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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비밀과 거짓말
작가 : 달려라
작품등록일 : 2018.12.10

동생을 죽인 범인이 4년만에 나타난 날, 동거하던 연인이 사라지고,
얼마뒤 그가 가짜 이름과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연인이 동생을 죽인 범인과 아는 사이 라는 증거가 발견된다.
연인은 동생을 죽인 범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그가 숨긴 비밀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기 위해 연인을 찾아나서지만, 시간이 갈 수록 드러나는 건 추악한 진실 뿐.
주인공 그녀는 과연 '진실'과 '연인의 결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15화 - 진교, 일요일
작성일 : 18-12-10 15:52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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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교 ]

 

 28. 일요일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도시. 8년 만에 본 진교시의 첫 이미지였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역사 내부. 새로 설치된 티켓 전자 발권기와 지문하나 없이 반짝이는 은빛 의자들, 개업축하 화분이 놓인 던킨도너츠는 ‘발전하는 City, 진교’라는 캐치프레이드에 꽤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세면대 물이 나오지 않는 여자 화장실, 양변기마다 ‘수리 중’을 붙여놓은 남자화장실은 발전이 더딘 도시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럴싸함과 형편없음이 공존하는 것은 진교시의 위치 탓도 있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인 거리.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 이라는 애매한 위치.

 서울의 베드타운이나 위성도시로 삼기에는 너무 멀고, 1박 2일 관광코스로 개발하기에는 가깝고 볼 게 없는 곳.

 진교에서 가장 볼만한 곳이자, 대표 봄나들이 코스인 진교 호수도 꽤 아름답긴 하지만, 근처 춘천이나 가평 호수에 비하면 한참 매력이 떨어지고, 진교를 병풍처럼 둘러싼 울창한 숲도 매력적이긴 했지만, 30분만 더 가면 치악산 국립공원이 나오는데 굳이 진교의 산을 찾을 이유는 없었다. 즉, 진교와 그 주변은 진교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굳이 찾아갈 이유도 매력도 없는 곳이었다.

 이토록 애매한 진교가 ‘City’라는 명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12년 전 세워진 진교한방병원 덕분이었다. 진교시의 역사는 진교한방병원이 들어서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교는 원래 자생 약초로 유명한 지역이고, 전국 5대 약초 시장인 진교약초시장이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면서 이름만 겨우 유지하던 수준이었다. 한방병원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지금쯤 진교시는 ‘인구소멸도시’로 지정되어 노인들만 남은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한방병원이 들어서고, 중풍 치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진교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죽어가던 ‘진교약초시장’도 활기를 띄었다. 그러다 병원이 중풍치료 뿐 아니라 한방성형을 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교시는 말 그대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진교시의 부흥이 한방병원의 양이라면, 음은 ‘진교시 < 한방병원’ 이란 사실이다.

 진교시의 모든 행정은 한방 병원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이 처음 자리 잡은 진교역 부근은 10년 전만 해도 진교시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자, 땅값이 가장 싼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진교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이 되었다. 한방병원이 진교시의 랜드마크이니 그 중심으로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건 당연하지만, 병원 이사장이 주변 땅을 대거 매입한 후, 진교 시장에게 뇌물을 건네 병원 주변 개발을 이끌었고, 그 덕에 병원보다 땅장사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의혹에도 불구, 진교시에 한방병원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어서 한방병원에 대한 수군거림이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은 없었다.

 한방병원의 위세는 역 광장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진교한방병원’ 깃발을 든 안내원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 무리, ‘진교한방병원’을 외치는 택시 기사들로 가득한 광장. 심지어 일반버스정류장보다 한방병원으로 가는 셔틀 버스 정류장이 더 크고 눈에 띄는 위치에 있었다.

 한방병원에 먹혀버린 진교. 그것이 진교의 현재 모습이었다.

 진교를 좋아했던 적도 없었지만, 특히 싫은 것이 한방병원이어서, 하나는 진교역에 내리자 마자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나와 현준이 아니었다면, 당장 서울행 열차에 올랐겠지만, 두 사람 때문에 하나는 싫은 마음을 누르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는 택시 기사에게 ‘교동 고등학교’라는 목적지를 말한 후, 월진동을 피해서 가자고 했다. 그 쪽은 항상 막혀서 싫다는 핑계를 댔지만, 한방병원이 있는 동네를 지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방병원과는 그림자도 스치고 싶지 않았지만, 진교에 온 이상 병원 그림자를 밟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눈이 닿는 버스 정류장 마다 한방병원 광고판이 붙어 있었고, 택시에서 흘러나오는 게스트도 진교한방병원 추나치료 전문 한의사였다.

 “아저씨. 라디오 좀 꺼주세요”

 택시 기사는 내키지 않은 듯 룸미러를 흘끔대며 잠시 뭉개긴 했지만, 결국 라디오를 껐다.

 라디오를 끄자 참을 수 없는 정적이 택시 안을 감쌌다. 침묵이 어색한지 기사는 하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근데 교동 어디에 내리려나? 학교 근처에 살아요?”

 낯선 사람들이 던지는 개인적인 질문을 싫어했지만, 자신보다 20살은 많아 보이는 사람의 질문을 무시할 깡은 하나에게도 없었다.

