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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산대공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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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살 거라. 지금까지처럼 마음이 가고 몸이 가는 대로!”
스승이 남기 말을 가슴에 새기고 중원으로 나온 강산하.
고향으로 향하는 귀로에 하나둘씩 인연이 모여드고
어느새 그의 걸음마다 무림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태산처럼 굳세게 산들바람처럼 유유자적하게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괴협 철산대공 강산하의 가슴 묵직한 일대기!

 
2화
작성일 : 16-07-08 14:42     조회 : 436     추천 : 0     분량 : 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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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강서성 중부를 횡으로 가로지르며 이백여 리에 걸쳐 길게 누워 있는 옥화산은 높이 육천 척이 넘는 봉우리들이 즐비한 험산준령이다.

 산이 깊은 만큼 쉬이 보기 어려운 맹수도 많고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다.

 그래도 이 산을 넘는 사람은 적지 않았는데, 성의 남부에서 성도인 남창으로 가는 데는 옥화산을 넘는 게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깊은 산에 넘나드는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꼬이는 부류가 있다.

 바로 산적이다.

 고래로 몸뚱어리 하나로 먹고살려는 사람이 없었던 시대는 없다.

 요즘이라고 딱히 다를 것도 없어서, 옥화산에서 산적질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는 백 단위를 가볍게 넘을 정도로 많았다.

 시절이 하수상해서 최근에는 그 수가 더 많아졌다는 얘기도 떠도는 옥화산의 산적들은 행인지 불행인지 하나의 단체에 속해 있었다.

 옥화산채.

 중원의 사도무림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녹림칠십이채에 속하지는 못해도 상당한 규모를 갖고 있는 산적들의 집단이다.

 이 옥화산채의 산적들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달라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나 산에 사는 사람들은 옥화산채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건 최근 십여 년 사이의 이야기이고, 그 이전에는 다들 산채의 산적들을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가을철마다 마을에 내려와 곡식을 빼앗아가고, 아녀자를 납치해 가거나 심할 경우 마을 사람을 죽이는 짓도 다반사로 벌이던 게 산적들이었다. 산을 넘는 행인들을 공격하는 것이야 기본이었고.

 분위기가 바뀐 것은 십일 년쯤 전부터였다.

 그때 이후로 산적들은 마을에 내려오지 않았고, 산을 넘는 사람들에게 받는 상납도 지닌 재물의 십분지 일 이상을 받지 않았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옥화산채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옥화산 서북쪽의 연이어지는 봉우리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분지였다.

 분지는 입구가 되는 남쪽 십여 장을 제외하면 수백 척 높이의 산봉우리들이 사면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산채까지 가는 길은 익숙한 사냥꾼들도 헤맬 만큼 험했다.

 덕분에 옥화산채는 산채가 세워진 지 오십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관군의 토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복 받은 산채였다.

 

 산속은 해가 빨리 진다.

 서편 하늘이 타는 듯한 노을로 붉게 물들어갈 무렵, 옥화산채의 정문에서 백여 장 떨어져 있는 오솔길에 장대한 신형이 나타났다.

 말이 오솔길이지 작은 산짐승이나 다닐 법한 길 전체를 꽉 채우며 한 마리의 곰처럼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사내는 산하였다.

 그가 오솔길에 모습을 보인 순간, 옥화산채 내에서 요란한 경종 소리가 났다.

 땡땡땡땡땡땡!

 푸드득푸드득!

 펄쩍펄쩍!

 주변의 숲에서 산새들과 산짐승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다.

 산하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여전히 시끄러운 아저씨들이구만.”

 그는 어딘지 정겨움이 스며 있는 어조로 투덜거리며 정문으로 걸어갔다.

 정문이 있는 계곡의 입구는 높이 사 장에 달하는 목책에 의해 막혀 있었다.

 목책을 이루는 나무들은 폭이 석 자가 넘는 아름드리 통나무들.

 산하가 산채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 높이 이 장, 폭 일 장에 달하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커다란 정문은 안쪽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정문을 꽉 채우고 서 있던 이백여 명의 사내가 산하를 힐끔힐끔 보다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소신선(小神仙)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옥화산이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

 예외 없이 등에 넉 자가 넘는 거치도를 메고 있는데다가 복식은 제멋대로였고, 얼굴에 크고 작은 칼자국 하나씩은 기본으로 갖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들의 대환영.

