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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7화. 각자의 사정
작성일 : 18-12-03 16:56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6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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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치 TV가 켜지는 것처럼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환한 채광 속 낡은 형광등이 멍한 빛을 냈다. 지금이 낮이라면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인가. 혹시 다음날의 오후인가.

 

 채 신부는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10월 6일, 오후 12시 8분. 다행히 오늘이구나. 채 신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기절하기 전 보낸 메시지에는 회신이 없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채 신부는 답답한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채 신부, 벌써 움직이면 안되요!”

 

 양 신부의 목소리다. 양 신부는 급히 그에게 다가와 몸을 부축했다. 일어나는 와중에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채 신부는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 누워 있으란 말입니까? 그렇게 코 앞에서 놓쳤는데.”

 

 “안 그래도 다른 신부님들이 의기투합해서 찾고 있소.”

 

 “어떻게요?”

 

 “예..?”

 

 “말 그대로입니다. 어떻게요? 도망간 방향은 아십니까? 억지로 절 깨워서라도 물어보셨어야죠. 이 하찮은 몸의 뺨을 갈겨서라도 깨워서 물으셨어야죠.”

 

 채 신부는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다. 자신이 이토록 화를 낼 입장이 아니었다. 한차례 마른 세수를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신부는 놀란 양 신부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마음을 다스리게. 분노는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네. 사실 이만큼이나 수색 범위를 좁힌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 아닌가.”

 

 “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난 모양입니다. 어쨌든 다시 움직여야 될 것 같습니다.”

 

 채 신부는 간호사를 불러 맞고 있던 수액을 떼어달라 부탁했다. 간호사에게 팔을 내주고 나자 귓가가 무거워 손으로 귀를 더듬거렸다. 꽁꽁 쌓인 붕대에서 아까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냥 일말의 흔적도 남기지 말고 없애야 되는 것인가..’ 채 신부는 미간을 찌뿌렸다.

 

 수액을 뽑고 몸을 일으킨 채 신부는 그제야 자신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입고 있는 신부복이 자신의 피로 범벅이 되있었다.

 

 급히 화장실에 들어간 채 신부는 일단 되는대로 핸드타올을 물에 젖혀 옷을 닦아냈다. 하지만 굳은 피가 쉬이 닦아질 리 없었다. 몇 번 반복하던 채 신부는 들고 있던 핸드타올을 거칠게 세면대 위로 던졌다.

 

 분명 신경질적인 행동이었다. 무엇이 자신을 이토록 몰아세우는 것인가. 채 신부는 가만히 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깡마른 광대와 고집스러워 보이는 좁은 이마가 도드라져 보였다. 좁고 마른 그의 얼굴이 마치 앙상한 해골 같았다.

 

 ‘많이도 늙었구나, 채 자인.’

 

 지친 채 신부의 얼굴 위로 그늘이 졌다. 얼굴 가득한 늙은 주름에는 고뇌와 망설임이 새겨졌다. 채 신부는 벽에 달린 동그란 비누를 양손 가득 묻혀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닦아냈다.

 

 그는 거친 세수 속에 볼품없는 자신을 숨겼다.

 

 

 

  §

 

 

 

 택시 한 대가 수북한 안개 속을 가로질렀다. 자세히 보아야 구분되는 차선에도 택시 기사는 개의치 않고 액셀에 올린 발을 떼지 않았다.

 

 남들은 삼십여 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시외버스정류장을 고작 이십 분 만에 도착한 택시 기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옆자리의 제롬을 바라봤다.

 

 “...수고하세요.”

 

 박수라도 쳐야 하는 건가? 택시 기사의 표정에 잠깐 고민한 제롬은 간단한 인사만을 건네고 택시에서 내렸다.

 

 뒷좌석에 둘도 함께 내렸다. 둘은 내내 한마디 말없이 침묵했다. 준영은 생각이 많았고, 창기는 눈치를 보고 있었다.

 

 “표 끊어오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요.”

