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덕분에 단서 하나 잡았네요.”
“그러게.”
“어쩔까요? 아직 약속한 시간까진 남았는데 우리끼리 가볼까요?”
연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휴대폰을 들었다.
“걔네들하고 합류해서 가자. 방금처럼 무턱대고 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정보는 머릿속에 있어야 소통이 편할 거야.”
난 연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연연은 휴대폰을 보더니 멍하게 서있었다.
“왜 그래요?”
“... 번호.”
?
“나 번호 없어...”
“아... 지아하고 주호 휴대폰 번호 보내줄게요.”
삑-
연연은 번호를 받고 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링- 달칵-
“여보세요?”
“지아야?”
“이 목소리는... 연이 언니?”
“어, 나야. 조사는 좀 잘 되가?”
“다 똑같은 내용밖에 없어서 거기서 거기인데요... 사실 하나 이상한 걸 찾긴 찾았어요. 그렇지만 별로 신뢰가 안 되는 신문사라서 안 봐도 될 거 같기도...”
“이상한 거? 채팅으로 링크를 보내줄래?”
얼마 안 있어, 채팅방에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연연과 나는 전화를 받은 체, 내 휴대폰으로 링크를 들어갔다. 그 링크에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신문사에서 적은 기사가 하나 있었다. 신문사의 이름은 ‘원맨 더 리얼’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신문사였다. ‘원맨’이라고 떡하니 적힌 걸 보면 1인 규모의 작은 신문사인 거 같다. 천천히 내용을 훑으며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한 문장에서 내 눈은 멈추었다.
‘사망자는 신장 제거 수술을 하여 5년 전 왼쪽 신장을 제거했었다. 하지만 시신을 검시했을 때 확인 결과, 제거 된 건 오른쪽 신장이었었다.’
“누나, 이건...”
“우리가 제대로 찾은 게 확실해.”
***
♬ 이번 역은 갈마, 갈마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우리가 내릴 곳은 정부청사 역이니까... 이 다음이네.”
현재 우리들은 합류하여 철물점 아저씨가 가르쳐주신 을지대 병원으로 가고 있다. 벌써 시간이 꽤나 흘러 오후 4시를 향해가고 있다.
“저기 세진아?”
주호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불렀다. 저 표정을 보니 올 것이 온 것 같다.
“슬슬 가르쳐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뭐가?”
일단 모르쇠 해보았다.
“시치미 떼지 말고. 전에 네가 말한 일하고 연연누나가 어떤 관계가 있기에 연연누나도 대전에 온 건지 말해줘.”
“어... 음...”
연연이 내 옆구리를 자신의 팔꿈치로 쳤다.
“말 안 해줬어?”
“어... 그게 말은 해줬는데 누나하고 이야기한 건 틈이 없어서 말 안 해줬어요. 지금 해줄까요?”
“지금은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말해줘.”
“들었지?”
“연연누나가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다행히도 연연누나 덕분에 일단은 넘어간 거 같다. 분명 나만 있었다면 완고하게 밀어 붙였을 것이다.
♬ 이번 역은 정부청사, 정부청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시간 상, 이곳이 마지막으로 들리게 되는 장소다. 이번에는 큰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하차했다.
“보자... 1번 출구로 나가면 되겠다.”
“세진아?”
주호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주호는 공중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1번 출구는 거기가 아니라 반대편인데?”
고개를 들어보니 주호 말대로 내가 가고 있던 방향은 반대편은 2번 출구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 내 정신 좀 봐라.”
난 다시 방향을 제대로 틀고 1번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피곤해, 세진아?”
“어, 조금 피곤하네.”
밤에 잠을 얕게 자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 지치는 게 체감이 된다.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를 실행하여 내 얼굴을 보았다. 확실히 이렇게 지친 얼굴을 하고 다니면 지아처럼 눈치 없는 애라도 알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된다. 난 지아를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그 표정은 무슨 의미야? 아! 너 방금 이상한 생각했지? 죽고 싶어?”
“아니, 무슨 피해망상 있냐? 뭐만 하면 죽인대!”
“그래! 나 피해망상 있다! 어쩔래?”
“어휴... 또 시작이네.”
톡- 톡-
내 어깨를 누군가 찔렀다.
“아, 왜!”
뒤돌았을 때 주호는 자신이 아니라는 듯 손바닥을 내 쪽으로 뻗고 휘저었다.
“나야.”
나를 찌른 것이 연연이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고, 아무 말도 못했다.
“쪽팔리지 않아? 주위를 둘러봐.”
연연의 말을 따라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의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또 소수는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거 같았다.
“아...”
“아~ 할 때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달려!”
나는 이 말을 남기고 1번 출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탁- 탁- 탁- 탁- 탁- 탁-
달리다보니 1번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계단 위를 올라갔다.
탁- 탁- 탁- 탁- 탁- 탁-
올라가던 중, 잘 따라오고 있는 지 궁금해서 순간 발을 멈추어 뒤로 돌아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의 상황은 내가 갑자기 멈춘 탓일까? 연연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연연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멀어져 가고 있었다. 아니, 얼굴만 멀어지는 것이 아닌 연연의 몸 전체가 계단 밑으로 기울어지며 넘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 난 반사적으로 연연을 향해 왼팔을 뻗고 연연의 등을 감싸듯 안았다. 그리고 오른팔로 계단 중앙의 봉을 잡...
아... 나 깁스했었지...
우당탕- 쿵- 쿵- 쿵-
연연을 감싼 체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계단 모서리 하나하나가 내 팔, 머리, 어깨, 등, 허리 등 온몸의 뼈가 있는 부분 전부를 가격했다. 떨어지는 동안에는 정신을 붙들고 양 팔로 연연의 머리와 등을 감쌌다.
하지만 그 탓일까?
정작 내 머리는 보호되지 않고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였다. 머리는 계속 계단에 부딪히며 떨어졌고, 끝내 어느 순간부터 눈앞이 깜깜하게 변했다. 난 눈을 뜨고 있었다.
... 아마도 눈을 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단에서 떨어지는 것이 멈추었다. 드디어 바닥에 다다른 거 같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엄청 시끄러울 텐데 놀라울 정도로 내 귓속은 고요했다. 마치 물속에서 바깥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수면에서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온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극한 통증이 느껴진다. 하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이게 죽는다는 느낌일까? 생각보다 괴롭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편할 줄 알았는데...
무섭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