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12화. 당신의 마음
작성일 : 18-12-09 09:19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5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얼마나 지났을까. 준영의 지친 몸에서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초점 잃은 두 눈만이 여전히 슬픔에 젖어있었다.

 

 제롬과 창기가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서성였다. 오래되고 깊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둘은 모두 준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저 거짓 없이 단순하고 올곧은 사내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자신을 깎아내며 자책하고 있을지, 그들은 안타까움에 준영의 곁을 지켰다.

 

 “제롬..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네, 수사님. 말씀하세요.”

 

 “채 신부님이 말한 배신자란 누구를 지칭하는 건가요?”

 

 제롬은 대답을 망설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는 준영의 곁으로 다가가 옆 소파에 걸터앉았다. 눈높이가 비슷해진 둘은 서로의 눈을 마주 봤다.

 

 “묘덕님께서.. 살인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분은 저와 함께 악성과 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지조차 의문이고요.”

 

 “압니다. 하지만 저와 창기도 그 살해 현장을 보고 오던 길이었습니다. 거기서 우린 묘덕님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어딘가요. 거기가?”

 

 “수도원, 저희가 준영 씨를 내려줬던 그 장소입니다.”

 

 “맙소사.”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두고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준영은 생각을 더듬었다.

 

 서로가 마주친 그 장소에서 묘덕은 누구를 기다린 것일까? 묘덕이 수도원에서 일을 치른 후 다른 공모자를 기다린 것인가?

 

 아니다. 준영은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인이던 자신을 지키려 희생을 마다치 않던 사람이다.

 

 “직접 현장을 봐야겠습니다.”

 

 “일단 쉬세요. 내일 퇴원하시고 움직여도 됩니다.”

 

 “그사이에 묘덕님은요? 그분은 절 지키다 거대한 재해에 휩쓸려 생사조차 모릅니다.”

 

 “살아있을 겁니다. 필시 그럴 겁니다.”

 

 “어떻게 그리 단언하나요?”

 

 “묘덕님은 밀교의 심장입니다. 그들은 결코 묘덕님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준영의 간곡한 목소리에 제롬은 피식 웃었다. 여간해서 꺾일 남자가 아님을 제롬은 알고 있었다. 제롬은 준영을 가만히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제게 의뢰를 주십시오. 당신의 의뢰라면.. 받겠습니다.”

 

 초점을 잃은 것처럼 멍한 준영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그는 놀란 눈으로 제롬을 바라봤다. 제롬은 마치 어린아이 대하는 것처럼 그런 준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 동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길잡이입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제가 수중에 가진 것이 많이 없습니다.”

 

 “그럼 당신의 미래를 받겠습니다. 제법 가치 있어 보이거든요.”

 

 “예?”

 

 제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준영이 이해하지 못한 듯 그를 바라봤지만, 그저 사람 좋은 미소만을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주무세요. 내일부터 빡빡한 일정이 될 겁니다.”

 

 제롬은 문을 열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병원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그의 특별한 시야와 감각은 가까운 대상의 위치와 흔적을 단번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매번 똑같은 곳이군요.’

 

 제롬은 마치 원래 목적지가 있던 사람처럼 병원 복도를 빠르게 지나쳐 걸었다. 거침없이 아래층의 흡연실로 들어간 그는 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자네, 담배는 끊지 않았나?”

 

 “그건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이군요. 금연했단 사람이 항상 이럴 때면 꼭 담배를 피우시네요?”

 

 채 신부는 마른 웃음을 지었다. 늦은 밤 흡연실 안의 낡은 조명은 아무런 빛을 내지 못한 채, 지직거리며 화난 소리만을 내었다.

 

 둘은 저 멀리서 비추는 가로등 조명을 마주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흐릿하게 피어올라 이내 사라지는 담배 연기 사이로 채 신부는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내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나?”

 

 “음.. 그런 면이 없진 않죠.”

 

 “하지만, 무고한 시민이 셋이나 죽었다네.”

 

 “그건 조금 치사한 발언 아닐까요? 무고한 시민을 죽인 건 악성이지, 장 수사가 아닙니다.”

 

 “준영이 함부로 움직여서 이 사단이 난 것이지 않나!”

