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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쇼당
작성일 : 18-12-06 17:49     조회 : 423     추천 : 0     분량 : 8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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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주를 태운 택시는 한남대교 남단에서 북단 쪽으로 한강을 건넜다. 문창주는 석정선과의 통화 내용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한강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만 뿜어댔다. 택시기사가 뒤를 돌아 문창주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했지만 문창주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택시기사 역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문일섭의 한국대 합격 축하를 위한 가족 외식 자리에서 맥주 2잔을 마셨을 뿐이었다.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매번 운전만 했다 하면 차 범퍼를 긁어먹는 정세희에게 귀가의 책임을 맡겨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문창주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에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택시는 어느덧 석정선이 알려준 장소인 금선호텔 로비 앞에 문창주를 내려놓았다. 다들 죽네 사네 하는 판국에 금선호텔은 다른 세상 같았다. 국내 최고급 세단과 외국 수입 명차의 발렛을 하느라 죽네 사네 하고 있었다. 문창주의 차도 나름 고급 세단이었으나 가지고 왔다 한들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었다. 술을 핑계로 정세희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한식당에 차를 두고 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

 로비에서 석정선이 알아보고 달려 나왔다.

 “근데 오늘 무슨 날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석정선은 문창주를 빨리 데리고 들어가고 싶어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뭔 놈의 차들이 이리 많아? 뉴스에서 한강에 다이빙하는 년 놈들 많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 아냐?”

 “사장님, 일단 들어가시죠.”

 문창주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얘들은?”

 “오늘은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석정선은 평소와 다르게 단호했다. 문창주도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우그러뜨려 바닥에 버렸다.

 석정선은 다급하게 문창주를 금선호텔 블루앤루즈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4인조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지만 분위기만큼은 점잖고 조용했다.

 “문창주 사장님?”

 석정선이 안내한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문창주는 대꾸도 하지 않고 악수만 청한 후 바로 자리에 앉았다.

 “핵심만 말합시다.”

 “성격이 급하시네요? 차라도 한잔하시죠.”

 남자는 문창주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아이 시발, 뭐 이리 비싸. 커피 한 잔에 만 원? 짜장 다섯 그릇 값이네.”

 문창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진심이었다.

 “부담 갖지 마시죠.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남자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문창주의 얼굴도 누그러졌다.

 “그건 그렇고 70%로 후려치셨다면서? 우린 그렇게 못 하지.”

 “무슨 말씀이신지?”

 남자는 여유가 있었다.

 “이사님이 말씀 안 드렸나요? 아까 식사하면서 계약 건에 대해 자기가 책임지지 못한다면서 여기로 사장님 모신 거로 알고 있는데? 저도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남자의 태도가 협상인지 협박인지 모를 태도로 돌변했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야? 이봐. 목마른 놈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거 아냐?”

 문창주가 남자를 어이없다는 듯 노려봤다.

 “그럴 리가요? 근데 문 사장님? 제가 우물 주인이라면 굳이 끓인 숭늉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 시발 이거 내 스타일 아닌데. 점잔 빼려니 좀이 쑤시네.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그건 제가 알 바 아니고요? 굳이 알아야 하나요?”

 남자에게 문창주의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미 갑과 을이 정해진 듯 보였다. 문창주가 석정선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속에 정답이 들어 있었다. 정답을 알았지만 풀이 과정은 이해를 다 하지 못한 상태였다.

 “너 이 개새끼. 정말 죽고 싶어?”

 문창주가 본색을 드러내려고 할 때였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저희 사장님 오셨으니 다시 한번 설명 좀 해주시죠. 뭘 알아야.”

 석정선은 테이블 밑으로 손을 뻗어 흥분한 문창주의 소매를 잡았다.

 “아니 뭘 그리 어려워들 하세요.”

 문창주의 눈에는 건들건들 빈정거리는 행동처럼 보였다.

 “안 되겠다. 우리 나가서 이야기 좀 할까?”

 문창주는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사장님 그냥 한 번 들어 보시죠?”

 석정선이 문창주를 애원하듯 쳐다봤다.

 “김창록 사장 아시죠?”

 “그냥 핵심만.”

 문창주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눈을 길게 감고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남자에게 손짓했다.

 “김 사장님한테 원래 인화 실업에서 납품받던 가격의 70%에 청바지 받기로 했습니다. 조건은 현금 완납.”

 “그래서?”

 문창주는 심드렁하게 반문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물건 언제 납품해 주실 건지 이제 말씀해 주셔야죠? 제가 보기에 두 분이 이해를 못 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당신 설마 현금 박치기? 이미 끝난 거야?”

