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초능력 소년
작가 : 하시문
작품등록일 : 2018.12.11

하도아- 영원을 살아온 초능력자다. 지적이고 냉소적인 그지만 남모르는 따뜻함도 가지고 있다. 절대 악인 ‘배키’를 제거하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박재성- 도아의 학교 친구다. 도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은 아이인 그는 남을 해칠 줄 모른다. 그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수민- 도아의 학교 친구다. 내심 도아를 짝사랑하지만, 굳이 티 낼 만큼 지고 들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폐가 동호회를 주최한 장본인이자 배키가 된 중형의 마지막 희생양이다.
김중형- 민경의 스토커이자 배키가 깃든 인간이다. 은밀히 잠재해 있던 배키가 표면에 등장하고부터 살인귀로 변모한다. 대상의 머리를 먹을 때마다 그 대상의 기억도 훔친다.
성미온- 도아가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도아를 좋아하고 있다.
보발- 한때는 르와 교도였다가 도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부터, 500년 이상 도아를 보필하고 있다. 화수의 손에 죽게 된다.
벨즈- 그의 활동 주기는 24시간 중 단 3시간이다. 그 3시간 동안 짐승의 형태로 있다가 나머지 시간에는 바람이 된다. 그는 감시자다.
팽화수- 연쇄살인범이다. 그는 대상을 특정 짓지 않으나 남자만 노린다. 우연한 기회에 도아 일행을 만나고부터 도아에 대한 살해 의지를 가지게 된다.
강민경- 미래가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33살 여자다. 벨즈의 감시를 받는다.

 
14. 가출
작성일 : 18-12-17 21:43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809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온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삼촌을 간절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조카가 있는 걸 알면서도 지나쳐 들어온 삼촌은 비로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온은 충격을 받아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녀의 엄마는 주저앉아 오열을 했다. 그들은 병원으로 가는 내내 몸을 추스르지 못했다. 아빠는 차가운 금속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얀 시트를 들추자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입에 절개된 흔적이 있었다.

 “여보!”

 엄마가 쇠붙이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하얀 천 밖으로 파리한 손이 스르륵 떨어졌다.

 “진짜 죽은 거야? 당신 진짜 죽었어? 바로 온다면서! 집에 바로 온다면서!”

 엄마의 절규에 미온은 벽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의 미온은 어쩐지 마음을 정리한 듯한 인상이었다. 경찰은 장례식에도 찾아왔다. 아빠가 근래 도시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피해자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장례식이 끝났을 때 미온도 눈물을 멈췄다.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도 이젠 확신을 했다. 그의 정부도 만나게 되었다. 정부도 경찰의 심도 깊은 수사를 받았다. 헤어짐을 통보한 당일에 아빠가 죽임을 당했다. 우연치고는 절묘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치정에 의한 살인을 염두 했다. 여자의 진술은 처음부터 일관되었다. 그의 폭력에서 벗어나 도망을 쳤으니 그 뒤로는 나도 모른다는 진술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과 가슴에 멍 자국이 있었다.

 아빠가 죽은 후부터 엄마의 행동은 대담해졌다. 엄마는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 오거나 아예 외박을 하는 일도 잦았다. 그런 엄마의 행동이 경찰은 수상했을까. 처음에 엄마는 참고인 자격이었지만 점점 그녀를 향한 수사가 수위를 더했다.

 어느 날은 미온도 엄마의 이상 행동의 진위를 깨닫고 말았다. 엄마에게도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오래된 연인이었다. 남자는 어렸다. 이십대라고 했다. 엄마와 띠동갑 이상의 나이 차이였다. 어느 날인가 미온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와 처음으로 마주쳤다.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소파에 기댔다.

 “네가 미온이구나? 예쁘게 생겼네.”

 “누구세요? 엄마는요?”

 그녀는 알면서 물었다.

 “지금 곤히 자고 있을걸.”

 그녀의 눈에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벗은 옷가지가 소파 주위에 헝클어져 있는 게 보였다. 당연히 엄마의 것이었다.

 미온의 눈시울이 금세 벌게졌다.

 “아저씨 나가요!”

 “아저씨라니. 나 아직 서른도 안 됐다?”

