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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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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7 화
작성일 : 16-07-08 13:43     조회 : 643     추천 : 0     분량 : 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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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을 것 같지만 마냥 좋지 않았다. 이렇게 들떠서 기대한 자신을 언제고 다시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게 세상이었다. 그 세상의 이치를 현성은 단 한번도 잊어본 일이 없었다.

 마지막에 취객들을 정리하면서 아가씨들이나 웨이터들이 그를 달리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옅은 기대감이 들었지만 결국 그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보단 나쁜 것을 더 오래 기억했다. 그리고 좋은 것은 나쁜 것보다 쉽게 지웠다.

 애써 기대감을 꾹꾹 누르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되뇌며 현성이 가게 근처의 모텔로 걸음을 옮겼다.

 일을 마치고 집이 아닌 모텔로 들어오는 것도 익숙할 법하다만 오늘은 유난히도 힘에 겨운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몸이 물을 먹은 솜 인형마냥 무거웠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힘든 일은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피로가 쌓이고 쌓여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동의 강도야 과거 소년원에서 하던 일이 더 높지만 이상하게 피곤한 기운에 현성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점점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면 갈수록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는 것 같았다.

 “211호요.”

 장기 투숙객으로 끊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돈 생각을 하면 또 쉽게 자리를 옮길 수도 없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지낼 곳을 마련해 놓는 것이 먼저겠지만 현 상황으로썬 그게 여의치 않았다. 창호를 만나 운 좋게 웨이터로 취직할 수 있었지만 수익은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그의 신세를 지고 있으면 자신의 미래란 불 보듯 뻔했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보려 해도 받아주는 곳은 여전히 없었고…….

 그래서 결국 선원이라는 위험한 일을 염두에 두고 집도 구하지 않고 장기 투숙객이 되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만 것이다.

 좋게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한 듯 머리 양쪽으로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현성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빈방에는 담배 냄새가 남아 맴돌고 있었다.

 한 대 태우고 잠을 잘까 생각을 하다가 미친 듯이 밀려오는 피로감에 현성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눈을 감은 그가 극도로 피곤한 가운데 잠은 오지 않는 기이한 상황에 하아, 하고 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씨바…….”

 이렇게 살다간 정말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현성이 돌아누웠다.

 그리고 지끈거리는 두통에 머리를 꾹 누르고는 품을 뒤졌다.

 안주머니에 넣어둔 단단한 사각형 모양의 담뱃갑을 확인하고 그것을 빼내어 열어보니…

 “…돛대였나.”

 아까 가게에서 핀 게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한숨을 푹 내쉬며 현성이 담뱃갑을 툭 던지고는 다시 머리를 베개에 붙였다.

 어스름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퀭한 눈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잠이 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이제는 자기 몸까지도 말을 듣지 않는 것만 같은 서러운 기분에 현성이 갑갑한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을 비비던 그가 문득 손바닥에 느껴지는 화상 자국의 거친 느낌에 또다시 한숨을 내쉬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얼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담배를 태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게 그가 골초라서, 담배 없이 못 사는 사람이라서는 아니었다.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에도, 심지어는 소년원 안에서도 담배는 있으면 태우고 없으면 태우지 않는, 그냥 그런 물건이었을 뿐이니까.

 그곳을 나오고 나서 급격하게 늘어버린 담배는 인생의 쓴맛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열쇠를 챙겨 방을 나선 현성이 카운터에 ‘잠깐 담배 좀 사올게예’ 하고 열쇠를 맡기지 않고 모텔을 나섰다. 그러다 문득 모텔 입구에서 멈칫하고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왜냐하면…

 “…니 진짜 여서 사나?”

 추운 새벽 날, 푸르스름함이 내려앉은 거리에 가게 안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두꺼운 코트를 입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바로 묶은 혜주가 그를 향해 물음을 던지고 있었으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등장에 현성이 당황한 듯 어물어물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머리를 긁적이며 던진 그 물음에 혜주가 홱, 하고 고개를 돌리며 ‘그냥…’ 하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 볼일 있으십니까?”

 직업이 그렇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물음에 혜주가 다시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곤 ‘내 그래 싸구려로 보이나?’ 하고 소리쳤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설마 자기를 찾아온 것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현성이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를 혜주가 힐끔 살폈다. 가게 밖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가게 안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단지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빛을 받은 얼굴이 무섭다기보단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보여서 안타까웠다.

 큰 덩치를 가진 녀석이 볼이 홀쭉해져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혜주는 안타까움을 숨기며 툭하니 ‘니… 왜 먼저 갔는데?’ 하고 물음을 던졌다.

