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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8. 작전
작성일 : 18-12-28 00:1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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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언쟁은 있었다. 아무래도 사라는 결행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제멋대로 라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들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타당한 이유였고 합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케인의 말을 빌려 오히려 더 버티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엔 없었다.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사라도 결국 항복했다.

  타이니는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더 울상이 되었다. 항상 적어도 하루에 몇 번 정도는 밝은 미소를 보여줬던 아이가 이제는 하루에 한 번 그런 얼굴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페리는 자기가 그녀를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라 자책하며 슬퍼했다. 그러나 시간은 야속하게도 계속 흘러갔고 결행일은 얼마 안 가 그들의 앞에 놓이게 되었다.

  “내일...이지?”

  눈물기가 섞인 목소리가 어두운 방을 울렸다. 페리는 누운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을 타이니의 얼굴이 떠오르자 괴로웠다.

  “응. 내일이야.”

  옆 침대에서 사라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억지로 덤덤한 척 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도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괜찮겠지?”

  “그래. 케인 녀석이 출구도 미리 거의 뚫어놨다잖아?”

  사라가 애써 밝게 말했다. 페리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사라, 떨고 있는 거 다 보여.”

  “뭐? 하나도 안 떨고 있거든? 너야말로 침대가 축축해진 것 같은데?”

  페리의 놀림에 사라가 발끈했다. 하지만 페리는 계속해서 그녀를 놀렸다.

  “흥? 와서 만져볼래? 너무 건조해서 피부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야.”

  “푸..후후.”

  그때 위 침대에서 자그마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점점 커졌다. 사라는 그게 타이니의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따라 웃기 시작했다. 페리도 같이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웃지 않고 타이니의 침대바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네 정말 웃겨.”

  “그러게. 둘이서 코미디언 같은 걸 했으면 엄청 잘 나갔을 것 같은데 말이지.”

  사라가 입맛을 다셨다. 페리는 피식 거리면서 말을 받았다.

  “아니. 아마 네 불같은 성격 때문에 얼마 안 가 쫓겨났을걸!”

  사라가 분한 숨을 삼키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페리는 그녀가 반쯤 일어난 채로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너 점점 케인을 닮아가는 것 같다?”

  그 말이 이상하게 싫게 들리지 않았다. 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대화를 더 끌어가지 않자 사라도 입을 다물고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쌔근쌔근 타이니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되지.’

  페리도 눈을 감았다. 가만히 지금까지 이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지금은 8명밖에 없지만 이 시설에도 예전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언니나 또래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과는 말 한 마디 붙이는 것도 어려워하던 소심한 소녀였다. 덕분에 어렸을 적에는 항상 케인하고만 돌아다녔다.

  ‘관심에도 없는 책을 본 기억이 있는 것도 케인 덕분이겠지.’

  그는 꼬맹이였을 적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책방을 출입했다. 왜 그렇게 책을 보냐고 물어본 적도 수십 번은 넘었을 것이다.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래야만 하니까.’ 어쩜 그리 당위성을 근거로 한 주장을 펼쳐대는지 뭐라고 따지기도 어려웠다. 이제 자기하고 놀아달라고 해도 고개를 저으며 ‘그러면 같이 책이나 보자.’ 라고 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난 적은 별로 없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이라는 이름의 나이가 두 살 더 많은 소녀가 먼저 다가와 주었다. 그녀는 시설 내에서 발도 꽤 넓어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페리는 그게 아쉬웠지만 케인 말고도 놀 사람이 생겼다는 데 기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케인의 무심함을 견디지 않아도 되자 일상이 더 즐거워졌다. 친구들은 착했고 무엇을 할 때 그녀를 빼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어쩌다가 혼자 있게 되었다. 친구들도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케인도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혼자 옥상에 올라갔다고 했다. 그때가 아마 10살 때쯤이었던 것 같다. 연 언니, 종종 그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언제나 웃고 있어서 그 외의 표정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날, 책방 맞은편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지막한 흐느낌소리가 들려 가보니 그녀가 있었다. 변기에 앉아 눈물범벅이 된 채로 가까이 다가온 자신을 슬며시 올려다보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났다. 좀 충격적이긴 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렸기 때문에 울고 싶을 땐 울고 웃고 싶을 땐 웃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것 같다. 그냥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구나 싶어서 멍하니 자기를 보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십여 분 간 계속 어깨를 토닥였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 그랬던 건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데...’

  4년밖에 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제대로 떠올려지지 않았다. 흐릿했다. 기억이 마치 짙은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뿌옇다. 손으로 아무리 쳐내도 다시 눈앞을 가로막았다.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그때 무슨 말을 했었지?

  한참동안 벽을 노려보며 떠올리려 노력해봤다. 하지만 오히려 수마가 서서히 그녀를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감기는 눈을 떠보려 잠깐의 시도를 했지만 금방 그 기세에 눌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노랑색 보라색 붉은색 꽃들이 이리저리 고개를 까닥이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꽃밭 한가운데 있었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꽃밭을 실제로 보니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꿈이란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꽃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꿈속에서나마 이곳을 더 느끼고 싶어 페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작은 꽃밭은 완전히 사라지고 검은 공간만 남았다.

