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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능력 소년
작가 : 하시문
작품등록일 : 2018.12.11

하도아- 영원을 살아온 초능력자다. 지적이고 냉소적인 그지만 남모르는 따뜻함도 가지고 있다. 절대 악인 ‘배키’를 제거하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박재성- 도아의 학교 친구다. 도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은 아이인 그는 남을 해칠 줄 모른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수민- 도아의 학교 친구다. 내심 도아를 짝사랑하지만, 굳이 티 낼 만큼 지고 들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폐가 동호회를 주최한 장본인이자 배키가 된 중형의 마지막 희생양이다.
김중형- 민경의 스토커이자 배키가 깃든 인간이다. 은밀히 잠재해 있던 배키가 표면에 등장하고부터 살인귀로 변모한다. 대상의 머리를 먹을 때마다 그 대상의 기억도 훔친다.
성미온- 도아가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도아를 좋아하고 있다.
보발- 한때는 르와 교도였다가 도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부터, 500년 이상 도아를 보필하고 있다. 화수의 손에 죽게 된다.
벨즈- 그의 활동 주기는 24시간 중 단 3시간이다. 그 3시간 동안 짐승의 형태로 있다가 나머지 시간에는 바람이 된다. 그는 감시자다.
팽화수- 연쇄살인범이다. 그는 대상을 특정 짓지 않으나 남자만 노린다. 우연한 기회에 도아 일행을 만나고부터 도아에 대한 살해 의지를 가지게 된다.
강민경- 미래가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33살 여자다. 벨즈의 감시를 받는다.

 
22. 발톱
작성일 : 18-12-20 09:07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8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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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성은 어리둥절해 하며 신입 회원을 보았다. 미온은 처음 인사를 한 이후 줄곧 도아만 바라보았다. 그뿐 아니라 화수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재밌을 거 같아서.” 그것이 화수의 대답이었다. 두 명의 회원이 빠진 것을 다른 두 명이 채운 것이다. 수민은 신입들의 기를 죽이려는 듯 몇몇 폐가에서 경험한 괴현상을 설명했지만 연기자인 화수와는 달리 미온은 남자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저 계집애…….’ 수민이 은근슬쩍 눈을 흘겼다. 여자만 아는 사인이라 남자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공장단지 길목에 있는 빌딩 앞에서 모인 그들은 십 분을 걸어서 폐업한 상설매장 앞에 섰다. 건물 안에는 마네킹이 서 있거나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유리벽은 회색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으나 외부 화장실 근처의 뒷문은 열려 있었다. 수민을 선두로 그들은 한 명씩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선반이 한 방 가득 있었다. 겉포장이 뜯어진 옷들이 사방에 있었다. 창고인 것 같았다. 뻑뻑한 문을 열자 넓은 매장으로 통했다. 행거와 옷걸이가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카운터에는 책자가 쌓여 있었다. 카운터 뒤에 이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이 층도 창고로 쓰였던 것 같았다. 구획이 세 곳이었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첫 번째 방은 사면이 거울이었고 구석마다 일인용 탈의실이 있었다. 여러 종류의 옷걸이가 든 커다란 상자도 몇 개 있었다. 두 번째 방은 일 층의 창고와 구조가 비슷했다. 엘리베이터도 거기에 있었다. 세 번째 방의 유리벽 앞에는 신체의 일부분을 잃은 무표정한 마네킹이 산을 이루고 있었고 한쪽에는 빈 상자가 여러 줄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귀신은 없는 거 같은데?”

 화수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마네킹만 아니라면 별로 기분 나쁜 곳이 아닌 걸까?”

 수민이 거짓말을 했다. 미온 앞이라 세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난 좀 찝찝해.”

 이젠 수민이 편해진 재성이 슬쩍 말을 걸듯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미온은 도아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좀 더운데.”

 도아가 말했다. 그제야 미온도 도아에게 여유를 주었다.