 “다른 아들은 다 같이 아침 먹고 들어갈라 카던데.”

 “…별로 생각이 없었심다. 글고 가봐야 서로 불편하기만 하고…….”

 움츠러든 그 목소리에 혜주가 다시 한 번 그를 바라보았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슬쩍 드러났다.

 가게에서 양 사장만큼이나 영향력 큰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녀일 것이다.

 타고난 미모로 가게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가씨니까. 아가씨는 가게의 매물이고, 잘나가는 매물은 언제나 가치가 있었다.

 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처음부터 대놓고 싫어한 사람이 현성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더 싫어하고 멀리하는 것이었다.

 웨이터들은 그나마 그를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덜했지만 아가씨들이 인사도 하지 않고 팁도 주지 않는 이유는 거의 그녀 때문이 확실했다.

 단지 그가 소년원을 갔다 왔고, 깡패의 소개로 들어온 녀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뜻하지 않게 괴로움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성이었다. 혜주가 그에게 ‘밥은?’ 하고 물음을 던졌다.

 “생각 없심다. 담배 사러 나온 거라…….”

 “그카다 니 폐 다 썩는다! 어린 게 무슨 담배고!”

 볼 때마다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그의 모습에 혜주가 잔소리를 하자 현성이 무척 당황한 듯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혜주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이유도 모르겠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색해하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덩달아 어색한 얼굴을 하고서 흠흠, 헛기침을 했다.

 막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텔 앞에 있는 두 남녀의 모습에 시선을 힐끔 보내자 혜주가 ‘일로 나온나!’ 하고 먼저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무척이나 피곤한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이게 꿈인가?’ 하고 현성이 고개를 흔들어보았지만 꿈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보다 앞에서 걷고 있는 혜주는 꿈이 아니라…

 “니 내랑 술이나 한잔할래?”

 “예……?”

 “술도 못 마시나?”

 현실이었다. 새초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일곱 살 연상의 아가씨는 그 까칠한 성격으로도 가게 에이스 노릇을 할 만큼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아마 밖에서 만난다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여자라곤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니요.”

 현성이 고개를 흔들며 여전히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혜주가 ‘그럼 잔말 말고 따라온나!’ 하고 그를 이끌었다.

 ‘담배 사러 나왔다 이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고 거리를 두며 그녀의 뒤에서 걸음을 옮기는 현성의 모습에 혜주가 ‘내 미행하는 거가?’ 하고 톡 쏘듯이 한 소리 했다.

 그 말에 현성이 고개를 흔들며 걸음을 서둘러 그녀의 옆에 서자 혜주가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고마웠다.”

 어색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혜주의 말에 그 못지않게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아닙니더…’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후 다시 흐르는 어색한 정적에 홱 고개를 돌리는 두 사람이었다.

 어스름한 새벽 거리에는 길바닥에 쓰러져 아직도 헤롱거리는 취객들이 더러 보였다.

 하지만 대체로 고요한 가운데 불이 들어와 있는 가게 간판은 몇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가까운 근처 해장국 집으로 들어간 혜주가 현성을 힐끔 돌아보며 ‘어디 앉으꼬?’ 하고 물음을 던졌다.

 “아무 데나…….”

 밥 생각은 원래 없던지라 어딜 앉든지 별로 상관없다는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혜주가 밝은 곳에서는 처음 보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현성이 급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감췄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찌릿, 하고 안타까움이 느껴졌으나 혜주는 ‘그럼 요기!’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이 맞은편에 앉는 동안 혜주는 가방을 의자 옆에 두고 코트를 벗어 의자 위에 걸쳐놓았다.

 “뭐 먹을래?”

 그녀의 물음에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순대국이나 먹지예’ 하고 말하자 혜주가 ‘이모! 순대국 두 그릇이랑 소주 한 병 주세요!’ 하고 손을 들고 당차게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 새벽이라 피로한 식당 이모가 ‘예…’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곤 찬들을 쟁반에 담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래?”

 혜주가 담배 하나를 가방에서 꺼내며 묻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녀는 담배를 그에게 내밀고는 라이터를 찾다가 아… 하고 살짝 인상을 구겼다.

 “내 꺼 고장 났다. 니 라이터 있나?”

 “라이터는 있심다.”

 그러면서 현성이 라이터를 꺼내자 혜주가 ‘불 좀 붙이 봐라’ 하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렴 안 좋은 사이라도 혜주가 아름답단 사실마저 부인할 순 없었다.

