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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0화_넘치는 사랑에 제 발 저리다
작성일 : 18-12-17 21:50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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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파우더 좀"

 "여기"

 아영인 거울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수연에게 파우더를 건넸다.

 뭔가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침부터 왜 웃어?"

 "그냥 뭔가 웃기잖아 셋이 쪼르르 앉아서 화장하는 게"

 "화장 귀찮아 죽겠어~ 나 먼저 나간다. 고데기 뜨거워 조심"

 수연은 후다닥 일어나서 가방을 챙긴다.

 

 "나 오늘 끝나고 개강 파티 있어~~ 둘이 저녁 챙겨 먹어~"

 "웅~ 잘 갔다 와"

 먼저 수업을 가는 수연을 뒤로 하고 아영이와 나도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2학기가 개강했다. 개강 3일 전에 돌아온 자취방은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었다.

 수연이한테 1시간 넘게 잔소리를 하며 종일 대청소를 했더니 쾌적해졌다.

 

 "송이나 빨리 나오라고~~"

 현관문을 열고 복도에 선 아영이 열쇠를 꽂아 놓고 나를 재촉한다.

 

 "아 잠깐만, 나 고데기 끄고"

 "얼른 나와~ 우리 수업 어디지? 인문관?"

 "웅.. 아마도.."

 나는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묶느라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수업 들으러 가는 길, 아영이 볼멘소리를 한다.

 

 "아~ 첫 시간이니까 수업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 정정기간이라 안 할걸? 너 수강신청 다 했어?"

 "아니 아직, 듣고 싶은 건 다 자리가 없어, 2학점 남았는데 뭐 듣지?"

 "'올바른 이성교제의 이해' 어때? 그 수업 들으면 거의 커플 된대"

 "진짜?"

 "응 커플 되면 A준다던데? 잘해봐 강아영"

 "여석이 있을까?"

 "없을 걸? 그 수업 인기 많아"

 "죽는다, 왜 말해 그럼"

 "나는 그저 조언을 했을 뿐이니라...“

 헛기침을 하며 근엄하게 대답하자 아영이 바로 대꾸한다.

 

 "송이나 너... 지나가다 수빈이랑 마주쳐라“

 "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걔 복학했다며? 교양 수업에서 만나라"

 아영의 장난 가득한 저주에 설마 하는 마음과 진짜 만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옛날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게 무슨 속담이야. 우리 주스나 하나씩 먹으면서 가자"

 "쏭 나 사주는 거얌?"

 아영이 눈웃음을 치며 말한다.

 

 "안 그래도 사주려고 했어. 나한테 눈웃음 치지마라.

 나 어제 알바비 들어왔지롱. 골라봐“

 

 아직 덥지만 캠퍼스에는 가을빛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초록색 나뭇잎이 쏟아지는 캠퍼스를 걷고 있자니 개강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방학이 끝나고 맞는 학교는 익숙한데도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든다.

 그 낯설고 신선한 기대감이 나를 항상 떨리게 만든다.

 

 .

 .

 

 개강하고 2주가 흘렀다. 아직 방학 때 생활이 몸에 남아 있어 수업 듣기가 고되다.

 몸에 남았다기보다는 역시 술 때문일지도, 그냥 내가 잠이 많은 건가?

 

 오늘은 화요일. 수업이 풀강인 날이다. 전공 수업이 몰려 있어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계속 연강이었다. 윤 교수님 수업 너무 힘들다...

 

 이번 학기에는 뵙고 싶지 않았는데... *전필이라 안 들을 수도 없고... (*전공 필수)

 아무튼 오늘은 빨리 가고 싶다.

 

 얼마 만나지도 않았는데, 오늘이 벌써 재혁이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종일 수업이라 아직 만나지도 못 했다. 만나면 뭐 하지...?

 군인 남자친구 덕분에 그 흔한 100일 기념일도 챙겨보지를 못 했다.

 난 화이트데이에 사탕도 못 받아 봤네, 군대 진짜 싫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도는데 뒤에서 재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

 돌아보자 재혁이 커다란 장미꽃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우리 오늘 100일이잖아여"

 "당연히 알고는 있..었는데, 이건 생각도 못 했어 우와.. 고마워...“

 “으으 이거 완전 무거워여”

 “엄살은! 잠깐 저기 않을까?

 나는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꽃에 정신이 팔렸다.

 하트 모양으로 꽂힌 새빨간 장미꽃 사이로 하얀 안개꽃이 앙증맞다.

 

 "100송이는 아니에여.. 그건 너무 비싸서.."

