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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능력 소년
작가 : 하시문
작품등록일 : 2018.12.11

하도아- 영원을 살아온 초능력자다. 지적이고 냉소적인 그지만 남모르는 따뜻함도 가지고 있다. 절대 악인 ‘배키’를 제거하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박재성- 도아의 학교 친구다. 도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은 아이인 그는 남을 해칠 줄 모른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수민- 도아의 학교 친구다. 내심 도아를 짝사랑하지만, 굳이 티 낼 만큼 지고 들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폐가 동호회를 주최한 장본인이자 배키가 된 중형의 마지막 희생양이다.
김중형- 민경의 스토커이자 배키가 깃든 인간이다. 은밀히 잠재해 있던 배키가 표면에 등장하고부터 살인귀로 변모한다. 대상의 머리를 먹을 때마다 그 대상의 기억도 훔친다.
성미온- 도아가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도아를 좋아하고 있다.
보발- 한때는 르와 교도였다가 도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부터, 500년 이상 도아를 보필하고 있다. 화수의 손에 죽게 된다.
벨즈- 그의 활동 주기는 24시간 중 단 3시간이다. 그 3시간 동안 짐승의 형태로 있다가 나머지 시간에는 바람이 된다. 그는 감시자다.
팽화수- 연쇄살인범이다. 그는 대상을 특정 짓지 않으나 남자만 노린다. 우연한 기회에 도아 일행을 만나고부터 도아에 대한 살해 의지를 가지게 된다.
강민경- 미래가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33살 여자다. 벨즈의 감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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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19 09:5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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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형은 거울 앞에서 시시덕댔다. 그는 기름진 옆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놓았다. 가운데 머리가 거의 벗겨진 상태였다. 해가 지날수록 그 범위가 넓었다. 그는 위가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는 입술을 벌려 치아를 훤히 드러냈다. 잇새에 이물질이 끼어 있었다. 그것을 손톱으로 파서 긁어내고 다시 입맛을 쩝쩝 다셨다. 배가 고픈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양이 차지 않았고 복통만 부를 뿐이었다.

 그는 속옷을 바지와 함께 끌어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푸짐한 엉덩이가 변기를 뒤덮었다. 푸드드드 하고 설사가 쏟아졌다. 그는 뒤를 대충 닦고 손을 씻었다. 손이 젖는 게 싫어서 인상을 쓰며 젖어 있는 수건에 닦았다. 그때 그는 뭔가를 떠올리고 세면대 거울에 얼굴을 밀착했다. 손가락으로 앞니를 잡고 흔들어 보았다. 이빨의 모양새가 조금 이상했다. 설명할 수 없었지만 오묘한 그런 것이 있었다.

 “아 씨.”

 그는 방으로 들어가서 TV 리모컨을 들어 세면대 거울을 향해 던졌다. 유리가 깨져서 덩어리로 떨어졌고 리모컨 건전지가 튀었다. 한 남자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생생했다. 남자가 어디 사는지도 알고 심지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남자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자의 머리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뇌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가 된 그 주름 덩어리가 무슨 작용을 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왜냐면 그 깔쌈한 여자와는 달리 골목에서 먹은 여자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아래턱 위쪽은 말짱한 채 죽었다. 그 여자의 충치와 금니의 맛이 혀끝에서 느껴졌다. 여자가 마지막으로 먹은 건 치킨이었다.

 어쨌건 그가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머리의 주인과 연인 사이였던 것 같았다.

 “너만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그는 계속 흐르는 땀을 닦았다. 소매로 목도 닦았다. 큰 반론이 생겼다. 남자를 먹고 난 뒤에는 또 어떤 기억이 그를 괴롭힐까 하는 것이다. 남자의 기억에서 나온 게 머리의 주인이라면 쌤쌤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머리만 빼고 먹어야 하는 건가 하고 그는 생각했지만, 그게 탐탁지 않았다. 뇌가 무슨 짓을 꾸몄다는 의심은 피상적인 거니까(정말?).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남자가 이때쯤이면 외출을 하리라 확신했다. 아마 이런 시간 앞뒤로 머리의 주인과 만남을 가졌던 듯싶었다. 침이 넘치는 입가를 후르릅 빨면서 그는 눈에 힘을 주었다. 안경이 반짝거렸다. 그의 입이 헤벌쭉 열렸다. 하지만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쪽쪽 빨면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손목의 굴곡을 타고 핏물이 흘렀다.

 “잡아먹어야지. 잡아먹어야지.”

