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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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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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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13 화
작성일 : 16-07-10 16:38     조회 : 582     추천 : 0     분량 : 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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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고야!!”

 소문은 난데없는 충격에 머리를 감싸고 비명을 질렀다. 역시 고통의 원인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곰방대를 높이 치켜들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소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소문은 영문은 몰랐지만 기가 팍 죽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어봤다.

 “몰라서 묻느냐? 이놈아, 내 그냥 믿고 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 하지 않았더냐? 네놈의 어리석음 때문에 우리 가문의 대가 끊길 뻔했는데 무슨 일로? 아무 일도 아니다, 이놈아!”

 할아버지는 곰방대로 소문의 몸을 마구 후려쳤다.

 출행랑을 펼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 후한이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저 몸만 요리조리 돌려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폭포에 젖은 소문의 옷이 다 마를 때까지 곰방대를 휘두르시던 할아버지는 숨이 차는지 매질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기랄! 늑대한테 물린 것은 버틸 만했는데 이눔의 공방대는 진짜 아프단 말이야…….”

 그러나 투덜투덜 모습과는 달리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소문의 모습에는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소문은 며칠 동안 폭포에서 추위와 싸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열 번을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살을 에는 듯한 냉기도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압력조차도 소문을 어찌하지는 못했다.

 비록 금제를 당하고는 있지만 과연 반야심경도해의 효용은 무궁무진(無窮無盡)했다.

 다만 소문이 반야심경도해로 인해 얻어진 기를 제대로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고 있어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문도 약간의 기를 모으고 있었고 활용도 했었다.

 지금까지 출행랑에 쓰였던 힘(소문이 단순 호흡법이라 생각한 것에 의해 만들어진 힘)은 할아버지가 해놓은 금제를 벗어난 반야심경도해의 힘이었다.

 미약하나마 약간의 힘이 기를 형성하고, 소문은 사지에 흩어져 있는 그 기를 잠시 동안 한곳으로 모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었다.

 하지만 힘의 원천은 반야심경도해였지만 기를 모으는 방법이나 기의 흐름도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요 며칠 소문이 수련하는 것은 반야심경도해로 얻은 내공의 운용 방법이었다.

 할아버지 말로는 소문이 지닌 살기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내공으론 어림도 없고 금제되어 있는 모든 내공을 풀어야만이 살기를 제어하고 다시 포두이술을 연마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해서 벌써 며칠째 폭포 밑에 앉아 수련하고 있는데 그게 그리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평소대로 호흡을 하면 기가 모이지만 그 기를 의식하게 되면 다시 사라졌다.

 소문은 짜증이 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며칠 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 처음엔 미약하게 시작했던 움직임이 지금은 소문이 놀랄 정도로 그 기운이 커져 소문의 몸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비록 여전히 그 기를 의식하면 다시 사라지지만 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할 소문은 아니었다.

 “휴우! 오늘도 안 되는 건가?”

 소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문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추위는 막아주지만 그 기운을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하나 약간이나마 스스로 깨우치면 그 받아들임이 빠른 법. 며칠 고생을 한 후에 이 할아비가 그 운용법을 알려주마.’

 폭포에서 막 몸을 일으키는 소문은 방금까지 냉기와 싸웠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안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아랫배에는 약간의 기가 구슬처럼 뭉쳐 있었다.

 그나마 그동안의 고생으로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는데 쓰질 못하다니…….