  안타까웠지만 이제 깨려나보다 싶어서 잠자코 쪼그려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소리도 빛도 냄새도 없었다. 때문에 어떤 감각도 작동할 수 없었다. 꿈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니 불편했다. 갑갑하고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보았던 꽃밭에서 들었던 기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코를 훌쩍이며 몇 초마다 한 번씩 코로 깊게 숨을 내뱉었다.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잡고 오른쪽 발가락들을 위아래로 꼼지락거렸다.

  사실,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으니 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허공 저편에서 어른어른한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났지만 얼굴은 그새 어두운 공간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허탈하게 자리에 다시 앉으려는데 순간 거대한 빛무리가 광포하게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막아보려 손을 앞으로 휘저었다. 하지만 역부족으로 빛은 그녀의 몸을 완전히 휘감고 그 공간도 빛으로 채워버렸다.

  도화지처럼 하얗게 변한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빛 속에서도 그녀는 자기의 손조차 볼 수 없었다.

  페리는 검은 스프레이를 들고 이곳을 다시 검게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빛은 그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더 차갑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눈 쪽은 따뜻했다. 으슬으슬 떨며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두 팔로 감싸 앉았다.

  조금 따뜻해지자 그 다음에는 쾅쾅! 공해와도 같은 소음이 귀를 때려댔다. 마치 예전에 큰 태풍이 몰아쳐 벽을 때릴 때 나던 소리 같았다. 소음은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귀를 막은 채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소음은 점점 분명하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너무 커서 고막을 울려대는 바람에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러나 금방 그녀는 소음이 말하는 바를 들을 수 있었다.

  “페리!”

  페리는 날카로운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프하듯 일어나는 바람에 눈앞에 있던 누군가와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이마에 짜릿한 통증과 함께 시야가 이지러졌다.

  “악!”

  상대방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눈이 익숙해지길 기다렸다가 그쪽을 주시했다.

  “..! 코비?”

  “아으... 코피 나잖아! 휴지 없어?”

  “없어! 그리고 지금 그게 문제냐?”

  옆에서 사라가 핀잔을 주었다. 시무룩해진 코비는 코를 부여잡은 채로 살짝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이쪽으로 향해 있었다.

  “불도 안 켜고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그게...”

  막상 질문을 해오자 코비와 사라는 당혹스럽게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마침내 코비가 한 방울의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는 코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말하면... 알았어! 빨리 할게!”

  사라가 째려보자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원장실에서 원장하고 이것저것 말하는 중이었는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어쩔 수 없었어! 난 매주 금요일마다 뭐라도 보고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그러지 않으면... 토트가 날 아주 죽여 놓을 거야...

  아, 아무튼 그런데 그때 그 여자애가 방에 들어왔어. 이름이... 타이니였던가? 난 그 여자애가 왜 여기 왔지 하는 식으로 보고 있었는데 걔가 눈치를 슬쩍 보더니 울음을 터뜨리더라고.”

  “뭐? 타이니가 울었다고? 잠깐만. 타이니? 타이니! 어디 있어!?”

  이마의 아픔도 잊고 페리가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사라를 쳐다보자 괴로운 얼굴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타이니는 여기에 없고. 원장실에 갔었다고?”

  페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표백제를 왕창 넣은 것 같았다. 입술을 약간 벌린 채로 그녀는 설명을 요구하며 코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코비는 움찔하더니 눈알을 아래로 떨구더니 두 손을 모아 손가락 끝을 불안하게 꾸물거렸다.

  “그, 그래. 그 애는 원장실에 갔어.... 그리고 지금도 거기 있어. 원장이 걜 아침까지 데리고 있을 거야. 걔는... 너희가 여길 도망치려고 한다고 말했었어.”

  “뭐라고!? 그럴 리가 없어! 바로 아까까지, 아니, 자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고?”

  페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변명을 뱉어보았다. 그러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사라는 여전히 입술을 잘근잘급 씹으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코비도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그 애가... 타이니가... 뭐라고 했다고?”

  다급하게, 정말 다급히 다그쳤다. 방금 들은 말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코비의 입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도망칠 거라고 원장에게 말했어. 케인과 사라, 그리고 너까지. 도망치려고 식량을 준비하고 있었고 내일 아니, 이제 오늘이지. 그 결행일이라고.”

  평소답지 않게 코비는 또박또박 하나하나의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니, 그녀에게만 그렇게 들린 건지도 몰랐다.

  “...정말이야?”

  사라를 쳐다보았다. 침통한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와 페리의 손을 잡았다.

  “나도 의심했었어. 그런데 사실이더라고. 케인은 이미 잡혀서 훈육실에 들어갔고 우리는 있다가 아침에 현장에서 잡을 생각이더라고. 토트 패거리도 이미 회유한 것 같아.”

  “말도 안 돼! 타이니가 그랬을 리가 없어!”

