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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팔사구생
작가 : 시후
작품등록일 : 2016.9.10

죽지 않는 무공. 죽을 수 없는 무공을 익힌 한 사내의 이야기.

 
남궁세가의 게으름뱅이-6
작성일 : 16-09-20 10:16     조회 : 434     추천 : 1     분량 : 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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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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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다 죽을래. 아니면 그냥 갈래. 골라."

 

 "가겠소!"

 

 흑풍대주는 촌각의 고민도 없이 소리쳤다.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살길이 열렸는데 망설이는 건 등신이다.

 

 사내가 돌아섰다. 마치 흑풍대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흑풍대주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정녕... 이대로 보내 주는 것이오?"

 

 "가라. 귀찮으니까."

 

 사내는 등을 보이고 있는데도 흑풍대주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아참. 야."

 

 뭔가 생각이 났는지 사내가 흑풍대주를 불러 세웠다.

 

 "뭐... 뭐요...?"

 

 "천마... 에이. 천마는 무슨. 추기명한테 전해. 소향상단은 신경 끄라고."

 

 "알겠소."

 

 "아니다.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게 더 재미있으려나?"

 

 "알겠소. 입 꾹 닫고 있겠소."

 

 "아니지. 그러다 소향상단이 피 보면..."

 

 "꼭 전하겠소."

 

 "흠... 아무도 안 오면 내가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씨벌. 전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지 당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놀림을 당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흑풍대주는 다시 답했다.

 

 "대협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겠소."

 

 사내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넌 전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내가 묻고 싶다. 이 새끼야!'

 

 흑풍대주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힘들게 꿀떡 삼켰다.

 

 "꼭 전해. 한 번만 더 이딴 장난치면 진짜 재미없을 거다."

 

 말 자체는 가벼웠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다시 한 번 소향상단을 노리면 상대가 누구든 끝장을 보겠다는 진심이.

 

 흑풍대주는 오싹함에 등골이 쭈뼛거렸다. 몸까지 부르르 떨렸다.

 

 멀리서나마 교주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사내가 내뿜고 있는 살기는 교주님보다도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

 

 마인의 지존보다도 더 지독한 살기라니...

 

 머리는 말이 안 된다고 외쳤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꼭. 꼭 전하겠소. 이만... 가도 되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히 교로 돌아가서 이 자에 대해 알려야 한다!'

 

 흑풍대주는 부하들을 수습하여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새로운 십대 고수의 출현. 교의 대계에 어떤 걸림돌이 될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흑풍대가 가고 사내는 장내를 둘러봤다.

 

 상단의 호위대는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죽은 두 사람을 제외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부상을 당한 이는 보이지 않았다.

 

 호위대장이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고인의 도움 이 황 모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호위대장도 사내가 어리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깍듯하게 대했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지켜주지 못한 단주를 지켜 준 사내였다. 감히 하대를 할 수 없었다.

 

 사내는 대꾸도 없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귀찮아하는 느낌이 팍팍 들었지만 호위대장은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걸음에 달려와 소진태를 소개시켰다.

 

 "저희는 소향상단의 사람들입니다. 여기 이분이 저희 상단주님이십니다."

 

 소진태에게 다가간 사내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어느 고인이신지는 모르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소진태는 사내가 정체가 궁금했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사내가 먼저 밝히기 전에 물어 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사내의 눈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곁에 있는 소아영이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여자였다.

 

 보통 이런 경험을 하면 겁을 먹기 마련이다. 더구나 평범한 여자라면 벌벌 떨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소아영의 눈은 굉장히 침착했다. 마치 잔잔한 호수를 보는 것처럼 어떠한 떨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내. 영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알아 본 건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이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데 지가 무슨 수로 날 알아봐?

 

 애써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렸다.

 

 그런데 소아영의 시선이 떨어 질 줄을 몰랐다. 다시 불안해 졌다.

 

 역시 도와주지 말걸 그랬나?

 

 소진태가 남궁세가를 떠나고, 아버지가 찾아왔었다. 소아영에게 사과를 했냐고 묻더니 남자가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며 어서 따라가 사과를 하고 오라고 했다.

 

 쫓겨나다시피 세가를 나왔다. 사과를 받아 주지 않으면 돌아올 생각 말고 무조건 빌고 또 빌으라는 말과 함께.

 

 내참 기가 막혀서.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군데.

 

 사과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아버지가 정문에 떡하니 서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세가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못이기는 척 소진태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위험에 처해 도와준 것이다.

 

 죽게 내버려 뒀으면 혼인 문제도 해결 되는 좋은 기회 였는데.

 

 영기는 선악의 구분이 없었다. 다양한 삶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대마두의 삶도 살아 봤고 협객의 삶도 살아 봤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이 아닌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현재 영기가 자신의 사람이라고 느낄 만한 존재는 아버지와 어머니 둘 뿐이었다. 무한한 부모의 내리사랑은 아무리 환생을 거듭한 영기라 할지라도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순전히 아버지의 둘도 없는 벗이라는 이유로 소진태를 살려 준 것이다. 근데 소아영을 보니 후회가 막심했다. 저런 여자한테 약점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인생이 굉장히 고달파 질 것 같았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소진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끼어들었다.

 

 "이 아이는 제 여식입니다. 인사드리거라 아영아."

 

 "... 소아영입니다."

 

 "아, 예.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전 이만."

 

 들킬까 불안한 영기는 소아영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작별을 고했다. 뒤늦게 사례라도 하고 싶은 소진태가 붙잡으려했으나 영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단주님 어쩌시겠습니까?"

