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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0
작성일 : 18-12-22 15:19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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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 무거워.”

 

 온갖 육류와 과일, 채소, 치즈들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레오를 따라 가게를 스칠 때마다 점점 손에 들린 물건들이 늘어나 이제는 열손가락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손가락도 아픈데, 우리 뭣 좀 먹고 잠깐 쉬었다 가요.”

 

 시장 곳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가는 발길을 붙잡는 건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두 손 가득 주렁주렁 들린 짐들이 무겁다며 민희는 괜히 핑계를 댔다.

 

 “돈 있어요?”

 “지금은 없지만 내일은 생겨요. 그 쪽이 오늘 일당, 내일 준다고 했으니까. 미리 까고 줘요.”

 

 더 이상은 못 가. 느려진 걸음을 질질 끌던 민희가 사장에게 항의를 하듯 우뚝 멈춰 섰다.

 

 “아니, 그리고! 원래 2시까지잖아요. 근무 시간 훨씬 초과했는데, 간식 정도는 먹여가며 부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쪽이 오고 싶어 했잖아요. 그래서 데리고 와준 건데.”

 “내가 언제요!”

 

 가고 싶다는 눈빛을 가득 담아 보내긴 했지만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니니까.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는 레오의 시선에 민희는 ‘뭐, 왜요!’ 소리를 내질렀다.

 

 “갑시다. 좀 있으면 해도 질 테니.”

 

 치사하게. 악덕사장 같으니라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던 민희는 앞서 걸어가는 레오의 모습이 사라질세라 결국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선 장본 것들을 시장 바닥에 내팽겨 치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어차피 이 피렌체에서 돌아갈 곳은 게스트하우스밖에 없으니,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고 아쉬운 사람이 목을 매야 했다.

 

 “그까짓 간식 얼마나 한다고. 공짜로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늘 일당에서 까고 달라는데. 내 더러워서 내일 다시 혼자 와서 사먹고 만다.”

 

 아쉬움과 서러움에 채 삼켜지지 않은 말들이 자꾸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진 거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와중에도 혹시나 들릴세라 민희는 개미 똥만 하게 목소리를 죽였다.

 

 견물생심이라고, 신나게 휘휘 젓던 고개를 숙인 채 레오의 신발 뒤축만을 보며 걷던 그 때, 혼잣말을 하는 사이 사라진 걸음에 당황한 민희가 두리번거리다 퍼뜩 고개를 들었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레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 민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잘 따라오라니까. 길도 잘 모르면서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잘 가고 있었어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놓친 거지. 주눅 든 목소리가 점점 기어 들어갔다.

 

 “따라와요. 2층으로 갈 거예요.”

 “네, 네.”

 

 일찌감치 문을 닫는지 파장 분위기에 접어든 1층의 가게들과 달리 2층으로 올라가니 온갖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다 모인 듯 북적거렸다. 푸드 코트인 듯 저마다의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사들고 앉을 테이블을 찾는 눈치였다.

 

 “여긴 뭐 사러 왔어요?”

 “간식 먹자면서요. 먹을거리는 주로 2층에 팔아요.”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잖아요.”

 

 투덜거리는 말에도 금세 마음이 풀린 듯 민희는 폴짝 폴짝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곱창이나 내장 같은 거 먹을 줄 알아요?”

 “없어서 못 먹죠.”

 “무슨 말이에요?”

 “완전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한국말이 유창해 보이지만 속담이나 관용구는 잘 모르는가보구나. 민희는 약점을 잡은 듯 전에 없던 미소를 지으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피렌체는 육류랑 내장 음식이 유명해요. 먹을 줄 안다니까 이걸로 먹어봐요. 그럼.”

 “이게 뭔데요?”

 

 레오의 시선을 따라 음식을 보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어 다시 그에게로 고개를 돌린 민희가 물었다.

 

 “곱창버거.”

 “곱창버거요?”

 

 햄버거 빵 사이, 익숙한 고기 패티 대신 곱창이 들어가 있는 버거였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낯선 조합의 음식이지만 민희는 망설임 없이 ‘오케이!’를 외쳤다.

 

 “짐 이리 줘요.”