 문창주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긱스 대리점 협의체 회장으로 나온 남자 대신 석정선이 문창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라도?”

 대리점 협의체 남자가 마음이 탐탁지 않은지 퉁명스럽게 맞받았다.

 문창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뭘 믿고? 설마 김창록이 좆 대가리 믿고?”

 "무슨 말씀을 그리 험하게 하세요? 김 사장님하고 처음 거래도 아니고. 김 사장님 공장에서 나오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이미 물건은 있겠다. 인화실업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거 없다 시장에 소문이 파다하고 빈껍데기라 결제해 줄 돈도 못 줘 김 사장님이 잡고 있던 거 저희가 직접 잡은 건데 믿고 자시고가 뭐가 있어요?”

 “아니 현금 박치기했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 많은 현금을 어떻게 건넵니까? 계좌 이체했지. 이상한 소리만 하지 마시고. 사장님은 언제 납품해 주실지만 말하면 되는 거예요.”

 “니들 이거 불법인지 알고나 있냐? 확 짭새한테 불어 버릴까 보다.”

 “뭐가 불법이죠? 범죄는 물건 안 주는 겁니다. 사기 아닌가요? 뭔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살짝 꼬인 모양인데 이미 아까 식사하면서 석 이사님에게 다 말씀드렸으니 이틀 안에 연락 주세요. 지금 물건 딸려서 팔고 싶어도 못 파니까.”

 대리점 협의체 남자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혹시 김창록 사장에게 계좌 이체한 은행 좀 알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던 문창주와는 달리 석정선이 남자를 따라나섰다.

 문창주는 다 식어 버린 커피를 한숨에 들이켰다.

 남자를 따라나섰다가 온 석정선의 낯빛도 어두웠다.

 “이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사장님.”

 석정선이 입술을 굳게 물었다.

 “왜?”

 “김 사장한테 당한 거 같습니다.”

 “이 시발 쉽게 얘기 안 해?”

 석정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문창주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커피숍의 시선 하나둘이 점점 문창주 쪽으로 쏠렸다.

 “아 이 김창록 개새끼.”

 석정선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문창주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커피숍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문창주에게 쏟아졌다. 어느새 문창주의 테이블 앞에 금선호텔의 보안팀장과 보안요원 두 명이 서 있었다. 점잖고 품위 있게 문창주와 석정선을 밖으로 끌어냈다. 문창주는 순순히 끌려 나왔다. 아무런 반항이 없었다. 읍내 다방이 아니었다.

 문창주와 석정선은 호텔 입구에서 석정선이 대리주차를 맡긴 차를 기다렸다.

 “일단 사무실로 가.”

 “사장님?”

 “왜?”

 “지금 같이 가실 때가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 어딜?”

 “종로 최 사장이 물건 맞춰 놨답니다. 오늘 약속을 잡아놔서.”

 금괴였지만 문창주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지금 그게 문제야? 다음에 가지러 간다고 해. 미뤄.”

 “저 그게 자기도 가게에 두기도 그렇고 집에 두자니 더 불안하다고. 죄송합니다.”

 석정선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에이 시발.”

 “죄송합니다. 협상 끝내고 기분 좋게 물건 찾아서 댁으로 찾아뵈려고 했는데.”

 석정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원고(One Go)에서 스톱을 외쳐야 했으나 투고(Two Go)까지 부르고 독박을 쓴 꼴이었다.

 “됐어. 김창록 그 새끼 사지를 찢어 죽여 버려야지. 시발 멋지게 당했네. 우리가 당한 거 맞지?”

 문창주는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 웃기만 했다.

 

 

 문창주 뒤로 석정선이 커다란 가죽 가방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집이 지저분한데.”

 정세희는 석정선을 보자 몸을 비비 꼬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죄지은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했다. 헝클어진 머리만 매만질 뿐이었다. 사전 약속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에게 정리가 안 된 집안을 보인다는 게 아니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내어 준다는 것이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야, 술상 좀 봐.”

 “자기는 지금 이 시각에 석 이사님 오시는 거였으면 연락 좀 미리 주지.”

 문창주는 석정선에게 가죽가방을 받아 들고 곧장 안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못 살아. 정말. 자기야 술은 밖에서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잖아?”

 문창주를 따라 들어온 정세희는 거실의 석정선이 들을까 봐 소곤거렸다.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문창주는 안방의 금고에 차곡차곡 금괴를 쌓았다. 번쩍거리는 골드바를 본 정세희의 목소리는 금세 날이 무뎌졌다.

 “자기야,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술이 뭐가 있더라?”

 정세희는 속으로 금괴의 개수를 셌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누가 일섭?”

 문일섭은 살짝 오른손을 들었다.