 "아니면 어때~ 나 꽃 선물 처음 받아 봐 고마워~ 진짜 예쁘다“

 꽃향기를 맡고 있는 나에게 재혁이 또 하나를 건넨다.

 

 "이건 뭐야?"

 "열어 봐여“

 

 케이스에서 딱 감이 왔다.

 이건 반지다.

 두툼하고 투박한 에나멜 자줏빛 케이스를 열자 심플하고 예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커플링...?"

 "흠흠.. 원래 100일 때 장미꽃 백송이하고 커플링 해 주는 거래요"

 재혁은 반지를 낀 자신의 손가락을 슬쩍 보여주면서 말했다.

 나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넘치는 선물에 당황했다.

 

 "누나가 받아주기만 하면 전 그걸로 좋아여"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재혁이 대뜸 말한다.

 

 "내가 안 받아줄 이유가 어딨어"

 "그럼 좋아여 전"

 쑥스러워하는 재혁의 오른쪽 귀가 빨갛다.

 

 "자"

 나는 재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

 "반지"

 멀뚱히 내 손을 보고만 있는 재혁에게 말했다.

 

 "반지 끼워 줘야지~"

 "아 맞다. 잠시만요, 한 쪽 무릎도 꿇을까요?“

 "그게 뭐야~ 됐어 바보야 크크"

 재혁은 옷에 슥슥 손을 문지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그...런데 반지 사이즈가 컸다. 좀 많이 컸다.

 

 "어?"

 "잉..?"

 놀란 재혁이 허둥댄다.

 

 "어? 이게... 왜.. 크지, 아줌마가 여자 반지는 이거면 거의 다 맞는다고 했는..데.."

 반지는 네 번째 손가락이 아닌.. 내 엄지손가락에 딱 맞았다.

 

 "헐... 누나... 미안해여....."

 재혁이 뻘쭘해하며 시무룩한 목소리로 사과한다.

 

 "아하하 이게 뭐야 하하"

 반지를 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누나 손가락이 이렇게 얇을 줄은 몰랐네.."

 "으구 우리 파덕 귀여워 죽겠네~~ 커플링이 뭐 이래~~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게! 뭐 먹고 싶어?“

 나는 재혁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음... 누나가 먹고 싶은 거!"

 "말도 예쁘게 한다~ 비싼 거 골라~ 너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걸 다 준비 했어“

 "저 방학 때 알바 했잖아요. 이 정도 쯤이야“

 아, 살 게 있다고 한 게 이거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문득 뭔가 생각나 양심에 찔린 나는 재혁을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이렇게 순수하고 과분한 사랑을 내가 정말 받아도 되는 걸까?

 

 .

 .

 

 “여보세요? 응 규현아 왜,

 아영이? 나랑 같이 수업 듣고 있는데? 음... 12시 반이면 끝날 걸?

 응, 여기 인문관, 그래 알았어~“

 규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아영이 묻는다.

 

 "이규현?"

 "응"

 "왜? 뭐래?"

 "몰라 나 수업 언제 끝나냐고 묻던데?"

 "아 그래? 으그그~ 피곤하다 얼른 수업이나 끝났음 좋겠다아~~"

 아영인 책상에 엎드린 채로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이하동문이요~ 박 교수님 수업은 너무 졸려~“

 

 .

 

 지루한 수업 시간인지, 수면 시간이 끝나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드르륵

 

 갑자기 앞문이 열리더니 토끼 인형 탈을 쓴 사람이 들어왔다.

 손에는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있다.

 

 "헐 대박, 야 저것 봐 미쳤다 고백하나봐"

 아영이 수업시간에 나눠준 프린트 물을 가방에 넣다가 내 팔을 때리며 웃는다.

 

 "그러게? 뭐지? 누구야? 우리 과 아냐?"

 

 "학우 분들, 수업 끝나고 가시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허허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 허허"

 교수님은 세상 인자한 표정을 지으시며 강의실을 나가셨다.

 

 "경영학과 강아영 누나"

 

 헉...

 천천히 옆을 돌아보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아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

 

 "누나, 저 규현이예요. 저... 누나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누나 방학 때 헤어졌다는 소식 듣고 이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조금 기뻤어요.

 저 누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누나 정말 예쁘시고, 제 이상형이에요.

 그래서 볼 때마다 두근두근해서.. 그래서 저... 진짜 용기 많이 냈어요.

 누나한테 당당하게 고백하려고요. 저 누나 진짜 좋아해요. 제가 진짜 잘 할게요.

 누나 제 여자 친구가 되어 주세요!!“

 인형 탈을 벗으며 규현은 꽃다발을 아영이 쪽으로 내밀었다.