 담배를 물고 살짝 내민 입술이 순간 가슴이 떨릴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나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현성이 그런 생각들을 떨쳐내며 혜주의 담배에 찰칵 불을 붙이곤 이내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그동안 식당 이모가 테이블 위로 밑반찬과 소주를 가져다주자 ‘고마워요, 이모!’ 하고 혜주가 싹싹하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소주병을 땄다.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신기한 듯 힐끔 바라보자 그녀가 그의 잔에 소주를 채우며 ‘뭐 그래 보는데?’ 하고 물음을 던졌다.

 “아니요, 그냥… 술 좋아하시나 해서.”

 “술 진짜 싫어한다.”

 쿨한 대답에 현성이 ‘아…’ 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잔을 받았다. 그리고 혜주가 ‘나는 아까도 많이 마셨으니까 반만 마신데이!’ 하고 5부만 채우자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담배를 다 태워버린 그를 보며 혜주가 재떨이에 담배를 살포시 얹어두고 잔을 들자 현성이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들었다.

 생긴 것과는 너무 다른 그 모습에 혜주가 픽, 웃음을 터뜨리며 ‘니 은근히 귀엽네?’ 하자 현성이 ‘예?’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아이다, 마시라.”

 그리고 그녀가 소주를 한 모금 들이켜며 ‘크…’ 하고 쓰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현성이 얼떨떨한 얼굴로 소주잔을 단숨에 비워 버렸다.

 달짝지근하기보다는 쓴맛이 너무 강해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그 맛에 혜주가 ‘오늘 엄청 쓴 거 같노?’ 하고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도 물김치는 시원하네. 여가 이게 맛있다! 이모가 이거 따로 팔면 내 좀 사갈까 싶은데 안 판다 그러데. 내 물김치 엄청 좋아하는데.”

 ‘먹어봐라!’ 하고 혜주가 자신이 먹던 숟가락으로 물김치 국물까지 떠주자 현성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자 당황한 듯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 모습에 혜주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니 또 이것도 손으로 받아먹을라 카는 건 아니제?”

 “아, 아닌데예…….”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했던지 그녀의 웃음에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팔 아프다!”

 그러는 동안 혜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성을 내자 현성이 살짝 고개를 숙여 국물을 받아먹었다.

 “뭐 이게 그래 힘들다꼬 이리 전주코 있노? 그냥 먹으면 되는 거지. 이래 이쁜 여자가 떠주는데.”

 도도한 얼굴로 잘난 척하는 게 얼핏 재수 없어 보일 만도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해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 말에 현성이 대체 모르겠다는 듯 ‘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혜주가 재떨이 위에 올려두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는 연기를 살며시 들이켰다.

 “근데 니… 진짜 사람 죽였나?”

 그녀가 던진 물음에 현성이 흠칫하고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는데? 목사님 때려죽였다매?”

 돌아가는 법 없는 그녀의 물음에 현성이 말없이 소주잔을 채웠다.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해지셨는데예?”

 그리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말하자 혜주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궁금하면 안 되나?’ 하고 오히려 당차게 물음을 던졌다.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사람을 마주한 기억이 얼마 없기에 현성은 화나기보다는 조금 신기한 기분마저 느끼며 ‘아니요…’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어릴 때라가…….”

 “어릴 때라가 빙시 짓 좀 했다꼬? 뭐가 빙시 짓인데?”

 그 레퍼토리는 듣기 싫다는 듯 혜주가 먼저 그의 말을 끊자 현성이 ‘후…’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동안 식당 이모가 ‘순대국 나왔으예’ 하고 두 사람 앞에 순대국을 놓았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며 현성이 ‘한잔하시지예?’ 하고 소주잔을 들었다.

 아까 첫 잔을 반 정도 마신 혜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챙, 하고 소주잔을 부딪쳤다.

 금세 소주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현성이 ‘후우…’ 하고 그 씁쓸함을 만끽하며 소주만큼이나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지나가면 되는데 어릴 때라가… 그냥 못 지나갔심다. 그 양반이 목사인지도 몰랐고예.”

 “니 내랑 지금 뭐 스무고개 하나? 뭘 그냥 지나가면 되는데? 자꾸 빙빙 돌릴래?”

 퉁명스러운 얼굴로 짜증 내는 혜주는 현성이 여지껏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신선한 그 모습에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그사이 혜주는 소주병을 들어 그의 잔을 채우고는 자신의 잔도 채우며 재촉하지 않고 그를 기다려 주었다.

 “지나가는데… 여자아 목소리가 들리데예.”

 그 기다림 덕분이었을까?