 낙담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소문에게 할아버지는 반야심경도해의 역사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반야심경도해는 혜능 조사가 만든 신공이다. 혜능 조사는 선종(禪宗)의 6대 조종(祖宗)으로 초기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생을 사셨다. 훗날 사람들이 이분의 위대함을 달마 대사(達磨大師)와 비교까지 하였지만, 이분은 무공은커녕 글도 깨우치지 못한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많은 불문 무공이 있으나 그 대부분이 편협하고 살기가 짙구나! 역근경(易筋經)이나 세수경(洗髓經)을 익히면 좋으련만 비전(秘傳)으로 보호하고 있음에야……’라고 말씀하시더니 이후 누구나 볼 수 있고 수련할 수 있는 내공심법을 만드셨는데 그게 바로 반야심경도해다. 혜능께서 이 무공을 만드실 때 염두에 둔 사람들은 무승(武僧)이 아니라 일반 나약한 스님이었다. 경전과 진정한 불교의 진리를 깨우치고자 정진하는 스님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심신을 단련하라는 요량으로 만드신 것이다. 한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으니 이 무공을 익힌 무승은 별다른 성취를 얻지 못했으나 평생 반야심경도해를 익혀온 한 평범한 스님이 자신도 모르게 무공을 펼치신 바 그 위력이 실로 뛰어났다. 이에 놀라 후인들이 역근경이나 세수경처럼 비전으로 보호하고 말았다. 어리석은 후인들이 큰스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이상하네요. 무공을 익히는 스님보다 경전만 읽으신 분이 대성을 하다니.”

 소문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무공을 지닌 사람이 내공심법을 익히는데 그 성취가 더 떨어지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견 생각하기엔 네 질문이 당연하나 그건 반야심경도해를 잘 모르는 말이다. 반야심경도해는 혜능께서 무념(無念), 무상(無想), 무욕(無慾)에 기초를 두고 만드신 것인데, 무승들은 무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으니 그 끝을 볼 수 없음이 당연했다. 하지만 평생 진리를 추구하던 스님들은 위의 세 가지 화두(話頭)를 끊임없이 찾고 행하니 애써 익히지 않아도 그 성취가 남다름은 필연일 것이다. 내가 너에게 반야심경도해를 어릴 적부터 익히게 한 것은 네가 세상을 알아 갖가지 상념들이 뇌리에 박히기 전에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라는 뜻이었다. 한데 그 성취를 앞두고 잡념과 욕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구나. 무념, 무상, 무욕을 알지 못하고는 절대 깨달을 수 없으니 우선 잡념들을 버리거라.”

 “예… 할아버지.”

 소문은 부끄러웠다. 자신 또한 어리석은 무승들처럼 무공이란 욕심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소문은 더욱더 수련에 정진했다. 이제 기를 움직이니 모으니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평상시 하던 대로 운기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가 움직이거나 말거나 아예 무시를 했다.

 소문이 이렇게 수련을 한 지 벌써 한 달. 소문의 배에는 이미 거대해질 정도로 거대해진 기의 덩어리가 그 탈출구를 찾으려고 은근히 소문을 압박하였다.

 처음 수련할 때만 해도 구슬처럼 미약하던 것이 어느새 아랫배를 꽉 채우고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소문은 이를 애써 무시했다. ‘나는 가만히 있을 것이니 알아서 움직여라’ 하는 식이었다.

 사실 소문의 몸에 가해졌던 금제는 이미 풀려 있었다.

 소문이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이후 제대로 된 자세로 수련에 임하자 은근슬쩍 금제를 풀었는데 수 년 동안 소문의 몸에 억눌려 있던 기들은 재빠르게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해서 실로 엄청난 기운이 소문의 아랫배, 즉 단전에 모였다. 그런데 소문이 이를 이끌어주지는 않고 계속해서 다른 기들을 쌓고만 있으니 마침내 참지 못한 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윽! 이게 뭐야?’

 단전에 모여 있던 기들의 움직임에 소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소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몸의 상태를 파악하며 정신을 차리는 것뿐이었다.

 처음에 폭포에서 느꼈던 기가 움직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엉덩이를 통해 등으로 머리로, 그리고 다시 아랫배로[一周天]로 돌았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기는 소문의 몸을 무려 12번을 돌고 나서야 비로소 잠시 멈추는 듯했다.

 ‘휴, 이제 끝인가 보구만!’