 그는 혼잣말을 했다. 고양이 소리가 났다. 그래선지 쥐 사체를 분해하는 고양이 생각이 났다. 그는 귀를 탁탁 털었다. 귀를 파자 귓밥 덩어리가 나왔다. 외계인이 딸따리를 치면 이런 게 나올 것이다.

 “고양이가 쥐 대가리를 뜯듯이.”

 고양이가 날카롭게 울었다. 물론 주위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어디냐? 어디야?”

 그는 신경질이 났고 점점 초조해졌다. 배는 고픈데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밤까지 기다려야 할 참인가? 그는 빌라의 유리문 앞에 섰다. 그의 커다란 실루엣이 영혼처럼 유리문에 어렸다. 그 순간이었다. 건물 안에서 센서가 작동하여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오예! 머리 주인의 남자친구였다. 크흐흐 하고 그는 속으로 웃었다.

 화수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몸을 옆으로 움직여 중형과 안 부딪치게 지나갔다.

 ‘고양이 킬러잖아? 씨발 새끼가 여기는 무슨 일로……?’

 그는 얼마 동안 앞만 보며 걷다가 이때쯤이다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중형이 따라오고 있었다.

 ‘좆 땐 거 아냐?’ 화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이유에선지 고양이 킬러가 자신이 사는 빌라 앞을 서성이고, 이제는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붙고 있었다. 화수는 택시를 세웠다. 웃돈을 더 준다고 말한 뒤 목적지를 말했다. 목적지는 자신이 사는 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중형이 다시 빌라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눈에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초등학생 두 명이 보였다. 그가 오르막길을 올라가서 자전거를 세웠다.

 “얘들아 용돈 벌어볼 생각 없니? 저기 아저씨 있지? 저 아저씨한테 누구 기다리는지 물어볼래? 그거 알아오면 오천 원씩 더 줄게. 도와줄 거 없냐는 식으로 물어야 해. 캐묻지는 말고, 알았지?”

 그가 아이들에게 오천 원씩을 주며 말했다. 곧 아이들이 되돌아 왔지만 싱거운 이야기뿐이었다.

 “머리카락은 이 정도로 길고 중간키가 조금 넘는데 검은색 계통 옷을 자주 입고, 어, 눈은 보통 사이즌데 코가 높은가? 입은 작은 편에 한쪽에만 보조개가 있는 게 특징이긴 한데, 어, 혹시 아는 사람이야?” 중형이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오천 원 안 줘요?”

 까불게 생긴 아이가 말했다.

 “꺼져. 꼬맹이 새끼가 벌써부터 돈 돈 거리네. 턱주가리를 걷어차 버릴까 보다.”

 화수가 매너 좋던 태도를 바꾸고 아이의 머리를 희롱하듯 거듭 밀쳤다.

 “저 아저씨한테 다 이를 거야!”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휭 내려갔다. 아이들은 정말로 자전거에서 내려서 손가락으로 여기를 가리키며 중형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다. 화수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무척 긴장을 했었다. 그는 괜히 겁쟁이가 되어 옷장이나 베란다까지 확인을 한 뒤에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 그는 조소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뭐하는 씨발…… 돼지 같은 새끼. 씨발.”

 그날 그는 주차된 차들의 바퀴에 구멍을 내고 사이드미러를 발로 부수며 돌아다녔다. 왜냐면 그는 초식동물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약탈자였다. 분명히 그랬다. 고무바퀴에 박힌 칼날을 흔들어 빼던 그는 순간 도아를 생각했다. 칼날이 쉽게 빠지지 않을수록 도아의 얼굴이 더 선명해졌는데 아니 글쎄 이 씹새끼가 반짝 쪼개는 것이다. 그는 힘겹게 뽑혀 나온 식칼로 그 자리를 찍고 또 찍었다. 중형이 아닌 도아를 생각했다. 자신은 약탈자였다. 초식 동물이 절대 아니라 약탈…….

 

 중형은 눈앞에서 영역 싸움을 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쿵쿵 소리가 날 정도로 뛰어 쫓아냈다. 그는 뚱뚱한 배를 쓰다듬었다. 오늘 아침에는 허기를 견디지 못해 고양이 도막을 와드득 씹어 먹어 버렸다. 나중에야 고양이를 잡기 위해 푼 쓰레기에 독약을 섞은 게 생각났지만, 탈도 나지 않았다.

 야옹――

 “닥쳐!”