 마을 사람들이 보았으면 질겁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하는 뺨을 조금 붉히며 손사래를 쳤을 뿐이다. 당황한 표정은 아니었고, 이백여 명의 사내가 한꺼번에 하는 인사가 부담스럽다는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모습.

 그는 사내들에게 가볍게 목을 숙여 마주 인사를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목을 세운 그가 말했다.

 “소신선은 무슨, 이러지들 말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산하가 무어라 하던 그가 통과할 수 있도록 양편으로 갈라지며 길을 내주는 사내들은 흉악무도한 산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사내들의 얼굴빛이 조금 이상했다.

 하나같이 낯빛이 창백했고, 개중에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는 사람들도 흔했다.

 누군가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백여 명의 속생각이 비슷하다는 걸 알고 놀랐을 것이다.

 ‘며칠 안 와서 천당이었는데…….’

 ‘오늘도 지옥 구경 하겠구나.’

 ‘귀신들은 뭐 하나, 철산대공 안 잡아가고.’

 ‘오늘은 몇 시진이나 할까. 지치지도 않는 괴물 같은 인간.’

 ‘해도 떨어지고 있구만… 오늘도 날 샜다. 마누라한테 죽을 일만 남았네.’

 사내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멀뚱멀뚱 갈라진 길을 바라보고 있던 산하의 시선이 사내들이 만든 길 뒤편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향했다.

 “황 아저씨, 참 고집도 어지간하십니다.”

 바쁜 걸음으로 산하의 앞에 도착한 오십 중반의 중년인은 넙데데한 얼굴에 산적답지 않게 옆으로 푹 퍼진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받았다.

 “소신선의 고집에야 비하겠습니까!”

 그는 다른 사내들과 달리 허리에 차고 있는 거치도의 손잡이를 한번 치며 껄껄 웃고는 산하의 팔뚝을 부여잡았다.

 “채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산하가 황 아저씨라 불린 사내, 황노삼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산채의 후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커다란 목옥이었다.

 “채주님, 소신선이 왔습니다!”

 황노삼이 산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목옥 안으로 들어섰다.

 산하를 반긴 사람은 호피를 덮어씌운 태사의에 앉아 있던 삼십 후반의 장년인이었다.

 반바지만 걸치고 있는 사내는 산하보다 한 자는 키가 더 큰 거인이었다. 거기에 철사처럼 뻣뻣한 머리카락과 수염이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었고, 이백 근을 넘을 듯한 몸은 산처럼 부풀어 오른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보통 사람은 그의 앞에 서자마자 숨 막히는 압박감에 기절할 것만 같은 위맹한 기세가 전신에서 풀풀 흘러나오는 장년인.

 그가 옥화산채의 채주인 장파릉(張波陵)이었다.

 자칭 그의 별호는 대산왕(大山王)이다.

 자신은 당연히 그렇게 부르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부르도록 강요하지만, 면전에서가 아니면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지 않는 슬픈 사연을 간직한 별호였다.

 대신 사람들이 뒤에서 부르는 그의 별호는 대산웅(大山熊)이었다.

 그는 십여 년 전 옥화산에 들어온 사람으로, 들어온 그날 바로 옥화산채주가 되었다.

 옥화산의 산적들이 다른 산의 산적들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도 그날부터였다.

 장파릉은 손잡이와 날의 길이를 합쳐 여섯 자는 됨직한 커다란 칼의 날을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수건으로 벅벅 닦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산하를 보자마자 대도를 태사의에 던지듯 기대어놓고 벌떡 일어서며 웃음부터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산하가 왔구나! 안 그래도 후아주 생각나서라도 들를 때가 지났는데 오지 않아 궁금했었다.”

 웃음소리에 목옥이 지진이라도 만난 듯 흔들리며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덩치에 어울리는 성량이었다.

 산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스승님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어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황노삼은 슬쩍 문밖으로 나왔다. 그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큰 걸음으로 다가와 산하와 어깨동무를 하고 걸음을 옮기던 장파릉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두툼한 눈썹과 퉁방울처럼 커다란 눈, 주먹만 한 코와 메기처럼 커다란 입.

 그의 이목구비는 덩치에 어울리게 정말 크고 두터웠다.

