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길드 미팅
나는 길드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로그아웃해 유성이에게 카톡을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길드를 합병하기로
예정된 9시쯤 다시 접속해달라고 요청해놨다.
유성이는 처음엔 길드장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다가 내가 잘 얘기했다고 하니
마지못해 접속하겠다고 확답을 줬다. 그 후
다시 접속해서 길드 아지트에서 다른 길드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슬슬 오실 때가 된 것 같은데...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길드 아지트로
누군가가 워프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뭐야? 정키 너 왜 길드 아지트에 있냐? ”
교주 형님과 친구 형님이 임무를 다 끝내고 돌아오셨다.
“ 하하하! 형님 당연히 제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죠! ”
“ 뭐? 벌써? 아무도 안 보이는데? 투명인간이냐?
아니면 여기 숨겨둔 거냐? 어디 보자 어따 숨겨놨냐! “
교주 형님이 나에게 다가와 칼집으로
내 몸을 전체적으로 툭툭 치셨다.
“ 우왁! 교주 형님 툭툭 찌르지 마세요.
아프지는 않지만 기분이 이상하잖아요! “
“ 이놈! 이놈!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오는 동안
길드 아지트에서 꿀 빨고 있던거 아니야? “
“ 히익! 아니라니까요. 진짜에요 제 성과를
말씀드릴테니까 그만하세요! “
교주 형님이 칼집으로 툭툭 찌르고 있는데 이건 PK로
안 들어가는 건가? PK 보호 시스템 쓸모없구만!!
“ 어이 교주야 그만해라 애 잡겠다. ”
살았다! 친구 형님이 말리시자 교주 형님이 드디어 멈췄다.
“ 쳇... 성과가 없기만 해봐라... ”
“ 휴,,, 형님 진짜라니까요. 엄청난 성과를
거두어 왔으니 절대 놀라시면 안 됩니다? “
“ 그래, 그래 어디 성과 한번 들어보자. ”
친구 형님이 교주 형님을 겨우 말려놨으니
빨리 성과를 말하라는 투로 이야기 하셨다.
“ 네... 친구 길드가 분위기가 안 좋아서
제가 상황을 보러간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가서 어쩌다 보니 제가 그 쪽 길드를 도와주게 되었는데
거기 길드장님이 저한테 길드 합병 제의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9시에 리버스 마을에서 만나 그 쪽
길드원 3명이 우리 길드로 이적하기로 했습니다.
한 분은 나중에 가입하신다고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4명의 길드원을 모집했습니다. 저 잘했죠? “
내가 말을 끝 마치자 교주형님이
내 쪽을 향해 걸어오셨다.
오~ 잘했다고 내 어께에 양손을 얹고
칭찬을 해주시는 시츄에이션인가?
“ 이놈! 벌써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어? ”
교주 형님이 칼집을 야구 방망이 마냥
붙잡아 드시고 내 쪽을 향해 다가오셨다.
“ 우왓! 진짜라니까요. 왜 못 믿으시는 거에요!? ”
“ 길드가 창설 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누가 뭘 믿고 길드 합병을 제의하겠냐?
너 혼자 길드 아지트에서 쉬다가
우리 오니까 뇌내망상을 얘기하는 거 아냐? “
“ 진짜 아니에요 진짜로! 9시에 리버스 마을에
가보시면 알거 아닙니까! 진짜 합병하기로 했어요! “
나는 다급하게 무릎 꿇고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손을 빠르게 비비며 사죄의 포즈를 취했다.
“ 진짜야? ”
“ 네 진짜에요. 리얼리 트루 마지데... ”
“ 흠... 이따 리버스 마을가서 한번 봐보자고. ”
“ 네네... ”
우와...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나 길드장인데
길드장으로써의 위엄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거 아닌가?
큰일이다... 길드장으로써의 위엄을 되찾아야해!
내가 교주 형님의 의심을 풀 때쯤 설화가 들어왔다.
“ 정키... 왜 무릎 꿇고 있는 거야? ”
“ 아,,, 이건 길드장으로써의 위엄을 되찾기 위한 일이랄까... ”
“ 정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
나는 설화에게도 오늘 9시에 다른 길드와
합병할 예정이라고 얘기하자 처음에는 못 믿는 것
같다가 내가 진지하게 얘기하자 결국엔 믿어줬다.
“ 그 짧은 사이에 길드 합병을 해내다니 정키 장하다... ”
설화가 나에게로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이거... 기분 좋긴한데 형님들 앞에서 하니 부끄럽다...