 고등어 여덟 마리를 점심 삼아 통째로 삼켰다. 기분 나쁜 배부름이었다. 그리고 배가 금방 꺼져서 별 도움도 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을 먹어야 했다. 고양이나 고등어를 먹을 때는 뭔가 연상되는 이미지가 없었다. 만일 있었다면 꽤 골 때렸을 것이다. 이번에 그 남자의 머리통을 싹둑 잘라 먹으면 확실해질 것이다. 사람의 머리통이 무슨 작용을 하는 것인지. 심증을 끝내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끼아아옹――

 “닥쳐!”

 그가 굳이 그 남자에게 집착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머릿속에서 뒤져 보건대 남자는 만나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가족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사는 외톨이였다. 분란을 조장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 주기에는 딱 적임자였다.

 “먹고 말 거야.”

 그는 달팽이관을 때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침이 흐르는 입을 훔쳤다. 그는 남자가 몇 호실에 사는지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나는 듯한 기분으로 갔는데, 그 여자 때처럼 되었다. 이번만큼은 사 일을 기다릴 수 없었다.

 야옹――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에겐 전략이 있었고 본드걸도 있었다. 본드걸이 두개골 안에서 영사기를 틀었다. 그는 장면을 따라서 남자가 한때 본드걸과 잘 가던 장소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카페, 길거리, 미용실, SPA브랜드 가게 같은 곳이었다. 소득이 없었다.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그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지만 남자의 우편함을 뒤졌다. 전기세 고지서가 있었다.

 살펴보니 전기를 별로 쓰지 않는 편이었다. 이름이 팽화수로 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집에 없는 걸까 하고 그는 의심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짜며 세세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를테면 전화번호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기억력이 미치지 못했다. 솔직히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가물가물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여기에도 유통기한이 있었구나 하며 그는 실소를 했다. 음식이란 으레 유통기한이 있는 법이니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는 헛걸음을 했다. 하지만 상관이 없었다. 공들인 음식이 맛있는 법 아니겠는가. 어느 날 밤 열한 시쯤이었다. 그는 밥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메인 코스가 귀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 봤는데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화수도 중형을 알아보고 멈칫했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작은 머릿속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을 터였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중형은 웃음이 나왔다.

 중형은 턱을 좌우로 움직였다. 지금 입을 벌린다면 입가가 양서류처럼 쩌저적 찢어질 것 같았다. 화수의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중형은 얼굴을 가리며 물러났다. 화수 뒤쪽에서 소형트럭 한 대가 굴러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가 지나가고 없을 때 화수도 없었다.

 “쥐새끼 같은 놈.”

 중형은 자신의 주먹을 물어 씹었다. 입가가 조금씩 찢어지더니 위아래로 연결된 살갗이 실패처럼 톡톡 뜯어졌다. 그는 입을 훔치며 쿵쿵 달렸다. 편의점이 보였다. 입술을 가린 채 들어가 일 점 오 리터 음료수 한 병을 내려놓았다. 알바생이 금전등록기 쪽으로 몸을 수그릴 때 그 머리통을 이빨로 깨부수고 싶었으나 머리 위에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어 못 했다.

 그는 음료수 뚜껑을 따자마자 입안에 쑤셔 넣었다. 입술이 찢어져 있어서 거의, 병의 반이 들어갔다. 그는 쭉 마셨다. 빈 플라스틱병은 이빨로 물어뜯어서 찢어발긴 후 퉤 뱉었다. 그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찢어졌던 볼은 흔적도 없이 벌써 달라붙었다.

 “혹시 몇 시에 마쳐요?”

 “왜요?”

 알바생은 남자였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고민이 많아서 그러는데 밥이라도 하면서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고기 어때요? 고기요. 맛은 없어 보인다만, 그게 아니라 풉, 고기요.”

 “저 시간 없는데요.”

 알바생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시간 좀 내 봐요.”

 중형이 두툼한 손을 카운터 위에 올렸다. 카운터에 대고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여 드드득 소리를 냈다.

 “시간 없다니까요. 남자끼리 왜 이래요?”

 “남자 대 남자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맨투맨 몰라요? 영어? 헬로, 렛 미 인트로듀스 마이 셀프. 마이 네임이즈 형중 킴. 아임 어 맨. 유어 더 보이. 아임 파인 땡큐, 엔드 유?”

 중형이 턱살을 만들며 말했다. 올가미라도 썼던 듯 목주름이 심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중형은 시선을 내린 깐 채 딴짓을 하고 있는 알바생을 가만 쳐다보다가 매장 내 창고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점주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언제까지 알바생을 기다릴 작정이었다. 대충 알고 있지만 어느 매장이고 이 시간 때에 알바생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을 나오는 알바생을 발견하고 버스정류장까지 따라 들어갔다.