 

 제롬은 피우던 담배를 껐다. 그의 얼굴 사이로 마지막 담배 연기가 스치듯 사라졌다. 채 신부를 바라보는 제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악성을 잡지 못한 우리 탓입니다. 언제부터 제 일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물으신 겁니까? 우리가 무능하여 사람이 죽고 저 어린 청년의 몸과 마음이 크게 다친 겁니다.”

 

 “...뭐?”

 

 “수도원에서 만다님의 시체를 발견한 뒤, 대체 어디 계셨습니까? 무엇을 그렇게 찾아다닌 건가요? 신부님은 장 수사가 실종된 것을 알고도 그를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봐, 제롬. 수도원에 얼마나 많은 유물과 문서가 있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나에겐 그걸 지켜야 할 의무가 있네.”

 

 “그리고 그것들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단 사실도 압니다.”

 

 제롬은 흡연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그 자리에 굳은 듯 잠시 고민하던 제롬은 뒤를 돌아 채 신부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내 곁을 떠나려는 것인가..”

 

 “저 청년은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저 청년에게 빚이 있는 것이죠. 전 그 빚을 갚으려 합니다.”

 

 제롬이 떠난 텅 빈 흡연실 안에서 채 신부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맞은편 가로등을 응시했다. 그의 깊은 한숨이 흰색 연기를 타고 올라 허공에 퍼졌다.

 

 

 

  §

 

 

 

 샤워기를 통해 뜨거운 온수가 뿜어져 나왔다. 따끔하다 느낄 만큼 제법 높은 온도에도 준영은 가만히 물을 맞았다.

 

 서리 낀 거울을 닦아내자 준영의 모습이 뿌옇게 드러났다. 상처투성이 얼굴과 온몸에 든 멍이 준영은 아직 어색했다.

 

 ‘내 평생 이렇게 몸이 상할 만큼 누군가와 싸워본 적이 있던가?’

 

 눈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다 따끔한 느낌에 움찔한 준영은 이내 샤워기의 물을 잠갔다. 온수가 끊기자마자 병원 특유의 차가운 한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준영의 열기를 빠르게 빼앗았다.

 

 이크. 준영은 추위에 놀라 호들갑스럽게 몸의 물기를 털어냈다. 일인실에 배치된 개인 샤워실이었기에 준영은 맨몸에 타올 한 장만을 걸치고 샤워실의 문을 열었다.

 

 “호오. 생각보다 과감하군요.”

 

 창기가 모포를 돌돌 만 채로 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병인 침대를 놔두고 맨바닥 구석에 자고 있던 창기를 이제야 발견한 준영이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타올을 놓쳤다.

 

 “흠, 제 설정이 마음에 드신 겁니까? 외모도 딱 남색에 어울..”

 

 “아니요! 절대요!”

 

 “그럼 어서 옷을 좀 걸치시죠.”

 

 창기는 자다 깬 얼굴로 모포를 동여매고 다시 누웠다. 그런 창기를 황당한 듯 바라본 준영이 따지듯 물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런 구석에서 자고 있던 겁니까?”

 

 “침대가 불편해서요. 근데 여긴 왜 이리 바닥이 차답니까?”

 

 “병원이니까요..”

 

 “한국은 간병인에 대한 배려가 없군요.”

 

 덜덜 떨며 모포를 동여맨 창기의 모습이 기가 막힌 준영이었지만, 내심 그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어 손으로 샤워실을 가리켰다.

 

 “이제 가서 뜨거운 물에 씻으세요. 제롬 씨가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됐습니다.”

 

 창기가 다시 몸을 일으켜 준영을 노려봤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준영의 몸을 훑었다. 창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은 준영은 대화를 요구하는 눈빛으로 창기를 노려봤다. 창기는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물었다.

 

 “안에서 문 잠깁니까?”

 

 “...제발요.”

 

 철컥. 순간 밖에서 문이 열렸다. 제롬은 알몸의 준영과 모포로 몸을 꽁꽁 덮은 창기를 번갈아 바라봤다. 제롬의 눈이 불안하게 떨리며 준영에게 향했다.

 

 “설마.. 아니죠?”

 

 준영의 얼굴이 터질 듯이 익었다. 그는 격한 몸짓으로 상황을 부정했다.

 

 “그 설마가 도대체 어떤 설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제 씻고 나와 옷을 갈아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실에 방문할 땐 노크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닙니까?”

 

 속사포처럼 날아드는 준영의 말에 제롬은 진정하라는 듯 양손 가득한 봉투를 내밀었다.