 소문은 절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 기운들이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운공 중에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은 소문도 알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애초에 기를 움직인 것도 자신이 아니고 또 움직일 자신도 없기에 그저 빨리 멈춰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소문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아랫배에 잠시 멈추어 있던 기들이 또다시 준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으로만 움직이던 기가 두 개로 나뉘더니 하나는 몸 뒤로 하나는 몸 앞쪽으로 맹렬하게 달려가는 것이다.

 소문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빨리 끝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꽝!

 머리를 울리는 큰 충격에 소문은 정신을 잃은 뻔했다. 끊어질 듯한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소문의 자존심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한 오기로 끝까지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몇 번의 충격을 주고는 다시 한 번 제자리로 돌아온 빌어먹을 넘(소문에게는 악귀보다 무서웠다)들은 잠시의 시간도 주지 않고 또다시 소문을 괴롭혔다.

 ‘미치겠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야?’

 잠시 휴식을 취하던 기들은 또다시 맹렬하게 움직였다. 이번엔 어디로 움직이는지 소문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방향이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갈래로 나뉜 기의 가닥은 소문의 몸 구석구석을 뚫고 다녔다. 그 고통이란 좀 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소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욕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문은 문득 자신을 괴롭히던 그놈들이 사라지고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온몸이 나른했다. 소문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호흡법을 강행했다. 평소에 하는 운기와 다름이 없었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소문이 운기를 시작하자마자 아랫배엔 어김없이 그 기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소문이 이끄는 흐름대로 순순히 따라왔다.

 신이 난 소문은 기가 스스로 움직이던 방향에 따라 기를 움직였다. 고통은 없었다.

 오히려 편안함과 새로운 힘이 그 기를 통해 사지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편하군… 편해…….’

 오랜 싸움으로 지친 소문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비록 자신들을 이끌어줄 주인은 정신을 잃었지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 듯 기들은 계속해서 소문의 몸을 돌고 있었다.

 “저, 저건……!!”

 소문은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기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잠시 집에 다녀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오늘쯤 해서 기의 운용법을 알려주려 했건만…….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소문은 폭포 아래에서 정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문의 머리 위에는 세 개의 고리가 떠 있었다.

 “삼화… 취정(三花聚頂)!! 삼화취정이라니… 도대체가…….”

 삼화취정이 어떤 것인가. 생사현관(生死玄關)이 타통되어야만 하는 지고한 경지가 아니던가? 그것이 소문에게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헛! 설마……?”

 소문을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눈이 다시 놀람으로 부릅떠졌다.

 “오기조원(五氣朝元)? 오기조원까지!!”

 소문의 머리 위에는 어느새 세 개였던 고리가 다섯 개로 늘어나 있었다.

 “오기조원이라면… 생사현관뿐만 아니라 온몸에 흩어져 있는 세맥(細脈)까지도 뚫었단 말인가? 허허허허!!! 허허허허!!”

 할아버지의 얼굴은 놀람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아들은 실패하여 폐인이 되었지만 손자는, 이제 겨우 열한 살인 어린 손자가 꿈의 경지를 이루어낸 것이다. 어느새 눈시울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광(光)아… 보고 있느냐? 니 아들놈을 말이다. 허허허!’

 소문은 그 자세에서 무려 세 시진이나 지난 다음에야 눈을 떴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소문은 자신 앞에 할아버지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소문을 보고 나직하게 말하였다.

 “수고했다. 따라오너라.”

 ‘어라, 웬일이랴? 수고라니. 흠흠!’

