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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그것 또한 슬픔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8.12.11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한 여자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벗어나고 싶은 현실
작성일 : 18-12-16 14:49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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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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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부터 부모님의 말소리가 들렸다. 짜증을 한껏 머금은 몇 마디의 이야기가 지나 간 후, 자고있는 A의 방문이 열렸다.

 

 "일어나서 밖에 나와 좀 치워."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를 하는 아빠의 말에 A는 화가나고 짜증이 났다.

 언제나 늘 이런식으로 하는 아빠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엄마와의 언쟁으로 시작된 말싸움은 늘 주변에,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졌고, 그런 아빠에게 끝까지 지지 않으려 더 사납게 몰아부치는 엄마를 한바탕 때리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그 처참한 결과물로 내동댕이 쳐진 갖가지 부셔지고 깨진 파편들은 꼭 A에게 치우도록 강요하였다.

 

 아빠의 말에 A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다시 한번 A의 방문이 열리고 아빠의 말이 들려왔다. 조금 전 보다도 더 단호하고 커진 목소리로.

 

 "빨리 일어나서 치워!! 해가 뜬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쳐 자고 있어!"

 

 쾅 하고 방문이 닫혔다.

 

 목 끝까지 끌어 올려진 이불을 내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화장을 지우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서 인지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으로 눈꺼풀이 더 무거웠다. 잠이 덜 깬 채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책상에 앉아 물티슈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짜증과 서러움에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로 화장은 쓱쓱 잘 지워졌다. 그리고 방문을 나섰다.

 

 

 어젯밤에 봤던 그 처참한 현장은 아직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그대로 잘 보존되어져 있었다. 그 한켠으로 아빠는 아무런 표정없이 담배를 피우며 TV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그의 헛기침소리가 A를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싫다는 그 흔한 반항 한 번 해 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유리 파편들을 손바닥위에 차곡차곡 모았다.

 

 

 

 

 

 이런 일에는 적응이란 단어가 적용되지 않는 듯 했다. 낯설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해지지만, 수십번 수백번 씩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가슴은 답답해져갔다. 눈치없는 눈물은 시도때도 없이 흘렀다. 그리 즐거울리 없는 A의 인생의 절반 이상은 눈물이었다. 어느날부터인가 A는 그렇게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삶은 슬픔이다. 슬픔속에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들에 눈물이 나게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느닷없이 터지는 눈물에도 당황스럽지 않았고 죄책감도 덜해졌다. 한참을 울고 나서 시계를 쳐다봤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둘러 씻고 집 밖을 나섰다.

 바깥 바람을 쐬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한 결 나아진 기분으로 집 근처 분식집에 들어가 음식을 2인분 주문하고 볼이 터지도록 꾸역꾸역 씹어 먹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출근 걱정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정처없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슬픈 노래를 들으며 걸을 수 있으니까.

 어른이 되서 가장 좋은 일 중에 하나였다. 자기가 번 돈으로 눈치 볼 거 없이 밥을 사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 최소한의 일을 하고, 최저의 돈을 벌었지만, 그리 나쁠것은 없었다. 이따금씩 하고 싶은 것을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그렇게 오래 살 생각도 없으니까. 그때 그때 먹는 것과 입는 것 자는 것만 어느 정도 유지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배도 든든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대도 계속 눈물이 났다. 이렇게 한 번 시작된 눈물은 잘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우는 수 밖에는 없었다. 머릿속 뇌가 의식과 무의식 속 수많은 에피소드를 지나 멈춰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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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학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출을 결심했다. 어제밤까지만 해도 서로 욕설을 주고 받으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깨지고 하는 요란스러움이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바람에 A는 밤새 한 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책상 하나, 서랍장 하나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작은 방 안, 한쪽 구석탱이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오늘밤도 엄마와 살아야 하는지, 아빠와 살아야 하는지 답없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물론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며칠간은 침묵의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온 집안 그리고 온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하게 욕설과 함께 울려 퍼지는 날에는 아직 혼자 살 수 없을 만큼 어린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두 사람 중 누구와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눈물과 함께 이불과 베개 여기저기에 얼룩져 있었다.

 밤을 꼴딱 새고 얼마있지 않아 동이 텄다. 푸르스름한 아침은 A의 마음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어김없이 또 눈물이 났고 그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졌다. 고성과 욕설로 덮여진 까만 밤이 걷혀도 A의 눈물은 그쳐지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이불을 갰다. 좀처럼 바로 바로 행동을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 날 A는 바싹 마른 입술을 꾹 다문 채 반듯하게 이불을 갰다. 여전히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아랑곳 하지 않고, 다 갠 이불을 서랍장 위에 포개 올려놨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고 있는 바깥 세상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책상 한 구석에 널부러져있는 책가방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무언가 뻭빽하게 들어차있는 책상을 바라보다가 한 켠에 있는 일기장들을 집어 가방에 넣었다. 어릴때 부터 적어 온 그리고 엄마의 간섭으로 부터 지켜온 이 일기장들이 A의 유일한 보물이었다. 한 뭉텅이의 일기장을 가방 깊이 집어 넣은 후 조용히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양손가득 생리대를 챙겨 왔다. 속옷, 양말, 긴 옷과 짧은 옷 서너 피스를 부피가 작게 접어 넣었고, 우산, 일회용 비닐, 슬리퍼를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어느새 터질듯이 빵빵해진 가방을 챙겨 조용하고 신속하게 헝클어져 있는 집을 나왔다.

 

 숨가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쫓기 듯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 없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리 저리 걷다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푹 눌러 쓴 모자 밑으로, 축 처져있는 A의 눈이 더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디선가 갑자기 엄마 혹은 아빠에게 붙잡혀 다시 집으로 끌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가야하지.....'

 

 목적지 없이 일단 지하철을 탔다. 어디 방향인지도 몰랐지만 일단 움직이는 지하철 안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직장인들로 제법 사람이 많았고, 어른들 보다 당연히 키가 작은 중학교 1학년 A는 주위 사람들에게 포근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A의 시선은 다 사람들 어깨나 가슴 혹은 옆구리에 끼고 있는 가방에 닿았다. 뜻하지 않게 사람들로 포위되고, A의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 갔다. 그리고 다시 계속 생각을 이어 나갔다.

 

 '어디로 가야할까....'

 

 

 

 

 

 청량리역.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최대한 집으로부터 더 정확히는 엄마 아빠라는 사람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일탈이었다. 학교도 가지 않았는데, 게다가 가출이라니. 달리는 지하철에서 내리니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군가의 시선에라도 붙잡혀 다시 집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것만 같았다. 일단 화장실로 들어가 슬그머니 지갑을 열어봤다. 채 4만원도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A는 돈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았다. 지금 여기서 잡혀 집으로 가게 되는 것이 A에게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 일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매표소로 갔다.

 

 

 

 " 정동진역 하나 주세요. 중학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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