  페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잡은 손을 뿌리치고 몸부림을 치면서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사라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이야, 페리. 타이니는... 나도 안타까워. 눈물이 나. 화도 나고.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어. 그리고 또... 조금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냥 자수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생겼고. 어차피 이 계획은, 처음부터 케인을 위한 계획이었으니까.”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가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널 배신할 순 없었어. 말했지? 네가 케인을 아끼는 만큼 우리도 너를 아낀다고. 타이니도 널 배신한 건 아니야. 이건 그 애의 방식이었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너의 의견을 존중할 거야. 네가 원한다면 계획도 이대로 진행할거고, 또 마음에 들진 않지만 케인을 구하는데도 최선을 다 할 거야. 그리고 코비 이 녀석은...”

  “내, 내가 말할게.”

  코비가 허둥지둥 앞으로 나섰다. 막상 앞으로 왔지만 허망하게 텅 빈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보는 페리에게 뭘 어떻게 말해야할지 망설였다. 그녀의 힘 빠진 어깨가 볼품없이 추욱 내려갔다.

  “나, 나도 나가고 싶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돌아온 초점이 서서히 코비의 통통한 얼굴에 맞춰졌다.

  “뭐...라고?”

  못들을 걸 들은 것처럼 페리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 코비는 눈을 질끈 감더니 외쳤다.

  “나도 너네처럼 나가고 싶었다고!”

  “야, 원장이 듣겠다.”

  사라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페리는 더 묻고 싶었지만 한 손으로 사라가 제지를 하며 나섰다.

  “이제 그만 정리하자. 질문은 나중에 해.”

  대충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자 사라는 만족스럽게 손뼉을 쳤다.

  “자, 페리. 너부터 물을게. 계획, 계속할거야?”

  페리는 이때까지 입에 고였던 침을 한 번에 꿀꺽 삼켰다. 후두개가 제대로 닫치지 않았는지 사래가 들려 연신 기침을 했다. 기침이 잠시 멈추자 드디어 입을 열 수 있었다.

  “케인이... 콜록! 원하는 한은.”

  “좋아.”

  사라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왔다.

  그 손을 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까의 충격으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가까스로 버티고 서있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어. 그나마 이 녀석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일단 해보는 수밖에.”

  못미더운 눈치로 코비를 곁눈질하며 그녀가 말했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

  “뭐, 뭐!?”

  코비가 반발했지만 사라가 째려보자 곧장 쭈그러졌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페리는 자신이 넘치는 사라를 보며 물었다.

  “이 녀석이 알고 있어.”

  그러더니 허리를 약간 굽히며 코비의 눈을 마주보며 씩 웃었다.

  “맞지?”

  “마, 맞아.”

  코비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가슴을 탁탁 내리치며 말했다.

  “나만 믿어!”

  ‘정말 믿어도 될까.’

  아직도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아무리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라지만 당한 게 하도 많아 믿기 어려웠다.

  그녀의 생각을 눈치 챈 사라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며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일단 믿어봐.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어차피 원장이 알아채고 케인이 잡힌 이상 우리는 쓸 수 있는 패가 없어.”

  반대할 수 없이 맞는 말이어서 페리는 가만히 따르기로 했다.

  “일단 훈육실 위치는 원장실 바로 뒤에 있어. 그러니까 식당 맞은편 복도 끝까지 가서 왼쪽에 있는 원장실을 지나면 바로 훈육실이야.”

  “나도 한 번 가봐서 알아.”

  그 기억이 끔찍했는지 사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코비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 별로 좋은 곳은 아니야. 나도 한 번 들어가 본 적은 있어. 혼나러는 아니고, 그냥 어쩌다가. 기본적으로 창도 없어서 햇빛도 안 들어오고 방에도 조그마한 전구 하나밖에 없어. 진짜로... 개인적으론 냉동실이라고 생각해. 소름끼치게 춥기도 하거든.”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지 반응을 살폈지만 둘 다 시큰둥하게 쳐다보자 떨떠름하게 혀를 날름 내밀었다. 페리는 순간 케인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사라의 말에 코비가 반박했다.

  “아냐. 중요해. 일단 여기까지 가려면 필연적으로 남자 숙소랑 식당, 원장실을 전부 지나야 돼. 토트 애들은 케인만 데려다 놓고 다시 잠들었을 거야. 부지런한 애들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거기는 문제없어. 식당도 지나가는데 어렵지 않을 거고.

  문제는 원장실이야. 원장은 이상하게 잠귀가 밝거든. 자고 있더라도 우리가 지나가려고 발소리를 조금이라도 내면 바로 깰 거야. 그럼”

  “끝이지. 우리의 여정은.”

  사라가 말을 끊었다.

  할 말은 다 했기 때문인지 코비는 딱히 말이 끊긴 데 기분이 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대책 없이 훈육실로 달려가 봐야 아무것도 안될 거란 말이잖아.”

  페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긴 설명의 결론이 이거라니.

  “그렇지.”

  코비가 홀가분하게 대답했다. 뭔가 작전이 있는 것 같았다.

  “뭘 할 생각인 거야?”

  “작전이 필요해.”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페리는 딱히 말을 막지는 않았다. 사라는 참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닦달했다.

  “도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코비는 씨익 웃고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작전’이란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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