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노엘
작가 : 신상사
작품등록일 : 2016.9.7

신비한 카페 'L'
그곳에서 만나는 바리스타이자, 연금술사인 '노엘'과 이상존재들의 이야기.
그리고.. 노엘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보고 '현자의 돌'을 노리는 자들 나타는데..

 
4. 귀신의 소리
작성일 : 16-09-18 23:22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772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 귀신의 소리

 

  꼬마도령은 카운터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노엘을 기다렸다. 노엘의 커피를 먹어야 그 안에 있는 할배가 만족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마담은 여전히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우측의 귀신아주머니는 멍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시간이 한참 걸려도 노엘이 오지 않자 지아는 괜한 걱정이 되었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이내 자신의 휴대폰에

 

  그의 번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늦네..’

 

  그녀가 노엘을 걱정하는 사이 꼬마가 다가와 물었다.

 

  “왜 안와?”

 

  “나도 그게 궁금해.”

 

  “걱정?”

 

  “응? 갑자기?”

 

  “원래 그렇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소식이 없으면 걱정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거라고 할배가 그랬어.”

 

  지아가 화들짝 놀라 대꾸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번에 마담도 그렇고, 너 까지?”

 

  “여기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대충 눈치 채고 있던데, 누나가 짝사랑중이라고.”

 

  “마담이 그래?”

 

  “아니.. 다들 절로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참나.. 마담은 사장님 번호 모르나..”

 

  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 지아도, 꼬마도 노엘인가 싶어 정문으로 시선을 훽 던졌다. 아직 지지 않은 해를 등진 채 나타난 실루엣은 노엘이 아니었다. 노엘과는 정 반대 되는 이미지를 가진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

 

  “어서.. 오세요.”

 

  지아가 인사를 건네고 카페 문이 닫혔다. 그제야 손님의 모습이 온전히 들어났다. 호리호리한, 대신 큰 키를 가진 여자였다. 몸매를 부각시키는 검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원래 옷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여자가 입었기 때문인지, 허리와 가슴 부분이 선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손에는 오전에 입었을 얇은 가디건이 들려있었다.

 

  “하.. 드디어 찾았다.”

 

  여자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매장을 훑어보았다. 그는 이내 지아를 보며 물었다.

 

  “노엘은?”

 

  “에?”

 

  “여기 노엘 카페 맞지?”

 

  “네..”

 

  “노엘은 어디에 있어?”

 

  “마트에 가셨어요.”

 

  “언제 오려나?”

 

  “글쎄요.. 생각보다 좀 오래 걸리시네요.”

 

  “뭐.. 앉아서 기다려야겠네.”

 

  그녀는 도령이 잠시 앉았던 자리로 갔다. 움직일 때마다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가 파도를 치듯 출렁거렸다.

  지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사장님 친구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렇지 않아?”

 

  지아는 정말로 노엘과 다른 성질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노엘과 달리 초면부터 반말에 자유분방하게 보이는 행동들, 그리고 그녀의 외모까지도 그렇게 보였다.

 

  “어마어마하네.”

 

  꼬마는 지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해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꼬마의 눈은 여자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고, 눈은 보통의 ‘어른’ 남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야.. 너도 남자라고..”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거 아니야... 다 할배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퍽이나!”

 

  그때 다시 카페 문이 열렸다. 노엘이 품에 커다란 봉투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지아가 반가움에 그를 불렀다.

 

  “사장님!”

 

  “아, 별일 없었죠? 오다가 봉투가 터지는 바람에.. 내가 이런 걸로 이 고생을 할 거라곤..”

 

  “손님이 오셨는데.”

 

  “에?”

 

  “저기.”

 

  지아가 손가락으로 원피스의 여자를 가리켰다. 노엘의 시선이 여자에게 닿았고,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오랜만이야? 찾는데 너무 힘들었어.”

 

  여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엘은 들고 있던 너덜거리는 봉투를 땅으로 떨어뜨렸다.

 

  “여긴 어떻게.. 어떻게 온 거야?”

 

  노엘이 물었고, 여자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널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찾았지.”

 

  카페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바닥엔 사과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

 

  노엘은 영업을 조기에 종료해야겠다며 모두를 내보냈다. 마담, 꼬마, 아주머니, 그리고 지아 자신까지. 그녀는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노엘의 행동을 생각했다. 그의 흔들리던 시선, 떨어진 봉투와 데굴데굴 굴러가던 과일들. 심지어..

