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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4
작성일 : 18-12-25 13:5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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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사락사락 이불이 스치는 소리, 포근하고 폭신폭신한 침대. 그리고 따뜻하고 단단한 가슴팍. 목덜미에 촉촉 소리를 내며 닿았다 떨어지는 뜨거운 입술까지....... 좋다. 좋아.

 

 ‘응? 입술?’

 

 목덜미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등 뒤로 점점이 지분대는 입술에 생각을 멈춘 민희는 그저 남자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황홀하고, 녹아내릴 것 같은 이 기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키스해줘요.”

 

 피식 들려오는 옅은 웃음,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 부드럽게 쓰다듬는 커다란 손까지 하나같이 딱 내 스타일이야. 어쩜.

 

 초옥, 촉. 소리를 내며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질 무렵 민희는 아쉬움에 눈을 번쩍 떴다.

 

 “어디 갔....... 아, 꿈이네.”

 

 욕구불만인가. 이재혁과 헤어진 지도 2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 하지. 그 이후 가볍게 만나던 이성들과는 별다른 관계 진전이 없었으니 스킨십에 목마를 때도 됐지.......

 

 “아. 진짜 목마르다. 아오, 머리야.”

 

 깨질 것처럼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민희는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마실 땐 좋더니 뒤끝은 막걸리 뺨치네. 이거.”

 

 역시나 술 마신 다음 날, 뒤끝 없는 술은 없는지 와인을 꽤나 마신 여파가 상당했다. 한식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도, 이탈리아에 온 이후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없었건만 오늘따라 유난히 국물이 당겼다. 뜨겁고,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이.

 

 가령 보글보글 끓는 라면이라든가. 얼큰한 라면이라든가. 진한 MSG의 맛이 우러난 라면이라든가.......

 

 며칠 째 헤벌레 입을 벌리고 있는 캐리어 위, 온 몸으로 유혹하고 있는 컵라면을 아련하게 바라보다 꿀꺽 침을 삼켰다.

 

 “에라. 모르겠다.”

 

 도저히 그 유혹을 참아내지 못한 민희가 벌떡 일어나 후다닥 욕실에서 몰골을 정리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조식 시간도 멀었고, 물만 받아서 들어오자. 그리고 깔끔하게 해치우자! 스스로에게 작전을 지시한 민희는 컵라면을 집어 들고 살금살금 키친으로 향했다.

 

 군사 작전을 수행하듯 민첩하게 주전자를 올린 민희는 이내 부르르 끓어오르는 물소리에 괜히 문가를 수십 번도 넘게 힐끔거렸다.

 

 ‘됐다. 다 됐어!!!!!’

 

 조용히 물을 받아 나가려던 그 순간, 하품을 하며 들어오는 파비와 맞닥뜨렸다.

 

 “좋은 아침! 너 괜찮아? 근데 이거 뭐야? 냄새 완전 좋은데?”

 “라면. 한국식 즉석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한 입만 달라고 하지 마라. 한 입만은 안 돼. 죽어도 안 돼. 파비의 입에서 떨어질 다음 말이 예상이 됐는지 민희는 말을 얼버무렸다.

 

 “나도! 한 입만!”

 

 ‘이 코딱지만 한 라면에 뺏어먹을 게 어디 있니. 두 눈을 씻고 봐도 딱 세 젓가락이면 끝날 라면을 한입만이라니. 너, 한국에서는 ‘한입만’이 연인싸움에 부부싸움이 될 수도 있는 말이야. 알아?’

 

 작전에 중대한 위기를 맞은 장군처럼 고심에 빠진 민희는 결국 계획을 수정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어봤자, 레오한테 들키는 건 시간문제.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와 화살을 함께 맞을 공범이었다.

 

 “이거 먹어. 나는 하나 더 가져올 테니까. 네가 나 예쁘다고 했으니까 주는 거야.”

 

 숙취에 시달리는 이 순간, 완성 직전의 라면을 통째로 건네는 건 그만큼의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탈리아 남자가 알 리 없겠지만 민희는 온 몸으로 생색을 냈다.

 

 “고마워. 고마워. 얼른 가져와!”

 “아! 지금 말고 2분만 더 기다렸다가 먹어.”

 

 그 사이 후다닥 방에 올라가 컵라면을 하나 더 가지고 내려온 민희는 끓인 물을 붓고 의자에 앉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3분의 시작이었다.

 

 “무슨 요리가 3분 만에 완성됐는데, 이렇게 맛있어?”

 

 컵라면을 처음 맛보는 건지, 신세계를 영접한 사람처럼 파비는 입키스를 연신 날렸다. 추운 겨울, 더구나 술 마신 다음 날 맛보는 라면은 천상의 음식과도 같은 법이지. 민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 이 냄새 뭐예요?”

 

 전날 다들 과음한 탓인지 물을 마시러 내려온 투숙객들이 키친에 퍼진 냄새를 킁킁 맡아댔다.

 

 “이거 미니가 가져온 한국 즉석라면인데, 진짜 최고! 맛있어요!”

 

 한 손으로도 모자랐는지 이젠 두 손을 입에 가져다대며 입키스를 날리는 파비를 민희는 원망스레 바라보았다.

 

 ‘너와 나의 비밀로 끝내려고 했다. 이 놈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고.......’

 

 “오늘 조식이에요?”

 “아직 레오가.......”

 “날도 추워서 따뜻한 음식 먹고 싶었는데, 잘 됐다!”

 “레오가 조식.......”