 남자가 느끼하게 눈을 떴다. 눈썹 위에 주름살 몇 가닥이 잡혔다. 남자는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면서 이유 없이 왼쪽 오른쪽 두리번거렸다.

 “옆에 앉아라.”

 “제가 왜요?”

 “우리가 남이냐?”

 “남이지 그러면.”

 “너 말 예쁘게 한다? 얼굴만큼 예뻐.”

 “나가라니깐요!”

 “싫다고 했을 텐데.”

 “씨발.”

 “뭐?”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그는 양쪽 무릎에 팔꿈치를 기대는 식으로 몸을 앞으로 수그렸다. 그녀는 곧장 자기 방으로 가서 문을 쾅하고 닫았다. 문을 잠그고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설마 우는 거냐? 꼬맹이는 꼬맹이네.”

 남자가 문고리를 돌렸다.

 “문 좀 열어 봐. 얼굴 좀 보자.”

 “나가라고!”

 그녀가 외쳤다. 베개를 가져와 거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자는 수시로 그녀의 집을 찾았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팬티 차림의 그와 마주친 횟수도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빈번해졌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팬티 안에 손을 넣고 긁어대면서 씩 웃었다.

 “미온이 왔어?”

 미온은 방문을 쾅 닫았다. 그런 날은 엄마의 신음을 듣게 되었다. 안방 문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소행이었고 마치 들으라는 식이었다. 미온은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어둠이 내린 야경을 보았다. 그녀는 거의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어느 날이었다.

 “엄마 애인이야. 너도 인정해 주렴.”

 “애인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난 그렇게 이상한 사람 인정 못 해!”

 “좋은 사람이야.”

 “더러운 놈이겠지.”

 엄마가 딸의 뺨을 후려쳤다. 미온의 머리칼이 눈물 어린 얼굴 반을 가렸다. 그날 저녁 미온은 가출을 감행했다. 밤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는 어느 아파트 놀이터를 발견하고 그리로 갔다. 플라스틱으로 된 미끄럼틀에 누군가 버리고 간 장난감 로봇이 있었다. 로봇은 한쪽 팔이 부러진 채 밤이슬 맞은 몸뚱어리를 달빛에 반사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로봇을 주워와 놀이터 한구석에 있는 버려진 소파 위에 놓았다.

 친구한테 연락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다 결정한 행선지가 찜질방이었다. 카운터 위에는 CCTV가 달려 있었다. 알바생은 졸린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쫓겨나지 않을까 했는데 민증 확인도 없었다. 그녀는 찜질방에서 밤을 났다. 오전에는 길거리를 배회했다. 물론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나올까. 그녀는 궁금했다. 그러다가 엄마의 능구렁이 애인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트에 들어갔다. 커피우유를 샀다.

 “천 원입니다.”

 민경이 말했다.

 미온은 천 원을 꺼내 내밀었다. 민경은 가게를 나가는 미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눈길이 가는 탓이다. 세 시 퇴근길에 민경은 미온을 다시 길에서 만났다. 미온은 또래가 보면 절대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 하지만 민경은 한눈에 고등학생으로 알아보았다. 민경은 관심이 가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으나 천성적으로 내성적인 성격 탓에 힘든 일이었다. 대신에 곁눈질하며 미온 곁을 지났다.

 둘이 다시 마주친 것은 다음 날 민경의 퇴근길에서였다. 민경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독수리가 요즘 부쩍 눈에 띄었다. 커다란 날개를 수직으로 펼치고 연처럼 날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가 미온과 마주친 것이다. 미온도 하늘을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무척 쓸쓸한 자태로. 그 모습에서 민경은 자신을 발견했다. 남들이 보는 눈에 자신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했다.

 인연이 닿은 것일까. 같은 날 밤 민경은 또 미온을 만났다. 옷가게 앞에서였다. 늦은 밤이라서 유동인구가 적었다. 괜히 심란해져서 책을 덮고 밖에 나온 민경이었다. 깡패 같은 사람이 미온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야기 좀 하자니까 그러네.”

 남자가 목에 찬 굵은 금목걸이를 빛내며 말했다. 미온의 손목을 잡았다.

 “놔요! 아프단 말이에요.”

