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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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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9 화
작성일 : 16-07-08 13:44     조회 : 785     추천 : 0     분량 : 1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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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주점 일이 대체로 힘들긴 하지만 가장 힘든 점이라면 야간에 하는 일이라는 것과 주변 환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술에 취한 진상들이 자주 출몰하는 업종이다 보니 그걸 감내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갈 곳 없고 방황하는 청춘들은 ‘한몫’을 챙기기 위해서 어김없이 이 일에 뛰어들곤 했다.

 현성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갈 곳이 있으나 굳이 이 일을 선택했고, 그에겐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시작은 괴로웠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일도 익숙해졌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단골들은 얼굴이 익어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걸 정도였다. 그리되고 나니 지내긴 한결 편안해졌다.

 “현성아, 5번 방! 담배 심부름 부르는 갑다!”

 더러 범수가 그를 챙겨주면서 얼굴을 많이 보지 않고 팁을 남겨올 수 있는 담배 심부름을 양보해 주기도 하다 보니 하루하루 벌어가는 돈의 양도 늘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현성이 조금 밝아진 얼굴로 ‘예, 행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얼굴이 좀 밝아진 것 같네.”

 보기 좋다는 듯 범수가 후후, 웃으며 한마디 던지자 현성이 ‘요새 웃는 연습 좀 하고 있심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5번 방에는 양 사장의 지인이자 골프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이 있었다. 그렇게 큰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알부자로 올 때마다 적잖은 팁을 날리는 호구 중 하나였다.

 “오, 우리 장골 왔나?”

 이런 곳을 자주 찾는 게 이상할 정도로 좋은 사람인지라 현성에게도 괴물이나 다른 놀림거리 같은 별명보다 ‘장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말에 현성이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하고 웃으며 인사하자 김 사장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적잖이 취한 얼굴로 ‘담배 한 갑 좀 사온나. 맛세! 알제?’ 하고 오만 원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얼마나 남겨와야 하나 조금 망설이는 얼굴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김 사장의 곁에서 술 시중을 들고 있던 승지가 히히 웃으며 ‘사장님, 잠깐 물 좀 빼고 올게예~’ 하고 아양을 떨며 현성을 따라나섰다.

 “현성아~”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는 승지의 부름에 현성이 ‘어…’ 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스무 살이 된 동갑내기 막내 아가씨는 무척이나 귀여운 용모에 말이 많고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현성에게도 살갑게 구는 몇 안 되는 아가씨이기도 했다.

 “그거 담배 한 보루 사가지고 남은 거는 니 챙기고 한 갑만 갖다주면 된다. 그래가 나머지 손님들이 심부름시키면 그거 한 개씩 갖다주고 적당히 챙기면 된다. 내 꺼도 하나 챙겨도~ 알겠제?”

 후후, 웃으며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승지의 말에 현성이 ‘그래도 되나?’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만 원을 받았는데 그걸로 한 보루를 사서 그렇게 많은 돈을 삥땅 치는 게 못내 걸린단 눈치였다.

 그를 보며 승지가 ‘다 그래 한다! 김 사장님은 괜찮다!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어…’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자 승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깡총 뛰어 그의 등에 매달렸다.

 앳된 얼굴이지만 얇은 홀복 하나 입고 찰싹 달라붙자 남자의 몸과는 다른 포근한 느낌이 그대로 와 닿았다.

 “와, 와카노!”

 당황한 듯 현성이 소리치자 승지가 ‘혜주 언니랑만 친하게 지내고! 내랑은 동갑인데!’ 하고 후후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

 이렇게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대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무어라 이야기할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승지가 후후, 웃으며 ‘잘 갔다 온네이’ 하고 그의 등에서 내려오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마치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듯한 승지의 모습에 묘한 기분을 느꼈지만 이내 그 잡다한 생각들을 떨쳐내고 말았다.

 헛된 기대는 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게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단지 그 들뜬 기분에 혼자서 하늘을 날았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비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가게 밖으로 나선 그가 근처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밤 시간이라 어둠이 깔려 있었고 그 어둠은 그의 콤플렉스를 묘하게 가려주고 있었다.

