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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토피아 (SIS-TOPIA)
작가 : BB
작품등록일 : 2016.8.27

대륙과 대륙 사이가 분절되어있는 미지의 세상, 스토피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시작의 땅'을 떠난다. 그리고 그 평화의 대지에서 가장 유명한 도둑인 시스는 우연찮게 다른 소년, 소녀들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세 소년 소녀들의 모험. 각자 서로 다른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지만 그들이 걷게 될 길은 오직 하나뿐. 세 명의 소년 소녀들의 유토피아 건설 이야기, 시스토피아 시작합니다!

 
4 - 2. 도둑들이 뜻하지 않은 가정 방문에 대처하는 법은?
작성일 : 16-09-18 18:15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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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때 여전히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

 

 " 허억, 허억. 그런 걸 확인 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 그 보다 천천히 좀 가요!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 … "

 

 " 저, 저기. 아무래도 따돌린 것 같은데요. 후우우. 그나저나 이런 복잡한 골목길을 다 외우고 있다니. 대단한 걸요. "

 

 " 킁, 뭐 이런 거 가지고. "

 

 

 도둑질을 만만히 보면 안돼지. 한 번이라도 잡히면 그걸로 인생 끝이니까. 이런 뒷골목 지리 쯤이야. 한 두번 산보 하는 정도로 미리미리 외워둬야 하지 않겠어?

 

 조금은 먼거리에서 들려오는, 더벅머리 녀석의 목소리. 이윽고 나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 녀석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 하아앗. 하앗. 숨을 쉴 수가 … "

 

 " 괜찮으세요? 그럴수록 최대한 크게 숨을 들이마셔야해요. 후우우. 하아아. 이렇게요. "

 

 " 흐으읍. 하아아. 폐, 폐가 아파 … "

 

 

 뭐, 썩 괜찮아 보이는구만. 잡담할 여유도 있고, 죽어라 채찍질하면 5분 정도는 더 뛸 수 있겠어.

 

 

 " 자, 마지막 스퍼트야. 이 골목만 지나면 골인이니. 한 번만 더 뛰면 지긋지긋한 불쟁이 녀석을 따돌릴 수 있어. "

 

 " 그런데 저희 지금 어디 가고 있는 거에요? "

 

 " 아, 너는 기억을 잃었으니 잘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우린 지금 … "

 

 " 하아아. 결국. "

 

 

 당연하다는 듯 흘러나오는 나의 대답에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설련. 이내 녀석은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흐 그렇게 불만이면 그 13가문 불쟁이랑 같이 남아있지 그랬어.

 

 나는 하던 말을 중간에 멈춘 채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설련을 쳐다봤다. 물론 상황 파악이 안 됀 기억 상실 환자님이야,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 계셨지만.

 

 

 " 그 전에 일단 저는 스토피아부터 사올게요. 스토피아 없이 '길을 걸을 수'는 없으니까요. "

 

 " 그래그래, 가는 김에 이 녀석 것도 좀 사와줘. 돈은 내가 줄게. "

 

 

 결국 설련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급격하게 우울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대꾸했다.

 

 

 " 아, 저 스토피아 인가 뭔가 하는 책은 갖고 있어요. 깨어나보니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더라구요. 그것보다 '길을 걷는다'면, 저희는 지금…"

 

 " 그래, 드디어 알아차렸구나. 우리는 지금 '둑스의 땅'으로 가고 있어. 거기로가면 13가문 녀석들을 따돌릴 수 있거든. '둑스의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들은 제 아무리 13가문일지라 하더라도 건드릴 수 없으니까 말이야. "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한 대지의 시험. 과거, 반목의 시대 당시 벌어졌던 과오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둑스들은 팔로워들의 자격을 확인하지.

 

 '길을 걷는 자', 팔로워들이 '새로운 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 부여받은 시험을 풀어내는 곳. 그래, 모두에게 예정된 시험이 치러지는 장소가 바로 눈앞의 '둑스의 땅'인거다.

 

 " 그곳에서는 13가문 녀석들도 힘을 쓸 수 없거든. 시험을 치르는 '팔로워'들을 건드리는 건 둑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말야. "

 

 킁, 지들이 제 아무리 강하다고한들. 방문객 주제에 땅의 '지주'들을 건드릴 수는 없겠지. 애초에 그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

 

 

 " 다행히도 둑스의 땅 바로 옆에 13가문의 쉼터가 있으니 … 어, 저게 뭐야. 설마? "

 

 

 골목의 출구에 멈춰 서서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하는 설련. 그러더니 이내 다시금 골목의 시커먼 벽에 몸을 가져다 붙히기 시작했다.

