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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그것 또한 슬픔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8.12.11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한 여자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비밀
작성일 : 18-12-13 01:41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3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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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국민학교 2학년인 A는 좀처럼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A네 집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면 갖가지 핑계를 대며 미뤘다.

 그날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날이었다.

 

 교회집 딸이 었던 그 친구는 자기 집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집은 교회야. 아빠가 목사님이라서 교회건물에 엄청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해. 그리고 식당에서 밥해주시는 아줌마들도 있어. 일요일에는 어린이들한테 사탕도 많이 주고."

 

 평소같았으면 그냥 '그래?' 하고 넘겼을 A였지만, 그날은 친구의 그런 발언이 뭔가 몹시 못마땅했었다. 그래서 지지않고 맞받아쳤던게 화근이었다.

 

 "우리집에도 계단이 많아. 나도 너네 교회알아. 근데 우리집도 너네 교회만큼 계단있어. 그리고 우리 엄마도 나한테 밥 엄청 잘해줘. 맛있는 것도 해줄때도 많아."

 

 "그래? 너네는 교회도 아닌데 계단이 많아?

 

 "응."

 

 "그럼, 오늘 너네 집에 가도 돼? 나도 한번 보게. 원래 그냥 집에는 원래 계단이 없어. 근데 너네는 있다면서."

 

 

 A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거절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오늘은 안 될거 같은데. 오늘은 엄마가 놀지 말고 학교 끝나고 빨리 오라고 그랬는데...."

 

 "에이... 너네 집 계단 없지? 야, 너 왜 뻥치냐?"

 

 "뻥 아닌데!"

 

 "근데 왜 안데리고 가냐? 너네 집 가서 잠깐만 놀고 오면 되잖아."

 

 "...............그래.. 그럼...뭐..."

 

 

 그렇게 A와 친구는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길에 친구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A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로 컸다. 혹여나 친구가 그 소리를 들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집에 있는 엄마가 친구를 데려온 A에게 뭐라고 할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괜시리 혼이 날까 불안했다. 그럴수록 노랫소리는 더 또렷하고 커졌다.

 두근두근 불규칙적으로 뛰어대는 심장을 뒤로하고 다세대주택 공동 현관문을 열었다. 건물을 살짝 돌아 한 귀퉁이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여기가 니네 집 계단이야?"

 

 황당한 듯한 친구의 표정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A는 말을 받았다.

 

 "응. 우리도 계단 있지? 맞지?"

 

 친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 알루미늄 샷시문을 열었다.

 

 "엄마- 나 왔어."

 

 엄마는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A가 내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래. 손 씻어."

 

 어린 A가 받아들이기에는 조금의 다정함도 반가움도 묻어 있지 않은 그런 말투.

 A의 심장이 요동을 쳤다.

 

 "엄마, 친구 데리고 왔어."

 

 엄마는 그제서야 자리에 일어나서 현관쪽으로 오며 말씀하셨다.

 

 "어, 그래. 저 쪽 방에서 앉아 TV봐."

 

 "안녕하세요..."

 

 약간의 무서움 마저 느껴지는 엄마의 무뚝뚝함에 친구는 제법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를 방으로 데려와 TV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며 채널을 돌렸다.

 

 "A야. 엄마가 손부터 씻으라고 했지. 손 씻고 와. 너 밥 먹을거야?"

 "응"

 

 평소보다 더 긴장한 A는 엄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시키는 일을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친구와 화장실 수돗가에서 같이 쪼그려 앉아 손을 씻고 나오니, 엄마는 TV앞에 접이식 밥상 다리를 하나씩 펴고 있었다.

 

 "숟가락 젓가락 갖다놔. 그런건 니가 알아서 해야지."

 

 친구는 동그랗게 눈만 껌뻑이면서 옆에 앉아, A와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잽싸게 일어난 A가 씽크대로 가서 까치발을 들고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 짝을 맞춰왔다.

 밥과 몇개 안되는 반찬들로 차려진 밥상에는 국민학교 2학년에게 흥미로울 것이 하나 없는 구색이었다.

 

 "엄마... 계란 해주면 안돼?"

 "하나밖에 없어. 아빠 줘야 돼. 그냥 먹어."