 

 제롬이 자리를 떠나자 창기와 준영은 함께 대합실 벤치에 앉았다. 희미하게 바랜 낡은 벤치는 걸터앉는 순간부터 삐그덕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창기는 옆자리의 준영을 훔쳐보다 슬쩍 말을 건넸다.

 

 “힘듭니까?”

 

 “...네?”

 

 “진수 아비는 원래 죽은 사람입니다. 죽어서 발광하던 사람을 고이 저승길로 보내준 거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하지만.. 전 그분이 두 발로 걷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던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단순히 사조직의 부작용으로 보기엔 그는 사람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창기는 코를 씰룩하며 대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걸 사람의 기준으로 정의하시는군요.”

 

 “무슨 말씀인지..”

 

 “단순히 걷고, 뛰고, 사유할 수만 있다면 자신들에게 보호받을 수 있단 말로 들립니다. 지나치게 인간다운 생각이죠. 항상 자신을 맨 꼭대기에 놓고 희생될 것들과 보호할 것들을 구분하는 그 오만. 진수 아비는 그런 인간들이 만든 울타리에 지쳐 바닷속으로 뛰어든 사람입니다.”

 

 “그랬던 남자를, 제가 다시 죽였습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죠.”

 

 준영의 단호함에 창기는 포기하듯이 등을 돌려 자세를 고쳐앉았다. 차라리 자신의 말대로 그냥 변태 사제였다면 더 편했을 텐데.. 창기가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리려는 찰나, 제롬이 싱글거리며 다가왔다.

 

 “택시 기사에게 팁이라도 줄 걸 그랬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이제 곧 출발하는 버스표를 구했습니다. 서두르시죠.”

 

 셋은 대합실을 지나 버스 출입대로 향했다. 서리 낀 유리문을 열자마자 찬 안개와 버스 배기열이 만든 수증기가 이들을 맞이했다.

 

 매연 가득한 뿌연 안개 속에서 간신히 짐을 실은 셋이 버스에 올랐다. 사람 가득한 버스 안엔 맨 뒷자리 세 칸만이 비어있었다.

 

 “불과 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네요.”

 

 창기는 버스 뒷자리 창문에 바짝 붙어 수증기 사이로 보이는 읍내 풍경을 구경했다. 제롬이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얼마만의 외출인가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유아기 때 나오고 처음이니..”

 

 유아기? 제롬은 창기의 말에 갸웃하다 이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정상적인 모습이라 잊고 있었지만, 어쨌든 창기는 곤의 호기심으로 만들어 낸 인격이었다. 창기는 자신이 인격이 제작되는 과정 사이의 시간을 유아기에서 학동기, 사춘기 순처럼 나이로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저 말고 옆에 저 고지식한 신부 친구랑 말 좀 해보십시오.”

 

 창기는 속삭이듯이 준영의 상태를 지적했다. 창기의 말이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둘 사이의 미묘한 불편함을 감지했던 제롬은 일부러 둘 사이에 앉았다. 제롬은 준영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메세지, 확인 안하십니까?”

 

 갑작스런 물음에 준영이 놀란 눈으로 제롬을 바라봤다. 제롬은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가는 배에 탔을 때, 제가 우연찮게 수사님의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 네..”

 

 “평소라면 제가 상관할 바가 전혀 아니지만, 아시잖아요? 혹시 그게 채 신부님의 메시지라면 저흰 빨리 확인해봐야 합니다.”

 

 “제, 제롬씨는...요?”

 

 “저도 통화 후에 채 신부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내용은 배 위에서 대부분 말씀드렸구요.”

 

 “그게 전부인가요?”

 

 “네?”

 

 “...아닙니다. 메시지는 확인했어요. 사건에 관련없는 채 신부님과 저의 개인적인 내용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개인적인?”

 

 “...네.”

 

 흠.. 제롬은 콧방귀를 뀌듯 큰 숨을 내쉬곤 버스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치 허공에 묻는 듯 준영에게 말했다.

 

 “장 수사님은 자신의 감정이 너무 티가 나요. 이쪽 세계에서 일하기엔 너무 안좋은 습관이죠.”

 

 준영은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불편한 듯이 바지춤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제롬은 장 수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서 장 수사님은 이런 일과 맞지 않습니다.’

