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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과 거짓말
작가 :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8.12.10

동생을 죽인 범인이 4년만에 나타난 날, 동거하던 연인이 사라지고,
얼마뒤 그가 가짜 이름과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연인이 동생을 죽인 범인과 아는 사이 라는 증거가 발견된다.
연인은 동생을 죽인 범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가 숨긴 비밀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기 위해 연인을 찾아나서지만, 시간이 갈 수록 드러나는 건 추악한 진실 뿐.
주인공 그녀는 과연 '진실'과 '연인의 결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27화
작성일 : 18-12-10 16:03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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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하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쇼파 가장자리를 힘껏 움켜쥐었다.

 10분 전만 해도, 이나와 현준이 송정학을 죽였다는 것이 최악의 가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그 사실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죽였다. 이나가 아이를 죽였다.

 하나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연희와 송정학이 죽은 것도 그것 때문일까?

 경찰에 신고하려는 연희를 막기 위해 그녀를 죽이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송정학까지 죽인 걸까? 왜 이나가 그토록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는지,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툭하면 자살기도를 했는지 하나는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 겨우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하나는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한 끝에 겨우 말을 이었다. “죽은 얘는 어떻게 됐어요? 김혁재 형사도.. 그 사실을 알면서 덮었던 거예요?”

 마른세수를 하는 이희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요? 왜.. 지금까지 그 문제가 한 번도 언급이 안 됐던 거예요? 얘가 죽었는데”

 “내가 없앴으니까” 얼굴을 덮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공허했다. “내가.. 증거를 없앴어.”

 

 영상을 처음 본 건 장례식이 끝난 직후, 유품을 정리할 때라 했다.

 남편이 아들보다 어린 여자애를 돈으로 사고, 그 장면을 촬영한 영상 때문에 또 다른 어린 여자애를 공격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이희정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영상의 존재는 이나의 입으로만 전해졌을 뿐, 경찰도 영상을 직접 본적이 없으니 이희정은 그 모든 것이 이나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허탈하게도 영상을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분이었다. 영상은 계약서 폴더에 있었다.

 첫 장면은 교복차림으로 모텔 침대에 누워있는 연희의 모습이었다. 곧이어 송정학이 이나를 따라 들어왔고, 이나가 연희를 가리키며 송정학에게 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송정학이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두 개를 들자, 이나가 짜증나는 얼굴로 담뱃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송정학이 돈을 건넸다.

 이나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송정학은 옷은 벗고, 연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연희가 조금씩 팔을 내젖는 걸로 봐서는 완전히 의식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몸을 가눌 수는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송정학이 연희의 몸을 애무하고 연희의 상반신이 모두 벗겨진 순간 문이 열리더니 10대 소년 두 명이 들어왔고 폭행이 시작됐다. 소년들이 송정학의 지갑을 뺏고, 그를 폭행하는 동안 이나는 연희의 뺨을 때리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카메라의 존재를 아는 건 모자와 마스크를 쓴 소년뿐이었는지, 유일하게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람도 그였고, 마지막으로 방을 떠날 때 카메라를 챙긴 것도 그였다. 다른 소년은 당연히 유현준이었고,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

 남편이 고등학생들에게 맞고, 트렁크에 실리는 것을 보면서도 이희정은 단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야 남편에 대해 남아있던 애정과 연민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후는 이나와 현준, 모자를 쓴 소년이 번갈아 운전하는 장면이었다. 한적한 오천읍 근처 숲길을 달리며, 아이들은 술을 마시고, 창밖으로 몸을 내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동안 연희는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울거나, 비닐에 구토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차가 달리는 와중에 이나가 운전석으로 움직였고, 운전석에 있던 현준이 조수석으로 옮겨갔다. 차가 갑자기 급정거하더니, 나무에 부딪힌 것이 그 때였다. 문을 열고 나간 카메라에는 도로 중앙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7살가량의 남자아이의 모습이 찍혀 있었고, 거기서 카메라는 꺼졌다.

 

 이희정의 얘기가 끝나자, 옆방에서 들리는 뭉개진 노랫소리만이 노래방 룸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하나는 깨져버린 이나에 대한 믿음이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되어 심장을 후벼 파는 게 느껴졌다.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하나는 애써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아이..는 어떻게 됐어요?”

 이희정이 관자놀이를 누른 채 고개를 저었다. 하나는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며 버텼다.

 8년 전, 아이 얘기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걸 보면 그 날의 사고는 완벽하게 은폐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말은 아이가 죽었다는 뜻이자,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왜.. 신고 안했어요?”

 “…”

 “아이를 친 건.. 이나잖아요.”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어.”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누군가 죽었는데, 이를 소란이라 여기다니.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놈이 한 짓 때문에.. 우리가 계속 피해를 받을 순 없잖니?”

 하나도 송정학이 한 짓 때문에 아내나 아들이 피해를 보거나,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정학의 죄를 덮을 권리도 그들에겐 없었다.

 “송원진씨는...”

 “몰랐어. 내가 말 안했어” 진짜 몰랐던 건지,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희정의 표정만은 단호했다. 내 아들은 건들지 말라는.

 “그.. 협박한 여자, 용무늬 점퍼를 입은 여자는 뭐로 협박한 거예요?”

 “…”

 “증거를 없앴다면서요? 다른.. 증거가 있었던 거죠?”

 그날의 사고에 대해 알았다 해도 증거가 없다면, 거짓말이라 치부하면 그만이다. 증거가 있었고, 송정학이 연류된 증거여서 아내와 아들이 꼼짝하지 못한 것이리라. 특히 그렇게 빨리, 확실하게 움직였던 것은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고성희가 떠올랐다. 같은 아파트에 살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이.