 남자가 히죽댔다. 눈으로 미온의 위아래를 훑으며 휘파람 소리 같은 숨소리를 냈다.

 “잠깐이면 돼. 나쁜 사람 아니라니까.”

 미온이 잡히지 않은 손으로 남자의 배를 밀었다. 남자는 그 손마저 붙잡았다.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억지로 안았다.

 “폭신한 것 좀 보게! 아아, 가만히 있으라니깐.”

 “경찰에 신고했어요!”

 민경의 음성이 떨렸다. 마음속으로 연습을 하고 한 말인데도 그랬다. 남자는 이건 또 뭐야 하는 눈으로 미온의 어깨너머를 보았다. 그 틈에 미온이 강하게 밀어 남자를 떨쳐냈다. 남자는 침을 퉤 뱉더니 가버렸다.

 “괜찮아요?”

 민경이 말했다.

 “네, 덕분에요. 언니 고마워요.”

 “혹시 갈 데 있어요?”

 민경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자의 감이란 게 있었다. 반복해서 길에서 만나다 보니 왠지 가출소녀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후,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민경은 눈앞의 아이가 가출소녀가 맞음을 확인했다. 여고생을 밖에 둘 수 없었던 민경은 바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둘은 방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셨다.

 “준비될 때까지 우리 집에 있어도 돼요.”

 “준비요?”

 “언젠가는 집에 돌아가야죠.”

 “전 안 가요.”

 “가야 해요.”

 민경이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그녀는 타인과 한집에 있는 게 낯설었다. 이는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생긴 변덕으로 인해 직접 데려온 손님을 쫓아내려는 게 아니었다. 미온의 장래를 위해서였다. 이런 반항은 먼 훗날 보면 추억에 지나질 않을 인생사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이었다.

 미온이 한참 어리다는 이유로 고민을 폄하하고 무시하려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아무와도 연락이 되지 않지만 민경도 한때는 폭주족 애들과 어울려 놀며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이건 탈선이 아니라 저 따분한 기성세대를 향한 시위고…… 아니, 너희는 다 좆밥이라고. 그런 마인드였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고 심지어 조건까지 할 뻔했다.

 “여기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미온의 말에 민경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입 밖에 나오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다.

 “밥 먹었어요?”

 민경이 묻자 미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경이 요리를 했다. 스팸과 달걀을 구웠고 양은 냄비에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되게 깔끔 떨고 까탈스러울 것 같은 모습과는 달리 미온은 내숭 떨지 않고 잘 먹어 주었다. 생긴 건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절망을 내리는 미식가이자 전용 자리가 있을 것 같은데. 민경이 보기에 편식을 하는 타입은 아닌 듯 보였다. 서투르게 대화를 나누던 둘은 어느새 친해져 불을 끈 뒤에는 꼭 붙어 누었다.

 “언니 나, 독수리 봤어요.”

 “그렇죠? 요즘 자주 보이더라고요. 이 근처에 서식지라도 있나?”

 “언니 주위를 맴도는 것 같던데.”

 “그럴 리가요.”

 “언니, 강아지 키우진 않죠?”

 “네. 키우고 싶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요.”

 민경은 순간,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말이 은근한 눈치 주기처럼 비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떤 강아지가 언니를 쫓아다녀서 언니가 키우는 강아진가 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보니 없지 뭐예요. 실은 지금 생각이 난 거지만.”

 민경은 천장을 보고 눈을 깜박거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 주위를 돌아다니던 유기견이 생각난 것이다. 이젠 완전히 유기견인 걸 알고 있었다.

 날이 밝기엔 아직 이른 시간에 미온은 잠에서 깼다. 그녀는 충전시켜 놓았던 핸드폰을 가져와 만지작거렸다. 갈 곳이 없다고 했지만 백 프로 진심은 아니었다. 친구들에게 집안 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중에는 혼자 자취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오늘만 여기서 보내고 거기로 가자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 민경은 출근을 한 상태였다. 미온은 메모장을 찾아 한 장 찢어서 손편지를 썼다. 그것을 마우스 밑에 깔고 이불을 갠 뒤 나왔다. 그녀는 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한테 전화 온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그렇게 그녀는 예지의 자취방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예지는 학교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온의 엄마가 학교에 찾아온 것도 말했다. 경찰에는 실종 신고를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엄마도 가출이란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집은 왜 나왔어?”

