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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바른 말만 하는 국민, 바른 말만 하는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국민
강자만이 사는 나라, 약자가 설 자리 없는 나라.

가장 힘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

더 힘없는 사람.

돈 없는 여자.

 
40. 시작(5)
작성일 : 18-12-25 04:4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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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검정색 산 꼭대기에 얹혀 있던 연붉은 구름은 마치 활짝 펴진 다섯 손가락이 손 목에서 탈출하듯이 짙어져 가는 파란 하늘을 분홍빛으로 가렸다가 다시 노란빛으로 가렸다가 서서히 거무스레한 하늘로 사라져 갔다.

 

 불그스름한 석양에 어떻게 구름을 저렇게 노랗게 물들일 수 있는지 신기해하는 사이 같이 가자는 말도 없이 먼저 가버린 섭섭했던 감정도 사라져 갔다.

 

 술 기운에는 같이 있는 행복을 누리고 싶어하고 술만 깨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기도 하다가 왠지 처량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어! 지혜씨!”

 

 술 위력에 사라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날 밤 기억이 자주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조금씩 새록새록 살아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물치에 대한 설레는 가슴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었다.

 

 분명한 건 지금 잠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그 놈 목소리는 아니다.

 

 “아니! 사장님하고 같이 가지 않았어요?”

 

 재동이 창가로 고개를 살짝 내밀며 빼꼼히 쳐다보더니 의아하게 묻는다. 저절로 새어 나오는 콧방귀를 따라 미간마저 비틀어져있는 지혜를 보고 재동도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지혜는 읽을 수 있었다.

 

 “좁은데 탈 수 있겠어요?”

 

 열린 차문으로 새어 나오는 직원들의 짜증이 섞인 불평들이 차 안으로 비상하던 디딤 발을 멈칫하게 했다.

 

 “꼭 끼어 앉아!”

 

 그렇게 직원 한쪽 엉덩이에 딱 달라붙어 버린 왼쪽 엉덩이를 떼내려고 계속 애를 쓰면서 차가 빨리 달리기만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고개를 돌려 차장 밖을 쳐다 보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

 

 그래도 통근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걷는 고통을 덜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릿하고 메케한 냄새가 사라질 무렵 파란 연무에 가려진 처용 암에 살짝 고개를 내밀고 그 주위엔 작은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떠있다.

 

 저 작은 어선에서 일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얼핏 스쳐가 빤히 쳐다봤지만 거기엔 가물치가 잡혀있지도 주위를 배회하지도 않았다.

 

 허긴 민물고기인 가물치가 바다에서 얼쩡거리는 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치며 시선을 멀리 동해바다로 향했다.

 

 거기에도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수십 리는 더 떨어져 있는데도 어선처럼 옹기종기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뒤에 펼쳐지는 수평선은 더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기가 수평선 마지막 지점이라는 표시를 한 것처럼 검은 긴 실선을 그어 놓았고 그 검은 선 앞에는 방금 전에 보았던 문수산 꼭대기에 그려진 분홍빛 그림들을 데려다 놓았다.

 

 서해 바다에서나 보는 저녁 노을을 동해에서 보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 신기한 저녁 노을을 지혜만 지금 보고 있지는 않았다.

 

 “몇 시간 걸려요?”

 

 시료 채취하고 계산하고 이동하고 분석하고… 아무리 빨라도 3시간에서 4시간은 소요될 것 같았다.

 

 “아마! 4시간 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대답한 가물치를 일등 항해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놀란다.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얘기해주고 싶어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설명을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설명하는 시간에 수량을 계산하고 회사로 복귀하는 시간을 소모할 수가 있어 가능한 대화를 줄이려고 애를 쓴다.

 

 특히 지금 일등항해사는 동유럽 사람이다.

 

 필리핀이나 영어권 일등항해사와 마주보고 일을 할 때는 서투른 가물치 영어로도 서로 빨리 이해하고 업무 속도에 탄력을 붙일 수가 있지만 동유럽이나 중국 선원을 만나면 서로 이해를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선박이라면 서너 시간 더라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승선을 한다. 가끔 불행히도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주눅들게 하거나 질투를 유발시키는 중국이나 일본 선원들도 있지만 그런 만남은 극히 드물어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 만반의 준비는 간단하다.

 

 가물치도 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말만 정리해서 암기를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업무상 진행에는 큰 불편이 없다.

 

 업무에는 불편이 없지만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뜬금없는 질문에는 난감해한다. 그 난감해하는 질문을 위해 절대 준비를 하거나 암기를 하지 않는다.

 

 이놈의 나라의 이미지가 이 정도인가에 한숨만 내쉬며 이글거리는 심장을 묶어야 한다.

 

 폭발하는 순간에는 지금 터줏대감이 쳐 놓은 울타리에 채워진 족쇄가 법이 된 그 법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참아야만 된다.

 

 “지기지기에 얼마?”

 

 이 지기지기는 이 영역의 그 나물에 그 밥들끼리 통용되는 가장 싶게 이해시킬 수 있는 매춘의 만국공통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를 악물고 인상을 찡그리는 이유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강렬한 의사를 전하는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광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준 만큼 되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이 광대 짓이 부끄럽기도 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는 있다.

 

 수량 계산과 시료를 서둘러 마치고 시동을 켜면서 분석기를 미리 켜둘걸 하며 후회도 한다.

 

 퇴근 시간이라 꼬리에 꼬리를 문 퇴근 행렬에 마음만 더 조급해지고 있다.

 

 “아니! 먼저 퇴근하라고 말이라도 해줘야지. 지금이 몇 신데…”

 

 급히 들어오는 가물치를 쳐다보는 직원들을 대변해 재동이 역정을 내고 있다.

 

 “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마치고 바로 퇴근하세요. 서류는 지혜씨가 하면 되니까!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려야 했었는데… 죄송합니다”

 

 “어이 씨! 지금 몇 시야! 어디 가서 한잔할래……”

 

 짜증으로 가득한 불평불만들이 분석 실로도 들어왔다.

 지갑에서 카드를 끄집어 내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지혜와 눈이 마주쳤다. 현장 직원들은 바로 퇴근할 수가 있지만 오늘 작업한 수량을 같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같이 보낼 수가 없었다. “지혜씨는 잠깐만 기다리세요. 서류를 마무리해야 해서..”

 

 미안하게 쳐다 봤다.

 

 시큰둥한 표정에서 가물치도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았다.

 

 “먼저들 퇴근하세요. 그럼!”

 

 지혜와 더 이상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직원들을 먼저 보내고 다시 분석 실로 들어가 팔짱을 끼고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 보고 있다.

 

 “오빠! 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깜짝 놀라 모니터를 보니 벌써 30분이나 지나갔다.

 

 “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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