“ 거짓말일 경우 칼집으로 꼬챙이 형별이다. ”
“ 진짜에요 진짜! ”
내가 아직도 못 믿는 교주 형님께 극구
반박을 하려는데 갑자기 메시지가 한 개 날아왔다.
『 아르가일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
“ 앗! 아르가일이가 접속했나보네.
형님들! 그리고 세리스!
우선 길드 합병의 첫 번째 주자가 왔습니다.
같이 맞이하러 가시죠! “
나는 유성이가 우선적으로라도 가입해주면
교주 형님이 믿으실 거라 생각해서 빠르게
유성이를 맞이하고자 길드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뒤에서 따라 오시는 교주 형님이 쳇! 하고
혀를 차신 것 같긴 한데 무시해야겠다.
“ 여어~ 아르가일 왔냐? ”
“ 응 좀 전에 막 접속했어 정키야. ”
“ 형님들 세리스야 소개할게 제가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아르가일이라고 합니다. “
“ 안녕하세요. 아르가일이라고 합니다.
형님들 세리스님 잘 부탁드려요! “
“ 오야~ 잘 부탁한다. ”
“ 응 잘 부탁해. 열심히 일해다오. ”
친구 형님과 교주 형님이 차례대로 인사했다.
“ 정키 친구면 내 친구이기도해... 편하게 대해줘... ”
“ 엑!? 설마 그 말은 즉? ”
아르가일이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 응? 아... 니가 생각하는게 맞을 거야.
그러고 보니 교주 형님하고 친구 형님한테도
말씀 안 드렸었나? 세리스는 내 여자 친구가 맞아. “
“ 윽... 이 부러운 자식. ”
아르가일이 주먹을 꽉 쥐고 부럽다는 듯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 응 우린 알고 있었다. ”
역시 친구 형님과 교주 형님은 알고 계셨나?
“ 정키야 그럼 세리스님은 고등학교에서 사귄 거야? ”
“ 그냥 세리스라고 불러도 돼... ”
세리스가 아르가일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 아 그래? 그럼 편하게 부를게...
세리스랑은 고등학교 동창이야?
어떻게 만났는지 좀 알려줘 궁금하잖아? “
“ 어... 고등학교 동창이 맞긴 한데...
세리스랑 나랑 처음 만난건 OTP 온라인이야
알고 보니 같은 고등학교였다? 라는 전개지. “
“ 우와 진짜? 그건 무슨 인연이래니...
게임에서 만나 알게 되었는데
실은 같은 학교였다니... 부럽다.,.
나도 그런 인연이 생겼으면 좋겠다. “
“ 아르가일도 언젠가 그런 인연이 생길거야... ”
“ 흑... 세리스 고마워... ”
호오... 설화가 위로해 주다니... 유성이도 제법인데?
“ ...한명, 한명 내 편을 늘려서 기정사실로 만들어야지... ”
설화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이건 그냥 못들은 걸로 하자... 유성이 울라...
“ 자자 이제 슬슬 다른 두 분도 맞이해야하니
다 같이 리버스 마을로 이동하시죠. “
“ 그리고 정키의 거짓말이 들통나서
죽는 곳이기도 하지. 가보자구 ”
교주 형님이 뒤에서 엄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쿨한 남자니까 조용히 무시해야겠다.
새로 합류한 유성이와 길드원들을 모시고
허스키님과 만나기로 한 리버스 마을로 워프했다.
“ 뭐야! 아무도 없잖아! 역시 거짓말인게? ”
교주 형님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나에게 호통을 치셨다.
“ 형님... 아직 약속 시간까지 5분 남았습니다. ”
“ 쳇... 그렇군... 그럼 그 사람들 오기 전에
대충 어떤 사람들인지 얘기해 줘봐.
뇌내망상이었다면 짱구를 빨리 굴려야 할거야! “
“ 형님 이쯤되면 느끼는게... 저 괴롭히실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거 맞죠? 그렇죠? “
“ 아뉜돼? ”
교주 형님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리시며
이상한 발음으로 대답하셨다. 저거 일부러다 무조건...
“ 하아... 일단 먼저 간단하게 새로 오실 두 분을
소개해드리자면 두 분다 여성 유저이시고... “
"“ 오오오! ""
내가 새로 가입할 두 분이 여성 유저라는걸
언급하자마자 교주 형님과 친구 형님이 환호성을 질렀다.
“ 우리 길드도 여성 유저 비율이 확 늘겠는데?
