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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8.11.8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과거의 괴이한 사건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현덕. 그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하지만 운명은 현덕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방과 후 학교 교실에서 현덕은 최근에 학교에서 소문난 괴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와 만나게 된다.
‘갓난아기를 본 사람은 7일 이내에 저승으로 끌려간다.’
남은 목숨이 7일 밖에 없는데다가 문득 문득 보이는 끔찍한 아기의 모습에 밤잠하나 못이루던 현덕. 그는 결국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못푸는 난제 미스터리가 없다’라는 괴담을 따라 열리지 않는 ‘미스터리 부’의 교실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가 본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환상의 ‘와룡 진소미’와 학교의 아이돌 ‘봉추 방원혜’였다.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고 있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 두 사람.

과연 현덕은 무사히 저주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 에필로그
작성일 : 18-12-19 06:02     조회 : 305     추천 : 1     분량 : 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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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그냥 그걸로 끝난 거지. 괴담이 다 그렇잖아.”

 

  나른한 쉬는 시간. 수학선생님의 자장가는 오늘따라 들어주기 어려울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네 친구는 왜 그리 처 자빠자고 있냐? 밤에 뭐라도 했대?”

  “아니, 원래 잠이 많은 놈이잖아. 냅 두는게 현명한거야.”

 

  다 들린다. 이 새끼들.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붕대를 감은 팔꿈치 위로 얼굴을 들었다. 거대하고도 하얀 등짝이 눈에 들어온다.

 

  “야, 남 욕하려면 좀 딴데가서 하지. 왜 여기와서 지랄이냐?”

  “아, 들켰냐? 그냥 너 들으라고 한 소리였는데?”

  “야!”

 

  나는 화내려고 일어나려다가 그냥 포기했다. 할 마음도 힘도 없었다.

 

  그날 밤에 일어났던 사건은 그 만큼 힘들었다. 아직도 낫지 않아 붕대로 뒤덮힌 팔을 보면, 그 날일이 떠올라 아직도 상처가 쿡쿡 쑤시는 느낌이었다.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될 정도로 무섭고, 두렵고,

  그리고 무척 우울한 사건이었다.

 

  “허, 거참. 미친 망아지처럼 덤벼대는 새끼가 며칠 동안 계속 이 모양이네……. 대체 너하고 관우하고 뭔 일 있었길래 병든 닭마냥 이러고 있냐?”

 

  관우?

 

  피곤해서 축 늘어지던 뇌가 그 순간만 불똥이 튀듯 일어났다.

 

  “관우는 뭐하고 있는데?”

  “그 녀석? 글쎄. 뭐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도 학교에 안 나타난건 확실해.”

  “혹시 너에게 연락온건 없어?”

  “응. 수업을 자주 땡땡이치던 녀석이라 별 걱정은 안 나는데, 그래도 결석 끊기는 건 싫다고 아침에는 무조건 교실에 앉아 있었잖아. 근데 며칠 동안 결석이라서……. 그래서 뭔 일이 있나 싶더라고.”

 

  익덕의 눈이 슬그머니 나에게로 향한다.

 

  “혹시 너희들 뭐 문제 있는 거 아니지? 지난 주에 너희들 서로 싸우고 그랬잖아.”

 

  게슴츠레 눈을 뜨며 나를 추궁하는 익덕의 모습. 나는 억지로 그 녀석의 눈을 피했다.

 

  “그런거 없어.”

  “호오. 이 새끼 나에게 지금 구라를 치는거야?”

 

  익덕 녀석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일어서는 거대한 산악. 나는 얼른 피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일어서있던 익덕의 육중한 무게가 깔리는 게 더 빨랐다.

 

  “기브업! 기브업!”

 

  책상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열심히 항의했지만, 내 몸위를 누른 비곗덩어리는 치워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지 못해? 너 관우랑 무슨 일 있었지? 엉?”

 

  아무 일 없다고 말했잖아! 급격하게 조이던 허파가 말대신 신음을 토해낸다. 이러다 숨 막혀 죽겠다.

 

  -드륵.