 “축하해. 한국대 합격했다고. 아 아저씨 처음 보지?”

 “아버지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래. 이제 자주 볼 수도 있겠네.”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해. 앞으로. 아버지께서 아주 기대가 크셔.”

 문일섭과 같이 서 있던 문규섭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자네는 이름이?”

 “규섭이요. 문규섭.”

 “그래. 규섭이도 이 아저씨 처음이지?”

 간단한 통성명을 끝낸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석정선 또한 더 할 말이 없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했다.

 

 문창주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가 돼 있었다. 이미 두 차례 술이 돌았다.

 “우리가 대리점 그 새끼들을 신고하면?”

 “아까 말씀하셔서 생각해 봤는데 뭐로 신고 할지?”

 “인화 물건 빼돌린 거 아냐? 실제적으로?”

 문창주가 소주를 들었다. 배달 온 족발을 쌈 싸던 석정선이 급하게 입으로 가져갔다. 소주잔을 급히 들었다.

 “씹고 말해.”

 “저희가 인화 대리인도 아니고 무슨 권리로? 그리고 실제로는 저희가.”

 “그런가?”

 “그럼 김창록을 찌르면?”

 “그것도 감이 잘 안 잡힙니다.”

 문창주는 속이 타는지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였다. 안방에 있던 정세희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았다.

 “자기야, 담배는 좀. 나 윗집 아줌마 무서워.”

 “에이. 일섭이 좀 나오라고 해.”

 문창주는 담배 비벼 끄고 대신 소주를 털어 넣었다.

 “석 이사, 잘 들어. 니가 대리점이야. 얘가 김창록이고.”

 문창주는 비빔국수를 먹고 있던 문일섭을 가리켰다.

 “이미 김창록이는 잠수를 탔다 치자. 내가 김창록을 사기로 신고를 해. 반응이 어떨까?”

 문창주와 석정선은 동시에 문일섭을 바라봤다.

 “사기가 성립된다는 가정하에 수배가 내리겠죠.”

 문창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다. 잡혔다 치고. 그 새끼 반응이 어떻겠냐고?”

 “저희는 단지 채권 채무 관계일 뿐 사기가 성립이 안 되겠는데요.”

 “왜 안 돼? 청바지 가지고 장난을 쳤는데?”

 “가압류 풀어놔서 김창록이 맘대로 처분하든 땅에 묻든 저희랑은 상관이 없는 거 같은데요.”

 “화재 보험 건은?”

 “그것도 김창록과는 직접 연관이 없고 오히려 저희가.”

 “그래? 그럼 얘는 일단 됐고.”

 문창주는 문일섭에게 소주를 건네 턱으로 석정선의 잔을 가리켰다.

 “대리점을 찔렀어. 석 이사 너 어떻게 나올래?”

 석정선은 문일섭이 따라주는 소주를 두 손으로 받았다.

 “어디예요? 경찰에요?”

 석정선은 문일섭이 들고 있던 소주병을 받아 자연스럽게 문창주의 소주잔에 소주를 채웠다.

 “아니. 인화나 긱스 인터 뭐야. 거기. 홍콩에. 직접.”

 “인화 실업은 지금 부도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긱스 인터내셔널은 난리 나지 않을까요?”

 “홍콩이라고 했지? 우리가 뭐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말야. 게네 밑을 왜 닦아줘? 실익이 있나?”

 “아뇨. 그건 사장님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석 이사 니가 나를 찔러봐.”

 “제가 대리점이라면 사기로 김창록이 하고 사장님을 고소하겠습니다.”

 석정선은 문창주와 문일섭을 번갈아 바라봤다.

 “증거 있어?”

 “김창록하고는 최소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을까요? 돈도 계좌 이체해서 확실하고.”

 “내가 물건이 없다고 잡아떼면?”

 “만약 김창록한테 수배 내려져서 잡히면요?”

 석정선은 김창록 대역인 문일섭을 쳐다봤다.

 “잡힌다면?”

 문창주는 어느새 취조 하듯 다그쳤다.

 “김창록이 다 불어버리면요?”

 “뭘?”

 “뭐 화재며 이것저것이요.”

 “다 불 이유라도 있어?”

 “잡히면 대리점에서 받은 돈은 돈대로 다시 토해 내야 하고. 물론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요. 물건은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 제가 김창록이라도 안 불고는 못 배기죠.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니.”

 “하긴 잃을 게 없는 새끼들이 가장 무서운 법이지.”

 문창주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려 했으나 이미 두 눈은 알코올로 인해 뻘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그럼 대리점 놈들이 찌를 가능성이 가장 큰 거네. 지금으로서는?”

