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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세계에서 처음 만난 건 용족 소녀였습니다.
작가 : 우유로
작품등록일 : 2018.11.22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 우유로.
그가 이세계에 떨어져 처음 만난 건 다름 아닌, 새하얗고 눈부신 모습의 용족 소녀였다.
[판타지][이세계][성장물][성실연재]

 
【 아리네스 #3 】
작성일 : 18-11-27 20:10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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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제가 저택 안내를 해드리게 됐어요. 유로.”

 

  하나뿐인 딸을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랑 단둘이 남겨 놔도 괜찮은 건지, 당주는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날 아린에게 맡기고 먼저 가버렸다.

  졸지에 넓지 않은 집무실에 둘만 남겨진 상황인지라 괜히 어색해서 나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는데, 그 욕망을 실현하기도 전에 아린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이 부녀는 도대체 위기의식이란 게 없는 걸까.

 

  “이런 안내는 보통 기존에 근무하고 있는 다른 사용인이 해주지 않아……요?”

 

  나는 가까스로 말끝에 존대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아무리 잘 쳐줘 봐야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일 것이기에 방심하면 반말이 자동으로 나올 것 같았다.

  아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유로는 반말하셔도 돼요.”

  “응? 그래도 그건…….”

  “저도 그렇게 불러주시는 게 더 편하다구요?”

 

  그녀 쪽에서 먼저 저렇게 나와주면 당연히 나야 땡큐였다. 내가 곤란해하고 있다가 얼굴에 화색이 돌자 아린도 기분이 좋은지 따라 빙그레 웃었다. 얼굴에 다 쓰여있었던 걸까.

 

  “원래는 유로 말대로 이전 사용인의 몫이긴 한데, 최근에 일이 좀 있어서 그 자리가 지금 공석 상태예요. 제가 집사의 업무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라서 많은 도움은 못 드리지만… 열심히 노력해볼게요. 걱정 말아요.”

  “저, 아니, 나야 좋지만.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닐 텐데 그분들한테 맡기는 게 아린한테도 편하지 않아?”

 

  왠지 모르게, 아린의 얼굴이 갑자기 확 무서워진 것 같다.

 

  “애칭으로 부르라곤 안 했는데요?”

  “……아.”

 

  아뿔사! 말을 편하게 한다는 게 그만 이름까지 줄여서 불러버렸다. 한국에선 두 글자 이름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개인적으로 ‘아리네스’보단 입에 잘 감기는 ‘아린’이 더 부르기 좋았다.

  물론 이것은 나한테만 해당되는 사안이고, 이곳에선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게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모양이니 앞으로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미안해! 원래 있던 곳에선 항상 그렇게 불렀어. 앞으로 주의할게.”

  “음, 좋아요. 이번엔 봐줄게요. 하지만 앞으로는 아무한테나 막 가서 그러시면 안 돼요?”

  “응. 그런데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게 그렇게 큰일인 거야?”

 

  아린은 내 말에 대답을 곧장 하려다가, 잠깐 머뭇거렸다. 매끄럽고 흰 그녀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폈다.

 

  “음, 그게, 애칭은. 피가 이어진 가족이나, 아니면, 응…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이에만 쓰는 거라구요. 유로처럼 아무한테나 쓰고 그러지 않아요.”

  “그렇구나. 조심할게.”

  “피이─.”

 

  아린이 뾰로통해지며 심술을 부렸다. 하지만 이미 옐로우 카드를 한 장 받은 내가 받아주질 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는 금방 표정을 풀고 아까 내가 한 질문에 답해주었다.

 

  “유로.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에엑? 거짓말! 이렇게 큰 저택인데 사용인이 아무도 없다고?”

 

  솔직히 그 말을 쉬이 믿을 수 없는 게, 지금 우리가 있는 집무실이나, 아까 걸어왔던 계단이나 1층 홀의 상태를 보면, 분명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진 않았지만 적어도 먼지가 쌓여있진 않았다.

  또 밖에 있는 정원은 전문 정원사가 재단하기라도 한 듯 딱 보기 좋은 정도로 가지치기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래서 적어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겠구나- 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었다.

  근데 아니었다고? 농담이 지나치잖아!

 

  “네. 정확히 말하면 필요하지 않았던 거죠. 이 저택 전체에는 반영구적인 보존, 청결 마법이 걸려있어서 먼지를 털거나 바닥을 닦지 않아도 항상 깨끗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어요.”

  “굉장하구나! 마법이란 게. 그럼 아리…네스도 마법을 쓸 수 있어?”

  “저도 기본적인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강력하고 지속시간이 긴 마법은 아직 쓸 수 없어요. 저택에 걸려있는 마법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계셨던 할아버지께서 전개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린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까지 치며 말했지만, 아무래도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쓸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았다.

  너무 오버 밸런스인 감이 없잖아 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절대 평범한 수준의 부녀, 아니 가문은 아니었다. 나는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지만 반영구적인 마법을 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리고 순해 보이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요새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얼마 전에 집사를 한 분 고용하신 적이 있어요. 우락부락하지만 사람 좋은 분이셨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만두었구나 싶었죠. 그게 바로 며칠 전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유로에게 그런 제안을 하실 줄이야……. 아버님도 참…….”

 

  나는 선임자가 돌연 사라졌다는 사실이 조금 신경 쓰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린 부녀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쫓겨난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아린의 얼굴을 보면 딱히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은 없었던 것 같고, 아린은 순수하게 그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

 

  “나도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겠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 열심히 할게.”

 

  그러자 아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힘든 일은 없을 거예요. 자! 그러면 슬슬 이동해볼까요? 저택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지내실 곳, 그리고 해야 할 업무를 알려드릴게요.”

  “응, 부탁할게.”