 

  때 마침 누군가가 교실문을 열었다. 호기심에 익덕의 얼굴이 문을 향했고, 나를 누르던 무게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유로움을 벗어나지 않았다. 입에 담았던 신음을 단어로 바꾸어 입밖에 내뱉었다.

 

  “관우야…….”

 

 

  *************

 

 

  “날 때려.”

 

  관우가 옥상에서 나를 보며 맨 처음 한 한마디였다.

 

  나는 그런 그의 한 마디가 당혹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관우는 답답했는지, 내 압박붕대를 묶은 손을 억지로 들어 자신의 볼에 가져다댔다.

 

  “길게 생각하지마, 고민도 하지말고, 그냥 날 때리면 돼.”

  “너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할 말이냐?”

 

  나는 억지로 관우의 볼에서 떼어냈다. 당혹스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는 어느 정도 이해했다.

 

  “네가 나를 때리지 않으면, 내가 기분이 안풀린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관우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그것이 어떤 연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약 선배와도 관련이 있어보였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차였냐?”

  “시끄러! 어서 때리기나 해!”

 

  화내는 걸 보니 정곡이 찔린 모양이다. 관우는 새빨개진 얼굴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제길’이라는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원혜 선배에게 다 들었어.”

 

  한 숨쉬는 그의 입김에 하얀 연기가 새어나왔다. 푸른 하늘에 아스라이 흩어지는 연기를 멍하니 보던 관우는 조용히 말을 읊조렸다.

 

  “문약 선배는 나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을 숨기려고 했고, 넌 날 대신해 문약 선배에게 이용 당했다면서? 그 때문에 그 일진인 문원 선배에게 얻어 맞기도 하고, 그랬다면서?”

 

  그렇게 알려준건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의 시선이 내 팔을 힐긋 쳐다본다.

 

  “쳇.”

 

  심경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관우. 나는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해줬지만, 아무래도 관우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담배가 입맛에 안맞았는지, 잘근 잘근씹었다가 퉤하고 허공에 뱉었다. 담뱃재가 하늘 높이 올라가다가 그대로 옥상 아래로 추락했다.

 저거 들키면 최소 정학감 일텐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까 날 때려.”

 

  안 그러면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까.

 

  나는 눈을 꼭 감은 관우를 보며 남몰래 한 숨을 쉬었다.

 

  참 손해 보는 성격이다.

 

  나는 숨을 멈추고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쥐고는 얼굴을 향해 날리는 척하며, 이마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밤이었다.

 

  -딱.

 

  가볍지만 둔탁한 소리. 관우가 끄으으하는 묘한 신음소리를 내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나는 가벼운 아픔으로 타오르는 손가락을 후 하면 불며 씨익 웃었다.

 

  “아프냐?”

 

  관우의 얼굴이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 되어 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무언가 이해 할 수 없다는 그 표정.

 

  “왜……·.”

  “우리 사이에 이정도면 돼. 그 뿐이야.”

 

  실컷 얻어맞았다. 다시는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신나게 얻어터졌다.

 

  하지만 마음고생으로 초췌해진 그 녀석의 얼굴을 보니 서운한 감정은 어느사이엔가 쏙 들어가고 말았다.

 

  사실 그녀석도 피해자인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용당할 뻔한, 손해입지 않은 피해자.

 

  나는 손을 내밀었고, 관우는 이런 내 손을 맞잡았다.

 

  “…미안했다. 진심으로…….”

  “그래. 받아줄게.”

 

  우리 둘의 우정은 이렇게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

 

 

 

  방과 후는 조용했다.

 

  학생들도, 교사들도 모두 빠져나간 교내를, 고요한 복도를 조용히 거닐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두렵기 그지없어,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방과 후의 복도.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까지 방과 후의 교내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던 것은 전부 그녀들 덕분이었다.

 

  방과 후에도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는 유일한 여고생들.

 

  그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어쩌면 두려움에 벌벌떨며 죽어갔을지도 몰랐다.

 

  나는 어느사이엔가 도착한 아무도 오지 않는 교실문을 가만히 서있었다.

 

 

  [위험 접근 금지!]