 화수는 냉혹한 미소를 감췄다. 진심으로 도아를 죽이고 싶었다. 동기? 죽이고 싶은데 그딴 게 뭐가 중요하랴. 배가 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잔다. 그러니 죽이고 싶으니 죽이려는 것이다. 그저 죽이고 싶었다. 좆같은 새끼 네 배때기에는!

 그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도아의 체취를 은근히 맡았다. 그 체취의 기억은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에 잊었다. 대신에 중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선지 뒤에서 인기척만 나면 경계를 하고 말았다. 초식 동물처럼. 그놈 죽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뉴스 같은 데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경찰처럼 보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눈길을 거뒀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불심검문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선량한 시민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의 얼굴. 개좆밥의 상징. 잘생긴 것도 못생긴 것도 아닌 상판대기. 그럼에도 그는 속으로 웃었다.

 

 민경은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독학사 삼차 시험인 전공심화과정시험을 보았다. 시험이 끝나자 후련했다. 어려운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잘 본 것 같았다. 이제 시월에 있을 사 차 시험만 남겨 두었다. 그것까지 합격하면 학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앱을 이용해 셀카를 찍었다. 가끔 찍어대는 사진에서 복권을 얻은 그녀였다. 우연찮게 사진공모전에 참여했다가 대상을 받아 삼백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당분간은 그 돈으로 살 생각이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트를 괜히 관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그녀는 대형서점에 들렀다. 많은 사람 속에서, 일 층에서 삼 층을 오가며 다양한 책을 구경했다. 서점을 나와서는 옷가게에 진열된 옷을 구경했다. 크림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지만 사람들 틈에서 혼자 밥 먹기가 부담되어 못 들어갔다.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좀 사고 나온 그녀는 봉지를 가방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괜히 즐거웠다. 그러던 그녀인데 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어 빌라 복도에서 멈칫했다. 디지털도어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방은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그녀도 경찰에 신고를 할 생각을 못 하고 어떡할까 망설였다. 방주인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몇 번이고 누르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관련 업체를 불렀다.

 문득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실성을 할 뻔했다. 세면대 거울에 립스틱으로 적혀 있는 글자 때문이었다.

 사랑한다

 그녀의 의심대로 사랑한다의 범인은 중형이었다. 그는 이빨로 디지털도어를 쉽게 뜯어냈다. 과자처럼 아삭아삭 씹어 돌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있었다. 그녀가 없는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디지털도어를 분리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만약 그때 그녀가 진짜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고양이 소리를 들으며 죽은 고양이를 오도독 씹어 먹었다.

 “화수야 기다려.”

 그가 잇새에서 고양이 털가죽을 뽑으며 말했다.

 

 하늘을 배회하던 검은 점이 점점 커졌다. 건물 옥상에 내려앉아서는 하얀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몇 킬로미터 밖까지 관전하고 있었다. 거무스름한 잿빛의 날개를 펄럭대면서 발만 움직여서 옆으로 이동했다. 벨즈는 배키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민경을 주시하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배키는 민경 주위에 있었다. 뚱뚱한 남자, 바로 그를 주목하는 이유였다.

 배키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것을 느끼면서 벨즈는 민경을 떠났다. 그가 다시 지상에 발을 디딘 곳은 대저택의 창가였다. 도아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벨즈는 앞발로 문을 열고 텀블링을 해 들어갔다. 텀블링 끝에 방바닥에 발이 닿자 여우로 변해 있었다. 벨즈는 침대로 뛰어올라 도아를 깨웠다.

 “벨즈! 벨즈잖아!”

 도아가 벨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벨즈가 보았던 것을 보는 것이었다.

 벨즈는 하루에 세 시간밖에 활동하지 못했다. 나머지 시간은 바람이 되어 하늘을 누렸다. 그렇기에 이 복잡한 도시에서 감시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름지기 건물은 옛날의 나무보다 크고, 일십일 세기의 도시는 고대의 전유물을 소꿉장난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역시 그 여잔! 그건 그렇고 그 남자 위험한걸.”

