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앙상한 나뭇가지가 찬바람에 자신을 맡기고 있는 2018년의 2월. 진호는 1년을 자기 집처럼 보냈던 20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되어 있는 그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는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자신의 야구잠바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몸 부분은 남색으로, 팔 부분은 검은색으로 되어져 있는 야구잠바는 가슴 부분에 한자로 푸를 청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고와 왼쪽 팔목 부분에는 ‘문과대 학생회장 차진호’ 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오른 팔 상단 부분에는 33이라는 숫자와 그 주위로 도전하는 청춘 문과대라는 로고가 원형으로 새겨져 있었다.
야구잠바를 보는 진호의 눈에 아련함이 스쳐지나갔다. 1년. 이 옷을 입고 보낸 그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1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지나간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그의 눈가에 잔잔한 미소가 담겼다.
“뭐하냐?”
진호가 자신의 추억에 잠겨 있을 때 그가 있는 공간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와 말했다. 목소리만으로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알 챈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왜?”
진호의 눈에 방금 전 그가 보고 있던 것과 같은 야구잠바를 입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담겼다.
“폼 잡지 말고 나와. 사람들 기다리고 있어.”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 정확하게는 서로가 믿을 수 있는 친구. 자신과 1년을 함께한 수혁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두드렸다. 그런 그를 보며 진호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살을 더 먹었어도 저 싹퉁바가지 없는 인성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았다.
“뭐냐 그 표정은?”
“아무것도 아냐. 가자.”
지금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수많은 대받아침을 들어야할 것을 알았기에 진호는 자신의 야구잠바를 집어 들며 일어섰다.
“뭐하고 있었냐?”
“그냥 쉬고 있었다.”
“왜 오늘 같은 날도 네 말투는 띠꺼운 거냐.”
“그렇게 받아들이는 네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뭐, 임마?”
둘의 투닥 거리는 목소리가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방안에 2월의 밝은 햇살이 살며시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진호가 앉아있던 자리를 포함한 9개의 자리. 그리고 자리마다 놓여 있는 액자 속에는 진호와 수혁을 포함한 9명의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며 서 있었고 그들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큰 글씨체로 영어와 한글이 한줄 씩 띄어져 있었다.
Youth every story, 청춘 그 모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