 

 

  황혼 빛이 물드는 저녁 노을. 그림자와 노을빛이 경계를 안고 반반씩 서있는 푯말이 날 맞이한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붉은 글씨를 보며 피식 웃었다.

 

  -똑똑똑.

 

  조용한 복도에 내가 낸 노크소리가 크게 울려퍼진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간 방과 후라, 누가 들을리는 없었다.

 

  교실 안에 있는 단 한사람을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도 없나?

 

  그럴 리는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이 시간에 여기에 홀로 존재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혼자서 여기에,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내가 여기 문을 스스로 여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옆으로 밀었다.

 

  “야. 거기 똑바로 청소안해? 거기 먼지가 그대로 있잖아!”

  “시끄러! 네 눈에는 먼지가 있는 걸로 보여? 여긴 원래 이렇게 생긴곳이야!”

 

  열자마자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복도를 울려퍼진다. 재빨리 닫아야 하건만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의외의 상황에 사고를 정지했다.

 와룡은 여전히 침대위에 앉아 특유의 하얀머리를 늘어뜨려놓은채 PC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 같이 있는 봉추, 원혜 선배는 이때까지 본 거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 바탕 드레스의 흰 앞치마를 입은 듯 한 복장. 소위 메이드라고 불리는 복장을 한 원혜 선배가 손에는 대 걸레를 들고 교실 바닥을 닦고 있었다.

 

  엉덩이가 보일정도로 짧은 치마에, 가슴을 강조하는 듯, 설계된 특유의 메이드 복. 묘하게 선정적인 복장에 원혜 선배 특유의 다이너마이트한 몸매가 더해지니, 이것은 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 단정하게 교복을 칼같이 맞줘 입은 모습만 보여줬는지라, 이런 섹시하고 도발적인 의상을 입은 모습은 갭이 너무 커서 원혜 선배의 또 다른 매력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뭐야. 들어왔으면 얼른 들어오지 뭐 한다고 거기 서있어? 아니 ‘서 있기’ 때문에 못들어오는 건가?”

 

  와룡이 나를 보며 한 쪽 입가를 비죽 올렸다. 나는 그 말에 항의하려고 했지만, 원혜 선배의 비명소리가 더 빨랐다.

 

  “야! 너 왜 왔어! 빨리 문 닫고 안나가?!”

 

  선배가 절 부르셨습니다만……?

 

  하지만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과 힘겹게 붙잡고 아래로 끌어내리려고 노력하는 스커트자락을 붙잡은 손을 보고 있자하니, 항의는 씨알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내가 [위험 접금 금지]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원혜 선배는 내기에서 졌다는 명목으로 교실 내부를 혼자서 청소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진짜 원혜 선배가 졌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와룡의 말에 의하면 진실이 제대로 보지 못한 자신이 스스로 패배했다고 인정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해야 할 것 까진 없었잖아!”

 

  얼굴이 발갛게 물든채로 항의하는 원혜선배.

 

  “하지만 분명 네가 지는 사람 소원들어주는 거로 했잖아. 그렇다면 네가 비키니를 입고 청소하든, 속옷만 입고 청소하든 군말없이 해야하는 거 아냐?”

  “그, 그치만…….”

 

  원혜 선배는 뭐라 변명을 찾지도 못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무래도 정론 이다보니, 거기에 반박할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비키니라던가 속옷이라니……. 문득 머릿속에서 끈 비키니와 야시시한 란제리를 입은 원혜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이, 너 굉장히 무례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붉은 얼굴을 감출 생각도 안한 원혜 선배의 날카로운 음성이 내 머릿속을 바늘로 쿡 찌른다.

 

  “아, 아뇨. 전혀요.”

  “흥. 아까 그 모습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알렸다간, 앞으로 네 학교생활이 엄청나게 힘들거야. 알겠어?”

 

  원혜 선배는 내 대답을 제대로 듣지 않은채, 교복의 깃을 깔끔하게 맞춘후 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갔다.

 

  “신경쓰지마. 저거 그냥 부끄러워서 도망간거야.”

 

  도망이라,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평소와 갭이 크다 보니 머릿속이 살짝 뒤죽박죽으로 엉킨것 같았다.

