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편히 잘 수 있는 침대. 심심하면 읽을 수 있는 책들. 입이 심심할 때 먹는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머리가 긴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화장실.
방안의 시설이 완벽하다. 단 한가지, 이 곳에는 창문이 없다. 이 방의 유일한 출구는 오직 저 문밖에 없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혀 일어나기만 기다렸다.
그녀가 부스스한 머리를 하며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 나를 발견했다.
“박원장님…?”
“일어났어요? 오랜만인데 이런 식으로 보게 되네요.”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마저 주위를 살피다 상황을 파악했는지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았다.
“뭐야! 당신…”
나는 그녀가 내 멱살을 잡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설이의 약혼자라고 해도 내 멱살을 잡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불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밀쳐냈다.
“서인씨. 나는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으니 걱정마요. 주기적으로 밥은 가져다 줄게요. 아! 그런데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있어서 자주는 챙겨주지 못할 거예요. 그럴 때는 저기 과자랑 음료수 보이죠?”
나는 그녀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이 곳에서의 생활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진정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때 어디선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식아…? 형식아…! 너 지금 같이 있는 사람 누구야! 제발 그러지마…!”
그녀도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목소리가 들린 벽을 향해 기어갔다.
“누구 계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순간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벽에 붙어있는 그녀를 반대로 밀쳐내고 벽을 향해 소리쳤다.
“형! 조용히 해. 알겠어?”
나도 모르게 형에게 소리쳤다. 나쁜 짓을 저질렀다. 나는 그에게 사과하기 위해 그녀를 뒤로하고 방에서 나갔다. 마음은 급했지만 그녀의 방문을 굳게 잠그는 일은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