 알바생은 키가 백육십 대 초반으로 남자치고는 작았다. 몸도 심하게 말랐다. 더럽게 맛없어 보이는 멸치 대가리 같은 놈이었지만 자라나는 성장기, 가끔은 불량 식품도 먹어줘야 했다. 통째로 집어삼킬 생각이었다. 그러면 증거고 뭐고 남는 게 없다.

 중형의 존재를 눈치챈 알바생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뭐예요?” “배가 고파서. 내가 아까 밥 먹으러 가자고 했지? 그거 사실 거짓말이야. 진짜는 말이야.”

 중형이 알바생의 팔을 잡았다.

 “당신 미쳤어? 안 놔?”

 알바생은 힘이 달려 중형을 내치지 못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던 알바생이 일어나 밀려고 했다. 중형은 그 손도 잡아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입을 크게 벌렸다. 큰 이빨이 줄지어져 있는 위아래 턱이 상어만큼이나 벌어졌다. 그는 남자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한꺼번에 덥석 문 뒤에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삼켜 들였다. 왼팔이 그의 입속으로 씹혀 들어갔고 가슴과 배가 점차로 지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고개를 쳐들자 힘없이 달려 있는 알바생의 두 다리가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것처럼 벌어졌다. 삼키는 데 애를 먹어서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 오른쪽 다리가 관절 안쪽으로 접혔고 다른 쪽 다리는 빳빳하게 서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뻗어 남자의 신발을 벗겼다. 그리고 결심했던 대로 발끝까지 먹어 치웠다.

 그는 빵빵한 배 탓에 숨도 거의 못 쉬는 지경인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머리가 허전해서 보니 모자가 떨어져 있었다. 그는 모자를 쓰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났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한 시간 정도 후면 거뜬할 것이다. 그의 생각이 맞았다.

 그날 밤 그는 알바생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여자의 꿈을 꾼 것도 모자라 시시때때로 생각이 났다. 이 새끼 그 여자의 SNS를 보면서 자위질을 하는 게 취미였다. 완전 딸쟁이였다.

 잠에서 깨고 나서 그는 또 고양이 소리를 들었다. 이거 미칠 노릇이었지만 한편으로 신이 났다. 그는 죽은 고양이를 반 도막 낸 뒤 가래떡을 베어 먹듯 뼈째 빠드득 씹어 먹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고양이 뒷다리를 닭 다리처럼 뜯으면서 화수를 생각했다. 반드시 먹을 생각이었다. 알바생의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범죄도 진화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 식이라면 본인 역시 진화되는 느낌이었다. 안면부지의 인간을 노리는 것보다는 여러모로 낫지 않은가. 이것이 야릇한 점이었다. 실상 모르는 사이지만 그의 의식은 아는 것이다.

 

 도아는 미온의 전화를 받았다.

 “오빠 어디에요?”

 “나? 집인데.”

 “혹시 바빠요?”

 “아니, 바쁘지는 않은데. 왜?”

 “우리 만날래요?”

 “지금?”

 “왜요? 안 돼요?”

 “지금은 좀 그런데.”

 도아는 낮잠을 잘 생각이었다.

 “중요한 일이야?”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도아는 침대를 생각했다. 누워봤자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각얼음이 가득 찬 유리컵으로 물을 마시고 싶었다. 물방울이 유리컵을 타고 흐르는 이미지가 선명했다.

 “어디서 만나지?”

 “XX카페 알아요?”

 “음, 알 것도 같은데. 혹시 어디에 있는 거야?”

 도아는 몰랐다. 그녀가 대략적인 위치를 말해주기에 외웠다.

 얼음이 채워진 긴 컵이 흔들흔들 날아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이 물컵을 가져오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받고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몇 시에 만날까?”

 “두 시에 만나요.”

 “세 시로 하자.”

 “그래요. 거기서 만나요, 오빠.”

 그리고 쪽 소리가 났다. 도아는 핸드폰을 귀에서 때고 잠시 쳐다보았다. 씩 웃더니 물을 한 번에 비웠다. 그는 얼음을 깨물어 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가지와 양말이 공중부양해서 그의 주위를 위성처럼 맴돌더니 제자리로 찾아들었다.

 도아가 보발의 차에서 말했다.

 “XX카페로 가줘, 보발.”

