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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바른 말만 하는 국민, 바른 말만 하는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국민
강자만이 사는 나라, 약자가 설 자리 없는 나라.

가장 힘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

더 힘없는 사람.

돈 없는 여자.

 
19. 충전(4)
작성일 : 18-12-24 20:57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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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를 내려 주고 급히 사무실로 페달을 밟고 있다. 그렇게 급할 일도 없는데 가물치는 항상 급하다. 그렇게 급하게 페달을 밟던 가물치가 잠시 멈칫한다.

 

 ‘아차!’

 

 지금은 휴식 중, 아니 실업자인데 아직도 회사에 출근 하는 걸로 잠시 착각했다.

 

 다시 집에 가려고 차를 돌리려는데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교대 근무를 해보지 않아서인지 벌건 대낮에 방구석에 눕는 게 익숙하지 않고 집 주위를 걸어 다니 것도 왠지 어색할 것만 같았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주위도 의식된다. 만약 야근 후에 휴식을 취하거나 휴가를 내 쉰다면 자유롭게 집 주위도 근처 야산도 마음 편히 활보를 하고 다닐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현재 무직 상태라는 걸 모르는데도 왠지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기도 한다.

 

 회사 다닐 때 미리 창업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몇 명 되지 않는 회사에서 창업 준비를 할 수도 없었다.

 

 같은 직종에서 창업이란 곧 경쟁사가 되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도 자신에게도 방어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지 아무런 덕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마음 속만 창업을 준비했지 창업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

 

 이렇게 방치해둔 건 다니던 회사에 대한 하나의 예의이기도 했다.

 

 최대한의 예의를 다하고 퇴사한 후 사무실을 임대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고 대출을 하기로 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천을 했는데 걸림돌이 하나 생겼다.

 

 그 걸림돌. 자금!.

 

 이런저런 조건을 맞춰 대출을 해야 하지만 대출이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쇳불도 담김에 빼라는 말을 실천하고 싶지만 맨손으로 그 뜨거운 쇳불에 감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창업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쉽지 않는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놈은 망설임이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에 근처 신선 산에 또 올랐다. 신선바위 아래에 훤히 내려다 보이는 남구 시가지엔 집들로 가득 찼다.

 

 중학교 1학년 때도 친구들과 여기에 앉아 시가지를 내려다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시가지엔 많은 집들로 가득했다. 한가지 바뀐 게 있다면 논밭에 사라졌다는 것.

 

 거기에 빌딩이 들어섰다는 것. 그때 그 친구들 대부분이 지금 저 속 어딘가에 있다.

 

 백수가 되더라도 한 놈 정도는 백수로 그냥 내버려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아니면 백수 전화를 받기 싫어 전화번호를 차단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겠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번호와 이름을 쳐다 본다. 백수생활이 길어지면 이중에 몇 명이 내 번호를 삭제 차단할까? 씁쓸히 쳐다본다.

 

 아무런 금전적인 연관이 없는 친구들은 가물치의 훗날 빈부의 차이에 따라 전화 번호에 대해 차단과 삭제를 고민하겠지만 일 원짜리라도 줄 돈이던 받을 돈이던 연관이 있는 친구라면 절대 삭제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절박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저 속에 있는 친구들은 무슨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 저속에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저 속에 들어가는 꿈은 꾸지 않았지만 저런 비슷한 동네에서 살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꿈은 무엇이었던가?' 까지 떠올릴 만큼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녀석도 저 속에 살고 있을지 않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순이’. 어릴 적에 이웃에 살던 한 살 어린 이 녀석도 가물치처럼 지방에서 나름대로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 학교에 가기만 하면 대학은 당연히 가는 학교였다.

 

 그만큼 그 학교에 다니는 놈들은 시건방지다는 눈초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만한 마음을 늘 품에 담고 다녔다. 웬만한 대학은 쉽게 간다는 그 오만이 화를 가져 왔고 가물치는 재수를 하게 되었다.

 

 멀리 도망치고 싶었던 재수 생활이 마칠 무렵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이 녀석이 물었다.

 

 “오빠! 어느 대학에 가? 무슨 과?”

 

 그때 가물치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일주일에 두세 번 다니던 합기도 도장이 학원인양 거기에 눌러 붙어 놀았던 가물치가 갈 대학은 아무데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가슴에 담았던 꿈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가물치에게 가장 시급한 건 무조건 어느 대학이던 합격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거기다 후배가 질문한 ‘어느 대학? 어느 과’는 얼른 대답해야 할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마찬가지였다.

 

 “응! A 대학! A과”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우연찮게 버스에서 또 만난 후배.

 

 “오빠! 어디 다녀?”. “응! B대학 B과”

 

 그때 후배는 가물치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두들기며 울었다.

 

 “어이 씨! 거긴 내가 어릴 적부터 가고 싶은 과였는데… 오빠가 오리엔테이션에 안 보여 그때 내가 얼마나 오빠 찾아 다녔는지 알아? 오빠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걸보고 나는 삼수 하는 줄 알고 학교에서 오빠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정말 나빠!”

 

 불현듯이 그 녀석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 그 녀석 말대로 삼수를 하려고 학교에 가지 않았으니 학점은 당연히 출석 미달로 전 과목 F학점. 학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울산에 있는 도서관에 눌러 붙어 공부한 건 맞다. 그러다 당장이라도 갈 대학은 있으니 삼수를 포기하고 군대에 가버렸다.

 

 이 녀석이 지금 여기 어디에 살고 있을까? 가물치는 그때를 떠올리며 시가지를 내려다보고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머리 속에는 오로지 돈, 돈, 돈으로.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 자칫 잘못될 뒷감당마저 떠올리지 않는다면 지금 이 산책은 단지 육신의 근력을 키우기 위한 산책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가물치 머리는 쉴 틈 없이 근력을 키우고 있다.

 

 그래도 근력을 키웠으니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몇 퍼센트의 흥망에 대해 예지하며 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겁 먹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가물치는 뒤돌아 볼 시간에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느니 그 시간에 앞만 보고 달린다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산을 내려 왔다.

 

 ‘그래! 달리자’

 

 산책이란 참 묘했다.

 

 집 구석에서도 산 위에서도 그렇게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모든 잡념들이 산을 내려 오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듯 했다. 단지! 그 순간만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산을 내려오자마자 가물치를 다시 현실로 내려 놓고만 만다.

 

 “형님! 메일을 그렇게 보내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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