 

 두 개의 곱창 버거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레오가 민희의 손에 주렁주렁 들린 짐을 반절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마저 손에 걸려 있던 짐을 팔뚝으로 옮긴 채 자유로워진 두 손을 툭툭 털어 낸 민희는 가게 주인이 만들어 내민 버거를 받아 들었다.

 

 “와. 냄새 끝내준다.”

 “그렇게 먹고도 또 배가 고파요?”

 

 파스타와 스프가 적은 양은 아니었을 텐데. 레오의 이어진 말에 발끈한 민희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잔뜩 일했잖아요. 그리고 여행 나오면 배가 고파도 먹고,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거예요. 그 쪽은 이 곳에 사니까 언제든 먹을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피렌체를 떠나면 다시 오기 힘들 테니까요. 기회가 있을 때 즐기고 싶은 게 뭐가 어때서요!”

 “누가 뭐래요. 그리고 피렌체가 무슨 지구 밖도 아니고, 또 오면 되지.”

 

 내내 무뚝뚝하고 쌀쌀맞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어색한 듯 민희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한입 가득 버거를 베어 물었다.

 

 “와우. 맛있다. 진짜 맛있네.”

 

 뭐 하나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 같지 않은데도 비린 맛이나 잡내 하나 없이 맛이 훌륭했다. 한 쪽 볼을 불룩 키운 채 웅얼웅얼 ‘맛있다’를 연발한 민희가 곁에 서 있는 레오를 올려다봤다.

 

 “이탈리아어로 ‘맛있다’가 뭐예요?”

 “Buono. 부오노라고 말하면 돼요.”

 “제스처는요? 우리는 엄지를 척 내밀어서 표현하는데. 뭐든 최고일 땐.”

 “집게손가락으로 볼 한 쪽을 꾹 누르면서 말하면 돼요.”

 

 볼 한 쪽을 콕 찍고 얘기하라고? 3, 4살 먹은 아기들처럼 귀여운 척을 하라는 거야?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건 알지만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 때, 정말로 볼에 검지를 찍어 표현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오노!”

 

 곱창 버거를 만들어준 수염이 멋들어진 가게 주인을 향해 민희는 검지를 세워 한 쪽 볼을 꾹 누르며 부오노를 외쳤다.

 

 오, 벨라. 어쩌고저쩌고. 눈을 마주친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이어졌지만 민희는 그의 멋들어진 웃음에 미소로 화답했다.

 

 “그만 웃어요.”

 “누구? 나요?”

 “네.”

 

 아니, 맛있게 잘 먹다 말고 왜 또 심술이야. 민희는 금세 얼굴을 찌푸렸다.

 

 “근데 저 사람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손가락은 왜 빙빙 돌리고? 나보고 미쳤다고 하는 건가.”

 

 눈을 마주치며 손가락을 휘휘 두, 세 바퀴 돌리는 가게 남자를 바라보곤 민희가 레오를 향해 의아한 듯 물었다.

 

 “푸흡.”

 

 햄버거를 먹다 웃음이 터지며 사레가 들렀는지 레오는 연신 기침을 했다. 스킨십이란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민희는 그의 등을 연거푸 두드렸다.

 

 “아니, 그러니까 천천히 먹지. 괜찮아요?”

 “네. 이제 괜찮아요.”

 

 숙였던 허리를 펴며 일어선 레오의 얼굴이 기침으로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남자의 얼굴에 당황함이 깃든 것이 우스워 민희는 또 웃음이 났다.

 

 “그만 웃어요. 그러니까 저 남자도 미쳤다고 하잖아요.”

 “아니, 자기네 음식 맛있어서 그런 건데. 그럼 찡그리면서 말하나. 누구보고 미쳤대, 지금?”

 

 웃는 게 죄야? 아니, 대체 뭘 잘못했다고 미쳤대? 혼잣말을 외친 민희는 그래도 분이 삭여지지 않는지 가게 주인을 노려보며 손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 말로 아는 욕이 없으니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내미려던 그 순간, 덥석 잡힌 손목에 밖으로 끌려 나갔다.

 

 “뭐예요. 이거 놔요!”

 “이 여자가 진짜. 미쳤어요?”

 “아니, 왜 또 미쳤대. 잘못은 저 쪽이 먼저 했는데 그럼 가만히 있어요?”

 “빨리 와요. 큰일 나겠네.”

