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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과 거짓말
작가 :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8.12.10

동생을 죽인 범인이 4년만에 나타난 날, 동거하던 연인이 사라지고,
얼마뒤 그가 가짜 이름과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연인이 동생을 죽인 범인과 아는 사이 라는 증거가 발견된다.
연인은 동생을 죽인 범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가 숨긴 비밀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기 위해 연인을 찾아나서지만, 시간이 갈 수록 드러나는 건 추악한 진실 뿐.
주인공 그녀는 과연 '진실'과 '연인의 결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32화
작성일 : 18-12-10 16:59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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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이나의 자해가 멈춘 것은 스물 살 생일이 막 지난 후였다. 이나는 드레스 룸 겸 창고 방으로 쓰던 두 평짜리 작은 방에 책상을 놓더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에 너무 기쁜 나머지, 하나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이나가 부탁한 컴퓨터를 사주기까지 했다.

 외부 활동이 늘어날 거란 기대와 달리, 이나는 아침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하나가 퇴근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삶을 이어갔다.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일했지만, 더 이상 자해를 않는다는 사실, 최소 하루 한 끼는 먹는다는 사실,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나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그런 이나가 컴퓨터 앞에 앉은 지 딱 1년 만에 일러스트 아르바이트로 30만원을 벌어서 줬을 때, 하나는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그 후에도 이나의 벌이는 편의점 알바생 보다 못한 수준이었지만, 하나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기만 했다.

 

 낮에는 알바를 저녁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느라 바빴던 탓에 하나는 이나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드레스 룸 겸 창고 방에 들어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이나의 신경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언제 우울증이 도질지 모르니- 하나는 그 방에 늘어갈 때마다 노크를 했고, 이나의 동의 없이는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두 평짜리 작은 방을 제대로 살피게 된 것은 이나가 죽은 후, 그녀의 유품을 찾기 위해 들어갔을 때였다.

 철저히 이나의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방에서 이나의 물건이라 할 수 있는 건 일러스트 도구뿐이었다. 데스크 탑이 있긴 했지만, 일러스트에 관련된 내용뿐이었고, 이나 개인을 드러내는 파일이나 즐겨찾기는 전혀 없었다.

 어떻게든 이나의 흔적을 찾고 싶어서 두 평짜리 방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나오는 건 이나의 사진 앨범뿐이었고 그나마도 진교에서 찍은 사진들뿐이었다. 마지막 이란 생각으로 책상 서랍을 모두 빼고 뒤를 봤을 때, 서랍 뒤쪽에 떨어져 있는 파스텔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일부러 숨긴 것 같기도 하고, 서랍 뒤쪽에 떨어진 것을 몰랐던 것 같기도 했다. 상자 안에는 파스텔이 아닌, 끈이 떨어지고 유리에 금이 간 고장 난 스와치 시계와 지퍼 락에 든 붉은 얼룩이 묻은 하트 펜던트의 은 목걸이가 있었다.

 목걸이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스와치 시계는 낯익은 것이었다.

 이나가 받은 첫 알바비로 스스로에게 사준 17번째 생일 선물이었다. 이나가 시계를 사고 좋아했던 얼굴이 떠올라 하나는 깨진 스와치 시계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시계만 두고 목걸이는 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나가 보관하던 그대로 보관하기 위해 파스텔 상자 째 챙겨뒀고, 현준-호진으로 알았던-의 집으로 이사올 때 가져와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뒀던 터였다.

 우미 감자탕 계산대에 놓인 고민우 사진을 봤을 때 아이 목에 걸린 목걸이가 파스텔 상자에 있던 목걸이와 동일한 것임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목걸이에 묻어 있던 붉은 얼룩이 핏자국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핏자국이 맞다면 목걸이는 고민우 사건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다. 증거 때문도 있지만, 고민우의 유품이니 고성희 가족들은 어떻게든 그 목걸이를 받으려 애쓸 것이고, 이는 하나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사했다.