 “미니! 이거 우리도 먹을 수 있어요?”

 

 아니, 말을 좀 끝까지 들으라고! 빠른 속도로 쉼 없이 쏟아지는 영어 듣기 평가의 공격 속에서 결국 타이밍을 놓친 민희는 ‘에라, 모르겠다.’ 체념의 단계에 돌입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직원 모드가 발동된 그녀는 방으로 올라가 한국에서 챙겨온 컵라면을 전부 갖고 내려왔다.

 

 “뚜껑은 전부 열면 안돼요. 이것처럼 반 정도만 열어주세요.”

 

 시범용으로 새 것을 뜯은 민희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안에 들어있는 건더기와 분말 스프를 탈탈 털어서 넣으면 돼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탁탁 터는 그녀의 모습을 따라 일제히 스프를 털어 면 위에 뿌렸다. 각자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컵라면을 완성한 투숙객들이 민희가 뜨거운 물을 부어주길 차례차례 기다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어미 새가 가져다 줄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의 모습과 꼭 닮아 민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젓가락을 올려두세요. 3분 기다렸다가 잘 저어서 먹으면 됩니다.”

 “잘 먹을게요!”

 

 졸지에 투숙객들과 직원 2명의 컵라면 파티에 지난밤의 열기가 이어진 듯 왁자지껄 시끄러워졌다.

 

 설명을 마친 민희는 그제야 자리에 앉아 퉁퉁 불어터진 제 라면을 한 젓가락 가득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맛있다’는 소리에 괜히 애국자가 된 것 마냥 뿌듯해하며 사람들을 둘러보던 찰나, 키친 문을 열고 들어온 레오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컥, 컥.”

 

 라면을 먹다 말고 사레가 들려 민희는 목구멍, 콧구멍이 다 따가웠다.

 

 “저기, 내가 먹자고 한 게 아니라, 손님들도 다들 먹고 싶다고 그래서요.”

 

 본의 아니게 눈에 눈물을 그득 매단 민희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 거는요?”

 

 잔소리 폭격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배에 힘 딱 주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와 어울리지 않는 질문에 민희는 넋이 나간 듯 드르륵 의자를 빼어 앉는 레오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가 따라 움직였다.

 

 “아, 여기요. 원하는 것으로 골라요.”

 

 쌓여있는 컵라면 더미에서 하나를 집어든 레오가 자연스럽게 포장을 제거하고, 너무도 익숙한 듯 스프를 면발 위에 털어 넣었다. 손님들과 달리 알아서 물선의 높이까지 물을 채워 넣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보였다.

 

 “참! 미니. 어제 다치진 않았어?”

 “어? 내가? 내가 왜?”

 

 맛은 있어도 꽤나 매웠는지 입술 주변이 붉게 부어오른 파비가 손부채질을 해대며 물었다.

 

 “너 어제 넘어졌어. 술 마시고, 룸으로 가다가.”

 “말도 안 돼.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어제 그 쪽이 했어요. 바닥이 깨질 듯 울린 소리를 전부 들었는데.”

 “아....... 하하하하하.”

 

 방으로 가기 위해 일어난 것까진 기억이 나서, 얌전히 올라와 잠든 줄 알았다.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린 민희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럼 혼자 기어서 2층으로 간 건.......”

 

 컵라면을 먹다말고 찌릿 바라보는 레오의 시선이 느껴진 민희는 말을 얼버무렸다.

 

 “아닐 테고. 하하. 파비, 네가 옮겨준 거야?”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파비를 보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레오와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도 먹고 싶던 라면이었는데, 고작 한 젓가락, 그것도 다 불어터진 면발 한 입 먹었을 뿐인데 그만 먹고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일,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와인 마시고, 일어서서 로비를 나왔고, 죽은 듯 잠에 들었고, 아침에 멀쩡하게 눈을 떴죠.”

 “넘어진 것도, 그 이후도. 그건 기억에서 싹 지웠나 봐요.”

 

 본인이 어디에서 쓰러졌는지도 기억 못하는 여자가 키스한 건 기억할 리가...... 없겠지. ‘아무것도 몰라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민희를 바라보는 레오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취중에 벌어진 사고일 뿐인데. 그럼에도 이 여자가 왜 난데없이 입을 맞췄는지 밤늦게까지 생각했는데. 키스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래놓고 당사자는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니 왜 더 기분이 나쁜지 좁혀진 그의 미간이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 사장님?”

 

 연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레오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혹시......”

 “혹시?”

 “제가 욕이라도 했나요?”

 “뭐라고요?”

 

 은연중에 기억해주길 바란 모양인지 엉뚱한 그녀의 대답에 레오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아니.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취중에 욕이라도 퍼부었나 싶었죠.”

 “알면 오늘 청소 빨리 끝내고 밖으로 나와요.”

 

 밖? 밖에 나오라니? 한판 붙자는 거야? 취중에 진짜로 욕을 해댄 거야?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민희가 꿀꺽 소리가 나도록 침을 삼켰다.

 

 “왜, 왜요?”

 “자전거 배우기로 한 것 잊었어요?”

 “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 민희가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오늘 배우고 나서 다음 주부터는 심부름 재깍재깍 다녀와요.”

 “네, 네!”

 

 왜 레오에게 자전거를 배우냐는 듯 이상한 표정의 파비도, 부러워 죽겠다는 미국 여자 아이들의 시선도,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년 부부와 신혼 커플의 얼굴도 뒤로 한 채 민희는 서둘러 키친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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