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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그것 또한 슬픔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8.12.11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한 여자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방황
작성일 : 18-12-13 01:36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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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할머니의 빈자리는 놀랄만큼 A의 마음속에서 빠르게 흩어졌다.

 흩어진 그 마음의 공간에는 알 수 없는 막연한 슬픔만이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는 원초적인 슬픔은 공허하고 헛헛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손끝에 스치는 여름바람이 희미하고 분명하게 날카로움을 남겼다.

 이제 곧 짧은 가을이 오겠구나.

 

 눈에 보이는 작은 커피숍으로 들어가 창 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아직까지는 바람의 찬 기운을 아무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의상은 색색깔로 화려하고 길이가 짧았다.

 어느 누구라고 꼭 찝을 것도 없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다들 누군가와 함께였다.

 아무도 살아간다는 것이 슬픈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이가 없었다.

 아직 김이 조금 남아 있는 커피를 마시며, A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싸늘한 공기가 돌고 있음을 느꼈다.

 어두운 집에 현관 위쪽 센서등에 의지해 보이는 집 안쪽 어둠의 풍경들이 A의 집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천천히 신발을 벗고 거실 쪽으로 한 발자국 내딛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섰다. 현관 불빛만으로도 며칠만에 아버지가 들어오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빠르게 뒤를 돌아 신발을 신고 다시 되돌아 문 밖을 나섰다.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솜처럼 마음이 무거웠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든다는건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처럼 A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A는 그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집에 들어갔던걸 감사하게 여겼다. 듣고 싶지 않은 온갖 추잡한 고성들이 난무했을 그 시간이 생각만해도 몸서리 치게 싫었다. 그럴때마다 방에서 A는 양쪽 귀를 검지손가락으로 꼭 막고 눈을 질끈 감고 주문을 걸었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하지만 그 주문은 벌써 30여년이 훌쩍 지나도 좀처럼 효력이 없었다.

 

 그런 주문 따위는 이제 집어 치울 만큼의 내공이 쌓였겠지만 여전히 입버릇처럼 속삭여진다.

 

 "지나간다....지나간다.... 나는 괜찮아 진다...."

 

 

 어느새 밤 열시가 훌쩍 넘긴 시간. 목적지 없이 이리 저리 동네를 거닐고 있는 A주변에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었다.

 늦은밤이라 그런지 바람끝이 대놓고 서늘해졌다. 서늘한 바람에 가슴이 시리고 순간적으로 허기까지 밀려들어왔다. 그리고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남의 집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소리없이 울어댔다. 그저 배가 고픈것 뿐이었는데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벽에 등을 기대고 그대로 주저않아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울어도 좀처럼 울음은 그쳐지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음식을 해주시는 엄마. 그런 엄마의 저녁상을 받고, 무릎을 베고, 거칠지만 따뜻한 온기를 가진 투박한 손으로 등을 토닥토닥 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마음속 물기 가득한 솜들이 보송하게 마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담벼락에 기대어 멍하게 눈물을 훔쳐내는 동안 몇몇 사람이 지나갔다. A를 힐끗 쳐다보고서는 다시 제 갈길 가는 고마운 사람들. 누구라도 괜찮으시냐고 말을 건네면 다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힘겹게 일어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A를 외롭게 했다.

 

 '괜찮아. 다 그런거지 뭐..... 혼자 이렇게 버티면서 사는거지 뭐....'

 

 배가 몹시 고팠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갔다.

 

 

 

 삐리릭-

 

 현관문이 열리고 아주 느리게 문을 열었다. 몇 시간 전에 느껴졌던 무언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공기는 제법 가라 앉아 있었다.

 신발을 벗고 거실에 불을 켰다. 제 위치를 벗어난 각종 물건들이 여기저기 거칠게 나뒹굴어 있었고, 담뱃재와 꽁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유리로 된 재떨이는 거실 한 구석에 처박힌 채 깨져서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다. 고개를 돌려 주방을 바라보니 상황은 더 참담하고 어지러웠다. 벽지 한켠에 큼지막하게 묻은 김치찌개 국물들, 바닥과 식탁위에 산산히 부셔진 그릇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식칼이 위협적으로 내동댕이 쳐져 있었다. 도저히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조심조심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방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 위에 그대로 누워 버렸다. 좀 전에 바람이 찬데서 울다와서 그런지 으실으실 춥고 몸이 무거웠다. 피곤함에 눈을 감았고 이내 외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저승길 보내드리기 전, 얼굴보고 인사했던 그날. 엄마는 당신의 엄마에게 어떤 작별의 인사를 했을까? 당신이 그립고 보고싶다는 내용이었을까 아니면 왜 이렇게 밖에 키우지 못하셨냐는 원망의 말이 었을까?

 

 지금은.

 지금 엄마는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때는 헤어지지 못해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하기위해 집에서 도망쳐나와, 지금의 남편과의 삶을 택한 그 엄마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

 A만 낳지 않았어도 빨리, 그리고 조금은 쉽게 남편과의 헤어짐을 선택했었을까?

 

 아주 어려서부터 A가 가지고 살아온,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어느날 부터인가 A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도,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더 많이 찾아 뵙지 못한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항상 후회속에서 사는 자신이 싫었다.

 

 A에게 사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자신 때문에 A의 가족들까지 슬프게 한다는 것은 슬픔 그 이상의 절망적인 삶이었다.

 

 간절하게 가족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편안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어릴적 어느 늦은 밤, 술에 취한 아빠가 집에 들어오실 때 A가 좋아하는 통닭을 사오셔서 자고 있는 A를 깨워 먹여 주시던 일 이라던지, 성적표에 '수, 우, 미'를 여러개 받아오면 너무나 기뻐하셨던 부모님의 모습처럼,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안함없이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피어났던 한없이 짧았던 행복의 기억들이 이제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서 A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부터 서서히 가족이라는 이름에 먼지가 내려 앉기 시작했다.

 A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 할 쯤부터. 아니면 그 보다도 더 전부터.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상대방으로 부터 받은 서운함과 힘듬을 토로하고 언제나 당신들은 약자이고 피해자라는 레파토리를 강요해왔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국한되었던 것이 어느새 전염병처럼 A에게까지 퍼져있었다. 엄마는 아빠를 만나 당신의 인생이 망가져 빛을 잃었다 말하고, 아빠는 엄마를 만나 사회적 무능자로 전락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서 A는 어느쪽에도 끼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한 여자의 인생의 빛을 꺼뜨린 것도, 한 남자가 사회에서 조금씩 소외되어 가게 된 것도 모두 A로부터 비롯된 재앙이었다.

 

 

 한때, 아주 잠깐, 두 사람의 불같은 사랑으로 이 세상에 소환되어진 A.

 A의 탄생은 엄마 아빠의 알록달록한 청춘 틈으로 기어 들어가 조금씩 낡고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A는 배가 고파졌고,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이미 서른살이 훌쩍 지난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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