 편의점의 밝은 빛은 위협적이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았다.

 편의점에 몇 번 오긴 했지만 이런 담배 심부름 하나로 몇만 원이나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의문스러운 현성이 픽, 웃음 지었다.

 몸의 고됨과는 별개로 밤기운이 몰아오는 피로감에 조금 눈이 뻑뻑하긴 해도 바깥바람을 맞으니 그나마 한결 기분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딸랑딸랑.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현성이 카운터가 비어 있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저기요!”

 “잠시만요……!”

 새벽 시간이라 알바생이 비품 창고 쪽에서 쉬고 있었던지 화들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성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정말로 한 보루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동안 여자 알바생이 피로에 잠긴 얼굴을 하고서 편의점 카운터로 쏙 들어왔다.

 “뭐, 뭘 드릴까요?”

 앳되어 보이는 음성이 전에 보았던 알바생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밝은 곳에선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라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현성이 이 시간에 여자 혼자 있긴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하며 ‘마일드 세븐… 두 갑이요’ 하고 결국 보루가 아니라 두 갑만 사고 말았다.

 한 갑은 김 사장에게, 나머지 한 갑은 자기 돈으로 계산해서 승지에게 전해줄 생각이었다.

 승지만큼이나 작은 체구의 알바생이 ‘잠시만요’ 하고 아직 정신이 덜 든 듯 머리를 정리하며 담배를 찾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이라서…….”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버벅거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녀가 순간 그를 보고 크게 움찔했다.

 이 시간에 이 용모를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 평소 연연치 않았던 현성 역시 알바생의 얼굴을 보고 움찔하고 말았다.

 “아…….”

 멍하니 굳어버린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대체 무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갑자기 여기서 왜 이 여자를 만난 것인가’ 하고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알바생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덜덜 떨며 ‘저, 저기…’ 하고 이야기하자 그가 두 눈을 감고 ‘마일드 세븐이나 빨리 주소’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툭 던졌다.

 그 말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네……’ 하고 울먹이는 얼굴로 마일드 세븐 두 갑을 그에게 내밀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거스름돈.”

 차갑게 오만 원과 함께 그 말을 던진 현성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바라보며 알바생이 깊은 한숨과 함께 ‘네…’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잔돈을 꺼내어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만 오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말없이 돌아선 현성이 후우, 하고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대구 바닥 좁다 카디… 이래 좁나.”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가 문을 나서는 사이 ‘잠깐만요!’ 하고 알바생이 울먹이며 그를 불렀다.

 문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선 현성이 ‘뭐요?’ 하고 힐끔 고개를 돌렸다.

 “그때는 정말로…….”

 “늦었심다.”

 차가운 그 한 마디를 남긴 채 현성이 씁쓸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후우, 하고 눈을 감은 그의 등 뒤로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하고 흐느끼는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그 일은 지나가 버렸고, 아무것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 이 근방에서 그 아이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다니. 그것만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다시 한 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듯 현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가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직, 하는 네온 간판의 노이즈를 들으면서 잠깐 멈춰 선 그가 담배라도 한 대 태우고 들어갈까 생각하다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지나간 일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감당하기가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그가 감당하고 책임을 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깊은 한숨으로 다시 만난 ‘그 애’를 이번에는 그가 외면한 채 걸음을 옮겼다.

 터덜터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발걸음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거북할 정도로 속이 좋지 않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다시 좋아지려다가도 헤어날 수 없는 더러운 늪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현성아!”

 들어오자마자 그를 부르는 범수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담배…….”

 두 갑의 담배와 잔돈을 내미는 그의 모습에 범수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착잡한 얼굴로 현성이 또 취객이 난동을 부리나 물음을 던지자 범수가 조금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창호랑… 그 위에 행님이라 카는 사람이랑 같이 여 왔다.”

 잠깐 담배를 사러 나간 사이에 엇갈렸던 모양이다.