 도아의 말에 벨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벨즈. 이렇게 하자. 남자를 찾는 거야. 찾아서 어떻게 할지는 그때 정하기로 하자고.”

 이번에도 역시 벨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벨즈.”

 그러나 벨즈는 붕 떠올라 공기 중에 흩어졌다. 도아는 손을 휘둘러 빈 허공을 거머쥐었다. 그 길로 저택을 나온 그는 보발의 차를 탔다. 차는 빌라 옆에 섰다. 차에서 내린 도아는 즉시 민경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벨을 한차례 누른 뒤 오래 기다리다가 한 번 더 눌렀다. “누구예요?”

 민경이 말했다.

 외시경으로 도아 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하도아라고 합니다.”

 “집을 잘못 찾은 거 같은데요.”

 그녀는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자신의 집에 강제 침입한 범인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요. 제대로 찾았어요. 강민경 씨죠?”

 “네, 제 이름을 어떻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당신은 위기에 처해 있어요. 아주 위험합니다. 그 남자, 그 남자가 당신을 곤경에 빠트릴 거예요. 멍청한 소리로 들릴 거란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사실이에요. 그 남자, 그 남자가.”

 “그 남자라면 혹시…….”

 그녀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소년의 장난일 지도 모른다. 그것을 모르는 그녀는 작은 정보를 줌으로써 소년의 말에 힘을 싣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소년은 그녀의 말에 말장구를 치면서 말에 타당성을 얻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의 태도는 너무도 진지했다.

 “당신을 쫓아다니던 남자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 그 남자 위험합니다.”

 “중형 씨요?”

 “풀네임이 어떻게 되죠?”

 “김중형이요.”

 “그는 배키입니다.”

 그가 배키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당신 주위에서 짐승들이 얼쩡대지 않았나요? 길 잃은 개랄까, 독수리나 부엉이 같은.”

 “그건 어떻게 알았죠?”

 “녀석은 벨즈라고 해요. 감시자죠. 오랫동안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말이에요.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좀 황당한 말들이네요.”

 “당연히 그렇게 들릴 걸 압니다. 보여 드리죠.”

 도아는 외시경으로도 잘 보이게 자세를 잡은 다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물만두 같은 물방울이 뿜어져 나왔다. 저글링처럼 연거푸 날아올라서는 연속적으로 그의 손바닥에서 박살이 났다. 그는 손을 꽉 쥐었다.

 “보셨죠? 속임수처럼 보이나요?”

 도아의 말에 그녀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중형을 생각하자 심장 소리가 커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현관문의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돌아가세요.”

 그녀가 말했다.

 “다시 오겠습니다. 하지만 제 전화번호는 남겨 두겠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도아는 걸음을 뗐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현관문을 열었다. 바닥에 물기로 새겨진 전화번호가 있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핸드폰에 입력을 했고 그 짧은 찰나에 물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화수는 밥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었다. 사레가 들린 탓에 거친 기침을 하던 그는 밥상을 엎어버렸다. 그는 후하고 숨을 내뱉으며 칼을 들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보경아! 보경아!”

 그는 죽은 보경을 원망했다. 운명은 수시로 바뀐다. 만약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녀도 살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바보 같으니! 그는 가글을 하고 과일 맛 사탕을 입에 까 넣었다. 칼로 한 번 두 번 세 번 머리부터 가슴까지 찌르는 시늉을 했다. 손을 확 뒤집더니 목을 찔렀다. 죽어가는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다음 주에 XX시의 XX호수에 가기로 했다. 거기에 버려진 별장이 있었다. 화수는 그때 도아를 죽일 생각이었다. 모든 분노를 담아. 그녀를 죽게 한 범인이 다름이 아니라 너라고 하면서. 여차하면 나머지 녀석들도 몰살이었다. 사리분별 없이 폐가 같은 곳만 찾아다니는 건 애초에 위험한 행위가 아니었던가. 여행자들은 언제나 위협 속에 있다. 죽으면 개죽음. 누구에게라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강도만 당하면 다행이다.

