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상은 어떠셨나요? 재밌으셨나요? 그러시다면 좋아요 누르는 것 잊지 마세요.]
나는 SNS에 글을 올리자마자 의자에 기대어 미끄러졌다. 그 상태로 손을 뻗어 페트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시원한 액체의 목 넘김은 갈증 그뿐만 아니라 갈등도 함께 씻어주었다. 다시 모니터를 지긋이 응시하며 마우스 위로 올려둔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예순네 번 아니 예순다섯 번째 두드리는 순간 모니터 속 좋아요 버튼의 숫자가 하나 올라갔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랐고 이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는 소리 내어 웃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있음이 느껴지며 혈액의 빠른 순환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좋아요 버튼의 개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을 만끽하며 나는 자판 위의 손가락을 바쁘게 놀렸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제 친구 지호 아시죠? 제가 단기간에 이 정도의 SNS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것은 전부 그 녀석 덕택입니다. 지호야 요즘 활동이 뜸하더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덕분에 널 기다리던 많은 분이 너를 대신해서 나를 찾아주시는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네가 걱정된다. 누가 보면 너 죽은 줄 알겠어. 농담이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연락해]
나는 글을 게시한 뒤 바로 SNS 계정을 로그아웃 한 뒤 두 팔을 올려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나의 절친한 친구야. 어디에 있든 항상 고마워. 너의 은혜는 잊지 않을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탁자 위 꽃병에 꽂혀있는 붉은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리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길쭉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은혜를 갚아야지. 너와의 이야기를 내가 풀어내는 거야. 내가 본격적으로 SNS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의 네가 도와주었던 미담들을 올려줄게.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라고 조언해주었잖아. 내가 너를 잇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지 안 그래?”
나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턱을 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디서부터 써야하려나?”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왼쪽 눈가를 찡그렸다. 어지럽게 펼쳐진 기억 속 퍼즐들을 삽시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스르륵 눈을 감고 찬찬히 흩어진 조각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