 그 말에 현성이 멈칫하며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듯 굳은 얼굴을 하고서 ‘그래예?’ 하고 그에게 담배와 잔돈을 내밀었다.

 그 굳은 얼굴을 보며, 혜주에게서 현성이 그 일을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단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인지 범수가 현성만큼이나 난처한 얼굴로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랑 팁 내가 챙기께. 니 빨리 드가봐야겠다, 7번 방.”

 ‘하필이면 왜 또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나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곤 했다.

 그걸 탓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이 나쁜 일들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때로는 의지만으로 역부족일 때가 있기도 하지만…….

 약 2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난 그 애와 지금 그를 다시 어둠으로 인도하려 하는 창호와 그 무리들.

 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그 자신도 장담을 할 수 없었다.

 단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이 순간을 무사히 넘긴다면, 차라리 그냥 이런 일상이라도 주어진다면 버틸 수 있을 텐데.

 “…미안합니다, 행님.”

 “아니다, 빨리 가봐라. 사장님도 계신다.”

 양 사장이 함께 있을 정도라면 창호뿐 아니라 그 위의 높은 사람이 함께 온 모양이다.

 이 자리에서 잘못하면 정말 빼도 박도 못 할지 모른다.

 거북스러우나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자리.

 “…가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네.”

 “응? 뭐?”

 “아닙니다, 행님. 들어가 보께예.”

 한숨과 함께 현성이 고개를 흔들며 걸음을 옮기자 범수가 ‘오늘 별로 안 바쁘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고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 말을 새기며 현성이 7번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창호의 시중을 들던 승지도 따로 호출을 받은 모양인지 7번 방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어물어물 서 있었다.

 아마도 저번에 창호에게 술을 잔뜩 먹여 취하게 만든 게 무서운 듯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안 드가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아… 왔나!”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내딛었다.

 “…창호가 내 때리면 어떡하노?”

 평소 아가씨들에게 평이 좋지 않은 창호였다. 아가씨들을 무척이나 험하게 다루는 편이고 다정하지도 않았다.

 목을 조르거나 때리는 일도 허다했고, 사정 이후엔 다 쓰고 난 기구를 치우는 것마냥 홀대하기도 하니 평이 좋을 리 없을 터.

 “…안 그럴 끼다.”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젓자 승지가 그래도 그가 있어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위험에 노출된 여자는 본능적으로 듬직한 사람을 찾게 되는지 승지가 그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이에 현성은 이름도 모르는 ‘그 애’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스치는 것을 느끼며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성아! 히야 왔다!”

 이미 안에 들어와 있는 아가씨들을 양옆에 낀 창호가 반갑게 소리치자 현성이 ‘안녕하십니까, 행님’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찬호 곁에서… 혜주를 곁에 둔 중년 남자가 유심히 그를 살피는 눈빛에 그가 씩, 웃음 지었다.

 “니가 현성이가?”

 얼핏 봐도 흐르는 분위기가 보통이 아닌 그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창호가 승지를 향해 손짓했다.

 일찌감치 승지를 점찍은 듯한 그 손짓에 그녀가 휴,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다시 웃음으로 두려움을 가리며 ‘오빠야, 내 보고 싶었나?’ 하고 그의 곁으로 갔다.

 그동안 혜주는 힐끔 현성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대답할 새도 없이 굳은 얼굴을 한 현성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장현성이라 캅니다.”

 “니 나이가 몇 살이라꼬?”

 아마 깡패란 직업을 험악한 외모만 보고 뽑는다면 그만큼 좋은 외모도 없을 것이다.

 동성로파의 2인자, 재운의 물음에 현성이 숨이 멎을 것 같은 갑갑함을 느끼며 ‘스므 살 됐심다…’ 하고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리 좋게 대답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경직된 그 얼굴을 보며 창호가 ‘야가 오늘 좀 긴장했나 보네예, 행님!’ 하고 웃음과 함께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하자 재운이 됐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자슥, 갑자기 찾아오니까 그칼 수도 있지. 내사 저 나이 때는 어른들이랑 같이 있는 것도 갑갑스러웠다 아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는 버럭 화를 낸다거나 거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저 현성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혜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보며 현성이 ‘죄송합니다…’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많이 경직되어 있는 그 모습에 그가 ‘괜찮다! 현성이라 캤나?’ 하고 다시 물음을 던졌다.

