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괴물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0 화
작성일 : 16-07-08 13:47     조회 : 511     추천 : 0     분량 : 882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상이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마술 거울처럼 어떤 때에는 일그러졌다가, 어떤 때에는 펑퍼짐해졌다가, 또 다른 때에는 멀어졌다.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지만 현성은 결코 눈을 감지 않았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저도 모르게 스르륵 감길 때도 있었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가 지니고 온 것은 참고 다시 되새기며 인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근성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가 생각하기로 그것은 결코 ‘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니 진짜 술 세네.”

 새벽 여섯 시.

 밖엔 이미 해가 떠올랐고 가게 문을 닫아도 한참 전에 닫았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나 현성은 그 시간까지 재운과 창호를 두고 함께 술을 마셨다.

 현직 이 바닥 종사자인 아가씨들이나 양 사장, 그리고 주당인 재운과 창호가 보기에도 대단하다 싶은 구석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마셨다 하더라도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시작했단 것은 크나큰 차이기 때문이다.

 술이란 것이 몸에 그렇게 유익한 것이 되지 못하다 보니, 술을 마실 때도 마라톤처럼 너무 페이스를 서두르다 보면 몸을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버텨내는 정신력도 정신력이거니와, 그 정신을 따라와 주는 몸 역시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아입니다…….”

 잘 버텨온 현성이었지만 더는 한계인 모양이다.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힘겹게 대답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자리를 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오고 있었다.

 물론 재운이나 창호도 이제 마실 만큼 마셨고, 더불어 그것에 지친 건 마찬가지였다.

 술을 그렇게 퍼마시지 않은 혜주나 승지를 비롯한 아가씨들과 양 사장까지도 새벽 기운에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오죽하겠는가?

 “암튼… 우에 되든 내는 현성이, 니. 내는 니가 엄청 마음에 든다. 행님이 뭐라 카는지 알겠나?”

 이제 자리를 끝낼 생각으로 박재운이 곁에 있는 혜주의 어깨를 꾹 누르며 현성에게 이야기했다.

 그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혜주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손을 유심히 바라보다 ‘행님…’ 하고 그를 불렀다.

 “제가… 소원이 하나 있는데… 얘기해도 되겠심니까?”

 그 말에 창호가 비몽사몽 간에 ‘응?’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알고 지낸 지 꽤나 된 사이임에도 현성이 먼저 부탁을 하는 모습은 극히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리를 구해달란 말조차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들은 부탁이었다.

 그 정도로 남에게 기대지 않는 성격의 현성이 초면인 데다 자존심을 한 번 내세웠던 재운에게 부탁을 할 줄은 그도 몰랐다.

 승지와 혜주가 동시에 현성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래, 함 말해 봐라! 동생아!”

 그들과 달리 뭔가 일이 잘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던지 재운이 남자답게 껄껄, 웃으며 다시 한 번 혜주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찹쌀떡처럼 희고 말랑한 피부를 매만지는 거친 손길에 현성의 눈빛이 닿자 왠지 모르게 혜주는 ‘오늘만큼은 안 그랬으면…’ 하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사이 현성은 살짝 눈을 감고서 술기운이 몽롱하게 올라와 알딸딸한 듯 한 번 고개를 비틀하며 말을 꺼냈다.

 “지가… 아직… 총각 딱지를 못 뗐심다, 행님.”

 고요한 가운데 터져 나온 그 말이 정말로 의외였던지 재운이 ‘뭐라꼬? 진짜가?!’ 하고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창호나 양 사장도 현성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겉보기로 보아선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는 짓을 보면 굉장히 순하고 순수한 것 같았다.

 남자다움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그의 모습에 외모야 어쨌든 인간적으로 끌리는지 아가씨들이 호기심을 가득 담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현성이 다시 고개를 들어 재운을 바라보았다.

 “지 오늘 그 딱지 좀 떼주이소… 행님.”

 술에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니, 그는 애당초 요령이란 것이 그다지 없는 사람이었다.

 그 말에 재운이 푸하핫, 웃음을 터뜨리며 아가씨들을 돌아보았다.

 “니 아다가?! 오늘 역사적인 날 되겠네! 누구 자 좀 잘 돌봐줄 아 없나?”

 껄껄, 웃으며 재운이 즐거운 기색으로 아가씨들을 돌아보자 아가씨들이 ‘남사스럽구로…’ 하고 부끄러운 얼굴로 서로를 힐끔거렸다.

 그 와중에 현성이 한숨을 깊이 내쉬며 정면에 있는 혜주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아가씨들을 돌아보던 재운이 ‘니 설마…’ 하고 씩, 웃음 지었다.

