윽!”

 

 “손과 팔로 버티는 게 아니다! 몸 전체를 사용해서, 그리고 전달되는 힘들을 온전히 받으면 안 된다! 그리고 불필요한 힘은 흘려보내!”

 

 스티네아에게, 전력의 1할도 안 되는 힘으로 부딪히는 그였지만, 스티네아는 그 힘에 밀리고 또 밀려나갔다. 3번째부터 들어오는 충격에 다리가 밀리고, 그대로 뒤로 넘어지길 반복하는 그였지만,

 

 “다... 다시 한 번 더요!”

 

 그는 꿋꿋이 일어서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델은 그런 그를 보며,

 

 ‘재능은 없는데, 끈기는 있네.’

 

 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그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 스티네아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그의 공격을 30번 정도 받아내는 수준이라서 만족하기에는 일렀다.

 

 그는 지쳐있는 스티네아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지금껏 부딪혀 왔던 것은 괴수에서 막 괴물이 된 하급 개체, 알트계(2등급)의 지아렛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적어도 5~6등급에 디제터계 괴물들. 적어도 아까의 충격량에 5배는 견뎌야 한다고.”

 

 “하아.... 하아..... 그럼 아직 멀었네요........ 얼른 시작하.....”

 

 “그래도 휴식은 중요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성장 시킨다.’지만, 너무 무리하면 그냥 죽을 수 있거든. 그럼 말짱 도루묵이잖아?”

 

 그는 스티네아를 앉혀놓고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가, 힘이 많이 들어간 어깨가 그의 손길에 살살 풀려갔다. 마치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 있는 것처럼.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아저씨는 이런 걸 언제 배운 거예요? 검만 잡고 싸운 사람이 요리도 잘하지. 물건도 만들고. 서류는......”

 

 “그게......... 하다보면 되더라고. 살아남으려면 말이야.”

 

 아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과거, 그 영감 밑에서 있던 일이 떠오른 그는, 그때의 기억이 추억과도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끔찍한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갑자기 온몸을 떠는 그의 모습에 스티네아는 의아해 했다.

 

 “아저씨? 괜찮아요?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무것....도... 그냥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아델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을 최대한 밀어내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그 기억이 떠오르고 있어서 더 난감해지기만 했다.

 

 “히우... 안되겠다! 훈련 들어가자 훈련!”

 

 “아저씨? 쉰다고 하지 않았......”

 

 “빨리! 빨리 훈련하자고!”

 

 아델은 스티네아의 등을 떠밀면서 그를 급히 일으켜 세웠다. 갑자기 바뀐 그의 태도에 스티네아는 당황스러웠지만, 강하게 미는 그의 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한 번 훈련에 들어갔다.

 

 

 

 

 - 아미테리아, 3군단 본영 -

 

 

 잔뜩 쌓인 서류 더미 사이로, 작은 체구의 여자가 책상에 축 늘어져 있었다. 옷의 어깨에 달려있는 3군단의 마크와 쓰고 있는 모자에 박힌 별은 그녀가 이 부대의 대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으...... 아직도 쑤시네.....”

 

 300년 만인가, 이렇게 격렬하게 움직인 것도 참 오래되었었는데. 몸이 쑤시다 못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그녀였다.

 

 “하아... 근데 아이엘, 얘는 왜 이리 안 오는 거야?”

 

 알마지오에게서, 분명 아델이 그에게 말을 전했기 때문에 아이엘을 3군단으로 다시 부르라는 고는 했지만, 오히려 그의 눈빛에서 아이엘을 나둬달라는 것을 느끼고는 여태 시늉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델에게 보내놓고 2주가 지나고, 그녀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지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도 그럴게,

 

 “흐아아! 이 서류 언제 ‘또’ 처리 하냐고!”

 

 그녀의 책상에 수북이 쌓여있는 서류 만 봐도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대단하게 일을 처리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서류가 쌓인 처음 한 주간은 어찌 버틸 수 있었지만, 점점 주가 지나며 쌓이는 서류를 처리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망할 괴수 녀석들이 날뛰어버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못해 아예 ‘서류에 불을 지를 까’라는 생각까지 했던 그녀였다.