 “이제 스므 살 됐음… 마, 어른이네. 덩치도 좋고, 생긴 것도 잘생깄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말만큼은 좋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신의 외모를 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성이 쓴웃음을 짓고 있는 동안 창호는 이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았던지 ‘너거, 분위기 좀 띄워 봐라!’ 하고 승지와 혜주, 그리고 다른 아가씨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됐다, 마. 치아라. 내 오늘 여 놀러 온 거 아니데이, 창호야.”

 하지만 이내 들려온 형님의 목소리에 창호가 움찔하며 ‘죄송합니다! 행님!’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저렇게 깍듯한 것을 보니 보통 사람은 정말 아닌 것 같았다.

 동네에서 거칠 것 없기로 소문난 양아치였던 창호가 저리 슬슬 길 정도면 분명 조직에서 상당한 간부급일 것이다.

 아가씨들도 그 분위기가 불편했던지 어색한 웃음을 짓는 동안 그가 현성을 바라보며 ‘술이나 한잔하까?’ 하고 물음을 던졌다.

 “양 사장, 오늘 하루 쉬었다 치소. 괜찮지예?”

 함께 룸에 있는 양 사장이 그의 말에 ‘하, 하모예! 당연하지예!’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호를 대할 땐 그래도 한결 여유가 있었다만 지금은 대답하는 것조차 쩔쩔매는 것을 보니 더욱더 상황이 참담하게 느껴졌다.

 ‘그 애’를 만난 이후로 다시 찾아온 불행에 현성이 꽉 어금니를 깨물고 있을 때 재운에게 안긴 채 힐끔 자신을 바라보는 혜주가 보였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괜시리, 웃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나 현성은 연습했던 것처럼 웃음을 지어보려 했다.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듯 그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한잔 받아봐라. 마, 니 얘기 들어보니까네… 사정도 딱하고 해가 우리가 니 거둬주기로 했다.”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조직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순간 혜주가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현성 역시 그 말에 조금 놀란 얼굴로 창호를 바라봤지만 그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거 누가 그랬심니까?”

 얼어 있던 현성이 자기는 그런 적 없다는 듯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집어치우고 살짝 굳은 얼굴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양 사장과 창호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히야가 그랬심니까?”

 정색하는 그 얼굴에 창호가 순간 난처한 얼굴로 ‘야! 니 와 카노!’ 하고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다 얘기…….”

 “내가 생각할 시간 좀 달라 안 캤심니까?”

 그 순간 다시 룸에 정적이 흘렀다. 요 근래 유명한 창호를 앞에 두고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창호가 현성에게 조금 겁을 먹은 듯했다.

 그러나 곧 모시는 형님과 아가씨들 앞에서 망신당한 게 열불이 뻗쳤던지 창호가 시뻘게진 얼굴로 ‘니…’ 하고 굳은 얼굴을 하자 현성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의 말을 막았다.

 “내 분명히 그래 얘기했는데예.”

 못사는 동네에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아무리 양아치라고 하더라도 손윗사람과는 결코 맞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로 없는 사이에 치고받아 봐야 남는 것도 없고 그들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좋아하든지 좋아하지 않든지, 기본적인 룰을 지켜 서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존해 나가는 방법이었다.

 그 공존을 깨뜨릴 정도로 ‘열’이 받은 현성의 모습에 잠시나마 창호가 움츠러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허허! 야… 이거 진짜 물건이네, 창호야! 겁대가리가 없는 기가… 아니면 여가 어떤 자린지 모르는 기가?”

 그 순간 재운이 웃음을 터뜨리며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현성이 보인 하극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가 매서운 목소리로 말하자 혜주가 다급히 ‘사, 사장님예… 분위기가 좀 그런 것 같은데 무섭습니다…’ 하고 아양을 피웠다.