 

 호위대장은 거두절미 하고 물었지만 소진태는 대번 알아들었다.

 

 이대로 강행군을 할 것인지 남궁세가로 돌아가 호위를 부탁할 것인지 묻는 거였다.

 

 상단까지는 갈 길이 멀었고 남궁세가는 바로 코앞. 거기다 소아영의 목숨까지 걸린 일이었다. 소진태는 당연히 후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남궁세가로 돌아가세."

 

 "알겠습니다."

 

 소진태는 다시 남궁세가로 발길을 돌렸다. 곁에서 고개를 숙이고 걸음만 옮기는 아영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여리디 여린 아이가 이런 큰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놀랐을지 물어 볼 필요도 없었다. 한 손으로 어깨를 꼭 끌어안고 다독여줬다.

 

 소진태의 예상과 달리 소아영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을 감추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거였다.

 

 소아영은 처음 사내가 나타났을 때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내들은 잘 모르지만 여인은 사내의 체취에 민감했다. 바로 어제 맡아 본 향기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한량으로 알려진 영기의 체취였다.

 

 재미있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세상에 가식적인 사람은 많아도 자신과 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자신과 같이 완벽하게 세상을 속이고 있는 사내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소아영에게 있어 영기는 지루한 삶에 스며든 꿀과 같았다.

 

 꿀은?

 

 혼자 빨아야 제 맛이다. 아주 쪼- 옥 쪽! 마지막 한 방울까지.

 

 

 

 ***

 

 

 

 집으로 돌아가던 영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한이 들었다.

 

 "몸이 허 해졌나? 갑자기 왜 이러지?"

 

 당연한 거지만 주위를 둘러 봐도 오한을 느낄 만한 존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에혀. 이 몸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검 몇 번 휘둘렀다고 이러는 거 보면 기력이 딸리는가 보네. 빨리 가서 미미한테 닭이나 한 마리 잡아서 푹 고아 오라고 해야겠다."

 

 막상 집을 코앞에 둔 영기는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소아영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으니 그 핑계거리가 필요 했다. 한참을 따라가 봤지만 이미 너무 멀리 가서 못 따라 잡았다고 둘러 댈 요량이었다. 근데 집에 너무 일찍 들어가 버리면 앞뒤가 맞지 않았다.

 

 뉘엿뉘엿 해가지고 저녁 식사쯤에야 터덜터덜 세가로 들어갔다. 곧장 방에 들려 찢어진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그곳에 계실 테니 거기 가서 말을 하면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영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소진태와 소아영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영누이가 왜 여기..."

 

 "내가 묻고 싶구나. 뒤따라 간 놈이 어디서 뭘 하다 이제 기어들어 오는 것이냐?"

 

 남궁환의 목소리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사과를 하라고 내보냈더니 딴 짓을 하고 돌아온 것이 분명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소진태가 돌아오는 길에 마주쳐서 같이 돌아왔어야 마땅했다.

 

 영기가라고 이걸 모르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 둔 핑계거리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머리에서 경종이 울렸다. 잘못 대답했다간 편안한 집구석이 당분간 가시방석이 될 건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영기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답게 유연하게 대처 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요."

 

 "이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고 있는 게냐!!!"

 

 "아버지. 제가 세가 밖으로 나간 적이 언젠지 기억나십니까?"

 

 "...!?"

 

 기억이 날 리가 있나.

 

 천자문도 열 살이 넘어서 뗀 머리로.

 

 "제가 기억하기로는 열네 살 때가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그것도 요 앞 장에 나간게 다지요. 오늘처럼 멀리 나가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말입니다."

 

 사실이었다.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놈이 싸돌아다니긴 어딜 싸돌아다니겠는가?

 

 "그래서... 길을 잃었다고 말하고 싶은 게냐?"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요?"

 

 남궁환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스렸다.

 

 분명 거짓말 같긴 한데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천재와 길을 찾는 문제는 별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초행길을 지도하나 없이 무작정 찾아 가라고 하면 길을 잃고 헤매는 건 당연했다.

 

 "크흠! 그 얘긴 나중에 하고 와서 식사나 하거라."

 

 영기는 냉큼 가서 앉았다.

 

 "근데 소 단주님하고 아영누이는 어찌..."

 

 왜 돌아 왔냐는 말이다.

 

 알면서 물었다. 습격을 받아서 돌아온 것이다.

 

 몰래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모를 수가 있나.

 

 아예 무시를 할 수도 없고 면전에 있는데 대놓고 물어보긴 뭐 해서 말끝을 흐린 거였다.

 

 "영기 너를 데려가겠다는 구나."

 

 "아, 그러셨구나. 큰일 날... 예??? 뭐라고요???"

 

 영혼 없이 엉뚱한 대답을 하던 영기가 벌떡 일어났다.

 

 당연히 습격을 당해서 돌아왔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에 입에서 나온 대답은 상상조차 하기 무서운 말이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날벼락이야???

 데려가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남궁환이 짐짓 흐뭇한 얼굴로 소아영을 칭찬했다.

 

 "혼인을 하게 됐으니 아영이가 너를 데려가 어머니께 인사 시키고 싶다는 구나. 참으로 기특하지 않느냐?"

 

 영기의 목이 부러져라 소아영에게 돌아갔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수줍게 붉어진 양 볼을 어루만지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저 년이 문제였던 것이다.

 

 욕이 절로 나왔다.

 

 기특하긴 씨펄...

 

 어쩜 저리도 가증스러울 수가 있는지. 소아영의 등 뒤로 복슬복슬한 꼬리가 살랑이는 환각까지 보였다.

 

 빌어먹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것을...

 

 때늦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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