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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무공과 마법, 과학과 오컬트가 공존하는 시대.
극동반도의 항구도시, 대산시에서 퇴역군인 유지, 광검사 유미, 전투인형 유나는 서가삼랑이라는 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검이 춤추고 화약이 노래하는 슈퍼액션활극, 지금 시작!

 
- Chapter. 1 - 악마 (4)
작성일 : 16-10-16 08:36     조회 : 514     추천 : 0     분량 : 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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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청을 찢는 폭음. 원형으로 퍼져나온 충격파가 주변의 창문을 깨부쉈다. 소년을 덮치던 가고일들이 파동에 떠밀려 날아간다.

 

 “헉, 허억!”

 

 피어오르는 흙 먼지 속에서 성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에는 막대한 충격으로 박살이 나버린 가고일의 잔해가 있다. 그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쳤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 나서야 성현은 검은 옷의 남자가 넘겨준 구슬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이이...”

 

 성현이 머뭇대는 사이에 날아갔던 가고일들이 몸을 일으켰다. 놈들은 전과 달리 주변을 서성이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

 

 성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팔을 올려 공격에 대비했다.

 

 “크왁!”

 

 성현의 뒤를 잡은 가고일이 덤벼들었다. 성현은 재빨리 허리를 틀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원래라면 피해야 할 공격이지만 묘한 확신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막을 수 있다.

 

 괴물의 손이 팔뚝을 후려쳤다. 평소의 성현이었다면 그 일격에 팔이 뜯겨져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성현의 몸 속에는 기이한 힘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팔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묵직한 둔통이 팔을 울렸다. 성현은 너끈하게 가고일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이거면 됐다, 싶은 순간에 막대한 힘의 파도가 그의 몸을 휩쓸었다.

 

 “으윽?”

 

 “카아아아악!”

 

 몸이 공중에 뜬다. 가고일은 성현의 팔을 조각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완력으로 성현의 몸을 쳐서 날려버린 것이다!

 

 “커억!”

 

 성현의 몸이 건물의 벽에 처박혔다. 벽이 깨지며 파편이 쏟아진다. 뒤통수에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주르르륵. 목덜미를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분명히 성현의 몸에는 새로운 힘이 깃들었다. 아마 검은 옷의 남자가 넘겨준 구슬의 힘이리라. 하지만 성현은 그것이 무적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현이 바닥에 떨어졌다. 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뒤통수를 가고일이 내려쳤다.

 

 “......!”

 

 소년의 몸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눈앞이 검어지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다행히 구슬의 힘 덕분에 정신을 놓지는 않았다. 그는 몸을 굴려 가고일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가고일이 날린 휘두르기를 막아내고는 다시 뒤로 날아갔다.

 

 가고일이 그를 추격하며 뛰어올랐다. 검은 그림자가 성현의 몸을 가린다.

 

 쾅!

 

 성현을 내려찍으려던 가고일의 머리가 뒤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격추된 가고일이 꼴사납게 땅에 떨어진다. 대포인지 총인지 모를 격발음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탄환이 가고일의 몸통, 가슴, 어깨에 연달아 꽂혔다. 순식간에 가고일 한 마리가 넝마가 되어 쓰러졌다. 정밀하면서도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연속 사격이다.

 

 쐐액!

 

 무언가가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성현의 곁을 스쳐갔다. 재킷을 걸친 등 뒤로 검은 머리칼과 하얀 목도리가 휘날렸다.

 

 순백의 피부에 굳게 다물어진 입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성현을 지나쳐 가고일을 향해 뛰어나간 것은 강철같은 미모의 소녀였다. 목도리가 선홍색 빛을 흩뿌린다. 허리에 걸린 칼집에서 칼이 뽑혔다.

 

 소녀가 뽑아낸 것은 뼈와 근육으로 조합된 거대한 칼. 적동색 괴검이 가고일이 내뻗은 손과 부딪혔다. 소녀의 발밑이 꺼졌다. 칼이 직진.

 

 소녀가 날린 검은 가고일의 손을 일자로 자르고 어깨까지 조각내어 허공으로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여파가 남아 팔을 잃은 가고일이 뒤로 날아간다.

 

 성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힘과 속도의 검격이었다.

 

 누가 뒤에서 성현의 허리를 감쌌다. 뒤로 도약. 부드럽게 몸이 뜨며 순식간에 가고일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괜찮냐?”

 

 낯익은 목소리에 성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는 학원의 선생인 서유지가 있었다.