 

 「이런 일에 맞는 가톨릭 사제가 있긴 합니까!」

 

 준영은 예전에 했던 전언처럼 마음 속으로 제롬을 향해 분노했다. 그가 듣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준영에겐 쌓였던 감정의 배출구가 필요했다. 제롬은 그런 준영을 향해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채 신부님이 참 대단하시죠?”

 

 자신에게 향했던 분노를 들었던 걸까? 제롬은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준영의 원망스런 표정에도 이제 그의 시선은 오로지 버스에 부착된 TV만을 향했다.

 

 며칠 새 이어지던 긴 여행과 갑작스런 전투는 준영이나 제롬에게도 모두 힘든 일이었다. 서울로 향하는 시외버스가 고속도로 위에 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특히나 심신이 모두 지쳤던 준영은 자신이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는 제롬이 자신을 깨울때 뒤에 비친 정류장의 모습을 보며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사실상 기절한 셈이었다. 5시간이 넘는 주행 동안 준영은 티끌만큼의 의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맙소사, 제가 깊이 잠들었나 봅니다.”

 

 “그만큼 고된 여행이었니까요. 내립시다.”

 

 제롬은 버스가 출발할 때 보였던 굳은 표정이 아니었다. 이내 평상시처럼 자신을 대하는 제롬의 모습에 준영은 어색함을 느끼며 버스에서 내렸다.

 

 “으으아! 오랜만에 집에 온 느낌이네요.”

 

 “어떻게 이리도 북적대는 곳에 사는 겁니까?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제롬의 늘어진 기지개 뒤로 창기의 투덜거림이 들렸다. 완도의 섬 들 사이에선 결코 보지 못했던 거대하고, 기괴한(창기의 입장에선) 건물들 사이에서 창기는 질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창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제롬은 일행을 이끌었다.

 

 “차를 빌려놓았습니다. 빠르게 이동하시죠.”

 

 어느새 자신들의 이동수단까지 준비해놓은 제롬의 행동력에 준영과 창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제롬을 따랐다.

 공용 주차장 앞에 들어서자 정장을 빼입은 남성 둘이 제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제롬은 그들에게서 서류를 받아 간단하게 사인을 하고 난 뒤 차 키를 받았다.

 

 “타시죠. 피곤하겠지만 바로 움직여야겠습니다.”

 

 출고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나름 괜찮은 스펙의 중형 세단에 창기가 신난 듯 제롬의 옆자리에 앉았다. 준영이 뒷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그럼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채 신부님께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일단 채 신부님이 주신 일부터 처리하고 연락합시다. 장 수사님이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네? 무슨 일 말입니까?”

 

 제롬은 준영이 물음에도 별 대꾸 없이 슬쩍 미소지으며 차를 몰았다. 복잡한 번화가를 힘들게 벗어난 차는 점차 준영의 눈에 익은 방향으로 이동했다.

 

 “수도원으로 가는 겁니까? 그곳엔 갑자기 왜?”

 

 “채 신부님이 거기서 찾으라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수도원을 저희가 들어가는 건 좀 곤란한 문제니, 장 수사님이 다녀오셔야 할 것 같네요.”

 

 “네..”

 

 준영은 제롬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이내 수도원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준영은 녹이 쓴 하얀 철창을 밀고 들어갔다. 가다가 잠시 멈춰 차를 한번 바라본 준영은 다시 수도원의 정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섰다.

 

 정문 밖의 정원에서 수도원의 내부까지 지나온 길이 내내 고요했다. 정오의 햇살만이 비추는 수도원의 적적한 평화에 준영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이곳 모두가 채 신부님의 사람인데, 어째서 먼 길을 돌아오는 나에게 이런 심부름을 시킨단 말인가?’

 

 순간 준영은 머릿속에 뭔가가 스쳤다. 급하게 몸을 돌린 준영은 자신이 들어왔던 정문을 지나 정원 밖으로 뛰었다.

 

 하얀 철창을 열고 나가자 자신이 돌아볼 때까지 있던 중형 세단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익! 제롬!”