 **

 핸드폰을 들고 나간 지 10분이 넘었지만, 김정미는 여전히 뒷마당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가 길어진다는 것은 고성희가 하나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뜻이지만, 고민우의 목걸이를 찾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목걸이는 찾고 싶지만, 하나를 만나고 싶지는 않은.

 잠을 못 잔 탓에 눈이 피로해진 하나는 눈을 감았지만, 금방 다시 눈을 떴다.

 눈을 감을 때마다 이나와 현준, 피가 묻은 목걸이와 컴퓨터에 있던 고민우의 실종전단지 이미지가 겹쳐져서 떠올랐다. 고민우의 실종 전단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신고하지 못했던 현준이나 유품을 버리지 못했던 이나 모두 똑같은 죄책감을 가지고, 똑같은 무책임과 똑같은 현실 도피를 했던 사람이었다. 나쁜 모습마저 같은 두 사람이 너무나 닮아서 하나는 왠지 슬프고 불안했다.

 “걔도 너랑 똑같이 생겼어?”

 “네?” 불쑥 들어온 고철우 말에 하나는 생각의 늪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얼굴은 같아요. 하지만.. 쌍둥이인 거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요. 키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거든요”

 “…”

 “이나.. 얼굴 아시죠? 한번은 찾아 왔다면서요”

 “전화였다니까”

 “그럼 전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고철우는 입을 닫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아해진 하나가 창문으로 다가갔다.

 주민센터 입구 앞에 딱 붙은 공중전화. 하나는 자신의 직장인 인헌동 주민센터를 떠올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헌동 주민센터 입구에도 공중전화가 있었고, 입구 CCTV에서 보면 공중전화 안이 잘 보였다.

 “저기서 전화한 거였어요? 이나가?”

 고철우는 대답 대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그럼.. 언제 아셨어요? 이나인 건?”

 “TV에 나왔잖아. 아가씨” 고철우의 손이 하나를 가리켰다. “동생이랑 목소리가 아주 비슷하던데? 처음에는 우리한테 전화한 여자가 아가씨인 줄 알았어”

 이나 사건 공개수사를 위해 얼굴을 가린 채 TV에 출현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목소리 변조를 약속했지만, 첫 방송에는 변조가 되지 않았고, 두 번째부터 변조가 됐다.

 고철우 말대로, 이나가 누군지 안 것이 그녀가 죽은 후라면, 이나를 죽인 건 고성희가 아니게 된다.

 그럼 고성희의 목표는 처음부터 현준과 ‘준’이었을까? 그래서 최지은을 이용한 걸까?

 - 아냐.

 하나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현준과 ‘준’이 목표라면, 최지은을 이용하면 되지 번거롭게 송원진을 이용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고성희는 송원진을 이용했다. 왜일까?

 그리고, 고민우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동영상은 어떻게 된 걸까?

 동영상을 고성희가 가지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이나에게 받았다 해도 최소 4년이고, 4년간 그저 갖고만 있다는 게 말이 안 됐다.

 - 그렇다면..

 가설은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고성희도 이나에게 동영상의 존재를 듣고, 캡쳐 영상만 받았을 뿐, 진짜 영상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캡쳐 사진과 영상 설명만으로도 송원진은 충분히 협박이 가능했다.

 송원진을 이용한 것은 고성희가 8년 전 사건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뜻일까?

 진실을 이용해 현준을 협박한 걸까? 최지은은 고성희의 편을 든 것이고?

 그럼 최지은과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혁재 죽음은 예정된 일이 아니었던 걸까? 고성희 그녀의 계획이 틀어진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느 하나도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문득, 하나는 이나와 현준에게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나는 고민우 죽음에 대해 밝히기 전, ‘친구들을 찾아가 함께 자수하도록 설득’하겠으니 며칠 시간을 달라고 했고, 그 후 살해당했다.

 현준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진교’에 들렀고, 그 후 실종됐다.

 왜 이나도, 현준도 고성희와 가족들에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을까?