 아름다운 그녀의 적절한 타이밍에 재운이 ‘아, 내 열 받은 게 아니고…’ 하고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궁금해서 카지. 창호, 우에 된 기고? 니 내한테는 자 확실히 한다 안 캤나?”

 아무래도 현성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그가 내심 밑에 두고 싶단 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러자 창호가 기뻐하는 반면 현성은 재운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듯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 자가 그거 때문에 그러는가 봅니더!”

 창호가 재빠르게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자가 아직 보호 관찰 기간인가 카는 게 있어가… 그거 때문에 또 뭐 문제 생기면 다시 소년원 드가가 육 개월 더 있어야 카고, 뭐 그카다 보면 또 나이가 걸리니까……!”

 그 말에 재운이 ‘맞나?’ 하고 현성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다시 한 번 분위기가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흘러갔다.

 양 사장이 중간에 끼여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난처한 얼굴을 하는 동안 현성이 ‘사장님예…’ 하고 창호를 바라보았다.

 현성이 위협적인 용모이긴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겁을 먹는다면 조폭의 면모가 서지 않는다.

 도리어 그 눈빛에 찬 기백과 얼굴에서 흐르는 강인함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재운이 ‘오야, 얘기해 봐라!’ 하고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 사람 때려죽이가 잡히간 놈입니다. 나온 지 며칠이나 됐다꼬 주먹질은… 솔직히 아직까지는… 안 하고 싶습니다.”

 당장 이 가게에서 잘릴지 몰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쉬며 현성이 분명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아, 글나? 창호, 니 마치고 내 좀 봐야겠데이.”

 한마디 던지고는 이내 말없이 그가 창호를 바라보자 창호가 사색이 되어서 힐끔 현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성은 자기 뜻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그래, 니가 와 카는지 알겠다. 내도 처음엔 그랬거든. 근데 요즘엔 뭐, 조직 생활한다 캐도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카진 않는다. 무슨 말인지 창호가 얘기 안 해주더나?”

 “…솔직히 잘 모르겠심더. 근데예… 아직까진 진짜 그카고 싶진 않심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실 하나였다.

 결연한 그 눈빛에 ‘배짱 좋네!’ 하고 재운이 다시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래. 어차피 니 육 개월은 뭐 암것도 못 한다 카이, 우리 찬찬히 함 생각해 보자.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니 혹시 오늘내일하나? 오늘은 일단은 큰 행님 만난다 치고 내 술이나 한잔 받아라.”

 이 노련한 깡패는 수완이 남다른 모양인지 현성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냥 세게 밀어붙이기보다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륵, 하고 돌아갔다.

 그의 접근에 현성은 오히려 더 막막함을 느끼며 ‘예, 사장님…’ 하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여기서 더 강짜를 부렸다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불안감이 치솟았다.

 저 사람 좋은 모습을 하고 있는 재운도 사실은 그게 진실은 아닐 것이다.

 그저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혜주의 눈빛에 현성이 양주를 받으며 괜찮다는 듯 힐끔 눈빛을 전하는 동안 재운이 ‘행님 사랑이라 생각하고 다 마시라’ 하고 언더락 글라스 한가득 양주를 채웠다.

 흘러넘칠 만큼 가득 찬 양주에 혜주와 다른 아가씨들이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성은 이 정도는 각오했다는 듯 ‘감사하게 먹겠심다’ 하고 글라스의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렇게 마시다간 골로 갈 게 뻔하다 생각한 혜주와 승지가 절로 인상을 찌푸리며 잔뜩 걱정하는 동안 재운이 ‘니 잘 마시네!’ 하고 웃으며 다시 한 번 빈 글라스에 양주를 채웠다.

 “마시라.”

 때리는 것보다 더 괴로운 괴롭힘.

 그 조폭 근성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닌지 현성이 보인 배짱이 마음에 드나 기어오른 것은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듯 가득 채운 글라스는 잔인해 보이기까지 했다.

 현성은 아찔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글라스를 받아 마셨다.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양주가 달짝지근하기보다는 불이 붙은 듯 뜨겁기 그지없었다.