 

 유지는 평상복 위에 수류탄과 탄창이 달린 벨트와 멜빵을 맨 이상한 차림이었다.

 

 “선생님, 여기는 어떻게...”

 

 유지는 약간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귀면차자 단행본이랑 기억원판을 사려고 서점 앞에 줄 서고 있었는데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는 “용돈 좀 아끼려니까 하늘이 날 버리네. 하느님 나쁜 놈.”이라고 중얼거리며 성현의 몸을 이곳저곳 만졌다. 그러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색의 빛을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듣자. 우선은 이 뒤에 숨어있어.”

 

 그는 턱짓으로 바로 옆에 주차 되어있는 트럭을 가리켰다.

 

 하지만 딱히 숨어있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어디선가 날아드는 총탄이 가고일들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그 틈바구니를 대검을 든 소녀가 휘젓고 다녔다.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부서진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부서진 가고일의 파편으로 가득찼다.

 

 유지가 나서기도 전에 소녀의 대검이 마지막으로 남은 가고일의 머리를 박살냈다. 가고일들은 모두 돌무더기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괜찮으세요?”

 

 뒤에서 또 다른 소녀가 다가왔다. 날씬한 몸매에 서글서글한 얼굴을 가진 미녀다. 한쪽 어깨가 트인 니트티에 우아한 롱스커트를 걸쳤지만 가녀린 목덜미 옆에는 몇 구경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 큰 총이 기대어 있었다. 아마도 가고일들을 견제하던 저격수이리라. 그녀는 유지와 마찬가지로 성현의 안부를 물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아주었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목소리와 손길이다.

 

 그제야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현은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이런, 이거 일이 귀찮아졌는데.”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뱃속 깊은 곳에서 공포가 치밀어오른다. 성현은 조금씩 몸을 떨면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골목길에서 거대한 몸체가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도 성현의 본능을 자극했던 압박감이 전신을 향해 짓쳐들기 시작했다. 몸이 떨리고 숨을 쉬는 것이 괴로웠다. 성현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감쌌다.

 

 머리 양쪽에는 거대한 뿔이 있고 피부는 달아오른 쇳덩어리처럼 빨갛다. 뱀의 것처럼 세로로 찢어진 눈은 샛노란 황금색이었다. 칼날을 가지런히 모아둔 것 같은 이빨사이로 숨결과 함께 불꽃이 새어나온다.

 

 그것은, 악마였다.

 

 ***

 

 악마는 특이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불길이 뿜어지는 턱밑으로는 멋들어진 수염이 자라있고 2미터는 우습게 넘을 거구 위에는 동양의 고대 왕들이나 입을 법한 황금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다. 허리춤에는 사람의 몸통만한 폭을 가진 장대한 검과 손잡이가 없는 칼날 여러 개가 일자로 꽂혀있었다. 장포 아래로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꼬리가 꿈틀 거린다.

 

 옷차림만 봤을 때는 과거 대륙의 무림인을 떠올리게 하는 악마였다. 그리고 그런 기이한 외모는 분명히 유지와 함께 온세상을 떠돌아다녔던 유나의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하얗게 질린 유나의 입에서 신음소리같은 단어가 흘러나왔다.

 

 “패천역륜몰옥자(悖天逆倫沒獄者)…”

 

 그것은 단지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의해 스스로의 영혼을 악마에게 바친 전대의 고수들에게 붙여진 별호. 욕설이나 다름없는 칭호이지만 악마의 힘을 얻은 무공고수들의 힘은 그것을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어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눈앞에 있는 악마는 그러한 패천역륜몰옥자 중에서도 정점에 다다른 자. 왕을 상징하는 용포. 그 화려한 옷차림 때문에 ‘황금의 학살자’라고 불리는 고위악마.

 

 데바투무라였다.

 

 유나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데바투무라의 힘을 직접 목격, 아니 경험해본 인물이었다. 일검에 전차를 조각내고 손짓 한번으로 수십 명을 꿰어죽인다. 입에서 지옥의 업화를 쏟아내며 단신으로 군대와 맞서 싸우는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대륙식 분류에 따르자면 놈의 실력은 초절정고수. 그 실력은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자라고 여겨지는 절정고수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야말로 상식 밖의 영역 속에 살아가는 괴물이다.

 

 이건 절대 못 이긴다.