 

 준영은 거칠게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제롬에게 건 전화는 여러 번의 수신음이 들린 뒤에야 연결됐다.

 

 “이거야 원, 눈치가 점점 빨라지시네요.”

 

 “대체 절 두고 어디 간 겁니까?!”

 

 “저기요. 장 수사님. 수사님의 임무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그걸 왜 제롬 씨가 결정하는 겁니까?”

 

 “오늘 오전, 채 신부님에게 온 메시지.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준영은 제롬의 도발에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준영의 떨리는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제롬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임무 내내 따뜻하게 자신을 대하던 제롬의 목소리가 굉장히 사무적으로 변했다.

 

 “대충 이런 내용이겠죠. 임무는 끝났다. 원래 거처로 돌아가라. 수도원에서 대기하라. 셋 중 하나. 맞나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채 신부님이 저 몰래 언질이라도 하시던가요?”

 

 “그럴 리가요. 그렇게 바쁜 분이 굳이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지적할 순 없습니다. 그저 장 수사님의 행동과 표정에서 모든 게 드러나는데, 제가 그걸 모른체하기가 힘들 뿐이었죠.”

 

 준영은 자신의 머리채를 쥐고선 고통스럽게 외쳤다. 그의 핏발 선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저는! 이 일 때문에 사람까지 죽였습니다.”

 

 “하, 장 수사님은 머리가 떨어지고도 움직이는 존재를 사람이라 부릅니까?”

 

 “그건!”

 

 “사조직은 사조직만의 룰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을 대표해서 한 말씀 드리죠. 오늘 오전 장 수사님이 행하신 구마 행위 중에 절대 살인이나 부정은 없었습니다.”

 

 “그건 제롬 씨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일의 끝을 봐야겠습니다. 진수 아비의 목숨을 끝장내놓고 이대로 나 몰라라 할 순 없습니다!”

 

 “필요한 얘기는 다 나눈 것 같네요. 추가 근무를 원하시면 제가 아니라 채 신부님에게 부탁 해보세요.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냉정할 만큼 빠르게 통화가 끊겼다. 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욕지기를 뱉었다. 이 일에 뛰어든 뒤로 마음을 쉽게 진정시킬 수 없는 준영이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준영은 손톱을 뜯어가며 고민하다 오늘 오전, 바다에서 있었던 제롬과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분명 악성을 놓쳤다고 했다.’

 

 악마 중의 악마라는 악성과의 추격전이 별 탈 없이 끝날을 리가 없었다. 준영은 빠르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준영 씨 오래간만이에요. 아픈데 없이 잘 지내지?”

 

 “네, 주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안 그래도 내가 채 신부님에게 여쭤볼 게 있어서 연락을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연락을 주시네.”

 

 그렇지! 무언가 실마리를 건진 기분이었다, 준영은 마음을 다스리며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주 기자에게 말했다.

 

 “혹시 벌써 이야기가 거기까지 갔습니까?”

 

 “우리야 뭐, 주민센터 앞에서 일어나는 진상들 문제 정도는 신경도 안써. 근데 자꾸 거기 직원이 가톨릭 신부랑 미치광이가 싸움이 났다. 하면서 제보를 해와서 말이야. 알잖아, 미치광이랑 가톨릭 사제가 엮이면 보통 답은 채 신부님 쪽이라는걸.”

 

 “다른 기자분들도 그렇게 유추하시는 건가요?”

 

 “에이 설마. 애초에 그쪽으로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근데 무슨 일인데?”

 

 “그 난리 난 주민센터가 어딘지 좀 알려주세요.”

 

 “뭐?”

 

 준영은 난감해하는 주 기자를 전화상으로 붙들고 사정을 했다. 주 기자는 준영에게 이건 분명히 빚이라며 단단히 일러둔 뒤, 사고가 난 주민센터의 위치를 알려줬다.

 

 ‘지금 무슨 일인지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려줘야 돼! 최소한 두 장의 사진 정도는 동봉해라!’

 

 계속되는 주 기자의 엄포에 준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택시를 잡으러 도로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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