 어린 시절 얼굴을 태우던 그 고통이 다시 이는 것 같은 환각마저 일순간 느끼며 그가 두 번째로 양주를 원샷 하고는 ‘콜록!’ 기침을 했다.

 “힘드나? 그카면 한 잔 더 하면 싹 다 풀린다.”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아예 양주 한 병을 통째로 먹일 생각인지 다시 한 번 그가 글라스를 채우려고 하자 혜주가 ‘사, 사장님…’ 하고 그의 팔을 붙잡았다.

 “치아라.”

 아무리 아름다운 아가씨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가 웃고는 있지만 살벌한 얼굴로 혜주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천하의 혜주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움찔하며 물러섰다.

 창호 역시 연거푸 두 잔을 가득 채워 원샷을 한 현성이 조금 걱정되었던지 ‘아이 씨, 새끼… 와 객기를 부리가…’ 하고 혼잣말을 하며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재운이 세 번째 잔을 채우고는 거의 풀린 눈으로 아찔해하는 현성을 바라보며 ‘좀 취하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그카네예.”

 현성은 똑바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온 세상이 빙글빙글 빌어먹게도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곤 이를 꽉 깨물었다.

 순간 훅, 하고 몸이 넘어갈 뻔한 느낌이 들었지만 쓰러져선 곤란했다.

 가물가물 눈도 감겨오고, 온몸에 열이 확 오른 듯 화상 자국이 뜨겁게 아파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양손에 남아 있는 그 더러운 느낌과 다시 만난 ‘그 애’의 울먹이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안해요…’ 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나에게도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깊은 후회와 좌절감을 담아서 현성이 세 번째 잔을 들이켜려 하자 누군가 덥석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됐다, 고만해라. 마이 무긋따 아이가?”

 재운이었다.

 그는 정말로 현성이 마음에 든다는 듯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현성이 멈칫하다 ‘괜찮심니다…’ 하고 지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세 번째 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이만 하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거의 몸을 학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눈앞에서 양주 하나를 통째로 비운 현성이 끅, 하고 올라오는 매서운 열기에 괴로운 듯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그런 그를 보며 재운이 창호에게 ‘저거 진짜 물건이다’ 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스러워하던 창호가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힐끔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독한 놈의 새끼’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 전국구 형님 앞에서 개긴 것도 모자라 혼을 내려고 시킨 술 고문을 정면으로 받아친 것이다.

 고집이 있는 녀석이란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고집이 셀 줄은 몰랐다.

 현성이 타고난 대가 있고, 배짱이 있단 것은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융통성이 없고 어리석은 짓이기도 했다.

 혜주가 그 미친 짓을 하고 만 현성이 무척 걱정되는지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이 재운이 ‘멋지네!’ 하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아가씨들도 그를 걱정했지만 큰 형님의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현성이 멋있다!’ 하고 덩달아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창호야! 우리 현성이 정신 차릴 때까지 니가 아가씨들이랑 분위기 좀 살리 바라. 오늘 행님이 윽수로 기분이 좋네!”

 “예! 알겠심니다, 행님! 현성아! 퍼뜩 정신 차리그레이! 히야가 니 사랑하는 거 알제?”

 창호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오두방정을 떠는 동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승지가 덩달아 ‘오빠야, 멋있어요!’ 하고 분위기를 올렸다.

 창호가 승지를 옆에 끼고 ‘오늘 함 불살라 보겠심니더, 행님!’ 하고 노래를 선곡하는 동안 현성은 거의 반 정도는 정신이 달아나 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그 숨소리는 곧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파묻혔다.

 창호의 노래에 동성로파의 2인자 박재운이 허허 웃으며 ‘잘한다! 창호!’ 하고 좋아하는 동안 혜주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보았다.

 “아…….”

 하지만 이내 그녀를 어루만지는 재운의 손에 가슴을 양보한 채 그의 곁에서 팔을 어루만지며 부끄러운 듯한 낯으로 ‘사장님…’ 하고 웃음을 팔았다.

 “오늘 같이 가제이.”