 

 “히유..... 어쨌든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그녀가 갑자기 더 체류를 하겠다고 해서 그녀의 입장은 난감해지고 말았다. 거기다 중간에 짜증나는 녀석까지 찾아와서 그녀의 기분을 더 더럽혔었기......

 

 “참나, 내가 그렇게 싫은 거야?”

 

 “우와오아와아!!”

 

 제복을 입은, 천을 둘둘 감은 남자가 창가에 걸터 앉아있었다. 덕분에 데미아는 순간 깜짝 놀라 그대로 뒤로 자빠져 버렸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창가에서 폴짝 뛰어서,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이어이. 괜찮은 거야?”

 

 데미아는 굉장히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태연하게 보는 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왔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뭐야! 깜짝 놀랐잖아! 것보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온 거야? 리즌?”

 

 “음? 그냥 네가 걱정돼서? 녀석들에게 당한 상처가 꽤 컸었잖아?”

 

 그는 작은 케이크 상자를 내려두며 말을 했다. 아까까지는 분명 상자를 들고 있지 않았는데,

 

 “그건 상처도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 정도의 상처로는 우리들을 죽일 수는 없다고.”

 

 “뭐,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네가 다치면 걱정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안 그래?”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어째 너희들은 똑같으니? 케이크를 사오면 항상 딸기 케이크를 사오고.”

 

 “글쎄? 그만큼 너를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래그래. 정말 잘 알고 있어서 문제지.”

 

 어느새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 한입 베어 문 그녀는, 방금 전까지 쌓였던 서류 때문에 나 있던 짜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케이크를 입에 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귀여운 햄스터가 먹이를 입에 넣고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흠.... 이거 4번가 모퉁이 집에서 사온거지?”

 

 “당연하지. 거기 빼고는 솔직히 갈 때가 없잖아?”

 

 “맞아. 그건 그래. 참, 그건 그렇고 오늘은 무슨 일이.... 아니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사람들을 자주 찾아다니시나?”

 

 데미아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도 그럴게 그녀도 엄연히 군단장. 보고 듣는 눈이 많기 때문에, 그의 행적들을 어느 정도 듣고 있었다. 최근에 군의 수뇌부들을, 특히 중도파들을 위주로 많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아는 그녀였다.

 

 “글쎄? 다 모두를 위한 거라고 해두지.”

 

 “쳇, 그렇게 말은 해도 수도에서 있던 일은 나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 거든? 뭐, 나야 몸을 숨기면 되긴 하지만 다른 이들이 걱정이라서.”

 

 수도에서 있던 일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오아시스 왕국까지 퍼질 정도로 파급력이 셌다. 그녀 역시 순식간에 집행된 재판과 형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과 친한 지인들이 화를 입었을 까봐 걱정을 했었다. 다행이 형을 받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갑자기 그런 식으로 움직이면 다른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어떻게 용케 빠져 나갔데?”

 

 그녀의 말에는 약간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녀 역시 그와 같은 중도파인 입장에서,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중도파 전체가 위험해 질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잡았던 인물들은 정파에 상관없이,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게 그녀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의문이었다.

 

 “흐음.... 슬슬 너한테도 말해줘야 하나?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말 안하고 있었는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데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빈 접시를 옆으로 밀어두었다. 리즌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낡고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왜 있는 거야?! 설마?! 그냥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순간 그녀는 전에 아델이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사실, 기운만 느끼고 있었지 설마 진짜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리즌의 말에 그녀의 눈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아카레니는 아직 살아있어. 진짜로 만나고 왔는걸.”

 

 “.........”

 

 순간 말을 잃은 그녀는, 분을 삭이지 못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려고 했다. 리즌은 그런 그녀의 손을 급히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봐, 그렇다고 힘을 해방하면 안 돼. 이 주변 일대를 날려버릴 생각인거야?”

 

 떨리는 손이, 가냘픈 손에 붙잡혀 꼼짝 없이 공중에 멈춰있었다. 리즌의 완력에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 아... 이런... 미안.”