 

 소세지나 햄까진 아니어도 계란 하나쯤은 정말 해줬으면 싶었다. 그냥 김치와 나물에 밥을 먹어야 하는 친구를 위한 A의 배려였었는데 역시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러워지는 마음에 눈물이 나려 했지만, 절대 울지 않고 참았다. 처음으로 집에 데려 온 친구 앞에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없는 식욕으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밥 풀 여기저기 남기지 말고 싹싹 긁어 먹어."

 "응."

 

 목이 매이면 보리차를 마셔가며 삼키고 또 삼켰다. 반찬은 거의 먹지 않았다. 힐끗 옆 친구를 보니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보리차를 밥그릇 안에 붓고 몇 번의 젓가락질 없이 후루룩 삼켰다.

 

 "밥그릇 씽크대에 갖다 놓고 물 부어놔."

 "응."

 

 친구의 밥그릇까지 가져가 다시 까치발을 들어 수돗물을 틀었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빼놓지 않고 설거지 통에 넣었다.

 

 "반찬 뚜껑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놔. 그리고 싱크대 위에 행주 가져다가 상 닦아"

 "응."

 

 차가운 공기속에 연이어 떨어지는 명령을 잘 수행하기 위해 어린A는 부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친구 앞이라 몇배로 더 긴장했다.

 

 긴장감속에 밥을 다 먹고 친구와 A는 서둘러서 집을 나왔다.

 

 "엄마 나 친구 큰길까지 데려다 주고 올게."

 

 친구를 데려다 주는 길에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골목 골목을 지나 큰 길에 거의 다다랐을때 친구가 말을 꺼냈다.

 

 "너네 집 계단, 그거 올라가는 길 아니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이잖아."

 

 "근데? 그래도 어쨌든 계단이잖아. 우리집에도 계단 있는거 맞잖아."

 

 "...... 그래,..... 근데 A야.. 너네 엄마는 왜 그렇게 무서워?"

 

 "무서운거 아니야. 나 교육 시킬려고 그러는거야."

 

 "그래?....."

 

 역시나 A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걷던 길을 멈추고 A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네 엄마......계모야?"

 

 A는 할말을 잃었다. 계모가 뭔지 A도 알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흘리지 않으려 참고 또 참았다.

 

 "아니야! 우리 엄마 계모 아니야! 우리 엄마가 나 나쁜버릇 안들게 하려고 나한테 시키는거야! 쩌기 큰길이니까 이제 너 혼자가. 나 집에 갈게."

 

 더이상 북받쳐 오르는 설움에 참지 못하고 친구를 뒤로 한채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너네 엄마는 계모냐는 말을 A도 공감하고 있었다. 마치 엄마는 계모처럼 A를 대했다. 교욱이라는 명분으로 툭툭 내뱉는 말은 하나같이 무뚝뚝하고 냉정해서 A의 가슴에 상처를 줬다. 집으로 가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후미진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서 앉아 큰 소리로 울었다. 마침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집에 친구를 데려온 걸 백만번쯤은 후회하면서 끄억끄억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이제 다시 학교에서 그 친구를 어떻게 어떤 표정으로 봐야 할지 걱정이 되었고, 계란후라이 하나 부쳐주지 않아 세상 맛없는 김치와 나물 몇 줄기에 밥을 먹게한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다. 친구가 보는 앞에서 만이라도 그저 딸처럼 웃으면서 대해 주기를 바랬던 것 뿐이었는데, 그렇게 해주지않는 그렇게 해준적 없는 엄마가 너무 미웠다. 차라리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마음놓고 엄마를 싫어하고 원망하는게 조금은 덜 죄책감이 들고 나을 것 같았다.

 

 A의 삶 곳곳에는 엄마의 차가움이 묻어나 있었다.

 왜 나는 사랑을 받지 못 할까.

 어린 나이부터 A가 생각하면서 견뎌내야하는 물음. 답을 찾을 수 없는 그 물음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했다.

 

 한참 전에 성인이 된 A는 이따금씩 무언가 힘들고 서러움에 복받치는 상황이 되면, 그 시절 그 순간과 마주치곤 한다. 그래서 더욱 힘든 상황을 몇 배로 더 힘들게 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밑으로 더 가라앉기만 하는.

 A에게 삶이란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런 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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