 예지가 물었다.

 “몰라도 돼.”

 “이러기야?”

 “몰라.”

 미온은 이불을 그러모아 얼굴을 파묻었다. 예지가 등을 두들겨 주었다. 하지만 미온의 울음을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민경은 장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룸메이트가 사라진 데에 서운함이 없잖아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내성적인 사람이란 대게 인간관계와 싸울 에너지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장을 보고 나온 그녀의 양손에는 두툼한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미온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참치 대신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해주려고 했었다.

 그녀는 길을 건너려 양쪽에서 차가오나 확인을 하다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강아지를 찾은 그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트 주변을 배회하던 유기견이었던 것이다. 도로로 뛰어드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그녀는 소리를 질러 말리려 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불구하고 미온을 구할 때와는 달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차가 커브를 틀고 이리로 왔고 강아지는 그 밑으로 빨려들며 퉁퉁거렸다. 끽 선 외제 차의 운전석에서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치는 것과 동시에 욕을 하며 내렸다.

 “니미 씨발라끄, 뭐고!”

 밑바닥을 확인하려고 몸을 굽히던 남자는 놀라서 뒤로 벌러덩 누웠다. 커다란 날개가 흡사 부채 무기 철선처럼 차 밑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독수리가 머리를 차체에 부딪치며 퍼덕퍼덕 날아 나왔다. 풍뎅이가 날개를 펴듯 두 날개를 젖혔다가 힘차게 흔들었다. 날갯짓으로 인해 바람이 웅웅 불어 닥쳤다. 독수리는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을 크게 흔들며 뛰어올랐다. 공중에 떠 있는 두 다리가 비행선에서 막 개시한 바퀴 같았다. 독수리는 전선 사이로 비켜 날아가 빙그르르 하늘로 올라섰다. 그리고 검은 점이 되었다.

 운전석 문이 열린 채 깜빡이를 깜빡거리는 차 뒤에서 다른 차들이 빵빵거렸다. 남자는 무릎을 터는 것도 잊고 차를 몰고 가버렸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민경은 집에 가는 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강아지가 사라지고 독수리가 나왔어. 독수리가 강아지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독수리가 강아지를 낚아채고 날아간 건가? 설마, 강아지가 독수리로 변신을 했다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미온도 말했다. 민경 근처에서 강아지와 독수리를 목격했다고.

 민경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독수리를 자주 보기는 했다. 뭔가 감시받는 느낌을 주던 독수리. 강아지는 어떤가? 하지만 강아지는 수상한 점이 없었다. 그녀는 괜히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커피를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렸다.

 “아니야. 아니야. 말도 안 돼.”

 

 “미온아 학교에는 나와, 응? 학교하고 관련된 일은 아니라며? 그러면 무단결석은 하지 마, 미온아?”

 아까부터 예지가 설득하고 있었다.

 “생각해보고.”

 미온이 예지의 빨간색 머리띠를 뺏었다. 갈색 머리칼이 양쪽 귀를 덮자 예지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미온은 방 안의 은은한 조명과 깔끔한 벽지가 마음에 들었다. 방 안에 양초가 가득한 이유는 예지의 취미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생각해본대! 너 도아 오빠 안 보고 싶어?”

 “도아 오빠는 무슨 도아 오빠야.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그래도.”

 예지의 입이 나왔다. 예지는 수다를 더 하다가 잠이 들었다. 미온도 누웠지만 어째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도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없어서 포기하려는 찰나에 답이 왔다.

 -시간이 될 것 같은데?

 -그럼 내일 저녁에 만나요.

 -근데 중요한 건, 어디서 만나지?

 그녀는 생각해 보았다. 도아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극장은 어때? XX극장 앞에서.

 -좋아요. 그럼 내일 여섯 시에 봐요.

 그 시간에 미온이 극장에 가니 도아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다리를 엇갈리게 해서 서 있었는데 시선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오빠?”

 그녀가 그의 팔을 살짝 쳤다.

 “왔구나.”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별로.”

 “영화 볼 거예요?”

 “그럴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싫다고? 그래? 음, 어디 가지?”