 

 중형은 마치 개가 냄새를 맡듯 고개를 살짝 까닥거리며 걸었다. 어제 그의 배에 칼자국이 하나 생겼었다. 술 취한 뚱보를 먹으려는데 화수가 그랬던 것처럼 냅다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회칼이었고 긴 만큼 상처도 깊었다. 그래서 그는 남자의 오른쪽 팔밖에 먹지 못했다. 상처야 금방 치유가 되지만 공격을 당한 당장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천하무적 납시오.”

 길거리에서 여고생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여고생이 불쾌한 듯 힐긋거렸다. 그는 화수의 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디지털도어를 입으로 부수고 들어갔는데 방이 엉망이었다. 밥상이 뒤집혀 있었다. 그것을 보며 그는 킥 웃었다. 혹시 숨어 있는 건 아닌지 하여 옷장이나 화장실 문을 열어 보고 베란다까지 확인했다. 심지어 세탁기까지 열어 본 그였다. 가스 배관에 매달려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 확인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그는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딸잡이 알바생의 딸감이 사는 아파트였다. 딸잡이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그녀의 부모는 맞벌이를 한다. 그래서 낮에는 그녀 혼자일 거라는 추측이었다. 여러 의미로 방학이란 건 좋은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디지털도어를 물어뜯었다. 과자처럼 박살 났다. 그는 문에 입을 처박고 조금 더 물어뜯었다. 그러자 힘을 주니 문이 열렸다.

 수민은 그때 친구와의 통화를 한 시간 가까이하다 끝낸 참이었다. 노래가 크게 나오는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녀가 일어서려 하자 그가 달려들어 다리를 끌어 내렸다. 그녀는 소파에서 팔부터 떨어졌고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그는 맹수처럼 두 팔을 확 벌리고 덮쳤다.

 그녀는 중형을 필사적으로 발로 찼다.

 “사람 살려! 사람……!”

 그가 그녀의 어깨를 덥석 물었다. 어깨에서 신선한 피가 배어 나왔다. 그녀의 팔에 맞아 모자가 들렸다. 그녀가 몸을 격렬하게 비틀자 그 부분의 옷이 찢어졌다. 어깨 쪽 뼈가 부러져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그쪽 팔이 축 늘어졌다. 고통 탓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그녀의 턱을 타고 내린 눈물을 피와 함께 후루룩 빨아 마셨다. 벌써부터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턱을 물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녀의 턱이 혀와 함께 뜯어져 나왔다. 간접 키스. 그녀가 뒤로 넘어갔다. 가슴이 희미하게 오르내렸다.

 그녀의 웃옷을 이빨로 뜯어 발겼다. 옷이 북북 찢어지고 속옷이 드러났다. 그녀의 입에서 골골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는 만연의 미소를 띠며 상어 같은 입을 벌렸다. 거대한 잇몸마다 큼직한 이빨이 서너 개씩 박혀 있었다. 그녀의 가슴께를 물고 악어처럼 고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녀의 전신이 전기 충격을 받는 것처럼 들썩거렸다. 그는 핏물을 후루룩 빨아 마시며 머리통을 치킨처럼 뜯었다. 그리고 뱀이 노루를 삼키 듯 한 부분씩 입에 넣고 꿀꺽꿀꺽 삼켜 들었다.

 “키아! 맛있다!”

 같은 시간에 벨즈는 잠에서 깼다. 한참 창공을 비행하다 내린 곳은 민경이 장을 보고 있는 대형마트 옥상이었다. 그녀가 보이자 그는 투신을 하는 것처럼 옥상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동력을 찾은 비행선처럼 솟구치더니 건물들 사이로 곡예비행을 했다. 그녀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다른 손으로 옮기며 걸었다. 벨즈는 묘한 냄새에 반쯤 취해 있었다. 배키였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벨즈는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벨즈가 다시 독수리가 되었을 때 민경은 머리를 식히려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어스름이 깔릴 무렵 문득 그녀는 하늘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도아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 것이다. 독수리는 어떠한 힘에 의해 공중에 멈춰 있는 듯했다. 일반적인 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민경 씨!”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무표정했던 중형의 눈에 미소가 찼다.