 “자슥! 보는 눈이 있네!”

 자기 여자를 넘본다는 것보다도 이렇게 솔직한 편이 좋다는 듯 그가 다시 박수를 쳤다.

 혜주가 그 눈빛과 이 상황에 당황해서 ‘니 와 카노?’ 하고 그를 바라보는 동안 재운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그래, 혜주야. 니가 오늘 내 동생 좀 잘 돌봐주그레이. 내는… 우리 영계 아가씨랑 오늘 좀 놀아봐야겠네.”

 혜주 정도 되는 급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위치의 그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가씨에 연연하지 않는 사나이의 면모를 보이며 창호 옆에 있는 승지에 눈독을 들이자 창호가 썩은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야가 애교가 많심다, 행님!”

 하지만 기라면 기어야 하는 게 이 바닥 이치가 아니던가?

 승지가 창호도 싫지만 재운 역시 무서운 듯 두려운 빛을 보였지만 절대로 티를 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억지웃음과 함께 그의 곁에 붙었다.

 웃음 팔고, 몸 파는 여자 팔자가 다 이렇지 하고 체념하는 동갑내기의 모습에 현성은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카면… 더 늦기 전에 일나 봐야지. 우리 양 사장님도 퇴근하셔야 하고. 괜찮제, 현성아?”

 혜주는 오늘 양보해 주겠다는 그의 넓은 마음에 감사보단 씁쓸함을 느끼며 인사를 했다.

 현성도 ‘고맙심다…’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됐다, 마. 다음에 또 보자. 그때까지 생각 잘 해보그라. 종종 놀러 오께, 행님이 니 보러.”

 술이 퍼뜩 깨는 마지막 말에 현성이 취한 와중에도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을 느끼곤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창호와 재운이 승지와 다른 아가씨를 하나 끼고 방을 나서자 양 사장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아직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 듯 얼떨떨한 모양으로 남은 혜주를 힐끔 바라보았다.

 “혜주야… 고마 자 데리고 퇴근해라. 오늘 욕봤다. 여는 아들 출근하면 그때 치우라 칼 테니까…….”

 재운을 배웅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서두르는 그의 말에 혜주가 ‘사장님도 욕봤네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양 사장과 다른 아가씨들이 창호와 재운을 배웅하기 위해 방을 나선 사이, 혜주가 쓰러지듯이 소파에 앉아 괴로워하는 현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니 와 그랬노? 미친 거 아이가?”

 조금 화가 난 듯 굳은 얼굴로 이야기하는 혜주의 목소리에 현성이 감았던 눈을 힘겹게 뜨며 ‘그러네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 봐라! 니 걸을 수 있나?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 술 다 받아먹고… 그칸 거고!”

 마지막에 총각 딱지 좀 떼달란 그 말이 떠올라 혜주가 얼굴을 붉힌 채 소리쳤지만 현성에겐 아무래도 더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버티는 게 고작인지 ‘퇴근해 보이소…’ 하고 벽을 짚고 일어나는 모습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니!”

 퇴근해 보란 말에 괜히 혜주가 울컥하여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가 휘청하자 쪼르르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혜주의 손길에, 자신만큼이나 그녀도 괴로웠을지 모르겠다 생각한 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로… 예쁘다고 다 좋은 거는… 아니네예.”

 그리고 술기운에서 벗어나질 못한 채 고개를 흔들며 혼자서 걸어가겠다는 듯 혜주를 뿌리치곤 비틀비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자신도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애’를 도와주고 나서 소년원에서 일 년 육 개월을 보냈던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역시 주제넘게, 보기 싫단 이유로 이렇게 무리수를 둔 이유를 말이다.

 어쩌면 술에 취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몇 번이나 생각했던 것을 또 잊어버렸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자신은 단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건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점점 더 격하게 몰려오는 술기운에 당장에라도 퍼져서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현성이 가게 복도의 차가운 벽을 짚은 채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야! 니……!”

 그의 말에 우두커니 서 있던 혜주가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고 재빨리 쫓아가 그를 붙잡았다.

 대체 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만큼은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잘난 척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에게 그 더러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복잡한 기분이 오가는 가운데 괜히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인 것만 같단 생각이 들은 혜주가 속이 상해서 ‘누가 니보고 이카라 카더나!’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를 부축했다.

 “그러게예…….”

 힘없는 웃음과 함께 자신이 생각해도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현성이 공허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냥… 보기가 싫었어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고개를 흔들며 그녀를 뿌리친 현성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만큼 심각하게 취했지만 어떻게든 폐는 끼치고 싶지 않단 생각에 용케 넘어지지 않고 벽을 지지대 삼아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했다.

