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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11화. 어둠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작성일 : 18-12-07 11:08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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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준영의 귓가를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준영은 단번에 그것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님을 깨달았다.

 

 마치 등 뒤에 누군가가 총을 겨누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섬뜩한 공포감이 준영을 압박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준영은 싸울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양손을 들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당신이 방금까지 밟고 있던 악마의 아들놈이지. 내가 아무리 불효자라지만 방금 그 광경은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들더군.”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살아있는 듯 준영의 귓가를 맴돌았다. 축축하고 서늘한 느낌이 귓불을 타고 목 주위를 스쳐 지나자, 준영은 돋아나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아이에겐 이제 관심을 끄고 나와 겨루지 그래?”

 

 묘덕이 정체 모를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 대충 손가락으로 귓가에 고인 피를 털어낸 묘덕은 여섯 그림자를 다시 불러내었다.

 

 싸울 자세를 잡는 묘덕의 코에서 고인 핏덩이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얼굴 전체에 덕지덕지 묻은 피에 긴 머리카락까지 들러붙어 묘덕은 마치 한 마리의 악귀처럼 보였다.

 

 “어이, 준영. 뒤를 돌아 저 녀석을 마주한 채로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와.”

 

 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제까지 자신의 등 뒤에서 말하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갈색 머리를 가진 백안의 외국 남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묘덕과 준영을 번갈아 바라봤다. 풍채 좋은 덩치에 잘 차려진 클래식 수트를 빼입은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묘덕에게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였다.

 

 “그렇게 이쁜 얼굴로 칠칠치 못하게 피를 뒤집어써야 되겠나? 나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네. 그저 내 아버지만 데려가면 된다네.”

 

 “악성의 자식이라면.. 흡혈귀 녀석이군?”

 

 “래트 홀러. 편하게 래트라고 불러도 된다네. 자네들은 우리 아버지를 찾아 준 은인들이니 말이야.”

 

 래트 홀러의 말에 묘덕은 순간 어지럼을 느꼈다.

 

 ‘이 녀석, 언제부터 우리 뒤를 캔 거지?’

 

 그는 눈앞의 묘덕의 경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선을 들쳐 맸다. 그 장면을 본 묘덕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느끼는 위압감만으로도 눈앞의 흡혈귀가 보통내기가 아님은 진즉에 깨닫고 있었다.

 

 “내려 놓아라.”

 

 그렇다고 다 잡은 악성을 놓아줄 순 없었다. 묘덕이 싸우려는 자세를 취하자, 레트 홀러는 미국인 특유의 과장스러운 동작으로 안타깝다는 동작을 취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무식하게 치고박으려고 하나?”

 

 철컥. 순간 준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레트 홀러는 리볼버 권총을 들어 준영을 겨눴다. 실제로 처음 보는 권총의 모습과 공이가 당겨지는 소리는 오히려 준영의 현실감을 떨어뜨렸다.

 

 “그 자리, 그대로 있어. 내가 사라질 때까지.”

 

 “어디서 장난질을!”

 

 타앙!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파열음에 준영은 잠깐동안 귀가 먹먹했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은 총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단말야. 자, 방금은 경고였다네. 다음 발은 분명 이 청년의 이마에 박힐테니 조심히 행동하게.”

 

 묘덕은 분함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에라도 저 놈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흡혈귀의 경고는 진짜였다. 흡혈귀들은 살인에 대해선 절대 망설이지 않는다는 걸 묘덕은 알고 있었다.

 

 그사이 래트 홀러의 등 뒤로 이글거리는 낯선 공간이 열렸다. 그는 이선을 어깨에 메고선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한편의 마술 공연 같은 장면에 준영이 얼어붙은 사이, 묘덕이 다급하게 열려있는 공간을 향해 달렸다.

 

 “고개 숙여. 멍청아!”

 

 묘덕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준영은 총에 맞지 않으려 몸을 바짝 웅크렸다. 묘덕은 준영의 위를 폴짝 뛰어넘어갔다.

 

 순간 공간에서 독사 같은 래트 홀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건 선물이라네.”

 

 그의 목소리가 끝나자 거대한 진동 소리가 시작됐다. 묘덕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공간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경악한 표정으로 준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엎드려!”

 

 묘덕이 준영을 격하게 끌어안았다. 최대한 빠르게 그림자를 사방에 펼쳐서 자신과 준영을 감싸는 순간, 찢어진 공간에서 무수한 건물 잔해들이 쏟아져 나왔다.

 

 잔해들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던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묘덕의 그림자 주변을 초토화했다. 부서진 전봇대부터 날카롭게 부러진 철근들이 그림자를 치고 가거나 그 위에 사정없이 박혔다.

 

 “크윽!”

 

 점차 견디기 힘이 든 듯, 묘덕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찢어진 공간을 가득 채운 대형 전신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럽게 바뀐 중력의 변화에 전신주가 휘청이며 바닥에 튕기다 묘덕의 그림자와 부딪혔다. 그 엄청난 위력에 그림자가 찌그러지듯 잠시 움츠러들었다 폭발하듯 산화했다.

 

 그 안에서 폭발의 위력을 고스란히 받은 묘덕과 준영은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바닥을 뒹굴던 준영의 눈앞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격한 어지럼증에 속이 매스꺼웠지만,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희미해진 시야로 묘덕을 찾아 고개를 돌리던 준영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거대한 벽을 확인하며 그대로 기절했다.

 

 

 

 §

 

 

 

 온전히 어둡던 세상에 빛이 들어왔다. 그 희미한 빛은 가만히 떠올라 구렁텅이 같은 암흑 속을 외로이 비추었다. 고요히 떠 있던 빛은 선잠 들었던 준영의 눈에도 들어왔다.