 그는 무척 놀란 듯 커다란 눈에서 횃불과도 같은 광채를 쏟아냈다.

 “노신선께서?”

 눈을 크게 떴던 장파릉은 산하의 차림새를 보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

 비록 지금은 작은 산채에 적을 두고 있지만, 그는 도산검림(刀山劒林)이라 불리는 강호의 바람을 수십 년 동안 맞으며 살아온 사내다.

 그런 그는 곽장수와는 달리 산하의 행색을 보고 속사정을 대번에 짐작한 듯했다. 그는 산하의 어깨를 부여잡은 손에 힘을 주기만 할 뿐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고개를 휘휘 저어 눈가에 드리워진 그늘을 지워 버린 그가 말했다.

 “노신선, 편안하셨냐?”

 “다 털고 가셨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장파릉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련하셨겠냐마는……. 넌, 떠나려는 거냐?”

 “예.”

 “돌아는 올 거고?”

 장파릉의 음성이 조금 가라앉은 것을 느낀 산하는 오히려 더 밝게 웃었다.

 “당연하죠.”

 장파릉의 얼굴도 환해졌다.

 “그럼, 그럼. 그래야지.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단 한 명밖에 없는 술벗을 잃을 게 아니냐. 그리되면 내 명이 백 년은 단축될 거다. 으하하하하!”

 “그 말씀, 장수 형님이 들으면 서운해 하실 겁니다. 흐흐흐.”

 장파릉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장수? 쩝, 그놈이 어떻게 내 술벗이 되냐? 나만 보면 도끼나 휘두르려고 눈이 벌게지는 놈인데. 게다가 그놈은 너보다 주량도 약하다.”

 “장수 형님이 도끼 휘두르면서 달려드는 거, 제일 좋아하는 분이 형님이시잖습니까.”

 “그거야 여기가 하도 심심해서 그런 거지. 내가 두 살이나 위인데 그 장유… 뭐더라……. 하여튼 그 개구리처럼 물구나무를 선 놈이 뭐가 좋겠냐.”

 산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개구리도 물구나무를 서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눈을 한 번 부라린 장파릉이 물었다.

 “며칠 안 머무르고 그냥 갈 거냐?”

 “길이 멉니다.”

 “곧 날이 저물 텐데?”

 “옥화산이잖아요.”

 산하에게 옥화산은 뒷동산이나 다름없다. 밤이라고 그에게 덤빌 간 큰 맹수들도 없었고.

 “똥고집하고는. 서운타.”

 산하가 배를 두드렸다.

 둥둥둥!

 북치는 소리가 났다.

 “돌아와서 허리띠 풀고 마시면 되죠, 뭐.”

 “하긴, 세월이 좀먹는 것도 아니고. 흐흐흐.”

 입술 사이로 웃음을 흘린 장파릉이 물었다.

 “노신선께서 잠드신 곳은 장수가 돌본다냐?”

 “예.”

 장파릉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놈이 노신선께 받은 은혜가 적지 않으니 잘 돌볼 거다. 노잣돈 좀 챙겨주랴?”

 “모자라지 않게 챙겨왔습니다.”

 “알았다. 뭐 필요한 건 없고?”

 “예.”

 뭔가 해주고 싶은데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산하의 대답이 섭섭한 듯, 장파릉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반바지의 오른쪽 허리춤을 뒤적여, 폭이 두 치 반 정도 되는 작은 철패 하나를 꺼냈다.

 검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철패는 그리 귀해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색도 그랬고 표면에 음각된 하오지우(河汚之友)라는 글자도 괴발개발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조악한 솜씨였다.

 “받아라.”

 “뭡니까?”

 “쩝, 하오문의 성질 더러운 노인이 준 물건인데…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 객잔에서나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사람이 나타날 거다. 별 건 아니다만 급할 때는 소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오문이라면 산하도 들은 적이 있는 문파다. 무력은 보잘것없지만 특정한 분야에서는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성취를 이룬 문파라고 하던가.

 어쨌든 남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성의를 거절하기도 어렵다.

 산하는 철패를 받아 허리춤에 쑥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까지야. 흐흐흐.”

 장파릉의 웃음 꼬리가 조금 어색했다.

 산하는 목례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최대한 빨리 돌아와라. 허리띠 풀고 기다리마.”

 “예.”

