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4일 토요일
“형이… 그런… 아니 그럴리가 없어. 그건 당신만의 생각일 뿐이야.”
“아니, 나는 그로 인해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았어.”
“그 열심히 살았다는 게 살인이였어…?”
그의 눈에서 분노가 보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는 나에게 분노를 표출할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그래, 최종적으로 나는 이뤄 냈어.”
나는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순식간에 나를 감싸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라. 온 세상이 형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어. 그 부분을 나쁘게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칭찬하는 부류도 있지. 오로지 악은 아니었던 거야.”
“아니, 그 짓들이야 말로 해서는 안 될 악이야!”
그가 내 말에 흥분했는지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나도 굴하지 않고 이 흥분된 감정을 억제하지 않았다.
“아니, 선의 부분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진정한 악은 아니지. 형의 이름은 역사속에서 자주 언급이 될 거야. 내가… 내가 그렇게 해줬어. 형에게 도움을 줬다고! 내 아버지가 하지 못한 일들을 내가 해냈다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이 바늘을 찌르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픔과는 별개로 나의 이 업적을 들어주는 이가 설이라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더욱 더 광기에 담긴 연설을 해댔다.
“설아, 그거 알아? 나는 쓸데없는 놈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 이 세상에… 아니 형에게 필요한 존재였어. 그의 이름이 존재하는 한 나는 그 위업들을 해낼 수가 있던 거라고!”
흥분을 주체 못하던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은 수많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이성을 되찾고 흥분을 가라 앉혔다.
“흠… 설아, 너와 지낸 시간들을 보면 외적으로는 거짓이겠지. 박형식이 아닌 박형원의 삶으로 너와 하루를 지냈으니까. 하지만 너를 아끼고 나의 아들을 아끼는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 시간 동안에는 너희를 대한 나의 감정은 진심이었어.”
그의 분노에 찬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신은 내 형을 죽였어! 그리고 뻔뻔하게 내 앞에서 잘도 연기를 해대며 살아갔지. 넌 그냥 미친 살인마야.”
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그는 앞으로도 나의 말에 귀를 기울어 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래, 너의 눈에는 살인마이지만 너의 형… 그의 마지막 죽음에 보여준 표정은 평화로웠어. 그것 만은 기억해주렴.”
그가 나를 붙잡아 죽일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와 그 사이를 막고 있는 유리벽으로 인해 그의 손은 나에게 닿지 않았다.
면회시간이 끝이 나고 나는 다시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비좁은 방 안에 누워 생각했다.
아… 의미 있는 삶이었다. 이젠 죽어도 괜찮겠지.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기록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