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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다시 봄날
작가 : 엠제이
작품등록일 : 2018.12.24

-세상의 평안과 다가올 봄날을 위해-

허무주의의 극복.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성장 이야기.

'우린 모두 살아가는 걸까? 죽어가는 걸까?'

 
[4]
작성일 : 18-12-24 22:20     조회 : 223     추천 : 1     분량 : 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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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부모님 오셨더라.” 그녀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응. 봤구나. 이 우산 엄마가 가져 오신거야.”

 “너랑 어머니랑 많이 닮았어.” 그녀는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훑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엄마잖아. 그런데 너희 부모님은 바쁘신가봐.”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미소를 띤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이때까지도 바보 같은 난 아무것도 몰랐다.

 “너는 부모님 중 누굴 닮았어?”

 “나도 모르겠어. 내가 누굴 닮았는지.”

 “무슨 소리야? 너랑 닮은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보통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들 하던데.”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말이야…….”

 “매일 보는데 기억이 안나?”

 빗방울들이 서로 부딪혀 하나가 되는 과정이 반복됐지만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가장 동적인 상태가 가장 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돌아가셨어. 3년 전에……. 두 분다.” 그녀의 담담한 말에 나의 표정은 순간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정적인 존재는 나였음을 느꼈다. 벚꽃나무는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이 봄날에 얼어붙었다. 뭐라도 대답해야 한다고 머리에서 시끄럽게 신호를 보냈으나 그러지 못했다. 순간 나는 부엌에서 그릇을 깨버려 어쩔 줄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미안, 내가 눈치도 없이 물어봤네.”

 “괜찮아. 꽤 지난일이잖아.”

 그녀는 어제 부모님이 오시냐는 나의 질문에 보였던 그 어두운 얼굴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퍼즐이 맞춰지자 자책감이 밀려왔다. 후회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녀는 괜찮다고는 대답했지만 괜찮을 리가 없다.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으나, 이 다짐을 지키려 할수록 나의 표정은 이상해져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어서 바닥을 보며 걸었다.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빗방울이 땅바닥에 부딪혀 수백 개의 조각으로 부서지는 게 느껴졌다. 길가 옆에는 벚꽃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잿빛 하늘과 회색 콘크리트 세상을 담은 빗방울은 선홍빛 벚꽃과 입을 맞추며 떨어졌다. 벚꽃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나도 고개를 숙였다.

 “아! 우리 동네 찾아봤어?” 만물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느끼고 있던 내 머리는 가까스로 다른 이야깃거리를 떠올렸다.

 “응. 가까운 곳에 그런 예쁜 마을이 있을 줄은 몰랐어. 한번 가보고 싶더라.”

 “그래? 그럼 시간 날 때 가봐. 볼 곳이 굉장히 많거든.”

 “그러고는 싶은데 시간이 나야 가지.”

 “그건 그렇지. 방학 때는 어때?”

 “그때는 조금 시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가게 된다면 궁금한 건 나한테 물어봐. 원한다면 같이 가줄 수도 있어. 일일 가이드 같은 걸로 말이야.”

 “좋아.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너 독서실 다닌다고 했지. 나도 네가 다니는 곳으로 옮길까봐. 지금 다니는 독서실은 조금 멀거든.”

 “우리 독서실 좋아. 깨끗하고 조용해서 집중도 잘 돼.”

 “그러면, 꼭 옮겨야겠다.”

 “왜 넌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 독서실에 다녀?”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편하잖아. 그러는 너는?”

 “그냥 학교에 있는 게 싫어서.”

 “학교가 왜 싫은데?”

 “그러게 왜 그럴까?” 그녀는 다른 사람의 일인 양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한테 묻는 거야?”

 “그러니까……싫은데 이유가 있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

 “그렇다면 없을 때라고 해둘게.”

 횡설수설하는 탓에 잔뜩 이상한 약속을 하고 이상한 얘기를 나눴다.

 그녀가 버스단말기에 카드를 대자 삑 소리가 났다. 계단을 오르면서 나는 그녀를 따라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만석에 우리는 서있어야만 했다.

 “너 SNS같은 건 해?” 내가 물었다.

 “아니. 예전에는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안 해.”

 “그럼 전화번호라도 알려줄래?” 그녀는 알았다며 내가 건넨 핸드폰에 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핸드폰 벨소리는 나지 않았다.

 “핸드폰 무음이야?”

 “아니. 난 학교에 안 들고 다녀.”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을 쓰는 친구들은 적지 않게 보았으나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을 본 건 그녀가 처음이다. 난 다시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냥 들고 다니기 싫어서.”

 “이번엔 또 무슨 이유인데?”

 “핸드폰은 아침에 걷어서 수업 끝나면 돌려주니까 어차피 쓰지도 못하잖아.”

 “그래도 지금 쓸 수 있잖아.”

 “멀미 때문에 난 차안에서는 아무것도 못해.”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넌 참 특이해.”

 “사람은 원래 특이해. 다들 평범한 척 살아가지만.”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특이하다는 말로 그녀를 표현하기엔 부족했지만 정말 특이했다. 때때로 성숙한 어른 같았지만 어쩔 때는 호기심 지나치게 많은 아이 같았다.

 덕분에 비를 맞지 않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난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독서실에서 내렸다. 비는 그쳐있었고 닭살이 돋을 만큼의 찬바람이 불었다. 젖은 도로 위를 굴러가는 자동차의 소리가 시원하고 경쾌하게 들려왔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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