 

  ‘여긴 어떻게.. 어떻게 온 거야.’

 

  그는 반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장 지아의 마음에 걸렸다. 문뜩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다던 여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설마.. 그녀일까.’

 

  밤새도록 그녀는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이 올 때까지.

 

 ###

 

  아침, 출근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부모님은 그녀보다 먼저 출근을 했고, 그 때문에 늦잠을 자도 그녀가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 궁금한 것은 지아의 몸 건강뿐이었다. 그녀가 병원을 가는 날이면 언제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분들이 어째서 그녀의 학교생활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얼마나 금전적으로 심적으로 집이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얼마나 부모님이 돈을 버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

 

  그래서 그녀는 아침이면 혼자 일어났다. 그리고 학교라는 악으로 똘똘 뭉친 곳을 가야만했다. 하지만 근 며칠간 그녀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피곤하지도,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 카페에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엔 설렘이 가득했다. 허나 오늘 그녀는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동반한 채 침대에서 일어나 카페에 나갈 준비를 했다.

 

  ###

 

  이른 오전, 지아가 카페 문을 밀었다. 역시, 너무 빠른 시간이라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혹시나 노엘이 그때처럼 술에 취해 매장 내에서 잠들었을까 노크를 했다.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카페 문 앞에 오픈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털썩 앉았다.

 

  ‘이렇게 있다 보면 노엘이 오겠지. 하지만 그녀도 올까.’

 

  그때.

 

  문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지아의 귀로 들려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지아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겠노라, 순간 마음먹었다.

 

  “너 뭐하니?”

 

  문을 열고 나온 건 노엘이 아니었다. 어제 그 여자. 지아가 불안해하던 그 여자였다.

 

  “어째서..”

 

  “아.. 그냥 나는 잠이 없어서.”

 

  그녀는 자신의 몸에 어울리지 않은 큰 옷을 입고 있었다. 곧 흘러내릴 것 같은. 지아는 순간, 그 커다란 옷이 노엘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부스스한 머리, 번진 화장, 큰 옷을 입었음에도 그녀의 매력은 어제의 모습보다 조금도 감소되지 않았다.

 

  “사장님..은요?”

 

  “아직 자고 있어. 들어와. 벌써 출근이야?”

 

  “아뇨.. 오픈부터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죠..”

 

  “그래, 그렇지 않아도 잘 됐다. 심심해서 죽을 뻔 했는데. 커피 먹고 싶은데? 뽑을 수 있지?”

 

  “아.. 네.”

 

  지아는 바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노엘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노엘이 자고 있다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 온 것일까.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앞치마를 맸다. 그녀는 어제처럼 창가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은 여기서 잔 거 아니에요?”

 

  지아가 커피포트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집에서 자지. 여기가 아니라. 조금 있다가 네가 데리고 올래?”

 

  “어디로요? 저 사장님 집 몰라요.”

 

  “응? 무슨 소리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노엘의 크레용이었다.

 

  “이거 몰라?”

 

  “알아요. 사장님 크레용.”

 

  “응, 이걸로 가야지. 화장실 문을 이용하면 바로 갈 수 있어. 스마일~ 알지?”

 

  “사장님 집에서 같이 주무신.. 거예요?”

 

  “응. 왜? 이상하니? 아.. 하긴 어려 보이는데.. 그냥 그러려니 해.”

 

  “네..”

 

  지아가 커피를 만들어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지아는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가는 건 조금 그래요.”

 

  “노엘 데리러 가는 거? 그래, 알겠어. 어차피 나도 옷을 갈아입어야하니까. 커피 맛있게 먹을게.”

 

  그녀는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 마셨다.

 

  “아. 맛있다. 커피.. 노엘 거랑 같은 맛이네. 연습 많이 했나보다.”

 

  “아.. 정말요?”

 

  그녀의 칭찬에도 지아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뭐가 신이 났는지 지아를 보며 웃으며 물었다.

 

  “몇 살? 대충 듣긴 했는데 학교에서 힘들었다며? 그럴 수 있지. 다 살다보면 그래. 이겨내야 어른이 된다?”

 

  “네..”

 

  지아는 너무도 그녀가 노엘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그리고 내 이름은.. 어.. 내 이름은.”

 

  그녀는 잠시 버벅거리다 이어 말했다.

 

  “뭐 그냥 ‘이브’ 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그게 가장 좋겠어.”

 

  그리고 다시 커피를 마셨다.