 소문은 종종걸음으로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자리를 잡고 앉은 할아버지는 아주 가끔 보이는 진지한 자세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호흡 수련은 천지자연(天地自然)의 힘을 조금씩 흡수하는 훈련이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훈련이다. 인간의 중심 축은 소위 ‘단전(丹田)’이라는 곳으로, 이곳에 힘[氣]이 충만하여야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제자리에 서고, 기의 순환이 잘되는 것이다. 배꼽 아래로 기해(氣海), 석문(石門), 관원(關元)이라는 혈이 있는데, 단전은 관원혈 부위의 뱃속으로 등과 가운데쯤 위치하는데 관원혈은 배꼽에서 아래쪽으로 자기 손가락 네 마디의 거리다. 하지만 단전을 딱히 규정 짓기는 애매하다. 작용을 하기는 하지만 인체의 장기처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전은 오랜 세월 꾸준히 수련하여 만들어지는 기관이다. 말하자면 뱃속에다 인위적으로 기의 집을 짓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단전에다 기를 불어넣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소위 말하는 내공심법이라는 것들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단전에 쌓여 얻어진 기를 내공(內功)이라 함은 너도 알 것이다. 단전에 쌓인 내공은 계속된 내공 수련을 통해 그 힘이 강해지고 몸 구석구석에 힘을 보내준다. 내공. 즉, 기라는 것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는 이런 기의 통행로가 있으니 이를 기경팔맥(奇經八脈)이라 한다. 기라는 것은 이 기경팔맥을 통해 들어와 쌓이고 나아가 쓰인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기경팔맥이 막힘없이 뚫려 있지만 세속의 곡기와 탁한 기운으로 불순한 찌꺼기가 쌓여 점차 막혀 버린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내공심법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기경팔맥을 뚫어줌으로써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왔다. 특히 독맥(督脈)과 임맥(任脈)은 기경팔맥의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상승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막힘이 없이 뚫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무리해서 뚫는다고 뚫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해침을 당하기 일쑤다.”

 소문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호흡법, 아니, 반야심경도해를 익힐 때도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숨을 쉬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때때로 기라는 것도 만들어져서 신기해한 적은 있었다.

 물론 최근에 이르러 이 기를 다스리는 수련에 몰두해 있었지만 아직 그 원리나 참뜻을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소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도 할아버지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해서 그만큼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너에게 기를 쌓는 방법은 가르쳐 주고 운용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도 그와 같다. 폭포 아래서 네 스스로 약간의 깨달음을 얻은 연후에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할 생각이었건만. 허허!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어졌으니…….”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소문은 소름이 끼쳤다. 소용이 없어지다니? 틀림없이 아까 잠시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나도 난 것이 분명했다.

 이제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다니 억울했다.

 “소용이 없다니요? 그럼 이제 내공이라는 것을 익힐 수 없나요?”

 질문을 하는 소문의 음성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허허! 네가 나의 말을 오해했구나.”

 “그럼?”

 “내 말은 내가 가르쳐 줄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생사현관과 임독양맥이 모두 막힘없이 뚫린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이면 평생을 수련해도 얻기 힘든 것을 얻어버렸구나. 허허허! 그래,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소문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까 자신의 몸속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헐! 네 말을 들으니 역시 나의 생각대로 온몸의 세맥까지 타동이 되었구나. 이런 기적이!”

 뭔지는 몰라도 할아버지가 저리 놀라는 걸 보니 엄청난 것을 이룬 듯했다. 뿌듯한 기분,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리 와보거라. 흠, 역시…….”

 할아버지는 소문의 몸을 만져 보더니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네가 기경팔맥이 뚫리고 세맥까지 막힘이 없고 엄청난 내공을 얻기는 했지만 아직 그 힘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있구나.”

 “예?”

 소문이 약간 실망하는 말투로 반문을 했다.

 “하나 실망하지 말아라. 그 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네 몸속에 흩어져 있을 뿐이니 네가 계속해서 반야심경도해를 수련한다면 그 기운이 하나로 흡수될 것이다. 너는 이미 그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게을리 하지 말고 꾸준히 수련하도록 해라.”

 “예, 할아버지. 참, 그런데 제 몸의 살기는 어떻게 하지요?”

 소문은 약간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할아버지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허허허! 생사현관을 뚫고 세맥까지 뚫었는데 무슨 걱정을… 그깟 살기는 이미 제어가 되어 갈무리되었느니라. 참 이상도 하다.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미련한데 어떻게 그리 되었을꼬? 흠흠!”

 결코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할아버지였다. 소문은 마지막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늘은 좋은 날, 한 번만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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