 강의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영의 얼굴이 하얘졌다 빨개졌다 어쩔 줄 몰라 한다.

 

 "아 미친..."

 아영이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빨리.. 받아주던지 거절하던지 해......."

 나도 목소리를 낮추며 아영이를 책상 밑으로 꾹 찔렀다...

 안 그래도 수강 인원이 많은 수업이라 사람도 많은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이 옆에 앉아 있는 나한테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규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꽃다발만 내밀고 있는 채로 미동도 없었다.

 아영인 가방을 챙겨서 로봇처럼 삐그덕 거리며 내려가 규현의 손에 있는 꽃다발을 낚아챘다.

 꽃다발의 아영의 손에 들어가자마자 곳곳에서 터지는 함성소리와 박수소리를

 뒤로 하고 아영인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황급히 강의실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규현도 따라 나간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대박 사건...."

 

 .

 .

 

 "파덕 너 진짜 그 날 아영이 표정 봤어야 한다니까?"

 "아 이규현 대박, 뭔 인형 탈을 보고 있길래 설마 했는데 진짜 할 줄이야"

 "뭐 그러고 만나기는 한다고 하더라. 규현인 요즘 어때?“

 “그냥 아영 누나랑 연애한다고 신났던데여”

 다시 돌아온 내 생일, 재혁과 학교 앞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학교에서 이미 난리가 난 규현의 공개 고백 사건에 대해 우리 둘은 신나게 수다 중이었다.

 

 "아영 누나는 규현이 왜 사귄 대요? 마음이 좀 있었나?“

 "글쎄..."

 나는 말끝을 흐렸다. 거기서 자기가 거절하면 애가 얼마나 쪽팔리겠냐며

 그냥 꽃을 들고 나온 아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만나게 되었으니까

 굳이 속마음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

 

 "누나 근데 이거 딸기 너무 조금이지 않아여? 몇 개 들어 있는 거지?"

 재혁이 딸기 빙수를 이쪽저쪽 돌려본다. 그 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033으로 시작하는 번호.

 헉.. 민준이다. 나는 얼른 휴대폰을 집었다.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넹~"

 재혁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빙수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못 봤겠지? 뭐, 어차피 저장 된 번호도 아니니까

 

 "여보세요"

 "뭐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민준이 궁시렁댄다.

 

 "나 밖이라서... 밥 먹으러 나왔어"

 "아~ 남자친구랑?"

 "...응"

 괜히 민준이한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남자 친구와 있다고 하는 게 신경 쓰였다.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불쑥 민준이 건넨 축하에 마음이 아렸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작년 생일, 민준에게 곰인형을 받았을 때 같았다.

 

 나는 여전히 민준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떨렸고 설렜다.

 계속 두근거리는, 설렘이 지속되는 사랑이 있을까?

 익숙해지다가, 편안해지고 처음의 마음이 점점 무뎌져서 이 사람도 똑같구나,

 그냥 다른 평범한 사랑이나 마찬가지구나... 했어야 했다.

 민준과 나도 그랬어야 했다.

 

 멈추지 못한 내 마음이 저지른 나쁜 상황에 가슴이 떨려 그는 특별해졌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두근거리는 특별한 사랑

 

 이런 게 사랑이구나 하고 나에게 사랑의 정의를 새로 쓰게 해준 사람.

 특별한 그에게서 받은 축하와 남들이 알면 안 되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쿵쾅쿵쾅 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민준에게 있는 게 분명한데, 왜 재혁을 만나냐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사랑에 목마른 내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는 재혁의 손을 뿌리치기엔

 내가 너무 약했다. 약하고 이기적이었다.

 

 혼자 있음을 못 견디고 외로움에 지칠 거다. 외로워지기 싫었다.

 재혁을 민준이만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았다.

 재혁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또한 즐거웠으니까.

 

 "응.. 고마워"

 "......“

 "나 생일인데 뭐 없어?? 생일선물 보내 빨리"

 잠깐의 침묵이 어색해 나는 농담을 던져본다.

 

 "선물은 무슨 선물이야 별사탕 줄까?"

 "아 저번에 그거? 너 그거 건빵 먹고 남은 거 준거 아냐?"

 "아니거든~ 내가 누나 주려고 따로 챙긴 거거든"

 민준을 향한 마음이 정말 사랑인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나 들어가 봐야 돼"

 "응 알아 남자친구랑 재밌게 보내"

 "...준아"

 "응?"

 "아냐.. 생일축하 고마워"

 "싱겁긴, 끊는다~"

 

 자리로 돌아가자 재혁이 반긴다.

 

 "누나누나 왜 이렇게 늦게 와여 빙수 다 녹았네. 이것 봐요!"