 

 

 " 야, 야. 뭐하는 거야. 안 그래도 좁아 죽겠구 … "

 

 " 쉬잇. 쉿! "

 

 

 뭐야. 저 녀석 표정 왜 저래. 설마? 나는 녀석의 양팔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안 되는 도심 거리 한 복판에서 케파 가문의 '대리인'이 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 과연, 눈에 '불'을 킨다는 옛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군요. "

 

 " 제발 당신은 조용히 좀 하세요! "

 

 

 다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락호락하지는 않구만. 그래, 애초에 13가문이 이런 오합지졸들의 장난에 그대로 속아 넘어가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 하아, 뭐 됐어. 책 살 시간만 벌어주면 돼는 거지? "

 

 " 예, 예? 뭐, 그렇긴 하지만 … "

 

 

 한숨과 함께 나지막하게 내뱉은 말들. 동시에 련화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그런 녀석의 반응에 가볍게 입꼬리를 치켜 올렸고.

 

 

 " 내가 저 녀석의 시선을 완전히 끌고 있을 테니 너희는 그냥 그대로 곧장 뛰어. 알았지? 둑스의 땅에 들어가기만 하면 저 녀석도 우릴 건드릴 수 없으니까. "

 

 " 당신같은 좀도둑이 어떻게 혼자서 13가문의 대리인을 상대할 수 있다는… "

 

 

 등 뒤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짝눈 곰돌이 녀석의 쫑알거림을 가볍게 무시한 체,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 됐고, 둘다 마지막으로 잘 좀 뛰어봐. 맞아, 둑스의 땅에 도착하면 나를 부르고. 그림자가 가려지지 않는 밝은 땅 위에서 서서. 알겠지? "

 

 

 거참, 13가문과의 전면전은 이 몸으로서도 조금 부담스러운데. 뭐 어쩔 수 없나. 그렇다고 해서 덩쿨 째 들어온 호박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둠 속에서 묘한 얼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골칫덩어리들. 힐끗 녀석들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곧장 골목 밖으로 뛰쳐 나갔다.

 

 

 " 아참, 내 이름은 시스야. 앞으로는 매일같이 부르게 될 테니. 둘다 잘 기억해둬. "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부턴 진짜 돌이킬 수 없다. 뭐,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을 테지. 안타깝게도 이미 한 번 사로잡혔던 몸이긴 하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어찌됐건간에 나는 이 '시작의 땅'에서 절대로 잡힐 수 없는 몸이니까 말야. 안그래?

 

 

 " 이야, 끈질기기도 해라. 이 몸이 워낙 인기가 많긴 하지만, 이런 집착스러운 팬은 사절인데. "

 

 " 이 요망한 쥐새끼가. 거기 숨어있었던 거냐? 아직 걸음마도 채 못 뗀 애새끼들 주제에 건방지게 … "

 

 " 야, 그래서 뭐. 어차피 또 놓칠거잖아. 그러니 괜히 시끄럽게 옹알대지말고. "

 

 

 " 우리 시작의 땅에 있는 '애새끼'들한테 불장난이나 좀 보여주는 게 어때? "

 

 

 녀석의 눈가에서 불꽃이 일렁거리고, 나는 슬쩍 사람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어때 이 녀석아. '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자', 13가문의 녀석이 이제 막 길을 걸으려는 선량한 팔로워들을 해칠 수 있겠냐. 응?

 

 

 " 크큭. 되도 않는 잔재주로 한 번 속아넘겨서 기고만장해졌나본데. 역시나 생각부터가 '햇병아리' 수준이군. "

 

 

 그렇게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고는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그 순간, 녀석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는 나를 정확히 눈으로 쫓으며 방정맞은 어깨를 으쓱대기 시작했다.

 

 뭐야, 저 자식. 설마? 말을 마치기 무섭게 케파가문의 이탈자 사냥꾼 녀석은 눈가에서 일렁이는 화염들을 손에 옮겨 붙여댔다.

 

 그리고는 탁, 소리와 함께 바닥을 향해 가볍게 손목을 털었다.