 

 시장 밖으로 나가서야 민희는 레오에게 내내 잡혀 있던 손목을 털어냈다. 그가 아프도록 움켜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손목이 화끈거렸다.

 

 “그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일일이 반응하지 말고 무시해요.”

 

 불퉁하게 입술을 내민 채 잔소리하는 레오를 노려보다 말고 민희는 남은 햄버거를 베어 물었다.

 

 “그러면서 햄버거는 다 먹네요, 또?”

 “맛있는 건 죄가 없으니까.”

 “해지기 전에 돌아갑시다.”

 “네에.”

 

 어느 정도 두둑해진 배 덕분에 기분이 이내 헤실헤실 풀어졌는지 레오의 뒤를 따라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

 

 

 

 “와. 엄청 예쁘다.”

 

 쏟아져 내리는 찬란한 저녁 햇살에 녹색 빛의 아르노 강도 붉게 물들어 반짝거렸다. 그 강 위, 피렌체의 상징처럼 놓여 있는 베키오 다리도 주황빛으로 빛을 발하며 민희의 눈길을 자꾸만 잡아끌었다.

 

 “좀 천천히 가요.”

 

 눈으로 보면서, 즐기면서 가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모르는지 자꾸만 빨라지는 자전거에 아쉬움이 덕지덕지 내려앉았다. 퉁퉁 거리며 엉덩이가 튕기는 탓에 꽉 부여잡은 옷자락이 찢어질 듯 늘어진지도 모르는지, 그는 페달에 올려놓은 발에 더욱 힘을 주는 모양이었다.

 

 “저, 사장님.”

 “네.”

 

 속도가 붙은 자전거 탓인지 그의 대답이 바람에 흩날리듯 작게 들렸다.

 

 “괜찮다면 저 여기서 내려서 좀 이따 들어가도 돼요? 어차피 퇴근 시간은 훌쩍 넘겼는데.......”

 

 행여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레오의 어깨 가까이에서 말하던 입이 급정거한 자전거 탓에 그의 등에 그대로 부딪쳤다.

 

 “아, 진짜! 말 좀 하고 서요.”

 

 얼얼해진 입술을 문지르며 민희는 눈가를 찌푸렸다.

 

 “매번 간다, 선다 말을 어떻게 합니까. 뭔데 그래요?”

 “저 근처 구경하다 좀 늦게 들어가도 되냐구요.”

 “소매치기한테 탈탈 털려놓고 겁도 안나요?”

 “이젠 더 이상 털릴 것도 없어서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래도 사장이라고 물어나 본 것이 실수였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다시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레 출발한 자전거에 민희는 덜컥 레오의 허리를 붙잡았다.

 

 “아니. 내려달라고오오오오!”

 

 간절한 민희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냥 내려달라니까, 왜 엉뚱한 곳에 데리고 와요!”

 

 베키오 다리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이르러서야 멈춘 자전거에서 폴짝 뛰어내리자마자 민희는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뒤돌아 봐요.”

 “어딜 가든 여행하고 싶은 사람 마음....... 와아.......”

 

 짜증스레 내뱉다 말고 뒤돌아서서 마주한 풍경에 민희는 할 말을 잃었다. 정면에 주황빛으로 물든 베키오 다리가 보였다.

 

 “뭐....... 고마워요.”

 

 투덜대다 갑자기 감탄을 터뜨린 것이 무안해진 민희가 다시금 생각난 갑을 관계에 공손하게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바쁘실 텐데 먼저 들어가세요. 저 그림 좀 그리고, 바람 쐬다 들어갈게요.”

 “게스트하우스 위치도 잘 모르면서. 오늘도 또 헤맬 거잖아요. 그려요, 그림. 나도 산책하고 있을 테니까.”

 

 또다시 신경을 긁는 말에 무턱대고 안다며 외치려던 말이 쑥 들어갔다. 그의 말마따나 모르는 것도 맞고, 휴대폰도 없는 마당에 오늘도 30분 이상을 헤맬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 툭툭 뱉어내는 말만 아니면 덜 밉상일 텐데.’

 

 다리 건너로 걸어가는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민희는 쯧쯧 혀를 찼다.

 

 
작가의 말
 

 미운 정이 무서운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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