 “…빙시 아이가, 진짜.”

 그 모습에 혜주는 자꾸만 뭔가 울컥하며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그녀는 괜시리 그를 향해 원망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었다.

 혜주가 ‘지가 뭐라꼬…’ 하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 밖으로 나온 현성이 급히 벽을 짚고 뒤돌아섰다.

 “우욱!”

 바깥공기를 맡아서 그런지 갑자기 속이 뒤집어진 듯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게워냈다.

 그 모습에 혜주가 이젠 당황스럽거나 화나는 것보다 걱정이 앞선 듯 ‘니 그 칼 줄 알았다!’ 하고 그의 곁으로 다가가려 했다.

 이에 현성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냥 좀 가소!’ 하고 소리쳤다.

 그 외침에 움찔하며 혜주가 멈춰 선 동안 다시 한 번 현성이 우욱, 하고 속을 비워냈다.

 내내 먹은 게 없어 위액이 고스란히 올라왔는지 시큰한 기운이 절로 구토감을 만들어냈다.

 누구라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척 추잡하고 더러운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현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술에 취할 때마다 더욱더 크게 올라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비하.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성질을 부리는 모습은 무섭다기보다 서글퍼 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혜주가 자신은 이해하지 못할 그의 고통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그는 정말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고,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길로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아마 다른 자리를 구해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필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밤일을, 밤공기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연적인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필사적인 저항이 바로 그것일 테니까.

 단지 의문이 있다면 그가 무리해 가며 스스로를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혜주를 위해서 말이다.

 그게 왜인지는 혜주도, 현성도 알지 못했다.

 “우욱!”

 한참 동안이나 괴로워하던 그가 어느 정도 속이 진정된 듯 벽에 기대어 서서 하아, 하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만 있던 혜주가 그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아직까지 가지 않고 기다린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한숨을 내쉬며 ‘…예’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괜찮은 척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숙소로 잡은 모텔까지 가는 길은 벽이 없어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속을 비워내고 나면 술이 좀 깨야 하는데 술병이라도 난 모양인지 속이 불편하고 술도 영 깨지 않았다.

 깨질 듯한 두통과 온몸이 화끈거리는 괴로운 기분만 가득한 가운데 비틀거리던 현성이, 자신의 몸을 꼭 붙잡은 혜주의 손길에 지친 얼굴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주는 더는 그를 나무라지도, 주제넘는 일을 했다고 탓하지도 않은 채 ‘가자, 걸을 수 있제?’ 하고 물음을 던졌다.

 그 말에 현성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합니다…….”

 도움을 주고도 사과하는 그가 처량했던 혜주가 ‘뭐가?’ 하고 퉁명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같이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데 그는 좀처럼 그녀에게 기대려 하지 않았다.

 폐를 끼치는 것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지 다시 또 바짝 긴장해선 혼자서 어떻게든 해내려 했다.

 그 모습이 더욱더 그녀의 마음을 저몄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단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경험해 본 일이 없어 어색한 가운데 혜주가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라는 듯 더욱더 그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거의 안기다시피 그녀가 그를 부축했을 때 그도 더는 그녀를 피할 수가 없어 결국 어색하게나마 그녀에게 기댄 채 같이 걸음을 내디뎠다.

 별다른 말도, 별다른 눈빛도 오가지 않았다. 그저 함께 내딛는 걸음에 정적과 숨소리만이 오갈 뿐.

 그런데 정말로 이상한 것은 그 정적이 어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단 것이었다.

 혜주가 함께 걸음을 내디디며 크고 무거운 그 몸이 자신에게 기댄 것에 작은 보람마저 느끼기 시작할 때 현성의 숙소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여지없이 술에 취해 뻗은 깡패와 야하게 옷을 입은 술집 여자가 모텔에 들른 것처럼 보일 테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다 왔으니까 정신 챙기래이.”

 혜주의 목소리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고 했었지만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길에 뻗어 그대로 잠을 청했을지도 몰랐다.

 “고맙심다…….”

 투박하지만 참 올곧은 그 말에 혜주가 ‘뭐가…’ 하고 다시 퉁명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홱 돌리고는 조심조심 함께 걸음을 옮겼다.

 작고 마른 체구로는 그 덩치를 감당하기 힘들었기에 그녀 역시 힘에 겨운 얼굴이었지만 전혀 티 내지 않은 채, 같이 계단을 내디뎠다.

 “니 몇 호에 지내는데?”

 현성이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에 거의 감긴 눈으로 ‘211호…’ 하고 대답하자 혜주가 모텔 프론트에 ‘211호요’ 하고 열쇠를 받았다.