 

  저런 저속한 협박도,

  섹시도발적인 메이드복 차림도,

  부끄러워 얼굴이 발갛게 물든 그 표정도,

 

  전부 평소 그녀를 아는 학생이라면 아무도 저런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만 아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바보처럼 혼자서 실실 웃지 말고, 여기에 왜 왔는지 용건이나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날카로운 독설이 내 가슴을 푹 찌른다.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와룡에게 몸을 돌렸다.

 

  침대를 어지럽히는 하얀 머리카락, 그 아래로 보이는 앳된 소녀의 얼굴. 빛을 보지 못한 하얀 얼굴에 붉은 두 눈동자만이 두드러지게 드러나 보인다.

 

  아름다운 루비같은 눈동자에 두근대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켰다.

 

  “일단은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어서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 고개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전 밤에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 고마울 것 없어. 나는 그저 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니까.”

 

  와룡은 침대에 누워 근처에 있던 책을 하나 대충 집어들었다. 언뜻 [우주에서 온 색채]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은 그 보다 더 궁금한게 있어서 왔어요.”

 

  나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책에 얼굴을 파묻었던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내 쪽으로 굴렀다.

 

  “뭔데?”

  “그때 있었던 일 말이에요. 사실 잘 이해가 안가서요.”

 

  나는 며칠 전 있었던 그 날밤을 떠올렸다.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서서 걷는 갓난아기], 하지만 그것은 그냥 나타난게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 선배의 말에 따랐던 건가요? 그것은 그냥 귀신이 아니었나요?”

 

  그랬다. 마치 와룡이 하는 이야기에 따라 그대로 움직이던 그날의 존재. 귀신이나 유령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던 나에겐 그 모습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저번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와룡의 눈동자가 다시금 책으로 향했다.

 

  “사연없는 귀신은 없다라는거.”

  “네, 그랬었죠.”

 

  목숨을 위협할만한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그때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때 있었던 [서서 걷는 갓난아기]는 문약의 허구였어. 아기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과 괴담이 만들어낸 존재였지.”

 

  허구.

 

  나는 가만히 허구라는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와룡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다리를 위 아래로 움직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네 신발장에서 그 인형을 본적 있었지? 그것이야 말로 허구의 진짜 매개체였어.”

 

  나는 그제야 못생긴 인형의 존재를 떠올렸다. 안에 반지가 있었던 볼품없는 걸레조각같은 인형.

 

  “문약은 손수 만든 자신의 인형에 반지를 매개체 삼아 자신의 허구를 담았어. 이야기만으로는 현실성에 기댈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겠지. 그 날 네 친구에게 [서서 걷는 갓난아기]를 보여 줄 수 없었을 테니까.”

 

  와룡은 책을 덮고 주머니에서 헝겊뭉치를 꺼내들었다. 그녀가 목부분을 잡고 흔드니, 마치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허공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럼 그걸 가져온 이유가…….”

  “이야기를 완성시킬 의도도 있긴했지만, 이 안에 담긴 문약의 허구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어. 덕분에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졌지.”

 

  와룡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기분 좋아보이는 미소였지만 왠지 모르게 싸늘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냉기가 몸속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에 일부러 손을 뒷목으로 가져다가 아래로 쓸어내렸다.

 

  와룡은 그렇게 웃더니 다시금 책을 열었다. 마치 할 말은 다했다는 관심을 끊는 그 행동.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이 싫어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문약 선배에게 가르쳐 주셨어요? 허구를 현실로 불러내는 방법을…….”

 

 

 

 

 

 

  책을 펴려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빨간 안구가 나를 향했다.

 

  “어떻게 알았지?”

 

  순간적으로 보인 그녀의 위압감. 손이 수전증 걸린 것마냥 부들부들 떨린다. 나는 떨림을 멈추려고 주먹을 꾸욱 쥐었다.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니, 애초에 허구가 귀신이 된다는 내용은 와룡 선배님이 만드신 거 아니에요?”

 

  궤변.

 

  와룡이 하는 말은 사실 전부 궤변에 지나지 않았다.

 

  허구라는 단어와 괴담이 실제가 되어 귀신이 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했다.

