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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당신과 나의 시간
작가 : 이로공
작품등록일 : 2018.12.10

「평행세계라고…, 들어보셨나요?」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음……, 평행세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세상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하실 수 있어요.」

세상은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시간은
A시간대의 세상과 B시간대의 세상, 둘로 나뉘게 된다.

 
-11-
작성일 : 18-12-22 23:31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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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우주 초등학교를 빠져 나오자 익숙한 동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내가 살고 있던 세상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지만

 오히려 더 똑같은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는 ‘이곳’은 새삼스레 주변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게 불과 한 시간 전 집에 돌아오며 걸었던 거리와 매우 흡사 했기에

 자연스럽게 한 시간 전의 기억을 되돌리며 걷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걷자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상당한 고층 건물로, 주변에 있는 주택가들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피스텔 건물로,

 이 건물 하나만 우뚝 솟은 모양새가 주변과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닉 선생은 24층의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목적지를 향해 올라갈수록 불안감이 고조됐다.

 혹시나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난데없이 불청객들이 등장하여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흡사 알파시간대에 있던 ‘닉’처럼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고 열린 문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2402라는 숫자가 적힌 문 옆에 보이는 초인종을 누르자 높은 톤의 벨소리가 울렸고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얼굴이 눈에 익은 남자가 보였다.

 

 「어서 오렴.」

 

 만약 내가 ‘이곳’에 하루만 늦게 왔다면 이 사람은 내게 초면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이 사람을 불과 한 시간 전에 봤으니까.

 

 「조금 놀란 눈치인데…, 나를 본 적 있나보구나.

 물론 그건 내가 아니겠지만.」

 

 조금은 주름진, 정은비의 집에서 봤던 아저씨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정은비와 정은하의 ‘아빠’가 서있었다.

 물론 얼굴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닮았지만.

 어딘가…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덕담을 해주던 인자한 아저씨와는 정 반대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들어와. 추웠을 텐데.」

 

 생각해보니 내 옷 차림은 얇은 티 하나와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가 전부였고

 심지어 신발조차 없는 양말 차림 이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내 신경은 오로지 닉 선생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

 

 

 

 

 

 「그….」

 

 「호칭이 애매하지? 할리라고 불러. 그거면 충분해.」

 

 「할리씨…, 일단은 저 사람은 좀 불편한 데요….」

 

 집에 들어와서 할리라는, 내 앞에 있는 남자?

 분명 이곳에서도 정은비와 정은하의 아빠겠지.

 아무튼, 할리는 따뜻한 녹차를 내주었고,

 한 모금 들이키자 날카로웠던 신경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이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어필했다.

 

 「닉이 불편하다는 건…, 얘기를 좀 빠르게 진행 할 수 있겠군.」

 

 할리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그곳에 있던 닉 선생은 어깨를 으쓱했고

 이후, 선연화와 함께 옆방으로 들어갔다.

 

 「닉을 살인자라고 생각하지?」

 

 「적어도…, 알파시간대에 존재하던 ‘닉’을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으로 보내 버렸다고 생각은 합니다.」

 

 「자, 그럼 이건 어떨까.

 …장기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출처는 닉 선생인가….

 

 「만일 졸·병[卒·兵]을 희생하게 된다면 어떤 경우에 사용한다고 생각하나?

 답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너의 생각을 말해 줬으면 좋겠군.」

 

 뜬금없는 장기문제가 등장했고,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저의 경우라면…, 상[象] 혹은 기사[士]를 잡을 때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 보편적이진 않겠지만 보통은 좀 더 좋은 장기알을 잡을 때,

 졸·병 희생을 동반하여 잡는 편이겠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할리는 말을 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그럼, 만약에 말이야….

 너희 쪽 관계자는 알파시간대라고 한다지?

 알파시간대의 ‘닉’을 ‘졸·병’

 그리고 지금 저 방 안에 있는 ‘닉’을 ‘왕[漢·楚]’이라고 한다면?

 둘 중에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닉 선생과 같은 부류, 혹은 더 질이 나쁜 부류로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얘기를 장기 알에 비유하여 선택을 요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나는 불쾌함을 표현하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겠지. 당연히 저 방 안에 존재하는 닉을 고르겠지?」

 

 「아니,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알파시간대의 ‘닉’은 졸·병…어쩌면 그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얘기를 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은 하나 밖에 없다는 거지.」

 

 「……?」

 

 「질문하나 하지.

 너는 알파시간대의 세상과 베타시간대의 세상, 어느 곳이 ‘진짜’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진짜…?」

 

 「그래. 9년 전 세상이 둘로 나누어지기 전.

 원래 하나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세상’은 알파와 베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지?」

 

 「……?」

 

 「아니…, 질문을 바꾸지.

 너는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알파시간대의 세상이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나?