 

  나는 아린과 소소한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저택을 구경했다.

  저택은 화려한 외양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심플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당주가 업무를 보는 집무실과 손님을 맞이할 때 쓰는 응접실이 저택의 가장 중심 쪽을 차지하고 있었고, 식사 공간이나 침실 같은 주거목적용 방이 2층 복도의 양 사이드에 순서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있는, 저택에서 가장 커 보이는 방은 서재로 쓰이고 있었다. 서재에는 온갖 책들이 즐비했는데, 장르도 천차만별이고 규모 또한 웬만한 고등학교의 도서실 정도는 되어 보였다. 왜 이렇게 책이 많냐고 물어보니 당주의 취미 중 하나가 책을 수집하는 거란다.

 

  “이곳이 오늘부터 유로가 지낼 방이에요.”

 

  적당히 좁지 않은 크기의 방에 약간의 가구들과 침대가 놓여있었다. 서울에 있는 내 자취방과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현대인인 내가 어찌어찌 적응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됐다.

  내가 방안을 자세히 둘러보려고 하자 아린은 손짓으로 무슨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갑자기 책상 위에 놓여있던 꺼진 램프에 불이 확 하고 들어와 주변을 밝혔다.

 

  “와. 마술쇼 보는 것 같다.”

 

  나는 순수하게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아린은 날 보더니 별일이 아니니 놀라지 말라 했지만, 입꼬리에 애써 감춘 그녀의 우쭐한 기색을 나는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였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아, 아니야.”

  “흐응─.”

  “그보다, 대충 저택도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집사로서 어떤 일을 하면 될까?”

 

  아린은 내 재빠른 회피기동이 맘에 들지 않는지 볼을 살짝 부풀렸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애였다.

 

  “음… 딱히 고정된 업무는 없는데, 저번에 있었던 분은 아침마다 아버지께서 업무를 처리하시기 전에 집무실에 차와 다과를 차렸고요, 아버지께서 사소한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시는 타입이라서, 사소한 안건이 아버지께 가기 전에 처리해 놓기도 하고…. 유로는 큰 신경 쓸 것 없이 눈에 밟히는 게 있으면 어느 정도 재량에서 마음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전 사용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 아린은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했다. 그래도 말하는 걸 대충 들어보면 그다지 강제성 있는 업무들은 아닌 것 같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느낌이랄까.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 하라는 느낌인데?”

  “맞아요! 그런 식이에요!”

  “후우.”

  “아, 그리고 정원에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는데요.”

  “고양이?”

  “네. 이전에 계셨던 분이 돌봐주곤 했었는데… 아직도 정원에 산책을 나가면 가끔 보이더라고요. 여유가 되시면 돌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왠지 처음으로 귀찮은 일을 하나 듣게 된 것 같았다. 동물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편인데, 할퀴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상당히 넓은 저택을 일일이 둘러보고 정원에서 한가롭게 산책까지 하니까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기대했던 고양이는 이번엔 만나지 못했다.

 

  “… 배고프다.”

 

  나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어제고 오늘이고 한 끼도 먹지 못했단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냈다. 뱃속에서 꼬르르륵, 하는 소리가 천둥 번개 치는 것 마냥 울렸다. 나는 아린에게 소리가 들릴까 싶어 잽싸게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고 보니 저녁 시간이네요?”

  “응. 뱃가죽이 등짝에 붙을 것 같아.”

 

  내가 과장된 몸짓으로 배고픔을 표현하자─사실 과장이 아니었지만─아린이 소리 내어 웃었다. 아린은 웃을 때마다 입을 손으로 반쯤 가리며 웃었는데, 옆에서 볼 때면 꼭 터지려는 웃음을 속으로 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식당 위치 기억하시죠? 아버지도 곧 돌아오실 시간이고, 저녁을 대접해드릴게요.”

 

  난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아린이 요리를 한다고? 내가 아니라?”

  “이상한가요? 당연한 건데요. 요리는 전에도 계속 제가 해왔으니까 괜찮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용인을 두고?”

  “제 특기니깐요. 헤헤. 유로는 먼저 식당에 가서 앉아 계세요. 아버지도 돌아오시면 바로 식당으로 오실 거예요.”

 

  요리 잘하는 여자라니! 내 안에서 아린에 대한 평가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평소에 자취방에서 밥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했던 나는 그런 여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겉모습조차 여자력이 흘러넘치고 다정다감한 아린이 요리까지 잘한다니, 내가 막연하게 동경했던 판타지의 결정체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해서, 상당히 기대하면서 부푼 마음으로 식당에 앉아 있었는데…….

 

  “……,“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당주와 아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당주는 과묵하게, 그러나 평온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쇠고기 스튜를 먹고 있었고, 아린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실실거리고 있었다.

 

  ”…….“

 

  이어서, 나는 그들의 반응과 내 그릇에 담긴 스튜를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포크로 고기와 채소를 집어 입속으로 넣어보았지만, 곧 이어지는 풍미에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왜 그래요, 유로? 그렇게 맛있어요?“

 

  눈치 없는 아린이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얼굴을 가까이 대며 물었다.

  물론, 나는 칭찬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

 

  ”…….“

 

  고기 비린내를 제대로 잡지도 못했고, 채소는 너무 익혀 물렁물렁한 지경에 이르렀다. 간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어떤 부분은 짜고 어떤 부분은 싱거웠다. 내가 음식을 자랑할 만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맛 정도는 잡아낼 수 있었다.

  아마도 짐승을 잡을 때 쓰는 독을 음식에 넣으면 이런 맛이리라.

 

  ”하하, 하… 맛있네.“

  ”그쵸?“

 

  방긋방긋 웃는 아린을 보면서, 나는 이 저택에서 무조건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겼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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