 미심쩍은 눈으로 힐끔 여주인이 그와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런 눈빛은 익숙한 듯 혜주가 아무렇지도 않게 열쇠를 받아 챙겨 함께 걸음을 옮겼다.

 “다 왔다, 조금만 참아라… 알겠제?”

 지쳐서 헉헉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하자 현성이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짠함을 느끼며 혜주가 211호 앞에 서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숙소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현성은 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신발을 벗어던지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기절한 듯 퍼진 그 모습에 혜주가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덩달아 긴장이 풀린 듯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있는 스무 살 남자의 방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모텔에서 갖추고 있는 물건 말곤 딱히 그의 물건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소년원에서 나올 때 들고 왔을 법한 까만색 가방이 전부였다.

 그게 또 왜 그리 마음이 쓰이는지, 주저앉아서 쉴 겸 그의 방을 돌아보던 혜주가 한숨을 내쉬며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로 외투도 챙기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함께 나선 터라 열심히 움직이다 말고 멈춰 서니 서늘한 한기가 돌았다.

 물론 실내 온도야 곧 조절하면 다시 따뜻해지겠지만 지친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고 기절해 버린, 어리고 덩치 큰 막내가 너무나도 안타까워 보였다.

 “…와 이래 사노.”

 자기도 모난 년이지만 그 또한 너무할 정도로 모난 놈이라고, 그 인생이 순탄치 않은 것이 참 안타까운 듯 그녀가 아이처럼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든 그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정신없이 잠에 빠져 거칠게 쌕쌕 숨소리만 내쉬는 그 모습에 그녀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손을 뻗어 현성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짧게 잘랐던 머리카락이 조금 자라 손가락 끝에 사르륵 걸리는 느낌이 긴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과는 또 달라 기분 좋았다.

 그 느낌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혜주의 귓가에 ‘예쁘다고 다 좋은 거는 아니네예’ 하던 그의 음성이 맴돌았다.

 “진짜 닌 빙시데이, 와 그래가…….”

 잠이 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새침하게 웃고는 혜주가 ‘에휴’ 하고 의자를 끌어당겨 그 앞에 살며시 주저앉았다.

 그녀가 화류계에 뛰어들어 오랜 시간을 일해오면서 오늘처럼 누군가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자신을 기꺼이 내던진 건 처음이었다.

 무식하고 투박한 방법이 비록 그렇게 멋들어지진 않았지만 그건 드라마나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녀는 숱한 환상들이 아무리 아름답고 멋지다 하더라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것을 기대할 나이가 아니니까. 그녀가 살아온 현실의 벽은 언제나 높고 차가웠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얼핏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따스하게 느껴졌던 현성의 도움이 더욱더 마음에 와 닿은 것인지도 몰랐다.

 “휴…….”

 그녀의 손길에 현성이 평온해 보이는 얼굴을 하자 혜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는 으슬으슬한 한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의 곁에 나란히 누웠다.

 침대에 뻗어 있는 현성이 옆에 누군가 자리를 잡자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다시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에 또다시 안타까움을 느끼며 혜주는 그 너른 등판을 다독이듯 살며시 손을 올렸다.

 “줘도 못 먹는 놈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제 20 화 2016 / 7 / 15 501 0 6291   
19 제 19 화 2016 / 7 / 15 492 0 7540   
18 제 18 화 2016 / 7 / 15 589 0 10794   
17 제 17 화 2016 / 7 / 15 543 0 5643   
16 제 16 화 2016 / 7 / 15 515 0 8025   
15 제 15 화 2016 / 7 / 12 562 0 6806   
14 제 14 화 2016 / 7 / 12 786 0 11746   
13 제 13 화 2016 / 7 / 12 602 0 10500   
12 제 12 화 2016 / 7 / 12 568 0 8643   
11 제 11 화 2016 / 7 / 12 539 0 7829   
10 제 10 화 2016 / 7 / 8 512 0 8820   
9 제 9 화 2016 / 7 / 8 785 0 14856   
8 제 8 화 2016 / 7 / 8 573 0 6018   
7 제 7 화 2016 / 7 / 8 643 0 9399   
6 제 6 화 2016 / 7 / 8 757 0 10264   
5 제 5 화 2016 / 7 / 8 534 0 6830   
4 제 4 화 2016 / 7 / 8 564 0 8480   
3 제 3 화 2016 / 7 / 8 589 0 7891   
2 제 2 화 2016 / 7 / 8 488 0 10569   
1 제 1 화 2016 / 7 / 8 982 0 715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판타지스타
사열
착하게 살자 ⑲
사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