 

 수십 개의 불똥들이 녀석의 손을 따라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고, 꺼림직했던 녀석의 표정은 점점 더 음흉하게 변해갔다.

 

 

 " 뭐, 뭐야. 사람 몸에 불이 붙어있다! "

 

 " 설마, 13가문 중 하나인 '불꽃을 지닌 자들' 인건가? "

 

 " 저 사람이 그 '케파'가문이라고? 하,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눈에 불을 붙이고 있을 수는 … "

 

 

 불이 바닥으로 스며들어간 건가? 아니, 동화 계열의 우상 능력자가 다른 속성의 우상을 다룰 수 있을리는 없을 테고.

 

 응? 자세히보니 잔불꽃들이 바닥에 낮게 떠있는 것 같은 …

 

 

 " 하긴 1장도 채 확인 못한 네 녀석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 "

 

 

 흙에서부터 조용히 피어오르는 여름날의 아지랑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잔불꽃들. 이내 그 수십 갈래의 불꽃들은 나와 사람들을 향해 벼락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 도, 도망쳐! 부, 불꽃이 날아온다! "

 

 " 다들 도망가! 13가문 녀석이 미쳐서 불꽃을 쏜다! "

 

 

 설마 저 녀석. 앞뒤 안 가리고 전부 죽여버리려고 하는 건가? 아무리 13가문이라지만 이건 …

 

 

 " 도, 도와줘. 발목을 다쳐서 움직일 수가 없어. 제발 아무나 나좀 …"

 

 

 자신들을 향해 비산해서 날아오는 초고열의 잔불꽃들을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기 시작하고, 겁에 질린 이들의 방황에 밀려 자리에서 넘어지고만 한 남자는 결국 눈을 질끔 감았다.

 

 

 " 으, 응? "

 

 

 허나 그곳에선 이렇다할 비명도, 새빨간 불꽃이 사람을 불태우며 내는 끔찍한 굉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던 불꽃은 마법처럼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그의 양 옆을 바람처럼 지나가버렸으므로.

 

 

 그리고 그것은 광장에 자리했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수백 명이 몰려있는 도시의 번화가. 그럼에도 녀석이 쏜 불꽃은 그 누구 한 명에게도 옮겨붙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모두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 하아, 그럼 그렇지. "

 

 " 건방진 애송이가. 13가문, 그 중에서도 최강의 텔러들만 모인 케파 가의 대리인을 뭐로 알고. 너희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 "

 

 

 킁, 쉽게 풀리는 일이 없다니까. 그나저나 저 잘난 척 대장 녀석, 경우없게 뭐라뭐라 쓸데 없는 자랑들을 늘어놓고는 있다만.

 

 역시 13가문은 13가문인건가.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불꽃을 다룰 수 있을 줄이야.

 

 

 " 확실히 신기하긴 하네. 상당히 빠르기도 하고. "

 

 

 녀석의 손끝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불꽃들. 그에 따라 점점 더 가까워져오는 사람들의 감탄 어린 목소리들.

 

 

 "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날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야. "

 

 

 이윽고 나를 에워싼 인파들 중, 가장 앞에서 졸도해버린 한 여자를 확인한 순간. 나는 몸을 틀어 곧장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를 달리는 것 쯤이야. 그게 내 일상이었다고. 과연 그 불꽃이 언제까지 따라올 수 있을지 볼까?

 

 

 " 이봐, 13가문의 대리인님. 근데 거기서 뭘 볼 수나 있겠어? "

 

 

 제 아무리 불꽃을 조종해봤자 사람들 사이로 몸을 숨겨버리면 녀석이 어쩌겠어? 사람들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는 덕에 시야가 한정되어져 있을 테지.

 

 제아무리 13가문이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쫓을 수는 없지. 안 그래? 그게 가능하면 너무 …

 

 

 " 야야,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 '햇병아리' 수준의 생각이라고. "

 

 " 응? 뭐야. 이 불꽃, 어떻게 날 뒤쫓아 오는 거지? "

 

 

 킁, 분명 난 지금 사람들에게 가려져 있을 텐데. 어떻게 계속해서 나를 따라올 수 있는 거지? 불꽃의 무리와 아슬아슬한 춤사위를 이루며 다시 한 번 사람들 사이로 파고든 나는 황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그 순간 나의 양 팔 사이로 작은 불꽃들이 흩어져 빗겨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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