 산하는 어깨를 두드리는 장파릉에게 씨익 한번 웃어준 후 큰 걸음으로 목옥을 떠났다.

 산이 움직이는 듯, 육중하면서도 바람처럼 표홀하며 해일처럼 거침없는 걸음걸이였다.

 산하의 등에 꽂힌 장파릉의 눈가에 자랑스러움과 근심이 묘하게 교차했다.

 ‘옥화삼거악(玉化三巨岳)의 막내가 떠나는구나.’

 장파릉이 중얼거린 옥화삼거악은 옥화산중에 사는 사람들이 붙인 별명으로, 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와 나무꾼 곽장수, 그리고 강산하.

 셋 중의 막내가 강산하였다.

 엉뚱한 생각에 혀를 차던 장파릉의 눈빛이 깊어졌다. 산하의 넓은 등이 그의 시야에서 막 사라지고 있었다.

 ‘용행호보(龍行虎步)……. 저놈은 자신의 능력을 몰라도 너무 몰라. 관심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쩝, 강호를 돌아다니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풍파에 휩쓸리기 쉬운데……. 산하야, 제발 그런 일에 휩쓸리지 마라. 너만 한 술벗 만나기가 쉽지 않단 말이다. 쩝.’

 아쉬움에 혀를 차던 그의 생각이 조금 더 이어졌다.

 ‘강호야, 저 괴물 건드리지 마라. 잘못하면 훤한 대낮에 날벼락 맞는다.’

 산채의 정문으로 향하던 산하는 황노삼과 이백여 명의 사내가 아직도 양옆에 도열한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 들어가셨어요?”

 황노삼이 말을 받았다.

 “떠나신다는 말씀을 언뜻 들었습니다. 모두 소신선을 당분간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배웅하러 나온 겁니다.”

 그가 사내들을 돌아보며 말하자, 사내들은 세차게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그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십여 년 동안 살을 부대끼며(?) 살았던 사내들의 슬픈 기색을 본 산하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감동을 받은 것이다.

 황노삼과 함께 정문을 향해 걸으며 산하가 말했다.

 “길어야 삼 년 정도일 텐데요, 뭐.”

 말을 하던 산하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걸어가는 동안 그의 뒤편으로 밀려난 사내들이 양손을 하늘에 번쩍 쳐들고 있었다. 마치 만세라도 부르려는 듯이.

 산하의 눈과 사내들의 눈이 부딪치자 사내들은 양손을 든 채로 지면에 엎드렸다.

 절을 하는 것이다.

 산하는 그들이 원래 절을 하려고 했나 보다고 생각했다.

 “소신선께서 무사히 다녀오시기를 기원합니다!”

 옥화산이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

 산하는 또 감동을 받으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나이보다 적어도 십 년 연상인 사내들이었다. 그런 사내들의 절을 어떻게 받을 수 있으랴.

 절을 피한 산하가 다시 앞을 보았을 때다.

 양쪽으로 갈라진 무리 중 왼편에서 몸이 날렵하게 생긴 삼십 대 초반의 사내가 뛰쳐나와 산하에게 절을 했다.

 “소신선, 소신선을 빨리 뵙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황한 산하가 사내를 일으켜 세웠다.

 “고맙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문에 도착한 산하는 황노삼과 사내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렸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의 신형이 오솔길 너머로 사라진 순간, 이백여 쌍의 성난 눈초리가 방금 전 산하에게 기다린다는 말을 남긴 사내에게 향했다.

 “초가야, 뭐라고? 빨리 뵙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려?”

 “너 미쳤냐?”

 “저 괴물을 또 보고 싶다고?”

 “죽을래?”

 “명년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우리 몫까지 네가 저 괴물 계속 봐라, 응!”

 온갖 해괴한 말이 난무하는가 싶더니, 매타작하는 소리와 돼지 멱따는 비명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퍽!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게… 아니라고. 난… 그저… 분위기… 좀… 띄워… 보려고……. 으아아아아아아악!”

 “분위기를 띄워? 그랬다가 저 괴물이 안 가겠다고 하면? 네가 책임질래? 이 자식, 죽도록 맞아야 정신 차리겠다! 죽도록 때리자!”

 “끄어어어어어어억!”

 멀리서 들리는 처절한 비명 소리(?)에 뒤를 돌아본 산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산하는 휘적거리며 큰 걸음으로 옥화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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