 

  ###

 

  카페에 분위기가 묘했다. 노엘은 말없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일에만 집중했다. 청소를 하고, 원두를 체크하고, 그게 아니라면 지아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을 만지작거렸다. 지아 역시 잠자코 그의 분위기에 맞춰, 입을 닫고 있었다. 이브라는 여자를 힐끗거리며.

 

  이브라는 여자는 묘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카페 내 손님들과 친해져있었다. 그는 오전에 온 꼬마와 잡담을 나누었고, 마담에게 담배를 빌려 피웠고, 귀신아줌마에게 서비스를 가져다주며 한참이나 자리에 앉아있기도 했다.

 

  “밥 먹어야죠?”

 

  점심이 훌쩍 넘긴 시간에 노엘이 시계를 보고 놀라 지아에게 물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노엘이 바 안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사장님은 안 먹어요?”

 

  “전 이거면 되요. 밥맛이 없어서.”

 

  노엘은 커피 잔을 들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평소엔 그렇게도 맛있어 몇 번이고 해주라던 샌드위치가 아무런 맛이 나질 않았다. 그녀는 자신 때문인지 노엘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되게 친화력이 강하신 분 같아요.”

 

  지아가 물었다. 노엘이 무슨 말이죠? 라는 표정으로 지아를 보았다. 지아는 눈으로 마담 옆에 앉아있는 이브를 가리켰다.

 

  “저분이요. 벌써 마담이랑 저렇게 친해졌잖아요. 오늘 오신 손님들과도 모두 금방 대화하고, 친해지고.”

 

  “그런가요..”

 

  “애인.. 맞죠?”

 

  “....”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예요?”

 

  “애인이라.. 잘 모르겠네요.”

 

  “알 수 없는 그런 관계도 있구나.. 전 어려서 잘 모르겠어요. 근데 왜 이제와 만난 거예요? 처음에 사장님이 저분 만났을 때 어떻게 찾아왔냐고 하는 말도 그렇고..”

 

  “그렇게 궁금해요?”

 

  “그냥.. 사장님 좀 이상해요.”

 

  “뭐가요?”

 

  “어제 오늘 단 한 번도 웃지 않아요.”

 

  “저 친구가 나를 찾지 못하길 바랐어요.”

 

  “찾질 못하길 바랐다니요..?”

 

  노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마셨다. 지아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그의 말을 기다리는 중에 생각해보았다. 왜 이리 자신이 저 여자의 등장을 민감하게 생각하는가.

 

  그사이 노엘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저 친구를 버리고 왔어요. 체코에서 저 친구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 몇 개의 나라를 떠돌다 원래 내가 태어난 곳인 여기까지 왔어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요.”

 

  “그럼 저분이 쫒아 온 거예요?”

 

  “그만하죠. 저 녀석 탓은 아무것도 없어요. 애초에 모든 건 내 잘못이죠. 그냥 지아 씨는 그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미안해요.”

 

  노엘은 그러곤 커피 잔을 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

 

  “여기에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그치 노엘?”

 

  이브가 물었다. 노엘과 지아는 마감 중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나가자, 매장 내의 분위기는 이브만을 제외한다면 적막 그 자체였다.

 

  “지아 씨.”

 

  노엘이 움직이던 손을 놓고 지아를 불렀다. 매장을 쓸려고 빗자루를 막 든 지아는 노엘을 보았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도 되요.”

 

  “하지만.. 아직 청소도.”

 

  “괜찮아요. 그리고 내일부터 너무 일찍 나오지 마요. 10분씩은 늦게 나와도 돼요. 오늘처럼 기다리지 말고요.”

 

  “네..”

 

  지아는 앞치마를 벗고 자신의 쇼핑백을 든 채 화장실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매장 밖으로 나섰다.

 

  “조심히 들어가요.”

 

  노엘이 고개를 꾸벅거렸다.

 

  “잘 가.”

 

  이브는 손을 흔들었다. 지아는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하면서 느릿하게 멀어져갔다. 몇 번이나 뒤를 힐끗거리면서.

 

  “왜 먼저 보내? 나 때문이야?”

 

  이브가 지아를 보내고 노엘에게 물었다. 노엘은 남은 일을 묵묵히 마무리해갔다.

 

  “내가 묻잖아.”

 

  노엘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지아가 놓은 빗자루를 들려고 하자 대뜸 이브가 그의 빗자루를 뺏어 던져버렸다.

 

  “날 언제까지 무시할 건데?”