 

 “괜찮아. 너랑 아델은 그래도 되니까. 그나저나 너희 쪽 끄나풀도 어느 정도 정리 했고, 앞으로 토벌전만 신경 쓰면 되는데 말이야....... 왜인지 너무 일이 잘 풀려서 걱정이야.”

 

 리즌은 천천히 그녀의 손목에서 손을 놓았다. 데미아는 그런 그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둘 사이에는 엄청난 침묵이 드리워졌다. 만약 아바르나 아델이 둘 사이에 있다면 어색해서 죽는다고 도망쳤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똑똑.

 

 “3군단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수 분 동안의 어색한 침묵의 흐름을 깬 것은 그녀의 비서였다. 그녀의 일거리를 또다시 한꺼번에 짊어지고 오려는 비서의 등장에 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데미아는 평소처럼 그를 들여보내려고 했다가 그만 리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급히 말을 바꾸었다.

 

 “어... 들어.. 아니! 잠깐 기다려!”

 

 평소 외부 인사를 잘 만나지 않는 데미아이기 때문에, 리즌의 복장은 제복을 입고 있지만, 단검과 천으로 가린 얼굴 때문에 암살자로 오해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귀찮은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야, 너 비전 있지?”

 

 “응.. 으응! 있어! 있어! 대신 시간 좀 끌어줘.”

 

 “데미아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문제없어! 근데 잠시만 기다려줘!”

 

 리즌은 급히 몸에 힘을 끌어올려 비전을 사용했다. 그의 몸이 점점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비서가 다시 한 번 말을 걸자, 그녀는 잠시라고 길게 말을 하며 그가 빨리 떠나기를 기다리려고 했다. 그러다 문뜩 머릿속에서, 꼭 그에게 물어야 할 것이 떠올랐다.

 

 “젠장. 그럼 그 년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겠네?”

 

 그녀의 말을 들은 리즌은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고 있지. 대신 조만간에 만날 거니까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야.”

 

 그의 말에 그녀는 그의 말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럼 그때 가서 인사를 해야겠네. 좋은 정보 고맙다.”

 

 “그래. 칭찬해줘서 고맙다야. 그럼 이만!”

 

 리즌은 완전히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리즌이 떠나고 데미아는 다시 책상에 앉아 서류들을 차곡차곡 자신 앞으로 펼쳐놓았다.

 

 찰칵.

 

 “데미아님!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나요?”

 

 비서가 급히 들어오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데미아는 태연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했다.

 

 “아니, 별 문제 없어. 잠시 더워서 옷을 벗고 있었거든. 그나저나 그건 아침회의 결과인거야?”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 브리핑을........”

 

 비서는 곧장 데미아에게 문서에 적힌 것들을 읊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가 말하고 있는 말은 일체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오르고 있을 뿐인 그녀였으니까.

 

 ‘아카레니.......... 아카레니.......’

 

 그녀를 생각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저지른 온갖 만행은, 그녀에게 엄청난 피해와 더불어 많은 것을 앗아가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기필코 네년에게....... 복수 할 거다.......’

 

 그녀의 마음속의 심지에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악몽을 선사해준, 오직 그날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그녀에게 은인이자 원수인 그를 위해서.

 

 그리고 오래되어 잊힌 언니의 복수를 위해서.....

 
작가의 말
 

 후... 달력을 안보고 사니.... 제 생일이 지나간 줄도 몰랐군요...... 달력이나 빨리 장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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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11. 토벌전(3) 2019 / 5 / 8 59 0 7776   
59 #11. 토벌전(2) 2019 / 5 / 7 52 0 9025   
58 #11. 토벌전 2019 / 4 / 3 57 0 9804   
57 #10. 개전(6) 2019 / 4 / 2 58 0 7849   
56 #10. 개전(5) 2019 / 3 / 27 61 0 8252   
55 #10. 개전(4) 2019 / 3 / 26 64 0 8808   
54 #10. 개전(3) 2019 / 3 / 20 57 0 7923   
53 #10. 개전(2) 2019 / 3 / 19 57 0 8767   
52 #10. 개전 2019 / 3 / 13 67 0 8143   
51 #9. 각성(5) 2019 / 3 / 12 58 0 10454   
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3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5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0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7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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