 그 누군가가 준일까? 준이 누구길래? 그가 뭘 갖고 있길래?

 서늘한 바람이 하나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진 속 남자아이에 대해 캐물었던 하나에게 낯선 중년 아저씨는 ‘사장님 내외 아들이 실종된 지 8년째’라고 했다. 고철우, 김정미는 아이가 죽었다는 걸 4년 전에 알았음에도 계속 실종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왜일까?

 “고민우 군.. 시체 못 찾은 거죠?” 차분하려 애썼지만 저절로 목소리가 떨렸다.

 고철우는 입 끝을 늘어뜨린 채 천정만 바라봤다.

 “이나가 시체 묻은 곳을 몰랐던 거죠? 준이라는 친구가 알아서 그 친구 설득해서 같이 자백하겠다고 한 거죠?”

 이희정은 이나가 사고를 냈고 현준과 준, 송정학이 아이를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고 했다. 송정학이 죽었으니 아이를 묻은 곳은 현준과 준,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혹은 둘 중 하나만 알거나.

 아이 시체를 찾지 못하고, 공범인 현준과 이나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뺑소니 살인 및 시체 유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블랙박스 동영상이 있다고 했지만, 계속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니 영상 때문에 ‘준’이 피해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나는 ‘만약’이란 가능성과 준의 입장을 생각했다.

 만약,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될 위기라면?

 경찰은 얼굴이 찍힌 현준과 이나에게 ‘준’의 정체를 알아내려 할 것이다.

 만약, 이나나 현준이 먼저 자수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이는 ‘준’의 죄가 강제로 아웃팅 당하는 것이었다.

 즉, 준이 8년 전 사건을 영영 덮어두고 싶다면, 현준과 이나가 영영 입을 닫거나,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

 4년 전 그 날 밤. 옥탑방 문을 강제로 연 흔적은 없었다. 이나가 종종 문 잠그는 걸 잊기는 했지만,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있는 일이어서 경찰도 이나와 하나 측근부터 수사를 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처럼 살았던 이나에게 측근이란 것이 없어서 결국 문을 잠그지 않고 자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었다.

 달리 말해, 측근이 방문해서 이나 스스로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살해당하기 직전, 이나는 고철우에게 자수를 선언했다.

 자수와 살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까?

 하나는 극심한 오한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

 이나를 죽이고, 김혁재 형사를 죽이고, 현준과 최지은을 실종시킨 게 ‘준’일까?

 - 아냐.

 하나는 다시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준’을 의심하는 것도 그녀의 오해일 수 있었다.

 8년 전 사건을 영영 덮어두고 싶은 것은 현준일 수도 있었다.

 그가 이나를 죽이고, ‘준’을 없앴다면? 갑자기 나타난 고성희 때문에 일이 꼬인 거라면? 현준은 어떻게든 고성희와 연희의 동생 최지은을 제거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김혁재의 등장이 설명이 안 됐다. 김혁재 역시 8년전 사건의 은폐자인데 왜 죽인걸까?

 결국 범인이 준이든, 현준이든, 고성희든 모든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었다.

 정확한 진실을 알려면 고성희와 ‘준’을 각각 만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준’이 누군지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고성희는 ‘준’이 누군지 알았을까?

 

 순간 웅~하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하나의 정신이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니 액정에 ‘김형사’라는 발신자가 떠 있었다.

 둘 중 하나였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거나, 모든 걸 알아냈거나.

 전자라면, 하나가 진교에 온 진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일 것이고, 후자라면 이번 사건이 8년 전 사건 뿐 아니라 4년 전 이나 살인 사건과 관련 있다는 걸 알아서 일 것이다. 무엇이든 범인을 잡는 건 형사의 영역이니 빠지라고 할 게 뻔해서 하나는 ‘종료’버튼을 누른 후, 핸드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바꿔버렸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김형사가 보낸 문자가 떴고, 문자를 본 하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문자는 ‘최지은씨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연락해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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