 

 서가삼랑 세 명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미가 수라귀구속제어술식 6단계를 해제한다고 해도 무리다. 스펙은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힘을 다루는 기술의 영역에서 하늘과 땅 만큼의 간격이 있다. 상대는 오로지 검술수련만을 위해 윤회의 고리에서 뛰쳐나간 미친놈인 것이다.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한다면…

 

 유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주인인 유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데바투무라는 성큼성큼 걸어 서가삼랑의 앞에 섰다.

 

 “음?”

 

 유지를 본 악마의 입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기한의 제자군. 잘 지냈나?”

 

 놈이 내뱉은 것은 단순한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모두의 뇌리에는 악마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박혔다.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악마의 말소리에 모두들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오로지 유지만이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그는 악마를 눈앞에 두고도 여느 때와 같았다.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대단하신 초고수 악마님께서 여기엔 무슨 일로 나타나셨나?”

 

 “쥐새끼가 훔쳐간 물건을 되찾기 위해서지.”

 

 데바투무라의 눈이 무언가를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악마의 시선은 유지의 뒤편에서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성현에게 멈췄다. 무언가를 알아차렸는지, 악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일이 복잡해지는군. 저 아이를 데려가야겠다.”

 

 악마는 유지를 지나쳐 성현에게 다가가려 했다. 성현의 안색이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렸다.

 

 “어허~ 누구 마음대로?”

 

 유지가 빙글 몸을 돌려 그 앞을 가로막았다.

 

 악마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자신을 방해하려는 유지를 오히려 즐거운 듯이 바라본다.

 

 “막을 건가?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는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유지는 큭큭 웃었다.

 

 “승산은 없어도 시간은 끌 수 있지. 여기가 무슨 만상공간인줄 알아? 네놈이 여기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

 

 악마는 기본적으로 다른 세상의 존재. 그런 존재가 현실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법칙을 비트는 강력한 ‘영속력’이나 세계의 거부반응이 약해지는 막대한 차원의 비틀림이 필요하다.

 대산시는 차원의 비틀림이 심각한 만상공간이 아니니 데바투무라는 분명히 누군가의 영속력에 의해 현현하고 있을터.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데바투무라 정도 되는 고위악마를 언제까지고 유지시킬수 있을리가 없다. 유지는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데바투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군. 그럼 싸울까.”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 칼은 기이한 묵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완전히 허리에서 뽑혀 나오자마자 표면에서 불길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이내 격렬한 불꽃이 되었다. 안 그래도 거대한 검을 불꽃이 감싸자 그것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 기둥처럼 보였다. 칼 끝이 바닥에 끌리며 아스팔트가 녹아내렸다.

 

 지옥의 금속으로 만든 마검, 업화의 휴타바나이다.

 

 “네놈과의 싸움은 네가 더 강해질 때까지 뒤로 미루고 싶지만 이건 이것대로 괜찮겠군. 나약한 적과의 전투는 그것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지.”

 

 악마가 칼을 들어 올려 기수식을 취했다. 황금색 장포가 펄럭이며 살기가 형상화되어 폭풍처럼 주변을 휩쓴다.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갔다.

 

 공기가 전율했다.

 

 “힉.”

 

 성현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유미와 유나마저 몸을 떨면서 각자의 무기를 빼들었다.

 

 유지는 품을 뒤졌다. 목에 걸려있는 줄을 끌어당긴다. 목걸이 끝에는 기이한 색의 육면체 주사위가 달려있었다. 그는 목걸이에서 주사위를 떼어 가볍게 공중에 던졌다. 손으로 잡아채 나온 눈의 개수를 확인한다. 주사위의 눈은 ‘2’를 가리키고 있었다.

 

 유지는 하느님을 욕하며 주사위를 도로 품속에 집어 넣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데바투무라가 말했다.

 

 “아직도 그런 것에 의지하나? 실망이군.”

 

 “인마, 사람이 너 같은 악마처럼 밥 먹고 싸움이랑 수련만 할 수 있는 줄 알아? 내가 얼마나 바쁜데!”

 

 “뭘 하기에?”

 

 “일단 놀아야지. 영화도 보고, 만화도 보고 게임 해야지. 맛있는 것도 사 먹어야지. 놀려면 돈도 벌어야되지… 중개사무소 가고, 학원도 가고 또... 제기랄, 할게 너무 많아 죽겠군.”

 

 유지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할 일을 세다가 한숨을 쉬었다. 악마는 고개를 저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군. 강함이란 아무리 추구해도 모자란 것을.”

 

 “꼭 어디 처박혀서 수련만 해야 강해지는 건 아니지.”