남성 유저의 비율이 너무 높았는데 잘됐네! ”
“ 좋아! 세리스님은 유부녀지만 임자 없는
여성 유저가 늘면 길드가 더 화기애애해지겠어!
정키! 사실이면 매우 칭찬해주마! “
“ 내가 유부녀... 지태의 아내... 헤헤... ”
설화 마저도 교주님이 하신 말씀에 반응하자
길드원중 3명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신나했다.
“ 정키야 너희 길드는 항상 이런 분위기냐? ”
유성이가 다른 3명을 보며 나에게 물어봤다.
“ 어... 다들 개성이 넘치셔서 내가 머리가 아파... ”
“ 그래? 난 엄청 마음에 드는데? 솔직히 우리 길드는
대부분 접속해도 서로 말이 거의 없어서 심심했거든... “
허긴... 블랑님은 애초에 허스키님 제외하곤
전혀 관심 없는 분위기였고 허스키님은
블랑님을 돌보느냐 정신없고 두 명은 접속을
안하니 유성이가 심심했을 거 같긴 하다...
“ 앞으로는 시끌벅적해질 거다. 걱정하지 마! ”
“ 응... 앞으로의 길드 활동이 기대된다. ”
나랑 유성이가 그런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를
마무리 하려는데 갑자기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 정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안오잖아!? 역시 거짓말이었던 거냐?
여성 유저 두 명이 온다는 달콤한 말로 우리를 속여서
넘어가려하다니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
“ 어...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
게임 시계를 보기위해 매뉴얼 창을 열었는데
교주 형님이 말씀하신대로 약속 시간으로부터
5분가량 지나고 있었다. 뭐지... 설마 무슨 일 생겼나?
“ 아르가일아! 혹시 모르니까 메신저 창 열고
너네 길드원 위치 좀 확인해줘! “
“ 어? 어어... 잠시만... ”
나는 다급하게 유성이한테 허스키님과 블랑님의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이봐 정키! 또 연기하는 거냐? 이젠 안 통한다!
카운트다운 10초 내로 그 분들 안 오시면
거짓말로 판단하고 그냥은 안 끝난다! “
“ 형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 분들
상위 길드에 노려지고 있어서 길드를 해체하고
이 쪽으로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어요! “
나는 필사적으로 교주 형님을 설득하려 애썼다.
“ 이거 교주가 이렇게 화나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다. ”
친구 형님도 교주 형님을 설득 하는걸 포기했다.
10...
9...
8...
7...
“ 형님 제 말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아르가일이가 그 분들 위치를 확인하면
가서 도와줘야 한단 말입니다! “
6...
5...
이런 젠장! 교주 형님께 더 이상
내가 하는 말이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아르가일아! 어서 빨리 위치를 확인해 다오!
“ 정키야 큰일이야! ”
“ 넌 왜 또!? ”
“ 나 생각하고 보니까 그 두 분 메신저에
등록이 안 되어 있는데다가 길드 메신저를
확인해보려 했는데... 길드가 해체되어있어!! “
“ 뭐!? 미쳐 버리겠네 진짜! ”
4...
3...
교주 형님이 칼집을 또 야구 방망이 같이 들고
내 쪽을 향해 걸어 오시기 시작했다.
2...
“ 으갸아아아악!! 나도 모르겠다 젠장!!!! ”
1...
“ 땡! 일루와 배틀정키 오늘 넌 제삿날이다!! ”
교주 형님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려는 그 때
번쩍 빛나며 누군가가 워프존에 워프해왔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블랑을 마지막까지
설득하느냐 조금 늦었네요... 어라? 배틀정키님?
왜 눈물을 흘리며 이상한 자세로 서 계시는 건가요? “
사... 살았다! 허스키님이랑 블랑님이 드디어 오셨어!!
나는 재빠르게 허스키님 쪽으로 이동했다.
“ 허... 허스키님! 진짜 타이밍 좋게 잘 오셨어요!
물론 조금 더 일찍 오셨다면 훨씬 좋았겠지만요... “
“ 하하... 죄송해요. 일단 눈물부터 닦으시고 얘기하죠. ”
이런 눈물도 안 닦고 그냥 허스키님께 달려온건가?
이거... 실수했군 어서 눈물부터 닦자.
내가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허스키님께 말을 걸었다. “
“ 허... 허스키니? ”
“ 친구님!? 친구님이 왜 여기에... ”
“ 엥? 두 분 서로 아는 사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