 “일단 밖으로 나가요.”

 둘은 길거리를 거닐었다. 마치 연인처럼. 그녀가 그의 팔과 잘록한 옆구리 사이에 손을 넣었다.

 “싫어요?”

 “별생각 없어.”

 “승낙으로 받아들일게요.”

 그다음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았다. 건물들의 외부 등이 하나둘 켜졌다. 도로에는 차들이 빽빽했다. 깡마른 남자가 그들 옆에서 빠르게 걸어갔다. 전깃줄에 까마귀들이 앉아 있었다. 핸드폰 대리점 안으로 양손에 종이가방을 든 연인이 들어갔다.

 “오빠? 실은 나…… 집 나왔어요.”

 “갈 때는?”

 “뭐야. 왜, 재워주게요?”

 그는 눈썹을 올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예요? 장난인데!”

 “무슨 의미인 줄 몰라서 봤던 거야.”

 “엥?”

 그녀의 눈이 커졌다.

 둘은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다시 극장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커플티를 입은 연인이 영화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미온이 서두는 바람에 팔짱이 풀렸지만 도아는 팔을 뻗어 손끝에 어리는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가 걸음을 빨리해 손을 꼭 잡자 그녀는 자신의 발등을 보며 씽긋 웃었다.

 이도 저도 아닌 아마추어 커플이 본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그들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 생과일주스를 먹으러 갔다. 망고 주스와 파인애플 주스를 사서 나눠 마셨다. 각자가 입술을 덴 빨대에 입을 데는 순간은 간접 키스라 부를 만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음료가 아닌 다른 데서 오는 달콤함을 느낀 건 미온만이 아닐 것이다.

 “복귀해야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 말은 집에 돌아가는 게 좋겠다는 거야.”

 “안 그래도 마음을 바꿨어요. 돌아가겠어요. 이건 내가 지는 거니까. 난 엄마한테 지기 싫어.”

 “그래, 잘 생각했어.”

 얼마 동안 연인 행세를 한 두 사람은 택시 승차장으로 갔다. 그녀는 도아에게 받은 지폐를 쥐고 택시 뒷좌석에 들어갔다. 그는 손 인사를 거두고 멀어지는 택시를 보았다. 그리고 왔던 길을 돌아가 보발의 차를 탔다. 저택으로 향하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집이란 게 있어서 다행이야.”

 “도련님?”

 “혼잣말이었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6. 끝 2018 / 12 / 20 264 0 5292   
25 25. 오후 2018 / 12 / 20 268 0 6974   
24 24. 목요일 2018 / 12 / 20 294 0 7183   
23 23. 겨냥 2018 / 12 / 20 273 0 8004   
22 22. 발톱 2018 / 12 / 20 331 0 8562   
21 21. 연쇄 2018 / 12 / 19 269 0 9131   
20 20. 배키 2018 / 12 / 19 267 0 10515   
19 19. 폐가 2018 / 12 / 19 293 0 7911   
18 18. 보발 2018 / 12 / 18 270 0 8599   
17 17. 폭증 2018 / 12 / 18 305 0 8581   
16 16. 과정 2018 / 12 / 17 268 0 9030   
15 15. 탐험 2018 / 12 / 17 292 0 8234   
14 14. 가출 2018 / 12 / 17 266 0 8099   
13 13. 통제 2018 / 12 / 16 279 0 7964   
12 12. 모임 2018 / 12 / 16 274 0 7544   
11 11. 모자 2018 / 12 / 16 273 0 7369   
10 10. 해갈 2018 / 12 / 15 280 0 6021   
9 9. 집 2018 / 12 / 15 277 0 9716   
8 8. 패거리 2018 / 12 / 15 268 0 6472   
7 7. 스토커 2018 / 12 / 14 291 0 8029   
6 6. 폭력 2018 / 12 / 14 292 0 6800   
5 5. 밤 2018 / 12 / 13 276 0 8770   
4 4. 여인 2018 / 12 / 13 268 0 7592   
3 3. 학교 2018 / 12 / 11 294 0 8839   
2 2. 살인자 2018 / 12 / 11 287 0 8567   
1 1. 소년 2018 / 12 / 11 471 0 115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