 현성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날 이야기를 꺼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얼핏 보기만 해도 무척이나… 안타까운 모습에 혜주가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며 ‘여자아?’ 하고 물음을 던졌다.

 “가보이… 교복 입은 여자아랑 술 좀 된 거 같은 아저씨랑 같이 있는데… 여자아는 울고 있고 아저씨는 바지 벗고 가 붙잡고 억지로… 막 그라고 있대예.”

 그 말에 혜주가 ‘진짜?’ 하고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의 모습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후회만이 가득했다.

 “그냥… 모른 척하고 갔으면 됐는데 열이 받아가……. 아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피가 막 거꾸로 솟는 것 같데예? 그래가 빙시 짓했지예. 죽일라고 그런 건 아니었심다…….”

 정말로 죽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목격한 그 일을 막으려 했고, 그저 분노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고, 결국 목사는 사망하고 말았다.

 “야! 그게 뭐고! 그럼… 니가 그 아 도와주다가 그래 된 거 아이가?”

 “그랬지예……. 근데 아무도 안 믿어주더라꼬예. 그냥 거짓말하는 거라고…….”

 “왜 안 믿어주는데?!”

 덩달아 억울한 듯 혜주가 ‘기가 막히네!’ 하고 씩씩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막이 있었는지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는 듯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하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이다.

 물론 현성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성격에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여자아가 입 다물고 사라졌으니까예.”

 그 말에 혜주가 ‘아…’ 하고 멈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누가 신고를 해가… 현장에서 잡혔심다. 정황상… 그 아저씨는 바지 벗고 두들겨 맞고 있는데 이상했겠지예. 근데 내 아저씨 때릴 때 도망친 아가… 끝까지 안 나오데예. 도와줄라고 그랬다 캐도 가가 안 나오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 카데예. 그 와중에 그 아저씨가 병원서 죽어뿌고……. 그냥 그래가 아직 미성년이라꼬 이 년 형 받았심다. 요번에 모범수라가 육 개월 감형받은 거고요. 이카나 저카나… 빙시 짓한 거지예…….”

 자신의 손에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 그 끔찍한 기억, 그것을 후회하는 듯 씁쓸한 얼굴로 현성이 소주잔을 들이켰다.

 “뭐 그딴 년이 다 있노, 무슨…….”

 기가 막히다는 듯 혜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내막을 알고 보니 그건 정말 나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억울한 일이 아니던가?

 그 눈빛에 현성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빙시 짓한 거지예. 그 아저씨도 원래는… 전과가 있었다 그카던데 신문 같은 데는 그냥 목사라고만 나오데예. 어차피 그냥… 그냥 그런 일 없었어도 지는 안됐을 낍니다. 그냥 그게 좀 더 빨라진 거 뿐이지.”

 나락까지 떨어진 삶을 너무나도 일찍 맛보았기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는 담담한 듯하면서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에 혜주가 ‘뭐라 카노! 그런 게 어딨노!’ 하고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식당 이모가 깜빡 잠이 들었다 놀란 듯 ‘엄마야!’ 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동안 현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고, 아무도 믿지도 않을 거니까예.”

 그 말에 혜주가 ‘정말 이런 경우가 다 있구나, 세상에…’ 하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연을 알고 나니 여지껏 그를 미워했던 것 자체가 너무나도 미안했다.

 술집 여자란 이유만으로 갖은 오해와 편견을 마주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더욱더 쉽게 속단하고 선을 그어선 안 됐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잘 알아보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너무 미안해서 무어라 이야기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공허한 얼굴로 홀로 술을 마시려는 그에게 혜주가 술잔을 들어 눈앞에 들이댔다.

 “…내는 니 믿는다, 빙시야.”

 그렁그렁한 눈빛과 퉁명스러운 그 목소리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만이라도 고맙심더’ 하고 잔을 부딪쳤다. 다시 한 번 넘어가는 술이 유난스럽게도 더 쓰게 느껴졌다.

 ‘크…’ 하고 인상을 찌푸린 혜주가 그를 힐끔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내 국물 떠줘.”

 “예?”

 “쓰다고! 안주, 빨리!”

 재촉하는 그 말에 현성이 당황한 듯 움찔했다.

 그리고 어색한 동작으로 국물 한 숟갈을 떠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 꿈결 같은 시간이 그동안의 외롭고 괴로웠던 시간들보다는 훨씬 더 좋단 것을,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망설임 없이 잘 받아먹고서는 그녀가 양손으로 턱을 괸 채 그를 바라보았다.

 “다음부터는 내랑 같이 마실 때 빠릿빠릿하게 해라.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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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 ⑲
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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