 “어디 가세요?”

 “그냥 바람 좀 쐬려고요.”

 그녀는 겁났다. 그게 중형의 눈에도 보였다. 중형은 슬슬 화가 치밀었다.

 저기요, 저 건물준데요? 저 정도면 대한민국 남자 평균 이상이잖아요? 큰 키에 멀쩡한 얼굴. 듬직한 어깨. 예, 씨발? 아무리 봐도 평균 이상인데요?

 “같이 가요! 저하고 같이 가자고요!”

 “아뇨, 싫어요.”

 “왜요? 같이 저기 가요! 우리 집에! 저기! 침대로! 민경 씨, 빨리요. 물 줄게. 꽃밭에 물을 줄게. 표정이 왜 그런데요? 네 입에도! 아직도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한 바가지 싸줄게!”

 그가 일부러 그 말을 꺼냈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반응을 즐기기 위해서.

 “이만 갈게요.”

 보호 본능이 발동한 그녀가 자신의 양쪽 가슴을 안으며 돌아섰다. 그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어딜 가요?”

 “……왜 그러세요?”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한시도 그와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희번덕거리는 두 눈과 침 흘리는 턱이 정말 무서웠다.

 “같이 가 준다니까 그러시네.”

 “부탁이니까 가주세요. 부탁드려요.”

 “세상에 그런 부탁이 어딨어요? 뭐예요? 지금 떠는 거예요?”

 “가주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진짜 이러기에요? 사람 열 받게 대체 왜 그래요?”

 중형이 꾸짖듯 말했다. 그는 두 팔을 벌렸다. 그녀가 왼쪽으로 가려 하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요.”

 중형이 말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신고하게요? 이젠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중형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킥킥 웃으면서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몸매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민경 씨 우리 집에 가요. 같이 살아요. 잘해 줄게요. 우리 가서 애 낳아요. 섹…….”

 중형은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모자가 떨어진 머리를 감쌌다. 마치 말벌 떼를 떨쳐 내려는 듯 살집이 오른팔을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독수리가 여성의 비명 소리와 흡사한 소리를 내면서 중형을 공격한 것이다. 독수리는 갈고리 형태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중형의 머리칼을 몇 번 거머쥐었다가 날아오르곤 했다.

 벨즈가 같은 공격을 감행했을 때 중형은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의 소매가 찢어졌다. 그는 나풀대는 천 조각이 자신의 살갗이라도 되는 듯 고통스런 소리를 냈다. 약이 올라 이빨을 딱딱거렸다. 독수리가 빙빙 도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해는 거의 지고 없었다.

 독수리가 다시금 날개를 접고 쇄도했다. 그는 입을 쩍 벌렸다. 하마의 입 같았다. 독수리에게 한쪽 눈을 당했지만 날개를 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날개를 북 찢은 다음 놀라운 힘으로 독수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감은 눈에서 핏물이 흘렀다.

 그는 씩씩거리면서 독수리의 머리를 발로 밟아 짓이기려 했다. 눈이 아팠다. 그 순간 깨달았다. 민경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그는 뒤쫓았지만 결국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같은 자리로 되돌아 왔지만 독수리도 사라지고 없었다. 쥐포처럼 뜯어 먹으려 했었는데 아깝게 되었다.

 “민경아 곧 갈게. 넌 내 거야. 열 바가지 싸줄게. 우리 애기 백 명 낳는 거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건 화수였다. 이젠 화수 차례였다. 민경의 차례도 맞았다. 둘 다 감금해야 했지만 방식은 전혀 달랐다. 화수는 그의 뱃속에 들어가겠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 역시 화수처럼 영원히 그의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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