 

  “무시하는 게 아니야.”

 

  “그럼?”

 

  “생각을..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야.”

 

  “내가 찾아온 게 네게 그렇게 큰일이야?”

 

  “...”

 

  “그냥 이렇게 지내면 되잖아. 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야, 그런 거.”

 

  “그러면? 이렇게 한적한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런 카페 만들어 보통 존재가 아닌 이들을 손님으로 맞고, 불쌍한 인간 소녀를 알바로 쓰면서 행복하게 사는 일상에 내가 끼어들어서?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아니라고!”

 

  노엘이 가까운 의자에 털썩 앉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 거.. 아니라고.

 

  “넌 내게 미안해해야 해. 넌.. 날 그렇게 버리면 안 됐어.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널 어떤 마음으로 찾았는지... 네가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다면 넌 내게 언제나.. 죽을 때까지 미안해해야해.”

 

  “알아. 잘 알아. 너무 잘 알아서 이러는 거야. 나는.. 나는 그냥 내 생각이 정리 될 때까지만 날 가만히 두었으면 하는 거야.”

 

  “노엘..”

 

  이브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앉아있는 노엘의 옆으로 가 그의 두툼한 손을 잡았다.

 

  “알겠어. 기다려줄게.”

 

  “저 친구가 그러더라. 애인이냐고..”

 

  “그래서?”

 

  “잘 모르겠다고 그랬어..”

 

  “정답이네.”

 

  “왜 이리 말이 없냐고. 이상하다고....”

 

  “저 애가 그래? 내가 이런 말 하면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노엘 저 친구를 이제 보내는 게 어때?”

 

  “왜 그렇게 생각해?”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알아..”

 

  노엘은 고개를 숙였다. 이브는 그런 그를 안아주었다. 노엘은 이브의 품속에서 작게 말했다.

 

  “내가.. 보통의 인간과 이리 가깝게 지낸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알아? 보통의 인간.. 어릴 적 내가 보이는 그런 사람이야. 그 친구는.”

 

  “그게 그렇게 의미가 있어?”

 

  “있지.. 그래서 저 친구를 돕고 싶은 거야.”

 

  “...”

 

  그런 자세로 한참을 있었다. 이브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노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엘은 당장이라도 잠들 것처럼 묵묵히 그녀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이브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보통.. 사람이라.. 보통... 보통의 사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타까운 표정과 슬픈 눈빛이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표정은 딱딱해졌고,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

 

  지아는 결국 카페에서 멀어지는 걸음을 집으로 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왜 그리 그 여자를 신경 쓰는가.’

 

  그리고 답을 내렸다. 어쩌면 처음 노엘이라는 남자가 나타났을 때, 원두를 주었을 때, 그가 자신을 안고 달렸을 때. 그때부터 도움을 주는 이 남자가 단순한 도라에몽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걸음을 돌렸다. 그저 잠시 불이 꺼지지 않은 매장을 보고 싶어서였다. 혹은 매장이 아닌 노엘을 멀리서 보고 싶었거나.

 

  ‘어쩜 곧 나는 떠나야할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보통의 인간, 아니 나약한 인간.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누나는 나와 같아.’

 

  갑작스레 꼬마동자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었다. 다르고 같음은 무엇일까. 지아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저 사장님에게 여자가 생겼을 뿐이다. 나중을 어떻게 알까, 남자이기 이전에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카페가 그녀의 눈에 보였을 때 그녀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청소를 위해 열어둔 문으로 노엘이 이브에게 안겨 있는 것이 보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 2016 / 9 / 11 863 0 -
11 9. 더 나쁜 놈 2016 / 10 / 10 422 0 6767   
10 8. 복수의 여인 2016 / 10 / 7 465 0 7301   
9 7. 검은 돌 이야기 2016 / 10 / 4 510 0 5980   
8 6. 도둑 2016 / 9 / 30 399 0 5656   
7 5. 까마귀의 눈 2016 / 9 / 18 366 0 5111   
6 4. 귀신의 소리 2016 / 9 / 18 340 0 7726   
5 3. 이상한 존재들 2016 / 9 / 11 389 0 5723   
4 2. 과거가 보인다. 2016 / 9 / 10 364 0 6938   
3 1. 카페 L 2016 / 9 / 7 382 0 6548   
2 0-2 프롤로그 2016 / 9 / 7 416 0 8039   
1 0-1 프롤로그 (1) 2016 / 9 / 7 647 1 636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