 나는 ‘이곳’ 베타시간대의 세상이 두 개로 나누어지기 전 본래 세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어떤 근거로…?」

 

 할리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진짜’세상이란 건 분명, 세상이 두 개로 나누어지기 전.

 원래 존재했던 시간대의 세상을 말하고 있었고,

 나로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얘기였기에 단순하게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너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얘기일 거다.

 우선, 간단하게 이곳…, 베타시간대의 윤달님은 지금 어디 있을까?」

 

 「당연히…, 선연화씨가 알파시간대로 보냈겠죠.」

 

 「아니.」

 

 그 순간 할리의 얼굴은 누구보다 진지해졌고,

 나는 할리가 말을 꺼내기 전,

 뜬금없이 내가 우주초등학교에서 선연화에게 던졌던 질문이 떠올랐다.

 

 

 - 지금… ‘이’세상에 존재했던 ‘나’는……현재 A시간대에 있는 건가?

 

 

 이때 선연화는 어떤 대답을 했지?

 아쉽게도 최근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너무나도 많이 들었는지

 그 당시 그녀의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현재 알파시간대에는 ‘윤달님’이 존재하지 않아.」

 

 「무슨…?」

 

 「너와 교체되었어야 할 베타시간대의 윤달님은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란 거지.」

 

 「조금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만….」

 

 「…2001년 4월 17일. 알고 있지? 너로서는 모를 리가 없는 날이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그전에…, 이걸 깜빡했군.

 9년 전 세상은 왜 두 개로 나누어 졌을까?」

 

 할리의 또 다른 질문에 나는 방금 전과 같이 두 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우주 초등학교에서 선연화에게 물었던 질문.

 

 

 -원래 이 세상에는 하나의 시간만 존재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떠한 사건을 기준으로

 하나의 시간이 둘로 나누어졌고……

 

 -…어떠한 사건?

 

 -저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9년 전… 시간이 나누어졌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카페에서 이슬비에게 했던 질문.

 

 

 -9년 전…사건이란 건…?

 

 -정확한 원인은…, ‘나는’ 몰라.

 

 

 이슬비와 선연화 그 누구도 해답을 내려주지 못했던,

 9년 전 하나의 세상이 두 개의 세상으로 나누어 진

 ‘사건’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9년 전 우주 초등학교 버스추락사고가 ‘원인’ 이라고 할 수 있지.」

 

 어렴풋이 9년 전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버스추락사고가 어느 정도는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러나 과연 버스추락사고가 세상을 두 개로 나누어 질 정도의 일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분명 큰 사고이긴 했지만….」

 

 

 「세상이 두 개로 나누어지기엔 너무 규모가 작다는 소리지?

 방금 말했듯 버스추락사고는 ‘원인’일 뿐이야

 중요한 핵심은 따로 있지.」

 

 「핵심…이란 건?」

 

 「네가 그 추락사고로 죽었기 때문…. 이 제일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군.」

 

 「……?」

 

 「그 사고는… 생존자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닐 정도의 사고였지.

 단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나? 너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게.」

 

 

 할리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시고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 갔다.

 

 「…잠시 옛날 얘기를 하나 해볼까.

 나는 시간이 하나였던 ‘진짜’세상의 시간의 중재자였다.

 2001년, 나는 나이가 먹을수록 내 힘이 약해짐을 느꼈고

 나는 어린나이의 은비와 은하, 둘 중 한명에게 중재자라는 거대한 책임을 넘겨야만 했다.

 나로서는 쉽사리 선택을 할 수 없었지만 둘 중 한명은 그 책임을 받아야만 했지.

 그리고 나는 그 책임을 은하에게 넘겼다. 불과 8살 밖에 되지 않은 중재자가 탄생했지.

 그래도 은하는 나름대로 내 말을 잘 따라와 주었고

 불안했던 시간의 흐름도 안정권에 들어섰었지.

 그리고 4월…, 딸들은 소풍을 간다고 집을 나섰고 그리고 사고가 일어났지.

 그리고 너는 그때 죽었다.」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데 나를 앞에 두고 내가 죽었다고 하는 할리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나로선 해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

 

 「은하는 소풍을 가기 전날, 꿈을 꿨다고 하더군.

 모두가 함께 탄 버스가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꿈.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닌 일종의 가까운 미래였다고 할 수 있겠군.

 현재보다는 조금 가까운 미래의 시간의 흐름을…

 너희 쪽 관리자…, 이슬비씨의 말을 빌리자면… 제3세계라고 한다지?

 은하는 그때 무의식중에 제3세계에서 사고 당시를 목격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사고 직전 은비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게 되고,

 버스는 추락.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 너를 포함해 모두가 사망했다.

 그게 ‘진짜’세상에서 일어났어야 할 사건인데…

 은하는 그때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야 말지.」

 

 할리는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잠시 후, 할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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