 문창주는 심각해졌다.

 “그냥 청바지 꼭 붙잡고 아무도 안 주면 되지 않아요?”

 문일섭은 무심하게 말했지만 젊어서 그런지 이해력이 빨랐다.

 “뭐?”

 문창주와 석정선은 문일섭을 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아 맞네요. 일섭이 말이 맞네요.”

 석정선은 손뼉을 쳤다.

 “저희가 유치권이나 점유권 주장하면 될 것도 같은데요. 이건 자세히 알아봐야 하겠지만요.”

 석정선은 이내 확신이 서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석정선의 혀도 살짝 꼬인 상태였다. 스무고개를 하는 것 같았다.

 문창주는 문일섭이 대견한 듯 어깨를 감싸며 얼굴을 비볐다.

 “그럼 대리점이 우리가 물건 가지고 있는 거 알아먹잖아. 청바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안 그래?”

 “그렇네요. 민사로 다투려고 달려들면 물건은 물건대로 묶이고 골치 아프겠는데요. 또 냄새 맡은 다른 놈들도 붙으면.”

 “그전에 우리가 팔아버리면?”

 “그 많은 물건을 한 번에 던질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김창록이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지금 이런 험한 꼴을 당하는 거지만요.”

 석정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장님?”

 “왜?”

 석정선은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단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물건 얼마는 대리점 협의체에 넘겨야 할 거 같습니다.”

 “그게 최선이야?”

 “네.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얼마나?”

 “한 70% 정도요.”

 “그렇게나 많이? 나머지는?”

 “때마침 하늘이 도와서 창고 다 타지 않았습니까?”

 문창주도 입을 내밀고 잠시 석정선을 빤히 쳐다봤다.

 “그럼 이 삼각 고리에서 저희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됩니다. 김창록과 대리점과의 계약이고 저희는 전달자 역할만. 대리점 쪽은 아쉽지만, 나머지는 불에 탔다는데 어쩔 겁니까? 지들도 구린 구석이 있으니 더 토 달지 않을 거고요. 그럼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겁니다.”

 석정선이 소주를 들어 문창주의 소주잔에 따르려 했지만, 문창주는 받지 않았다.

 “넌 이게 행복해? 30%만 갖는다고 해도 팔아야 내 돈이고 그것도 덤핑 쳐야 할 텐데? 너 판로는 있어? 아니다. 석 이사 니 친척들이 한 명당 100장씩 사면되겠다.”

 분명 스텝을 밟아야 꼬신다고 했던 장본인은 문창주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하지. 나머지 돈은 또 어떻게 받을 거야? 어?”

 문창주는 석정선을 보고 턱으로 소주를 가리켰다. 석정선이 문창주의 소주잔을 채웠다.

 “그건 김창록을 찾아야......”

 “아 김창록 이 개새끼. 끝까지 말썽이네.”

 “죄송합니다.”

 “아니다. 석 이사. 니가 무슨 잘못이냐? 근데 나 이거 내일 일어나서 다 기억 못 해. 알지? 석 이사 니가 다 기억해야 하는 거야. 지금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줄 모르겠어.”

 “네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한 가지만 아시면 됩니다.”

 “그래. 핵심만.”

 “김창록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야 합니다.”

 “그래. 찾아서 찢어 죽여 버려야지. 개 씹 종자 새끼.”

 갑자기 문창주의 눈가에서 눈물이 터졌다. 석정선뿐만 아니라 문일섭도 놀란 표정이었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문일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석 이사. 시발 내가 너무 분해서 그래. 아까 커피숍에서 좆도 아닌 새끼한테 그런 수모를 당해서. 너무 분하다. 분해.”

 문창주는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취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사장님 저는 이만. 내일 뵙겠습니다.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술자리를 끝내야 할 시점이었다. 독박은 한 번이면 족했다.

 “아냐. 자고 가. 너무 늦었다. 운전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응? 자고 가.”

 “아닙니다.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차는 내일 얘들 시켜서 사장님 모시고 나오라고 하면 되고요.”

 문창주는 석정선을 부둥켜안았다. 눈가는 아직도 촉촉했다.

 “사모님 실례 많았습니다. 오늘 사장님께서 속상한 일이 많으셔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현관문에서 배웅하던 문창주와 정세희 뒤로 문일섭이 얼굴을 내밀었다.

 “저 아저씨?”

 석정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문창주와 문일섭을 번갈아 쳐다봤다.

 “청바지 팔 방법이 있는데요.”

 석정선과 문창주는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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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밥상머리 교육 2018 / 11 / 2 450 0 5622   
7 지옥의 급행열차 2018 / 11 / 2 416 0 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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