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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8. 막 더듬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작성일 : 16-09-19 13:24     조회 : 429     추천 : 1     분량 : 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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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는 탁, 소리가 나게 주혁의 손길을 밀어냈다.

 그리곤 한마디 내뱉었다.

 “재수없어.”

 ‘응?’

 주혁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더러 지금 재수없다고 한거야?’

 여자들한테 온갖 달콤한 말들은 들어봤지만 재수 없다는 말은 살다살다 처음이었다.

 ‘이 여자가 날 지금 뭘로 보는거야.’

 주혁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진서의 행동은 더 진상이었다.

 진서는 마치 자신이 재수없다는 말을 자신이 들은 양 펄쩍 뛰었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머 젠장.”

 저 말을 해야할 건 주혁이었지만, 저 말을 내뱉은 건 진서였다.

 진서는 깜짝 놀라며, 주혁을 밀치고 뛰쳐나갔다.

 총총거리며 뛰어가는 진서의 뒷모습이 햇빛에 환하게 빛났다.

 진서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뛰고 있었다.

 나이에 걸맞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왠지 귀여웠다.

 여자라기 보다는 덜 자란 소녀 같았다.

 ‘부끄러움이 많군.’

 주혁은 재수없다는 말도 잊은 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몇살일까?’

 같은 동양인이었지만 진서의 나이는 몇살인지 알 수 없었다.

 편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십대로 보였다가, 눈빛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또 삼십대로 보였다.

 세상의 슬픔을 전혀 모르는 발랄한 여자 같다가도, 어떨때 보면 가장 슬픈 일을 겪은 여자처럼도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어디에서 살다 온 여자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왜 이리 주혁한테 따박따박 말대꾸인지… 이렇게 막말하는 여자는 살다살다 처음이었다.

 남자들이라면 감히 꿈도 못 꿀만큼 아름다운 여자들은 할리우드 아니, 한국 방송국에만 가도 차고 넘쳤다.

 그녀들은 모두 얼마나 차갑고 아름다운가.

 주혁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혈안이 돼 있는 눈부신 여자들에게도, 그토록 아름다운 배우들에게도 주혁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헤일리가 아니면 어떤 여자도 싫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진서는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큰 키 때문인가?

 아니었다.

 여자 치고는 크다고 하지만, 진서의 키 정도야 할리우드에 가면 작은 축에 속하고, 늘씬한 몸매라고 해봐야, 일상이 다이어트인 모델들보다 더 날씬할 리도 없었다.

 외모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뭐가 자꾸 눈길을 끄는 걸까?

 알 수는 없었다.

 무명시절에 살았던 집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인가?

 수수한 외모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건가?

 이상하게도 진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여자 같았다.

 그래서 더욱 스스럼이 없었고, 더욱 편했다.

 ‘재밌는 여자야…’

 주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시간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흘렀다.

 주혁은 흐르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꼈다.

 얼마만인가…

 이 소중한 시간을 1초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았다.

 온몸으로 이 시간과 햇빛을 느끼고 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햇빛이 벌써 기울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빨리도 흐르는구나…’

 주혁은 기지개를 켰다.

 쭉 뻗은 다리가 기울어가는 햇빛이 비쳐 구리빛으로 빛났다.

 주혁의 한 손에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들려 있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브랜드의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활발하고 솔직한 매리엔이 어떤 여자가 될 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매리엔은 감정에 솔직한 여자였다.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체면도 뭣도 따지지 않고 달려들고, 싫은 남자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극의 중반까지 매리엔은 브랜든을 아예 남자로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브랜든은 묵묵히 매리엔을 사랑했다.

 ‘어떤 톤으로 대사를 말해야 할까…’

 그런 여자를 사랑해본적도, 사랑할 일도 없었던 주혁은 그 감정을 전혀 잡을 수가 없었다.

 매리엔을 헤일리라고 생각해봐도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하긴, 헤일리는 감정에 솔직한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성적이었고, 냉철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주혁조차도 스스럼없이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여자였다.

 ‘막막하군…’

 어디서부터 캐릭터를 잡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차라리 전에 나온 영화들을 보지 그래?”

 데이빗형은 브랜든을 맡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선뜻 오케이 하지 못하는 주혁에게 여태 리메이크되었던 영화와 드라마들을 한번 보라고 했다.

 주혁은 데이빗 형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다른 배우 흉내내는 것 밖에 안돼. 혼자 해야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나만의 브랜든을 만들어야지.”

 그래서인지 부담감이 더했다.