 거의 다 녹은 빙수에 딸기가 하트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딸기 9개던데, 누나 아까 딸기 몇 개 먹었어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재혁을 보자 왠지 안도감이 들었다.

 재혁이라면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줄 것만 같았다.

 민준이 없는 빈자리가 재혁이 주는 따뜻함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이대로 지속하면 안 되는 관계라는 것, 나도 잘 알고 있다.

 

 .

 

 날 집으로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재혁의 뒷모습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재혁이를 만나고 돌아올 때는 항상 가슴 한 편에 죄책감이 있었다.

 

 "나 왔어~"

 "오~ 송이나 뜨거운 밤 보내고 왔냐?"

 "보자마자 뭔 소리야~ 그냥 파덕이 맛있는 거 사줘서 먹고 왔지"

 "그럼 이제 우리끼리 생일파티를 하러 갈까?"

 수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밤12시 땡 하자마자 마셨잖아"

 "그건 전야제고 이제 생일 폐회식 하러 가야지 나가자"

 "무슨 올림픽이냐, 나 지금 들어왔거든?"

 "가자 가자 신발 다시 신어“

 

 .

 

 결국 우리 셋은 학교 근처 술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맞다 나 아까 파덕이랑 있는데 민준이한테 전화 왔다?"

 "헐 대박"

 "그래서?"

 수연이와 아영이의 리액션은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해도 될 정도다.

 

 "잠깐 나가서 받고 왔지"

 "김재혁은? 눈치 챈 거 아니야?"

 "아니야~ 그냥 후배한테 전화 왔다고 했어.

 파덕 빙수에 딸기 몇 개 들어있나 세느라 바빴음..."

 "걔도 은근 4차원이라니까? 허우대 멀쩡해서 왜 그러나 몰라"

 "그게 매력이지. 난 4차원인 남자가 좋더라. 귀엽지 않아? 키도 크지~

 생긴 것도 훈훈하고~ 송이나 저건 정신 못 차리고 아직도 서민준하고 저러고 있다“

 수연이 나를 보며 혀를 찬다.

 

 “그래서? 서민준이 뭐라디?”

 “그냥 생일 축하 한다고 하고 끊었어”

 “좋냐?”

 아영이 가소롭다는 듯이 묻는다.

 

 “좋긴 뭐가 좋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입가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아영이 놓칠 리 없다.

 

 "좋댄다 야 술이나 마셔 이년아“

 

 .

 .

 .

 

 "그년 진짜 내가... 아오“

 지혜가 씩씩거린다.

 

 "오늘은 김 부장이 아니고 웬 년이야?"

 늦게 온 아영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든다.

 

 “왔어? 일단 해물짬뽕 시켰는데, 괜찮지?”

 “어어 지금 안주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얘 많이 마셨어? 왜 이래?”

 아영이 테이블에 엎어져 있는 지혜를 보며 말했다.

 

 “만났을 때부터 정상은 아니었어...”

 “아영아! 왔어!!!? 들어봐 진짜”

 지혜가 고개를 벌떡 들고 일어나 아영이를 붙잡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번에 김 부장이 프로젝트를 하나 따 왔는데 그게 영업부에서 가져 온 거란 말이야.

 김 부장 그 새끼는 또 똥만 싸놓고.. 아무튼 걔는 항상 문제고

 그 영업부에 여자 직원이 하나 있는데, 영업부랑 우리가 사이가 안 좋아"

 이미 30분 전에 똑같은 내용을 들은 나는 심드렁했고, 아영인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냥 사이 안 좋으니까 좋게 좋게 인수인계 받고 있는데,

 솔직히 그게 내 일이 아니거든. 내가 그냥 네, 네 하면서 받아 주니까

 그 년이 다른 것도 다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뭐라는 줄 아니? 지혜 씨는 회사 일이 적성인가 봐요 이러더라.

 와씨 개짜증나는데 옆에 부장새끼가 그럼 나보고 이거 맡아서 하라고

 아, 뒷골 진짜... 하아...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다니까?"

 

 나한테 한 말이 아닌데도 혼자 뜨끔했다.

 재혁이 내게 준 사랑, 나는 그 호의를 당연하게만 여겼다.

 보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사랑에 예의는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누구와 만나고, 누구에게 흔들리고 있던 건지조차 헷갈렸던 것은

 이 정도는 괜찮다고 나 스스로 혼자 되뇌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호의에 욕심을 부리고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궁금하긴 하다.

 가끔씩 흔들리고 있는 나를 그는 알고 있었을까?

 
작가의 말
 

 쓰면서 종종 오그라든 손을 펴기 위해 심호흡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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