 

 준영은 가만히 누운 채, 서서히 눈을 움직이며 빛을 좇았다. 빛을 따라가다 보니 다른 빛이 나타났다. 개구쟁이처럼 움직이던 다른 빛은 또 다른 빛을 불렀다. 그렇게 준영의 세상에 점차 빛으로 들어찼다. 빛들은 점차 강해져, 준영은 이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참을 수 없는 눈부심에 준영은 얼굴을 가리려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 그런 준영의 손을 확 끌어당겼다.

 

 “준영씨! 정신이 듭니까?!”

 

 창기였다. 창기 뒤로 비추는 지독히도 밝은 형광등에 준영은 잠시 초점이 맞지 않는지 눈을 껌벅였다. 한참 뒤에야 세상은 준영이 아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맙소사.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습니까?”

 

 “꼬박 하루. 큰 충격을 받았는지 도통 깨어나질 않더군요.”

 

 “하아. 묘덕 보살님은요?”

 

 “저희가 발견한 건 준영씨 뿐이었습니다.”

 

 설마 변을 당한 것인가? 준영의 머릿속에 참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야. 나도 이토록 멀쩡한데, 그렇게 강인하신 분이 당했을 리 없어.’

 

 애써 나쁜 생각을 털어낸 준영은 주위를 둘러봤다. 병실 안은 넓었지만, 침대는 자신의 것 하나가 전부였다. 옆에 있는 고급 소파를 바라보며 준영은 자신이 1인실에 입원해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맙소사. 제가 분수에 맞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군요.”

 

 “뭐 제롬씨가 신경 쓴 것 같긴 하던데. 일단 기다려요. 사람들 불러올 테니.”

 

 창기가 뛰쳐나가자 조용해진 병실에는 시곗바늘 도는 소리만이 남았다. 째깍째깍- 천천히 넘어가는 초바늘의 리듬에 맞춰 준영은 생각을 더듬었다.

 

 ‘큰 벽이 나를 덮쳤었다.’ 준영은 정전된 것처럼 까매진 머릿속에서 하나씩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내었다.

 

 기억 속에선 자신을 향해 쏜살처럼 날아오던 벽이 아주 잠시 공중에 섰다. 왜일까? 준영은 더욱 치열하게 생각을 이어붙였다.

 

 ‘벽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던 그림자 손들, 피 흘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던 묘덕. 그리고..’

 

 그 뒤를 덮친 또 다른 전신주가 번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당시의 상황이 모두 이어지자, 준영은 괴로운 듯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린 소녀의 몸이 자신의 눈앞에서 전신주에 치여 날아갔다. 납덩이가 들어앉은 듯 준영의 가슴은 무겁고 숨이 막혔다.

 

 쾅! 순간 입원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채 신부가 들어왔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준영에게 다가갔다.

 

 “이제 만족했나, 준영 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명령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움직여보니 어떤가? 영웅이 된 것 같던가? 세상이 모두 네 것 같던가?”

 

 “..아닙니다. 그저 저도 힘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쩍! 엄청난 소리가 지나가자 입원실에 침묵이 흘렀다. 다들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채 신부를 바라봤다. 준영의 뺨을 갈긴 채 신부는 그게 끝이 아닌지 준영을 향해 다시 사정없이 손찌검을 했다.

 

 인정사정없는 폭행에 창기와 제롬은 기겁하며 채 신부를 뜯어말렸다. 채 신부가 둘의 힘에 몸이 들리며 밀려났다.

 

 “놔!”

 

 거칠게 둘을 뿌리친 채 신부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격앙되게 소리쳤다.

 

 “니가 그렇게 잘났어?!”

 

 “그만 좀 하세요!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행에 준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양팔을 감쌌다. 자신은 목숨을 걸고 싸웠고, 동료였던 묘덕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준영은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 채 신부에게 화가 났다.

 

 “셋이나 죽었어! 네놈 때문에!”

 

 “...뭐라구요?”

 

 “그 마을 주택에 남아있던 민간인들 셋이 자살했다!”

 

 혼이 나간 것 같은 준영을 향해 채 신부는 오열하듯 분노를 쏟아냈다. 안절부절하며 채 신부를 붙잡은 제롬의 눈에도 참담한 심정이 느껴졌다.

 

 “그 악성의 비명이 너에게만 들릴 거라 생각했나! 아둔한 놈! 그 악마의 비명을 들은 민간인 세 명이 악마의 목소리에 홀려 목숨을 끊었다! 입에 칼을 물어 혀를 베고! 또 목을 맸다! 네가 민가 주변에서 악성과 싸우는 바람에!”

 

 준영의 입이 경악한 듯 벌어졌다. 부들대며 떨리는 준영의 두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준영은 자신의 저의는 그게 아니었다며 항변하고 싶었다.

 

 그런 준영을 채 신부는 냉정하게 노려봤다.

 

 “넌 그저 악성을 찢어발기고 이기고 나면 그만이라 생각했겠지. 멍청한 놈. 사조직의 힘은 항상 예측 불가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랐더냐? 내가 왜 사조직들을 그저 추적조로만 배치하던 이유를 진정 몰랐던 거냐? 생각 없이 배신자에게 속아 넘어간 어리석은 녀석. 신이 나서 한바탕 싸우고 나니 속이 시원하던!”

 

 채 신부는 오열하는 준영을 두고 그대로 뒤돌아섰다. 쾅! 거칠게 문이 닫히자 입원실 안은 준영의 서러운 울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제롬과 창기는 눈앞의 준영을 위로할 어떤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두고 그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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