 

 씨익 웃는 유지의 등 뒤에서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유나의 손이 포구로 변해 있다. 팔뚝에 박힌 칼날모양의 문신이 엄청난 빛을 뿜어낸다. 포구에서 발사된 푸른 기둥이 공간을 찢었다. 라이트닝 캐논. 단순한 압력과 열만으로 방벽을 꿰뚫는 번개의 마법이 발사된 것이다.

 

 하지만 번개는 허공을 갈랐다. 건물 사이로 뻗어 하늘로 빠져나간다.

 

 “큿?”

 

 유나가 입술을 물었다. 언제 뽑아낸 것인지 악마의 허리에 걸려있는 칼날 몇 개가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유나의 팔을 찔러 번개의 궤도를 틀어낸 것이다.

 

 칼날이 허공에서 요동쳤다. 피부 내에 깔려있는 내장장갑 때문에 팔이 절단 되지는 않았다. 칼날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방향을 틀어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유나는 뒤로 후퇴. 포구를 손으로 되돌림과 동시에 동체의 출력을 끌어올렸다. 뱀처럼 덮쳐오는 칼날을 손으로 쳐낸다. 손을 감싸고 있던 피부가 왕창 긁혀서 떨어졌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뼈대가 바깥으로 드러난다.

 

 유나는 숨을 몰아쉬며 어깨에 걸쳐 놓았던 총을 내려 데바투무라를 조준했다. 조준경 너머로 악마의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유나의 몸을 휘감았다.

 

 움직일 수가 없다.

 

 악마가 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에서 무시무시한 장력(張力)이 발생. 몸이 굳어버린 유나는 속절없이 그 힘에 딸려 들어갔다.

 

 염화어검술, 염동속박, 그리고 흡기염장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콤비네이션이다.

 

 악마의 초능력을 이용해 창안된 염동무공의 연계가 유나를 백병전의 사거리 안으로 끌어당겼다. 저격수로서는 최악의 상황.

 

 악마가 불타는 검을 휘둘렀다.

 

 콰앙!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나가 땅을 굴렀다. 그녀는 재빨리 낙법을 치며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흰 목도리가 팔락거리고 있다.

 

 중간에 끼어든 유미가 업화의 휴타바나를 막아내고 있었다.

 

 “카아아아악!”

 

 지옥의 검과 맞서는 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비늘검. 검에 빙의되어있는 금강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허나 물러서지 않는다. 불똥을 튕겨내며 휴타바나를 뒤로 밀어냈다.

 

 데바투무라가 호오- 하고 감탄성을 흘렸다.

 

 “수라마경? 재미있는 기술을 쓰는군.”

 

 유미는 이를 악물며 칼을 쥔 손에 힘을 밀어 넣었다. 무시무시한 압력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손도 못써볼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녀는 투기가 가득한 눈으로 데바투무라를 쳐다보았다.

 

 악마가 웃었다.

 

 “하지만 아직 미숙해.”

 

 “물러나! 유미야!”

 

 “뭐?”

 

 유지가 저렇게 다급하게 외치는 일은 흔치 않다. 유미는 그의 말대로 몸을 빼 데바투무라와의 거리를 벌리려했다.

 

 늦었다.

 

 데바투무라가 눈을 빛냈다. 염동속박으로 유미의 몸을 잡아챈다. 유미는 눈에서 귀화를 피워 올리며 힘으로 속박을 풀어낸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거미줄에 몸이 엉킨 벌레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방에서 칼날이 날아들었다. 염력으로 조종되는 어검이 뒷목, 겨드랑이, 무릎 뒤의 오금을 찌른다. 호신강기로 막아내지만 자세가 무너졌다. 그 틈을 비집고 아래에서 뻗어온 꼬리가 유미의 배를 직격. 유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금강귀와 맞서고 있던 불꽃의 검이 미끄러지듯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반응불가. 방어불가. 회피불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수라환신대법으로 극성의 호신강기를 펼쳐내는 것 뿐.

 

 소용없다.

 

 검을 타고 흐르는 기운이 단숨에 붉은 색의 방벽을 뚫어냈다.

 

 칼이 어깨에 박힌다.

 

 거침없이 소녀의 몸을 파고든다. 쇄골을 가르고 흉골을 산산조각. 폐와 심막, 횡경막을 갈라내며 그것을 보호하는 늑골을 분해. 내장을 모조리 자르고 사타구니 사이로 빠져나온다.

 무자비한 일격. 재킷을 걸친 소녀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유나가 울부짖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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