 

 “손이 좀 무거워서 노크를 못 했습니다. 식사하시죠. 일단은 옷부터 입으시고요.”

 

 준영은 자신이 알몸상태로 방방 뛰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선 부랴부랴 옷을 걸쳐 입은 준영은 괜히 옆에 있는 창기를 노려봤다.

 

 “어서 씻고 나와요. 창기 씨 때문에 괜한 오해만 샀잖아요.”

 

 “아니, 자기가 헐벗어 놓고선..”

 

 억울한 표정의 창기가 둘 사이를 지나쳐 샤워실로 들어갔다. 제롬은 왠지 모르게 웃기는 둘을 지켜보다 테이블 위로 가져온 봉투를 풀었다. 영양죽부터 수육까지 온갖 음식이 다 꺼내져 나왔다.

 

 “뭐가 이렇게 많습니까?”

 

 “사실상 삼 일간은 거의 먹지도 못하고 움직였습니다. 장 수사님이야 수액을 맞았다 쳐도, 저랑 창기 씨는 좀 먹어야 살겠습니다.”

 

 아, 준영은 지난 며칠간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 겪어본 치열하고 잔혹한 세계. 자신이 지금 살아있는 것조차 신기한 노릇이었다.

 

 “진짜 치열했군요. 그동안..”

 

 제롬은 차분해진 준영에게 밀봉된 죽을 조심히 뜯어 그의 앞에 놓았다. 숟가락과 반찬까지 정갈하게 준영의 앞에 놓은 제롬은 지나가듯 말을 건넸다.

 

 “수사님은 누구보다 잘 싸워오셨습니다. 뜬금없는 소리겠지만, 그래도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롬의 따뜻한 말이 준영의 굳어 있던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녹여냈다.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에 준영은 뜨거운 열기가 펄펄 나는 죽 뒤로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 정신없이 죽을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 사이로 떨어지는 준영의 눈물을 내심 못 본 척, 제롬은 남아있는 음식을 조심히 뜯어 테이블을 채웠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가 그들의 아침을 따뜻하게 채워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설정집. 2018 / 12 / 3 483 0 -
27 27화. deception (3) 2019 / 1 / 30 303 0 5443   
26 26화. deception (2) 2019 / 1 / 29 281 0 4734   
25 25화. deception 2019 / 1 / 28 246 0 4019   
24 24화. 천국의 계단 (완) 2019 / 1 / 18 269 0 7771   
23 23화. 천국의 계단 (6) 2019 / 1 / 16 255 0 4976   
22 22화. 천국의 계단 (5) 2019 / 1 / 15 278 0 4502   
21 21화. 천국의 계단 (4) 2019 / 1 / 14 251 0 4938   
20 20화. 천국의 계단(3) 2019 / 1 / 9 276 0 5885   
19 19화. 천국의 계단(2) 2018 / 12 / 31 269 0 4725   
18 18화. 천국의 계단 2018 / 12 / 20 250 0 5073   
17 17화. 마고의 품 아래 서서(5) 2018 / 12 / 18 254 0 5714   
16 16화. 마고의 품 아래 서서 (4) 2018 / 12 / 17 243 0 5381   
15 15화. 마고의 품 아래 서서 (3) 2018 / 12 / 12 235 0 6206   
14 14화. 마고의 품 아래 서서 (2) 2018 / 12 / 11 258 0 5660   
13 13화. 마고의 품 아래 서서 2018 / 12 / 10 252 0 5253   
12 12화. 당신의 마음 2018 / 12 / 9 272 0 4523   
11 11화. 어둠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2018 / 12 / 7 271 0 4784   
10 10화. 조우 2018 / 12 / 6 223 0 6301   
9 9화. 배신자 2018 / 12 / 5 242 0 5372   
8 8화. 묘덕 2018 / 12 / 4 244 0 5430   
7 7화. 각자의 사정 2018 / 12 / 3 278 0 6985   
6 6화. 악성 2018 / 11 / 16 249 0 5108   
5 5화. 시작되는 위기 2018 / 11 / 16 250 0 4981   
4 4화. 만들어진 것들 2018 / 11 / 16 234 0 3419   
3 3화. 검노인 2018 / 11 / 16 272 0 7961   
2 2화. 신부와 불거인 2018 / 11 / 16 258 0 5247   
1 1화. 죽음은 언제나 냄새를 갖는다. (1) 2018 / 11 / 16 446 1 646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