 “학교 가는 거예요”

 “학교? 교동 고등학교?”

 기사의 관심이 귀찮은 하나는 살짝 그의 말을 무시했지만, 기사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 문 닫았는데 왜?”

 “문을 닫아요?” 이번에는 하나의 반응이 더 적극적이었다.

 “거기 요양병원 생긴다고.. 문 닫은 지 꽤 됐는데?”

 “완전히 닫은 거예요? 이전한 게 아니라?”

 “아이 뭐.. 그거야.. 문 닫은 사람이 알겠지.. 그럼 아가씬 어디로 갈 거야? 교동으로 가?”

 “…”

 진교시를 내려오는 내내 하나가 고민했던 것은 ‘준’을 찾는 첫 발걸음을 어디에 딛느냐 였다. 8년 전 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건 담당 경찰이나 현준 부모님이겠지만, 가능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2순위로 떠오른 사람이 이나와 현준의 담임이었다. 두 사람을 퇴학시킨 사람이자, 죽은 C의 담임이기도 했으니 경찰과 부모님을 제외하면 해당 사건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8년 전 담임이니 전근갔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학교 자체가 문을 닫았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가씨 어떡해? 그냥 계속 가?”

 기사는 금방이라도 차를 돌릴 듯 팔을 들썩댔다.

 어떻게 하지? 일단 학교로 갈지, 여기서 포기할지 망설이던 순간, 기사가 내뱉은 요양병원이란 말이 머리를 스쳤다. 진교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할 만큼 재력이 있는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었다.

 “아저씨! 아까 말한 요양병원이요. 그거 진교한방병원에서 운영하는 거예요?”

 “그렇지. 거기 말고 그런 거 할 데가 또 있나?”

 진교의 돈은 모두 한방병원에서 나오는 것이니 뻔 한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하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진교한방병원을 검색했다.

 거대 의료재단인 만큼 진교한방병원은 의료사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중 교육사업도 있었다. 교동 고등학교가 한방병원 재단이라면, 근무하던 선생님들은 재단 내 다른 학교로 옮겨갔을 것이고, 이나 담임도 그 학교로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방병원 홈페이지 아래 ‘family site’를 클릭하자, 예상대로 병원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업들-‘오천 원외탕전원’ ‘진교의료재단’ ‘진교 바이오’ ‘진교정석학원’-이 활성화됐다. ‘진교정석학원’을 선택하자 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사업 목록이 떴고 교동 중학교, 월동 고등학교, 세중 입시전문학교와 함께 ‘교동 고등학교-폐교(요양병원 건립 예정)’라는 글이 보였다. 학교가 문을 닫아도 선생님들을 한 번에 정리하기는 힘들 터. 고등학교 선생님이 중학교로 갈리는 없을 테니, 하나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아저씨 월동 고등학교로 가주세요”

 

 

 29. A.M 10:00

 

 “묘하게 닮았네..”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입만큼 홍선중의 눈은 하나를 살피느라 바빴다.

 호기롭게 월동 고등학교 교무실에 걸어 들어가, 이나 행세를 하며 8년 전 교동 고등학교 2학년 7반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왔다고 했을 때도 하나는 긴장하지 않았고, 이름 대신 ‘수홍’이라는 별명만 기억한다고 했을 때도 전혀 떨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 덕분인지 당직하던 젊은 선생님은 ‘홍선중’이란 이름을 순순히 알려주었고, 연락을 받은 홍선중도 ‘이나’라는 말에 흔쾌히 만남에 응했다. 계속 당당했던 하나였지만, 산후조리원 옥상에 앉아 연신 담배 연기를 빨아대는 홍선중 앞에서는 좀처럼 차분해지지 않았다.

 어색하게 앉은 하나와 달리, 맞은편의 홍선중은 이나가 아니란 사실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쌍둥이인데 왜 이렇게 안 닮았어?’ 라며 얼굴 비교에 더 흥미를 보였다.

 “키는 이나가 좀 더 작았던 것 같은데.. 그래?”

 “네”

 대답을 하면서도 하나의 눈길은 통유리 너머 병원 내부를 향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오려던 분홍색 가운의 산모가 담배 연기를 보고 인상을 쓰더니 하나와 홍선중을 번갈아 째려봤다. 하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홍선중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산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치 함께 하자는 듯.

 “쫄지 마. 쟤들도 피고 싶어서 그런 거야”

 “…”

 “웃기지 않니? 여기가 병원 내 유일한 흡연 구역이고, 다른 사람들도 다 여기서 담배를 피는데.. 왜 내가 담배 필 때마다 한마디씩 한데? 내가 죄졌어? 산모는 담배피면 안 된다니? 자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

 “나랑 관련 없는 일엔 끼어들고 싶지 않다? 뭐 그것도 좋은 자세지. 근데 그런 사람이 나는 왜 찾아왔을까? 이나가 나에 대해 좋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텐데?”

 “…”

 40살. 그 나이 또래가 갖는 점잖은 척 하는 내숭이 홍선중에게는 없었다.

 “8년 전 사건 때문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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