 보발이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과학 기술이란 건 정말 편리한 도구 같습니다.”

 도아는 뒷머리에 손을 넣은 자세로 좌석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차가 부드럽게 바퀴를 굴렸다. 그는 카페 근처에서 내린 후 카페로 빨리 걸었다. 그녀는 이미 도착해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다행이네, 좋아 보여서.”

 도아가 말했다.

 “그래 보여요? 가출 전보다는 뭐 그렇죠? 그래도 아직 어려운 게 많아요. 인생이 왜 이래. 너무 힘들어용.”

 순간 도아는 웃을 뻔했다. 비웃음은 아니었다.

 “엄마한테 배신감도 느꼈지만 그건 아빠한테도 마찬가지고, 엄마의 애인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이젠 엄마의 인생이고…….”

 “좋아 보여 다행이야.”

 “고마워요. 근데, 오빠?”

 “응?”

 “오빠 아직 여자 친구 없죠?”

 “없는데.”

 “내가 해도 돼요?”

 “너 당돌하구나?”

 “그런가요?”

 “솔직히 말하면 난 여자 친구가 필요 없어.”

 “왜요?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럴 리가.”

 “실은 있잖아요. 오빠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뭐지?”

 “얼굴이 보고 싶었어요!”

 “네가 설파한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답인 것 같은데.”

 그녀는 밝은 얼굴로 자신의 근황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계속 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되는 대로 일자로 앉아 있었지만 그녀는 앞쪽으로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너 우리 모임에 안 들래? 폐가 동호회 뭐 그런 건데…….”

 그의 이어지는 말에 그녀는 내키지 않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승낙했다. 수민과 같은 이유였다. 장소를 옮기기로 하고 둘이 카페를 나오는데, 보발은 아직 거기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수는 뒤통수가 쌔 한 것을 느꼈다.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어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을 본 느낌이었다. 예를 들자면 뒤를 노리며 다가오는 칼 같은 것을. 왠지 돌아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는 은근슬쩍 뒤를 확인했다. 그러자 덩치 큰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썼다. 살짝 봤을 뿐이건만 금방 고양이 킬러임을 알아챘다.

 ‘저 새끼도 보통 미친 건 아닐 텐데.’

 화수는 태연한 척하며 바지에 손을 집어넣었다. 칼이 개방이 안 될 만큼만 버튼을 지그시 눌렀다. 뒤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다. 타이밍에 맞춰 그는 칼을 든 손을 냅다 휘둘렀다. 고기 써는 느낌이 손가락 끝에 생생히 전해졌다. 중형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가리며 무릎을 꿇었다. 눈 밑을 당한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야!”

 중형이 신음하며 말했다.

 “너 정체가 뭐야?”

 화수가 말했다. 그러면서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었다. 고양이 킬러가 작정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중형은 얼굴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꺼운 후드 재킷을 입고 있었으니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었다. 화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피가 더 흐르지 않았다. 화수의 표정을 본 중형은 큰 얼굴을 들이대며 상처를 손가락으로 벌려 보였다. 상처 사이에서 기생충 같은 것들이 하늘하늘 춤을 추며 서로를 잡아당겼다. 서서히 상처가 봉합되었다.

 “이 새…… 뭐야?”

 화수가 칼을 치켜들며 말했다.

 “나 이런 사람인데.”

 중형이 입을 벌렸다. 양쪽 입가가 흡사 지퍼가 달린 것처럼 찢어지기 시작했다. 턱이 쩍 벌어지자 입천장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이를 맞부딪쳐 딱딱 소리를 냈다.

 “넌 내 밥이야.”

 그리고 중형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화수는 자신도 모르게 칼을 높이 휘둘렀다. 칼은 중형의 목을 쓱 잘라내며 뜨뜻한 피를 확 뿌렸다. 화수는 주춤주춤 물러났다가 중형이 다시 일어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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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해갈 2018 / 12 / 15 281 0 6021   
9 9. 집 2018 / 12 / 15 277 0 9716   
8 8. 패거리 2018 / 12 / 15 269 0 6472   
7 7. 스토커 2018 / 12 / 14 291 0 8029   
6 6. 폭력 2018 / 12 / 14 292 0 6800   
5 5. 밤 2018 / 12 / 13 276 0 8770   
4 4. 여인 2018 / 12 / 13 268 0 7592   
3 3. 학교 2018 / 12 / 11 294 0 8839   
2 2. 살인자 2018 / 12 / 11 287 0 8567   
1 1. 소년 2018 / 12 / 11 472 0 1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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