 송정학이 저지른 일이 송원진의 직장에 알려지면, 소문이야 나쁘겠지만 아버지가 저지른 일 때문에 해고를 당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평소 그의 평판이 나쁘지 않다면, 아버지는 아버지, 아들은 아들로 분리되어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사돈어른이 원조교제를 하고, 아이 시체를 유기했다는 게 알려지면, 고성희의 부모는 당장 결혼을 반대할 것이다. 무사히 결혼한다 해도 평생 족쇄가 되어 그들을 괴롭힐 수도 있었다. 하나는 고성희 앞에서 이나 얘기 하는 걸 싫어했던 송원진이 떠올랐다. 용무늬 점퍼의 여자가 그 사건에 대해 고성희에게 알린다고 협박했을까?

 “여자친구 한테.. 말한다고 했어요?”

 “…” 이희정이 얼굴을 가린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고성희씨는.. 송원진씨가 그런 가짜 자백한 거 몰랐던 거죠?”

 “고성..희?”

 “502호에 사는.. 여자요. 그 여자가.. ”

 하나는 여자친구 잖아요. 라는 뒷말을 삼켰다. 떨리는 이희정의 눈을 보자 그녀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46.

 “당신들 뭐야?”

 502호 초인종을 수없이 누르고, 문을 두드리던 하나에게 문을 연 건 501호 남자였다.

 “시계 안 봐? 지금 11시가 넘었어. 이 아가씨야”

 “아저씨. 나 알지? 702호! 아줌마랑 우리 노래방 자주 오잖아~” 뒤쪽에서 서성대던 이희정이 하나를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아..예..” 501호 남자가 구겼던 인상을 펴긴 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 시간에 뭐하십니까. 안 주무세요?”

 “이 집에 누가 사는지 알지? 한.. 30대? 정도 되는 여자가 살지 않아?”

 “에?” 뭐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남자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이희정이 재빨리 선수를 쳤다.

 “좀 전에 밑을 지나가는데 어떤 여자가 뭘 던지잖아. 다행히 맞지는 않았는데.. 502호 같더라구~ 근데.. 문을 안 열어주잖아. 이 여자가~”

 “잘 못 보셨네~” 501호 남자가 낡은 반바지를 추어올리며 말했다. “여기 이사 나갔잖아요.”

 “이사?”

 “지난달인가? 하여튼 그 뒤로 계속 빈 집이었어요”

 “자기 혹시 헷갈리는 거 아냐?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이사 들어왔을 수도 있잖아”

 “아니예요~” 501호 남자 뒤로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린 40대 초반의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부동산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집이 잘 안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뭘 던진 거예요? 아우.. 요즘 이런 사건이 너무 많아~ 혹시 위층 얘들 아닌가? 거기 얘들이 좀 별나잖아요.”

 “여기 말고 빨리 경비실에 가서 CCTV를 확인해보세요. 그게 제일 확실하잖아요.”

 남편이 아내의 말에 얼른 한마디를 덧붙였다. 702호 아줌마와 하나를 빨리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요..” 언제라도 닫을 수 있도록 문고리를 잡는 501호 여자에게 하나가 재빨리 말을 걸었다. “옆집에 살던 그 여자분.. 단발 머리에..”

 “아뇨” 하나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501호 여자가 말을 잘랐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살았어요. 한 50~60대 정도? 부부였구요”

 “…”

 **

 고성희가 본명인지, 그녀가 송원진을 협박한 사람이 맞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면목동에서 건진 정보는 꽤 많았다.

 

 우선, 8년 전 연희와 송정학이 죽은 원인이 원조교제가 아닌 ‘아이의 죽음’ 때문이란 사실. 고성희는 죽은 아이와 관련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4년 전 이나의 죽음을 빠르게 알았다는 점에서 이나의 죽음과도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두 번째. 8년 전 영상을 찍었던 모자와 마스크를 쓴 소년. 그가 ‘준’임이 틀림없었다. 이나와 현준이 그에 대해 입을 닫은 것도 당연했다. 아이를 죽인 죄를 덮기 위해서는 ‘준’이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현준이 진교시로 갔던 이유가 ‘준’을 만나기 위해서 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세 번째. 이나의 죽음부터 가짜 자백까지. 그 중심에는 고성희가 있었고, 그녀의 꿍꿍이가 무엇이든, 오랫동안 세운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현준은 송원진을 협박한 여자가 죽은 아이와 관련된 사람임을 알고, ‘준’과 이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 틀림없다.

 ‘준’이 김혁재 형사를 죽이고, 현준도 처리(?)한 걸까?

 현준과 동행했던 용무늬 점퍼 여자가 모든 걸 처리한 걸까?

 그녀는 고성희일까, 최지은일까, 제 3자 일까?

 정황상 제 3자일 가능성은 낮았다.

 고모의 말에 따르면 용무늬 점퍼가 최지은의 옷이라 하니, 주유소 CCTV에 찍힌 용무늬 점퍼의 여자가 고성희라면, 이미 최지은을 처리하고 그녀의 옷을 뺏어 입은 게 될 것이다.

 반대로 용무늬 점퍼의 여자가 최지은이라면, 그녀는 고성희와 손을 잡고 움직이는 것일 수 있었다. 무엇이 됐든 그들의 목표는 ‘준’일 것이다.

 8년 전 아이를 죽도록 방치했던 준, 8년 전 최연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준.

 처음 가정한 대로 ‘준’을 찾는 것이 중요한 열쇠였다.

 많은 것이 명확해졌고, 수많은 새로운 가정들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용무늬 점퍼 여자의 정체는 어둠 속에 갇혀 있었고, 하나는 고성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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