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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다시 봄날
작가 : 엠제이
작품등록일 : 2018.12.24

-세상의 평안과 다가올 봄날을 위해-

허무주의의 극복.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성장 이야기.

'우린 모두 살아가는 걸까? 죽어가는 걸까?'

 
[3]
작성일 : 18-12-24 22:16     조회 : 252     추천 : 1     분량 : 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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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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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선도위원회가 열렸다. 녀석들에게 무슨 처분을 내린지는 모르나 퇴학은 면한 것 같다. 주위에서 봉사시간을 받았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무슨 봉사인지는 모르겠다. 진영은 사건 이후 이틀 연속으로 결석을 했지만 다시 등교했다. 툭하면 자기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그의 자유분방함이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무책임한 사람이 되기는 싫다.

 학교에도 봄이 왔나보다. 3층에 위치한 우리 반 교실 창에 분홍빛 벚꽃이 가득 찼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교실의 풍경과 대조됐다. 우리 학교에는 창가 앞 화단에 벚꽃나무와 목련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두면 길 잃은 꿀벌이 침입하곤 한다. 남자 아이들은 벌을 잡겠다고 이리저리 책상을 밞으며 부산을 떨었다. 그러다 실수로 벌을 놓치면 비상이다. 성난 벌은 이리저리 교실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은 위협했다. 친구들은 까르륵 웃으며 재밌어한다. 그 벌이 말벌인지 꿀벌인지는 상관 안한다.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벌에게 쏘여 팔이 팅팅 부은 아이도 있었다. 그게 나다. 다행히 꿀벌이라 쏘인 곳이 아프진 않았다. 그런 야단스러운 교실에서도 그녀는 미동이 없었다. 책만이 그녀의 안식처인가 보다.

 "내일 학부모 참관일 아니냐?" 옆자리에서 우유를 마시던 병호가 물었다.

 "응, 맞아. 너희 부모님 오셔?"

 "엄마가 온데." 병호의 어머니를 보게 되는 건 처음이다. 그와 닮았을까 궁금했다.

 "나도. 엄마가."

 "오! 주혁이네 어머님, 궁금하네. 너랑 닮았겠지?" 내가 하려던 말을 그가 했다.

 “난 아무도 안 닮았어.”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어. 그리고 닮았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됐거든. 그럼 너는 누구랑 닮았는데?”

 “난 누나랑 닮았어.” 의외의 대답이라 놀랐다. 누나랑 닮았다고? 어머나.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누나가 들으면 욕하겠다.”

 “내가 뭐 어때서? 맞고 싶냐?” 병호가 정말 때릴 기세로 말했다. 나는 급히 무마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함께 따라 일어났다. 도망칠 곳을 생각하다가 마침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열심이네."

 "열심히 해야지." 노트에 무언가 끼적이며 그녀가 말했다.

 "내일 부모님 오셔?"

 "아니."

 “그래? 혹시 또 너 괴롭히는 애는 없었지?” 날 괴롭히려 하는 병호가 뒤에서 목을 감쌌으나 그는 내 얘기에 찔린 듯 팔을 풀었다.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가 노트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나 이거 해야 해.” 그만 가라는 신호였다.

 “알았어. 열심히 해!”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말을 걸었을 뿐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한없이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그 차가움의 이면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림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오는 병호가 누가 그녀를 괴롭혔냐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무심하게 별일 아니라고 둘러댔다.

 

 참관 수업은 오후에 진행된다. 선생님은 평소와 다르게 단정하게 차려입고 오셨다. 우리들에게 평소처럼 있으면 된다고 하셨지만 평소와 다른 사람은 선생님이었다. 어찌됐든 참관 수업은 5교시부터였다. 많은 부모님이 오신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수업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부모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조용히 열려있는 뒷문으로 들어와 수업을 지켜봤다. 5교시는 점심시간 이후라 조는 학생이 많은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주번은 칠판에 나름 반듯반듯하게 학습목표와 단원명을 적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지우고 다시 적었다. 참관 수업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역시 격식적인 분위기가 되는 걸 막지 못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식적이었다. 수업은 시계 초침처럼 반듯하게 흘러갔다. 엄마는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조금 늦게 오셨다. 손에는 두 개의 우산을 쥐고 있었다. 점심 때 부터 비가내리기 시작해서 나를 위해 들고 온 것 같다. 일기예보에 분명 비 얘기는 없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부모님들은 대기실로 이동했다. 엄마는 내게 우산을 건네며 학부모 모임이 있다며 먼저 가라고 했다. 바깥은 장대같은 비가 내렸다. 넓은 운동장은 텅 비어 공허했다. 그저 두 개의 축구 골대가 문지기처럼 서있었다. 현관으로 나가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우산 안 가져왔니?” 나는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물었다.

 “응. 오늘 비 온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빗소리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의 그녀가 말했다.

 “그럼, 같이 쓸래?” 나는 우산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래도 돼?”

 “너만 상관없다면.”

 “그럼 버스정류장까지만 같이 쓰자.”

 나는 손에든 우산을 펴고 그녀에게 뻗었다. 망설이는 그녀에게 “가자.”라고 말하자 내 옆에 섰다. 두 명을 가려주기엔 우산이 약간 작은 바람에 내 왼쪽어깨가 젖었다. 그녀는 내게 다 젖는다며 걱정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성 친구와 함께 우산을 쓰는 건 내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낯선 감정이 들었다. 비에 섞인 그녀의 체취가 차가운 공기에 섞여 코로 흘러들었다. 향긋한 샴푸냄새와 그녀 특유의 체취가 섞여 달큼한 냄새가 났다. 난 맡으면 안 되는 냄새를 맡아버린 것 같이 무의식적으로 움찔했다. 하마터면 우산을 내 쪽으로 당겨 그녀가 비를 맞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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