 주혁만의 브랜든을 만들지 못한다면 여태 나왔던 모든 브랜든의 그림자가 될 뿐이었다.

 ‘정말 완벽한 브랜든이 되어야해.’

 주혁은 생각했다.

 도망을 치면서도 일거리를 들고 온 주혁도 주혁이었다.

 그래도 할일은 해야 하니까.

 주혁은 옅은 한숨을 쉬고는 책을 덮었다.

 옆에는 진서가 가져다 준 점심이 그대로 있었다.

 ‘아차…’

 그제야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난 주혁이었다.

 ‘저녁은 안먹겠다고 해야, 고생을 안하겠구나.’

 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물어가는 햇빛이 주혁의 몸을 감싸안았다.

 주혁의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도 햇빛이 비췄다.

 그냥, 뭘해도 화보같았다.

 

 *

 

 진서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빵을 사러 간건가…’

 주혁은 작은 마당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위는 고요했다.

 소란스러운 아주머니도, 진서도 없었다.

 은은한 허브 향만이 마당에 가득했다.

 그때였다.

 고요한 집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또 하면 되지. 괜찮아!”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당하지만 왠지 슬퍼보였다.

 진서였다.

 주혁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진서는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진서의 그 말이 가슴이 박혔다.

 주혁은 멈칫했다.

 ‘괜찮아…’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주혁이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무명시절에 한달에 스무번 정도 오디션을 봐 왔으니, 한달에 스무번 정도는 중얼거린 말이었다.

 이를 악물고 괜찮다고 중얼거리던 주혁이 눈앞에 지나갔다.

 모두 주혁의 마스크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 뿐이었다.

 화려한 외모만 보느라, 아무도 갈고닦은 주혁의 춤과 노래를 봐 주지 않았다.

 너무 잘생겼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떨어질 정도이니 할말 다 했다.

 그때는 모든 게 힘들었었다.

 괜찮다고 헤일리에게도 웃으며 말했지만 속에선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인가, 주혁은 실패하는 사람만 보면 마음이 아팠다.

 괜찮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슬퍼하고 있을지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주혁은 진서의 앞에 섰다.

 그리 친하지도 않는 사이건만, 주혁은 다짜고짜 물었다.

 “뭐가 괜찮아요?”

 진서는 깜짝 놀랐다.

 주혁이 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였다.

 얼굴에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저 여자, 또 도망치려고 한다.

 노을빛때문인가, 약간은 발갛게 얼굴이 상기된 진서.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진서는 금새 고개를 돌렸다.

 저 눈에 고인 눈물을 들키기 싫다는 듯, 절대 주혁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뭐가요?”

 진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주혁은 물러나지 않고 다시 물었다.

 “뭐가 괜찮냐고요.”

 “…”

 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지 못한 주혁, 손을 뻗었다.

 주혁의 손이 진서의 턱끝에 닿았다.

 길다란 손가락으로 천천히 진서의 턱을 들었다.

 진서의 턱에는 아직도 어린 아이들처럼 솜털이 보송보송했다.

 화장도 하지 않은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진서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문제?”

 주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서는 콧방귀를 세차게 뀌었다.

 “남자? 문제 일으킬 남자도 없는데 무슨. 아 됐어요.”

 진서는 고개를 돌렸다.

 자존심이 센 여자였다.

 그냥 내버려 두고 들어가면 될 것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몰랐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따낸 역할은 뒤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춤을 추는 거였어요. 딱 5분을 무대에 서는 거였죠. 그래도 기뻤어요. 정말 기뻤어요. 6개월 동안 오디션을 봤는데 다 떨어졌었거든요.”

 진서는 놀란 눈으로 주혁을 보았다.

 전 세계에서 헤일리만 아는 사실이니, 당연했다.

 주혁은 진서를 천천히 당겼다.

 주혁은 가만히 진서를 품에 안았다.

 진서는 잠자코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위로는 없을테지.’

 주혁은 스스로가 대견했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안기고 싶어하는 주혁의 품이니 당연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포옹 쯤이야, 아침 인사 정도였다.

 얼마나 있었을까.

 “저기요.”

 진서가 말했다.

 “사람 약해졌다고 함부로 막 더듬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젠틀한 척 하더니, 그런 것도 아니네. 진짜.”

 말을 마친 진서는 있는 힘껏 주혁을 밀어냈다.

 “여자라면 다 자길 좋아할 줄 알아. 진짜.”

 ‘응?’

 놀란 주혁.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천하의 차주혁의 말문을 막히게 하다니.

 기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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