 2차를 요구하는 그의 말에 혜주가 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리해야 한다는 듯 서글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익숙한 일인 마냥 그에게 몸을 맡긴 채, 홀로 소파에 기대어 괴로워하는 현성을 바라보았다.

 요령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정말로 하기 싫었던 건지, 배를 타고 선원이 될 생각까지 했던 게… 그 입버릇처럼 ‘빙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마 이보다 더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눈을 감았음에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속이 울렁거렸다.

 온몸에 급속도로 퍼진 알코올 기운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렵게 만들어 현성은 온 힘으로 소파를 쥐어뜯으며 그 괴로움을 참아냈다.

 감긴 눈을 뜨지 못한 채 숨을 몰아 내쉬던 와중에 그에게 꺄르르, 하는 아가씨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괴물같이 볼품없는 자신이 이렇게 취해서 몸조차 가누지 못하자 다들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현성은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제정신이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것 같았다.

 자꾸만 그날의 더러운 기억이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만난 그 애의 얼굴이… 그 미안함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인생을 망쳐 버렸고,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과거가 계속해서 떠올라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역하게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꾸역꾸역 참으며 간신히 몸을 버텨낸 그가 흐릿하게 눈을 떴을 때 ‘예쁜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던 혜주가 재운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서글픈 얼굴로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 차리야지…….”

 아가씨들의 노래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현성이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신 차리야지… 정신 차리야지…’ 하고 계속해서 혼잣말을 되뇌듯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몸을 불태워 버릴 것 같던 끔찍한 고통이 점차 사라져갔다.

 얼굴의 화상 자국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현성은 눈을 감고 그 고통을 지워냈다.

 그가 다시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때 재운은 웃음 짓고 있었다.

 “이제 깼나, 현성아?”

 “…예, 사장님.”

 그 대답을 하는 순간에도 재운은 혜주를 만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노골적으로 되어가는 손길에 그녀는 가슴을 반 정도 드러낸 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성이 짝, 소리 나게 자기 뺨을 후려쳤다.

 룸 안에 크게 울려 퍼진 그 소리에 정신없이 노래 부르던 창호도, 손을 움직이던 재운도 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얼얼한 충격에 다시 얼굴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거웠지만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사장님, 한잔 올리겠심더.”

 그 말에 재운이 푸하하핫, 하고 정말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창호야! 니 오데서 이런 아를 데리고 왔노!”

 기쁨이 가득한 그의 음성에 창호가 ‘제가 말했잖습니까, 행님!’ 하고 히히덕 웃음 지었다.

 현성이 얼얼한 턱을 움직이며 새 양주병을 따서 언더락에 양주를 1/3 채워 잔을 올리는 동안 혜주가 ‘설마…’ 하고 힐끔 그를 바라보며 반쯤 드러난 가슴을 다시 가렸다.

 “현성아, 너거 선배한테도 한잔 올리야지.”

 그 말에 혜주와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감기는 눈을 겨우 다시 참아낸 현성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재운에게 이야기했다.

 “…행님한테 술 올리는데 우에 같이 겸하겠심까. 예의가 아니지예. 이 잔 마무리하고 따로 올리겠심다.”

 현성이 다시 글라스를 내밀자 ‘음!’ 하고 재운이 흡족한 미소를 짓곤 이번에는 적당한 양의 양주를 부었다.

 아까와는 확실히 마음가짐이 다른 것 같았다.

 거의 뻗기 직전이었던 놈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도 신기하지만 이제 겨우 스무 살에 불과한 녀석이 남자다움이 뭔지, 기백이란 게 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반갑데이, 현성아.”

 “…지도 반갑심니더, 행님.”

 반가운 마음보단 사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더 컸다.

 ‘이걸 마시면 정말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더러운 꼬라지 보는 것보단 낫다’ 하고 심호흡하며 현성이 그에게 잔을 내밀었다.

 챙!

 두 손으로 공손히 내민 잔을 부딪치고 다시 그가 술을 들이켰다.

 세상에는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최소한 이 한 몸으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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