 

  나는 처음 그 이론을 들었을 땐, 믿어지지 않았다. 설득력은 있었을지언정, 근거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행시켜 성공한 문약 선배를 봤을 땐, 그 이론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귀신을 현실에 불러놓은 이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의구심을 가져버렸다.

 

  그리고 문약 선배의 그때 했던 한 마디는 나에게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다.

 

  ‘댓글 중에, 이야기를 현실로 바꾸는 방법이 씌여 있었어.’

 

  “와룡 선배. 선배가 댓글에 단거죠? 허구를 현실에 놓는 방법을 말이에요.”

 

  와룡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단지 책을 덮고 시선을 나에게 맞췄을 뿐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을까? 와룡의 발간 입술이 열렸다.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군. 거기까지 알아낸 걸 작게나마 칭찬해주지.”

 

  와룡은 침대에서 일어나 나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 맞아. 내가 댓글을 달았어. 내가 만든 이론이 실제로 되는지 안되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하얀 머릿결이 마치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린다.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붉은 눈동자를 보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내 이론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어. 문약은 내 이론을 그대로 실행했고, [서서 걷는 갓난아기]는 제대로 탄생했었지. 그런 점에서 보면 너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야. 네가 아니었으면 서서 걷는 갓난아기괴담은 그저 괴 소문으로 끝났을 테니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실험이었다. 고작 한 사람의 알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모든 사람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남은 것이었다.

 

  관우도,

  문약 선배도,

  문원도,

  그리고 나도.

 

  “와룡 선배는 사람의 마음을 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문약 선배는, 문약 선배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상처가 컸다구요. 선배는 그런 문약 선배를 이용한거나 마찬가지에요!”

 

  너무 화가 났다. 미칠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무시한 그 행동에 나는 온 힘을 다해 항의 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은 닿지 못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지? 결국 선택을 한 것은 문약이야. 나는 그저 방법만 제공해줬을 뿐이었고. 거기다가…….”

 

  타는 듯한 피를 머금은 붉은 눈동자가 내 코앞에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고작 댓글을 달았을 뿐이야. 그것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었던 게시판에 말이지. 그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

 

  무감정한 그녀의 눈동자. 소름이 끼쳤다. 이게 정말 사람의 눈일까? 사람의 마음을 하고, 사람의 양심을 지닌 진짜 사람의 눈이 맞는 걸까?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먼저 가볼께요.”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 교실문을 벌컥열었다.

 

  다시는 여기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 나는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때.

 

  “이거 하나만은 알아두는게 좋아 꼬봉.”

 

  쇠를 긁는 소리가 내 심장을 긁어댔다.

 

  “내가 그 댓글을 지웠을때.”

 

  고개를 돌렸다.

 

  “그 댓글에는 조회수가 총 6개가 달렸었어.”

 

  하얀 소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교실의 문은 그렇게 닫혔다.

 

 - 제 1담 끝 -

 [제 1담 끝]

 
작가의 말
 

 후..1부가 이제야 끝났네요.

 

 다음 제 2담 속닥속닥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미숙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12-19 06:27
 
전혀 미숙하지 않은데요? 샘이 날만큼 완성도가 높은 글....좋은 독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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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5화 2018 / 12 / 11 266 1 5720   
15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4화 (1) 2018 / 12 / 10 293 1 5450   
1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3화 2018 / 12 / 8 281 1 6067   
1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2화 2018 / 12 / 4 274 1 5818   
12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1화 2018 / 12 / 1 274 1 4273   
1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0화 (1) 2018 / 11 / 30 296 1 7245   
10 제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9화 2018 / 11 / 27 270 1 5506   
9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8화 2018 / 11 / 27 289 1 5691   
8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7화 2018 / 11 / 24 284 1 5557   
7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6화 2018 / 11 / 22 285 1 6392   
6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5화 2018 / 11 / 21 291 1 5489   
5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4화 (1) 2018 / 11 / 18 320 1 5348   
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3화 2018 / 11 / 16 289 1 6313   
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2화 2018 / 11 / 12 284 1 7305   
2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2018 / 11 / 9 292 1 8768   
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 아기 0화 (1) 2018 / 11 / 9 501 3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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